법조계 "김용판 무죄, 권력 눈치보기 판결"
뉴시스 | 장민성 | 입력 2014.02.06 18:46
"검찰 공소제기·유지 제대로 했나" 비판도
"무죄추정의 원칙 따른 판결, 존중해야"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의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법조계 일각에서 '권력 눈치보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말문이 막힌다" "법조인으로써 자괴감이 들 정도로 서글프다"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는 "법원이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한 것이 아니라 증거 재판을 빙자해 권력눈치보기 재판을 한 것"이라며 "이미 경쟁적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에 이어 법원마저 정치 권력에 무너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같은 재판부가 심리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사건 역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법원이) 큰 그림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 정당성을 부여하겠다고 작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 논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재판부는 찬반클릭이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김 전 청장의 주장을 당연하고 자연스러럽게 받아들였다"며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메모장 파일에 찬반 클릭 관련 내용이 있었음에도 이를 수사하지 않은 경찰의 주장을 너무 당연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키워드 분석 범위를 제한한 서울경찰청의 지시 역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경찰의 입장만 인정했다"며 "경찰이 의도를 가지고 수사 방향을 설정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재판부가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운 결과 발표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경찰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까지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 및 공소유지도 문제 삼았다. 그는 "검찰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에만 매달리는 식으로 공소를 제기·유지했다"며 "검찰이 명확하게 (수사해서 증거를) 재판부에 갖다 줬다면 재판부가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검찰 독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하는 판결"이라며 "부분적으로라도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판결'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기본적인 형사 재판의 대원칙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의심스러운 상태에서는 무죄를 추정하라는 것"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심 제도가 있는 만큼 1심 판결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증거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두고봐야 한다. 김 전 청장이 이번에는 미소를 짓고 나왔지만 그 미소가 끝가지 유지될지는 3심까지 가봐야 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nlight@newsis.com]
'국정원 수사 은폐 의혹' 김용판 무죄 선고 이유는?
연합뉴스 | 입력 2014.02.06 17:02 | 수정 2014.02.06 17:07
재판부 "권은희만 진술 어긋나 객관적 사실로 믿기 어렵다"
원세훈 前원장 사건 심리에 영향 미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법원에서 극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 부당 개입했다는 권은희(40)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한 반면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김 전 청장의 주장을 인정했다.
↑ 질문은 이제 그만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14.2.6 saba@yna.co.kr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원 전 원장 등 전·현직 국정원 간부 사건도 별도로 심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해당 사건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 권은희 진술 신빙성 '부정' = 이 사건에서 객관적 물증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선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등 김 전 청장의 '속마음'이 핵심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는 관련자의 진술과 배경 등을 판단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권은희 전 과장의 진술을 가장 유력한 간접 증거로 제시하며 공소사실을 입증하려 했다.
권 전 과장은 법정에서 김 전 청장이 ▲ 수서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도록 하고 ▲ 압수한 노트북 사용자인 국정원 여직원을 증거분석 과정에 개입시키려 했으며 ▲ 분석 과정에서 수서서를 배제하고 연락을 차단하려 하고 ▲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 발표의 내용과 시기를 미리 정해놓고 증거분석에 활용되는 키워드 축소를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전 과장의 진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나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거 조사 결과 ▲ 피고인이 영장 신청을 보류하라고 종용했다는 시점은 이미 수서서가 신청 보류를 결정한 뒤였고 ▲ 서울청 측이 1차 분석 결과물에 아이디와 닉네임을 포함해 그 결과를 은폐하려고 하지 않았고 ▲ 국정원 여직원의 증거분석 개입과 관련한 통화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김용판 주장 그대로 인정 = 김 전 청장은 작년 12월 결심공판에서 "수사를 수사관들에게 맡기고 조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업무 철학"이라며 "검찰이 짜깁기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은 김 전 청장의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셈이 됐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허위의 언론 발표를 정상적인 업무 처리의 결과로 가장하기 위해 국정원 여직원이 작성한 노트북 임의 제출 동의서를 근거로 증거분석 범위를 제한, 사건을 축소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하면, 분석의 범위는 서울청 분석관들이 분석 초기부터 피고인의 지시나 관여없이 임의 제출자의 의사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증거 분석 도중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단서가 발견되자 이를 은폐하려는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분석 범위 제한'이 사후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증거분석 전 과정을 영상 녹화하고 분석 과정에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수서서 직원을 참여시키는 등 오히려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인정했다.
◇ 국정원 다른 사건 재판에 미칠 영향은 = 재판부는 이날 판결 이유를 설명하면서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범죄사실에 관해 확신하지 못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의 주장과 논리가 우연적이고 지엽적인 사실의 조각들로 성글게 엮여 그 안에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이 있는데도 피고인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전제로 그의 변소를 뒷받침하는 다수의 증거를 무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2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14차례의 공판기일을 거쳐 5천400여쪽의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는 유죄의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결론은 다른 국정원 관련 사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원세훈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사건을 별도로 심리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앞서 검찰의 잇따른 공소장 변경과 원 전 원장 변호인의 반박을 지켜보던 재판부는 지난 1월 6일 공판에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검찰에 있다"며 "변호인의 주장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이 상당 부분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지목한 트윗·리트윗을 기존 121만여건에서 78만여건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세 번째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기로 했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속행된다. [hanjh@yna.co.kr]
['댓글 수사 방해' 김용판 無罪]
김용판 "권 수사과장, 진술 계속 바꿔",
외압 주장 권 과장 "오늘 입장 밝히겠다"
조선일보 | 대구 | 입력 2014.02.07 03:05
이번 재판은 권은희(40)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김용판(56) 전 서울경찰청장 간 진실 게임 성격이 짙었다. 담당 재판부는 6일 권 과장의 진술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을 뿐 아니라 다른 증인들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고 권은희의 진술만 진실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며 김 전 청장 손을 들어줬다.
권 과장은 김 전 청장에 대한 법원 선고가 내려진 이날 아침 정상적으로 출근해 오전 간부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의 법원 선고가 있던 오후에는 사무실을 비운 채 취재진의 전화 통화에도 응하지 않고 행방을 감췄다. 송파서 관계자는 "개인 사정 때문에 상관에게 보고한 뒤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와 김 전 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청장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을 반복했다. 권 과장은 이날 오후 늦게 "내일 오전 서울경찰청의 승인을 얻은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취재진에 알려왔다.
김 전 청장을 기소했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현 대구고검 검사)도 법원의 무죄 선고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취재진 접촉을 피했다. 윤 전 팀장은 보강 수사를 지시한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항명(抗命) 파동까지 일으키며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선거법 위반 적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대구고검 사무실을 찾았지만 "손님을 접견 중이다" 등의 이유로 만남을 피했고, 휴대전화로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다가 그대로 퇴근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청장은 선고 직후 본지 기자와 만나 "(권 과장 진술이) 검찰 조사 때와 국회의 국정조사 때, 법정에서 증언할 때 모두 달랐다"며 "다른 직원들과 진술이 다르니 판사도 권 과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 과장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하다 보니 자기도취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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