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간첩 아니다" 실토하자 "그러면 안된다"고 거짓진술 유도
한겨레 | 입력 2014.03.12 20:00 | 수정 2014.03.12 22:30
유우성씨 여동생이 진술 번복하자 "그러면 안된다"고 막아
유씨 노트북서 무죄 입증할 증거 사진 발견하고도 숨겨
"검찰도 증거 은닉하고 허위진술 유도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서 중국 공문서 위조를 주도한 국가정보원 못지않게, 검찰도 허위 진술을 유도하거나 검찰에 불리한 증거는 감추는 등 수사·재판 내내 증거 조작·은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검찰은 국정원이 중국에서 비공식·비정상적으로 문서를 입수한 사실을 알면서도 합법적으로 얻은 것처럼 법원에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 "사실대로 얘기하라" 해놓고…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국정원 조사에서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한 유우성(34)씨의 여동생 유가려(27)씨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서 한 말이 허위진술이었다"고 말했지만 검사가 이를 무시하고 국정원의 조사 내용에 맞춰 진술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유가려씨는 지난해 5월 20일과 27일 유우성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과정에 대해 증언했다. 유가려씨의 증언을 살펴보면, 그해 3월 검찰 조사에서 이아무개 검사가 "국정원에 알리지 않을 테니 사실대로 얘기해보라"고 거듭 권하자, 유씨는 "국정원에서 이때까지 한 말은 다 허위진술이고 거짓이다"라고 털어놨다. 유씨는 국정원에서 '오빠가 밀입북했고, 오빠 부탁을 받고 자신이 북한 보위부에 탈북자 명단이 담긴 유에스비(USB)를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를 전면 뒤집은 것이다.
유가려씨는 "진술을 번복하니 강아무개 수사관은 놀란 얼굴로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고, 이 검사 역시 당황한 얼굴로 내게 '그렇게 진술하면 안 된다. 그러면 도와주려 해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가려씨는 이른바 '국정원 큰삼촌'(수사관)과 입을 맞춘 대로 '오빠가 간첩'이라는 취지로 다시 진술을 바꿨다고 했다. 검사가 국정원 조사 내용대로 진술을 꿰맞추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감춰
검찰은 1심 재판 때 유우성씨한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고도 이를 숨겼다. 검찰은 유씨가 2012년 1월 22~23일 중국에서 통화한 기록을 그해 12월에 확보했다. 그런데도 이듬해 2월 유씨를 기소할 때는 1월 23일 입북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었다.
유씨가 그 기간 중국에서 찍은 사진도 노트북에 저장돼 있었다. 무죄 추정을 가능케 할 자료였다. 수사 초기 국정원은 유씨의 노트북을 압수해 하드디스크를 복사해 갔다. 유씨는 국정원 조사에서 "노트북에는 그 기간 중국에서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다. 그걸 보라"고 호소했지만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이를 증거로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유씨가 뒤늦게 노트북을 확인했을 때는 데이터가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유씨는 국정원이 자료를 지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씨는 어렵게 노트북을 복구해 중국에서 찍은 사진 두 세장을 살려내 1심 재판 막바지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이 '유씨가 북한에서 찍은 것'이라며 재판부에 낸 사진도 위치정보가 중국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유씨가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자 검찰은 재판이 끝날 무렵 북한에 갔다는 날짜를 고쳐 공소장을 변경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과 증거라 해도 반드시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검사의 의무인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2002년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속옷에서 피고인이 아닌 다른 유전자가 검출됐는데도 이 감정결과를 증거로 내지 않은 검사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검사는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입수하고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은폐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도저히 그의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여동생이 검사한테 내가 간첩이 아니라고 얘기했는데도 검사는 '그렇게 얘기하면 도움을 못 준다'고 다시 거짓 진술을 하게 만들고, 내가 중국에서 찍은 사진은 일부러 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재판부에 거짓말도
유우성씨가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은 지난해 11월1일 항소심 재판부에 유씨가 2006년 5월27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의 출입경기록을 냈다. 이날 재판장이 "(출입경기록을) 공식적인 루트로 입수한 것이냐, 사적인 루트로 입수한 것이냐"고 묻자, 검사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 길림성 공안청이 대검찰청의 형사사법공조 요청에 대해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전례가 없다'며 거부한 뒤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3일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도 "대검찰청이 중국 길림성 공안청에 출입경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뒤, (이 공문에 따라) 화룡시 공안국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길림성 공안청이 사법공조를 거부했는데도, 마치 대검이 길림성 공안청에 보낸 공문에 따라 화룡시 공안국이 문서를 공식적으로 발급해준 것처럼 교묘하게 말을 꾸민 것이다. 국정원·검찰은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에야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11월6일 재판에서도 검사는 "외교채널을 통해 (화룡시 공안국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게 맞다는 공문을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화룡시 공안국의 발급사실 확인서를 받은 날은 11월27일이었다.
■ '제 식구' 손 댈까?
검찰의 증거 은닉 등 행위는 검찰임을 스스로 포기하고 형사사법체계를 허물어 뜨리는 일이다. 또 국가보안법 12조(무고·날조)는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간첩죄로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하려고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하면 간첩죄와 같은 형량의 처벌을 받는다.
검사들의 증거 조작·은닉과 관련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이 최종적으로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검찰 수사는 중국 공문서 위조 경위를 밝히고, 여기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를 파악한 뒤 검사들이 얼마나 연루됐는지 규명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일은 아닌 거 같다. 대명천지에 그게 되겠나.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위법한 사안이 드러나면 오히려 더 가혹하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과연 검사들을 처벌하겠느냐고 의심하는 눈이 많다. [이경미 김원철 김선식 기자kmlee@hani.co.kr]
[단독] "그대로 베껴 썼다"... 국정원, 진술조서도 '위조'
노컷뉴스 | 입력 2014.03.12 04:03 | 수정 2014.03.12 07:21
국정원, 진술조서 미리 써놓고 도장만 받았다
[CBS노컷뉴스 정영철 박초롱기자]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서나 조서를 미리 써놓고 나중에 탈북자 등 증인들의 도장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에 이어 진술조서까지 광범위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위조한 구체적인 정황이어서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술서는 참고인 등이 자신이 할 말을 서술하는 것이고,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에서 문답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인데, 모두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 자료사진
지난해 6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정에 탈북자 출신의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에앞서 같은해 1월 이씨는 국정원 수사관을 만나 " 2012년 설날에 유우성씨(34)와 중국에 함께 있었다"라고 말한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였다.
국정원은 이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의심하고 이씨의 진술을 들은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이날 법정에서 국정원이 미리 프린트 해 온 진술서를 자필로 베껴썼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와서 증인과 낮에 대화했던 내용을 적어서 프린트를 해 왔느냐"는 질문에 "수사관이 시간이 없으니까 제가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적어오겠다고 해서 타이핑 해온 것을 제가 그대로 옮겼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이어 "제가 말은 많이 했지만 그 사람들이 적어 온 대로 베껴 썼다"면서 진술서 내용이 첨삭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실제로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씨와 관련해서는 "유씨 가족들이 다 북한에서 나왔는데 뉴스에는 북한에 있다고 나와서 뉴스가 거짓말"이라고 말하자 국정원 수사관은 "뉴스는 뉴스일뿐이고 조금은 부풀려서 나온다. 우리도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씨 가족이 북한에 없었다는 그의 진술은 진술서에서는 빠졌다. 국정원이 유씨에게 유리한 부분은 누락시킨 것이다. 그는 이후 검찰에 제출하기 위한 진술조서를 작성할때도 '직장으로 소환장을 보내겠다'는 국정원 수사관의 으름장에 어쩔수 없이 따라 갔다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자 출신 A씨의 진술 조서는 국정원이 미리 작성해 온 것을 A씨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A씨는 국정원 수사관이 건네 준 진술 조서에서 '유씨가 보위부의 비호를 받았다'는 부분은 자신이 말한 내용이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원은 유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간첩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A씨가 하지 않은 말을 진술서에 끼워 넣은 것이다.
A씨는 조서 여러 곳에 비슷한 표현이 있어 이를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정원 수사관은 '시간이 없으니 우리가 알아서 지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의 진술서도 더 이상 수정되지 않은 채 제출됐다. 유씨 가족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2011년 7월 이후에도 북한에서 유씨 아버지를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는 탈북자 김모씨는 법정에서 판사의 추궁에 오락가락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못했다.
김씨는 끝내 "국정원 수사관에게 '그부분은 헷갈린다. 혹시 1년 전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이런 말을 진술서에 담지 않았다. 유우성씨의 동생 가려씨도 자신의 진술서가 이같은 방식으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가려씨도 지난해 6월 14일 법정에서 "내가 진술한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내 말대로 맞춰서 프린트를 뽑아 와 '이것을 보고 베껴쓰라 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의 폭행과 회유에 못이겨 오빠가 간첩이라고 시인했다고 밝힌 가려씨는 경기도 합동신문센터에서 수백장의 진술서를 썼다고 했다. 중국의 한 검사참(세관) 출신 임모씨도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자실 시도)가 한국말로 써온 내용을 중국어로 번역해 준 것이 진술서가 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유씨의 출입경(국)기록 등 중국 공문서 3건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증거로 제출된 진술서.진술조서도 '가공'된 정황이 나오면서 국정원이 애초부터 특별한 의도를 갖고 간첩사건을 기획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누구의 지시로 간첩 사건 수사가 시작됐는지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할 중요한 부분이다. 법정에서 연이어 진술서를 베껴썼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담당 검사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도 위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steel@cbs.co.kr]
[단독] "국정원 대공수사국 팀장이 위조 주도"
동아일보 | 입력 2014.03.13 03:07 | 수정 2014.03.13 09:18
檢 “李영사-金과장 지휘한 정황”
가짜문건 건넨 협조자 김씨 체포
[동아일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된 일부 문서의 위조를 주도한 인물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A 팀장(3급)으로 특정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국정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 씨(61)가 위조해 온 문서 2건을 토대로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4급)가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A 팀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사진]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 씨가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던 중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유우성씨 검찰소환… 조사 거부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4급)이 김 씨를 만나 "유우성 씨 변호인 측의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A 팀장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씨 변호인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적이 없다"는 허룽(和龍) 시 공안국 직원의 진술이 담긴 동영상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자 A 팀장이 김 과장에게 해결책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김 씨를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김 씨는 김 과장의 부탁을 받고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로 건너가 "유 씨가 허위 싼허(三合)변방검사참 서류를 갖고 다닌다"는 내용의 가짜 '신고서'를 만든 혐의다. 그는 이 신고가 접수된 것처럼 꾸며 싼허변방검사참이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을 발급한 것처럼 위조한 뒤 김 과장에게 건넸다. 또 이 영사는 '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먼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 영사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동시에 김 씨가 "위조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 과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김 과장이 위조를 요구했다면 사문서 위조 교사 혐의가, 위조 사실을 알고도 이 영사에게 해당 문서를 건넸다면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12일 오후 유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으나 유 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고 돌아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법원, '서울시 간첩사건' 검찰 추가 증인신청 기각
[연합뉴스] 2014/03/13 12:00 송고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서울시 간첩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검찰 측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위조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추가 증인신청은 검찰의 공소유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함에 따라 검찰은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게 됐다.
유우성(34)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7부(김흥준 부장판사)는 13일 검찰이 지난 11일 신청한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이 전산시스템 오류 때문에 잘못 기재된 것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인 이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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