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하락세]
문창극 ‘인사 참극’에 수도권 지지율 ‘통치불능’ 수준… 역대 정부 최저
[서울신문] 2014-06-28
▲ 박근혜 지지율 하락=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오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 6. 26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박근혜 지지율 하락’
박근혜 지지율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점을 찍은 ‘인사 참극’ 논란에 취임 후 최저수준에 1%p 차이로 근접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27일 발표한 6월 넷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2%로 전주대비 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넷째 주와 4월 첫째 주 취임 초 ‘인사난맥’으로 각각 취임 후 최저치인 41%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정평가율이 각각 28%, 29%를 기록, 지금처럼 부정률이 긍정률을 앞지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8%로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률과 긍정률의 차이는 전주 5%포인트에서 6%p로 1%p 늘어났다.
이에 대해 갤럽은 “이번 주 역시 문창극 후보 사퇴 등이 화제의 중심에 있었고,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인사 문제가 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486명)은 ▲인사 잘못·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38%) ▲소통 미흡(11%) ▲’세월호’ 사고 수습 미흡(9%)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8%) 등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422명)은 ▲열심히 한다/노력한다(21%) ▲주관·소신 있음/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6%) ▲외교·국제관계(15%) ▲전반적으로 잘한다(8%)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의견 유보 응답은 10%(어느 쪽도 아님 5%, 모름·응답 거절 5%)였다.
지역별로는 특히 수도권의 민심 이반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긍정평가는 37%에 불과한 반면, 부정평가는 52%로 조사됐다. 서울의 부정평가는 2주 전에 기록했던 취임 후 최저치 39%를 다시 경신한 것으로,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수직추락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30%대 지지율을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분석한다.
경기·인천 역시 긍정평가는 40%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51%로 높아졌다. 이 지역의 긍정평가는 종전의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수도권 민심이 급속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인천에서 부정평가가 50%선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부터 이번 조사까지의 조사결과를 통합 분석한 결과를 봐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낙폭이 가장 두드러졌고 충청권에서의 낙폭도 컸다. 박 대통령 아성인 대구경북에서 75%(4월)에서 60%(6월)로 지지율이 급감했으며, 부산·울산·경남 또한 64%(4월)에서 52%(6월)로 급감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맞물려 여당의 지지율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1%p 하락한 41%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2%p 떨어진 2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24~26일 3일간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6%(총 통화 6231명 중 1007명 응답 완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인사청문회 타령하지 말고 ‘밀실 인사’부터 없애라
[동아일보] 2014-06-27 03:00:00 수정 2014-06-27 03:00:00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그제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청문회를 하고 능력과 자질 철학 가치 등에 대해선 공개청문회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서도 이 같은 인사청문회 이원화(二元化) 방안을 야당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2000년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신상털기 망신주기 등 개선할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상 문제와 능력 자질 문제가 칼로 무 자르듯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청문회에 앞서 언론과 야당이 사전 검증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청문회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유력시되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국무장관 후보였던 수전 라이스 전 유엔대사가 청문회 전에 낙마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대희,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열지도 않은 청문회 때문이 아닌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최적의 인물, 하자가 없는 사람을 제대로 추천하고 사전에 도덕성 등에 대해 충분히 검증해서 공직 후보자로 지명한다면 인사청문회는 업무 능력과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춰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어제 인사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인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반성에서 나왔다고 본다. 추천 과정이 베일에 싸인 채 오로지 ‘윗분’의 뜻으로 내려오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문 전 후보자의 경우 ‘7인회 추천설’ ‘만만회 개입설’ 등이 나도는 데는 이런 비밀주의 인사의 탓도 없지 않다.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면 인사 난맥상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나면 국가안전처를 만들고,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문제라고 지적하면 사회부총리를 신설하는 식의 기구 만능주의야말로 관료적 발상이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던 인사수석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때 인사비서관으로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겸하는 인사위원회를 두고 인사지원팀장이 보좌했다. 그러나 총리 장관 같은 주요 인사에는 인사위원회가 거의 기능하지 못하고 측근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진행하다 보니 폐쇄적이라는 비판과 비선라인 개입설까지 나오게 된 것 아닌가?
대통령은 신망 있고 신뢰할 만한 인사들의 비공식적 조언도 들을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 절제와 책임이 빠지면 약보다 독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인사의 추천-검증-판단을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민심을 두루 들어 ‘열린 인사’를 하도록 스스로 변해야만 한다.
[7.30 재보선 후보]
與 '모자라서'·野 '넘쳐서'... 보궐선거 '고민'
헤럴드경제 | 입력 2014.07.01 09:57
[헤럴드경제=홍석희ㆍ이정아 기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만 속내는 다르다. 새누리당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불출마 탓에, 새정치연합은 대권주자급 인사들이 7월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줄줄이 여의도 진입을 노리고 있어서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공천관리위원회 명의로 오는 7월 30일 열리는 재보궐선거에 대한 전략공천 지역 및 후보군 등을 발표했다. 여야가 이날 발표한 곳은 전략공천 지역 2곳, 경선 지역 3곳 등이다. 경선ㆍ전략, 미발표 지역의 숫자까지도 같다. '상대 카드'를 보고, 자당의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눈치싸움이 치열한 때문이다.
새누리당 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동작을 선거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했지만, 정작 후보란은 '공란'으로 남겨뒀다는 점이다. 당초 새누리당에선 동작을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출마시키려했으나, 김 전 지사가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지사는 "쇄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에 대해서도 출마를 직ㆍ간접적으로 권유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이 사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인사들의 출마 고사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결국 '당선 가능성'에 대해 당사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세월호 사고', '문창극 사태', 'GOP 총기 사고',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 등 다양한 변수들이 각 후보들에게 7월 보궐선거보다는 오는 2016년 총선을 기대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김 전 지사의 출마지로 거론됐던 동작을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를 지지율이 60% 넘게 나온 지역이다. 나 전 의원 출마 지역구로 거론됐던 경기 수원정(영통)이나 수원병(팔달)도 젊은층 유권자 수가 많아 새누리당 후보의 낙승을 장담키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된다. '당찬 청년'이미지를 가진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맡으며 불출마로 입장을 굳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많아 고민이다.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등 대선 주자급 인사들은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다. 손 상임고문은 수원병(팔달) 출마가 사실상 확정됐다. 수원 3곳 선거구에서 압승을 거두며 대권 주자급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손 고문 자신의 바람과 당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덕이다.
김두관 전 지사 역시 야권이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하는 김포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정 상임고문이 출마를 희망했던 서대문을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게 되면서 정 고문의 출마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천정배 전 장관도 광주 광산을 출마를 확정지으면서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야권의 대권 주자들이 자천타천으로 7월 선거에 줄줄이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새정치연합은 '인재 영입' 보다는 당내 '교통 정리'에 더 바쁜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출마 희망자는 많고, 출마 가능 선거구는 적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의도 입성이 좌절될 경우, 대권을 더이상 바라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실제로 차기 야권의 대권 후보군에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이름이 1순위로 거론된다. 정치 공백이 더 길어질 경우 대권 꿈도 함께 사그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다 현 정부의 인사 난맥 등으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도 야권 후보군들이 7월 선거를 '기회'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hong@heraldcorp.com]
朴 대통령의 '여론 탓', '제도 탓', '시간 탓'
[경향신문] 2014-06-30 22:11:25ㅣ수정 : 2014-07-01 01:00:07
여론 탓… 국민 눈높이 아랑곳 않고 ‘자기 사람’ 고집이 주원인
제도 탓… 박근혜 야당 시절 ‘청문회 강화’ 주도해놓고 자기모순
시간 탓… 국정공백 자초해놓고 ‘경제 시급’ 총리 유임 억지 논리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밝힌 ‘인사 파동’ 해명은 방식도, 내용도 국민적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박 대통령 눈높이에만 맞춘 인선, 그로 인해 야기된 여론의 비판, 이를 수습하는 방안까지 국민 입장이 아닌 철저히 박 대통령 관점에서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인사 실패 책임을 뒤로하고 ‘남 탓’ ‘제도 탓’으로 미룬 근거 발언들을 되짚어봤다.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이후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분 찾기 쉽지 않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새 출발을 공언했다. ‘국가대개조’와 ‘국민안전 시스템’ 등을 국정혁신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물러난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그 적임자가 아니라는 게 여론 평가였다. 안 전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에 맞지 않게 고액 수임료를 받아 문제가 됐다.
문 전 지명자는 친일·반민족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로 요구된 국민통합을 이끌기에는 자격 미달로 분류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월27일 “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도 그가 국정혁신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적쇄신이 원점으로 회귀한 데는 박 대통령 인재풀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이 신뢰할 인물을 찾는 게 아니라 과거 인연, 강경보수 성향 등 자신의 스타일만 고수한 것이 근본 이유라는 것이다.
■ “신상 털기식·여론 재판식 검증 통과 어려워”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의 국정 수행 능력이나 종합적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돼 많은 분들이 고사했다”며 “여야가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도덕적 기준이 강화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전관예우,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은 과거 정권에서도 낙마 사유였다.
인사청문회 제도 강화를 주도한 것도 현재 여권이다. 현 새누리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던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고 추후 인사청문 대상도 확대시켰다. 박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청문회법 강화를 주장했다. ‘인사 참사’는 제도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 인사 자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뒤늦게 인사수석실을 신설한것도 이전 인사가 비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자인하는 측면이 있다.
■ “국정공백에 시간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정 총리 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여기서 경제회복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길을 잃게 된다”고 했다. 정 총리가 헌정 사상 최장기간인 60일간 ‘시한부 총리’를 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 우유부단한 리더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공무원 조직이 박 대통령 인사만 바라보느라 국정이 올스톱되고, 민심 이반도 급속히 확산됐다. 정 총리 유임으로 국정혁신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을 향해 유감 표명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을 위반하면서 향후 국정쇄신 동력도 훼손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없다”며 경제 상황을 거론하는 것이 공허하게 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국민에게 시위하듯 박근혜 ‘오기 정치’의 막후
[사건의내막] 2014.07.01 [10:15]
사표 받은 총리 유임시키는 건 세계 정치사에 없는 황당 결정
야권 “총리 한명 추천 못하는 무능정권”…여당마저 “멋쩍어라”
해괴한 인사 스타일에 “국민을 조롱하나?” “상상할 수 없는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의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에 실패하자 돌연 이미 두 달 전에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발표한 정홍원 현 총리를 유임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대희·문창극 두 지명자가 연달아 낙마함으로써 국정 공백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겠지만, 심각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에 실패하자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다시 유임시키는 것은 한국 헌정사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 결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정치를 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즉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 총리 한 분 추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정홍원 유임 방침을 전달받은 새누리당마저 멋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해괴한 인사 스타일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중의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무총리 지명 안대희·문창극 돌고 돌아 “에잇, 도로 정홍원!”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해괴한 인사 스타일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중의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6월26일 ‘쇼킹한 인사발표’를 해 정치권과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윤 수석은 이날 총리 유임 사실을 밝히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약속을 드렸다”며 “이를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밝혔다”고 밑자락을 깔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 원인을 인사청문회 과정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오늘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확히 두 달 전 자신이 했던 발언을 뒤집고 말았다.
지난 4월27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으로 이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에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이 국민 상대로 ‘희언’
사의를 수리하겠다는 결정은 웬만한 작은 조직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다. 사의를 수리하겠다고 대국민 발표를 한 이상 이는 행정행위로서의 의미를 갖는데, 지금 와서 다른 이유를 들어 아예 반려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희언’을 일삼은 것이나 같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총리 임명을 위해 지금껏 치른 사회적 비용이나 국민들의 답답함은 아랑곳 않고, ‘정 그렇다면 청문회 안 하는 이런 방법도 있다’, ‘더는 후보가 없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오기 인사로 대응한 셈이다. 사퇴한 총리를 다시 기용하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거취가 대통령 1인에 의해 좌우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기도 하다.
“불가피 결단” vs “박근혜 오기”
이와 관련해 여당 지도부는 ‘불가피한 결단’으로 수용했지만,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론도 제기됐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오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월26일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 추진을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고 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비주류인 정문헌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 비공개 회의에서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의원으로서 난감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유를 밝혀 달라”고 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한비자> 경구를 인용하며 ‘정홍원 유임’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정 총리 유임 발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한비자는 말하기를 세유삼망(世有三亡)이라 했다”는 글을 올렸다. 세유삼망이란 한비자가 ‘세상을 망하게 하는 것 3가지’를 지적한 내용으로, “난(亂)이 치(治)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邪)가 정(正)을 공격하면 망하고, 역(逆)이 순(順)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 의원이 ‘세유삼망’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정홍원 유임 결정이 민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임을 질타한 것.
야당은 ‘빽도 정홍원’이라는 비아냥을 낳은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해괴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먼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6월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면서 “아무리 급해도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를 재기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기로 한 총리의 유임결정은 대한민국 국격을 크게 상처내는 일”이라며 “지구촌 해외토픽에서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고 탄식을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배신이고 유가족에 대한 우롱이고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 모욕하는 일이고, 국민여론에 대한 공식적 도전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변화를 공식 거부한 것”이라며 “무능과 무책임, 불통과 오기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6월26일 ‘정홍원 유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람 빠진 타이어로 자동차가 과연 갈 수 있을까”라며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평가했다. 유임 결정의 이유로 박 원내대표는 “7·30 재보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면서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자진 사퇴한 문창극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박지원 의원은 “지난주 대정부질문에서 물러갈 정 총리에게 질문하지 말라는 유인태 의원의 조크에 ‘정 총리는 관운이 좋아 3년 반 더 할 것’이라고 내가 했는데 말이 씨가 됐다”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이런 세월호 이후에 국가개혁 의지가 지금 정홍원 총리 체제로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이 교수는 6월26일 YTN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 안대희 전 대법관이 그만둔 다음에 말한 것이 개혁을 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총리였다. 그런데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카테고리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고 지적하면서 “그런데 결국은 다른 이유 때문에 낙마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는 이 정부가 개혁을 거의 할 수가 없는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개혁이라는 것은 집권 초기에 해야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 이미 상당히 흔히 말하는 레임덕 같은 현상이 확실하게 왔지 않았나”고 진단한 뒤, “그래서 총리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집권 후반기를 추스를 것 같으면, 뭔가 근본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혀를 찼다. [이상호 기자]
[박근혜의 인사 참극]
강점이 이제는 약점이 되고 있는 박근혜의 우파기반
<노동자 연대> 129호 | 발행 2014-06-30 | 입력 2014-06-28
집권 2년차에 우파적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던 박근혜의 개각 시도가 반발에 부딪혀 부분적으로 좌절됐다. 안대희에 이어 문창극까지 인사청문회 문턱도 못 넘고 낙마한 뒤, 두 달 전에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을 유임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핵심 기반이 부패 집단임을 자인한 셈이다. 특히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 대신 사퇴의 총대를 멘 것이었다. 이를 물렀으니 이 정권은 세월호에 어떤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천하의 몹쓸 정권이 된 것이다.
▶ 인사 참극이 박근혜의 정치 위기로 발전할 조짐마저 보인다. ⓒ사진 <노동자 연대>
이번 인사 참극에서도 문제는 박근혜의 핵심 기반인 주류 엘리트 집단의 유달리 심한 부패였다. 표절한 논문으로 교수가 되고, 자기가 자기를 교수로 임명하고, 심지어 군대에서 군복무는 안 하고 석박사 학위를 따러 대학원에 다닐 정도로 부패한 특권층들이었다. 이런 자들을 앞세우려 했던 박근혜식 ‘국가 개조’가 1퍼센트 특권층을 위한 사회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점들과 특히 친일 언행이 노동계급과 보통 사람들의 커다란 반감을 샀다. 7ㆍ30 재보선을 염두에 둬야 하는 집권당 안에서 문창극에게 자진 사퇴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반대로 우파 일부는 문창극 사퇴가 ‘좌파 선동에 밀리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양쪽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난처함 속에서 박근혜는 지명 철회 대신 장막 뒤에서 문창극에게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문창극이 사퇴하고서야 박근혜는 우파를 의식해, “앞으론 부디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청문회에서 줘[야 한다]”고 무마하려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위신만 떨어뜨렸다. 인사 개편은 우파 정부답게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출발은커녕 운전수도 못 태우고 한달을 허비한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신경질이 난 우파는 ‘KBS가 [문창극의] 교회 강연을 짜깁기 왜곡보도 한 것이 문제’라며 속죄양 삼기를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도 문제 삼는다. 박근혜도 지금 차기 KBS 사장에 더 우파적인 노동탄압 전문가를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의 강점은 그가 ‘우파의’ 여왕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평범한 대중의 반감은 바로 그 점에 있다.
강점이 곧 약점인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박근혜의 그 유명한 ‘유체 이탈 화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파 공세를 펴려다가 반발이 크면 아랫것들 잘못인 양 살짝 후퇴했다가 다시 도발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김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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