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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체 의혹

'유병언 의혹' 풀어줄 핵심 5인, 숨거나 입 다물어… 수사 종결되나?

잠용(潛蓉) 2014. 8. 9. 14:00

‘유병언 의혹’ 풀 핵심 5인, 숨거나 입 다물어 
[시사저널 1294호] 2014.07.30  (수)  이규대 기자 | bluesy@sisapress.com     
 

차남 혁기씨와 측근 김필배·김혜경 해외 잠적… ‘김엄마’·운전사 양씨도 의혹투성이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도 그렇고,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유 전회장 사망 이후 검찰의 곤혹스러움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유 전회장이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및 계열사 횡령·배임 혐의 등의 ‘몸통’이었던 탓이다. 수사 전반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핵심 피의자를 법정에 세울 수 없게 되면서, 그래서 사실상 유병언 일가에 대해 제대로 된 사법처리를 하기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지금까지 유병언 일가에 씌워진 각종 혐의들, 그리고 유 전 회장의 ‘최후’에 관한 의혹까지 모두 산 자의 입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유 전 회장은 사라졌어도, 그를 둘러싼 수많은 물음표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관심은 유 전 회장의 가족 및 최측근에 집중된다. 특히 각종 ‘유병언 의혹’을 해소할 실마리를 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 인물 5인의 입과 향방에 눈길이 쏠린다. 5인 가운데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 등 3명은 아직 도피 중에 있고, 조력자로 알려진 최측근 2명은 검찰 조사에서 만족할 만한 진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키를 이들 핵심 5인이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했지만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생전의 유 전 회장(왼쪽)과 그의 사체가 발견된 전남 순천의 매실 밭. ⓒ 시사저널 최준필·KBS 화면 캡쳐


당초 검찰은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그룹 경영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보고 4월 말부터 출석을 요구했다. 대균씨는 이에 불응하고 잠적했으나, 유 전 회장의 죽음이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7월25일 검거됐다. 대균씨는 검찰 조사에서 “그룹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유 전 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의 보고를 받았다”며 자신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세월호 참사 전까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도 몰랐다면서 계열사 경영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혁기씨 등 3인, 해외 도피 장기화할 수도

현재 검찰 안팎에서는 대균씨보다는 차남 혁기씨가 ‘유병언 의혹’의 핵심 인물에 가깝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 전 회장의 측근들과 함께 계열사 비리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혁기씨는 유 전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꼽힌다. 대균씨가 조각가로 활동하며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온 반면, 그룹 경영 및 종교 지도자로서의 후계는 차남 혁기씨에게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구원파 교인을 대상으로 한 설교, 각종 종교 행사 등에 모습을 보인 것도 대균씨가 아닌 혁기씨였다. 검찰이 밝힌 유병언 일가의 횡령·배임 액수를 살펴봐도 혁기씨의 비중이 가장 크다. 혁기씨의 횡령·배임 혐의 규모는 559억원 상당이다. 1300억원대인 유 전 회장 다음으로 많다.

 

국내에서 도피를 계속했던 아버지나 형에 비해, 해외에서 도피 중인 혁기씨의 신원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혁기씨는 주로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종적을 감춘 만큼, 국내보다도 훨씬 더 행적을 추적하기 어렵다. 어렵게 그를 붙잡는다 해도 범죄인 인도 청구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등 송환 절차도 복잡하다. 우리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이미 도피했을 경우, 그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일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유병언 일가 비리의 실체와 관련해서는 마찬가지로 해외 도피 상태인 두 측근 인사가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는 계열사 자금을 유병언 일가에 빼돌리는 과정을 총지휘한 몸통으로 지목된다. 지난 3월 초까지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를 지내는 등 유병언 일가의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힌다. 유병언 일가 계열사 간 자금 흐름 및 경영 비리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을 유력 인사로 분류된다.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핵심 피의자다. 김 대표는 유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그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 주요 계열사 대표를 맡는 등 유병언 일가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검찰은 김 대표가 20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유 전 회장의 차명 재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으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검찰이 현지 당국과 공조해 미국 내 소재지를 파악했지만 이미 자녀들과 함께 잠적한 뒤였다.

 

해외 도피 상태인 차남 혁기씨와 김필배 전 대표, 그리고 김혜경 대표 등 3인은 모두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검거 작업이 일단락되면서 검찰의 수사력도 이들 검거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김엄마’와 운전기사 진술, 상식에서 벗어나

유병언 전 회장의 최후 역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시체 발견 일자가 6월12일보다 빨랐다” “발견된 시신의 키를 처음 측정한 수치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와 다르다” 등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유 전 회장의 사망 시점 및 최초 사체 발견 시점을 전후해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당초 유 전 회장 도피의 핵심 조력자로 알려진 ‘김엄마’ 김명숙씨,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이라 추정됐다. 그런데 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최근 잇따라 검찰에 자수한 후, 기대를 벗어나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수사 당국은 그 신빙성에 의혹을 품고 있다. 유 전 회장의 도피 당시 지근거리에서 움직였던 인물들치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당초 검찰이 도피 기획을 총괄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유 전 회장의 최후를 알고 있을 유력 인물로 꼽혔던 이유다. 하지만 7월28일 인천지검에 전격 자수한 김씨는 이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4월23일 유 전 회장이 경기 안성 금수원을 빠져나온 이후 5월 중순까지 금수원과 순천을 대여섯 차례 오가며 식사와 생활용품을 챙겨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월27?28일께 금수원에서 나온 후 운전기사 양회정씨의 아내 유 아무개씨와 계속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유 전 회장의 도피에는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이다.

 

운전기사 양회정씨의 진술도 석연찮긴 마찬가지다. 양씨는 검찰이 순천 별장을 급습할 당시 유 전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던 인물이다. 김명숙씨가 자수하고 하루 뒤인 7월29일 스스로 검찰을 찾았다. 양씨는 5월25일 당시 유 전 회장과 연락하지 않고 혼자 도망쳤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 별장 인근의 구원파 순천교회에서 잠을 자다 이곳을 찾은 검찰 수사관의 말소리를 듣고 전북 전주로 향한 후, 다시 금수원으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유 회장을 구하기에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양씨의 진술이다. 

 

구원파 측이 “10만 성도가 다 죽어도 유병언은 못 내놓는다”고 밝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도피 조력자들이 5월 말 이후 연락이 두절된 유 전 회장과 관련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숨어 지내기만 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수 직전 미리 말을 맞추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자수 경위까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이 이들을 핵심 도피 조력자로 판단했던 근거 중 하나인 통화 기록 역시 5월 말 이후 뚝 끊겼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유 전 회장의 최후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 또는 구원파 내부의 다른 인물에게 유 전 회장의 ‘뒷일’을 부탁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두 사람에게는 유 전 회장의 최후와 관련해 물어야 할 진실이 남아 있는 셈이다.



유병언 사망으로 ‘재산 환수’도 난항 예상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기 불과 하루 전인 7월21일, 검찰은 1054억원 상당의 유병언 일가 재산을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핵심 피의자들이 환수 대상 재산을 미리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 종결 전까지 처분이 불가능하도록 묶어둔 것이다. 총 1054억원 중 유 전 회장이 실소유한 재산은 63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세 자녀가 소유한 재산이다. 그런데 유 전 회장이 사망해 형사 기소가 불가능해지면서, 동결 재산 중 절반이 넘는 액수에 대한 추징 역시 어려워졌다. 자녀들 명의의 재산을 추징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자녀들이 죽은 유 전 회장에게 그룹 경영의 책임을 돌릴 경우, 검찰이 자녀들의 횡령·배임과 세월호 참사의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형사 기소를 통한 추징이 좌절되더라도 민사 소송을 통해서도 재산 환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국가가 유병언 일가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즉 사고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사고 수습 비용을 국고에서 미리 지급한 후 사고 책임자에게 이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민사 재판인 ‘구상권 청구 소송’을 통해 가능하다.

 

예상 비용을 4091억원으로 추산한 정부법무공단은 6월 말 유병언 일가 소유 재산에 대해 총 4031억원 규모의 가압류 신청을 냈다. 7월4일 법원이 이를 승인했다. 그런데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기존에 신청한 가압류는 일부 법적 효력을 잃었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24일부터 유 전 회장의 상속인들인 부인 권윤자씨 및 네 자녀를 상대로 9건의 채권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다. 재산 소유자가 사망해도 민사상 책임은 상속인에게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을 충분히 입증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