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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남북 진실공방] "천안함 책임 추궁"에 北, "우리도 할 말 많다"

잠용(潛蓉) 2014. 10. 18. 07:26

北 "황병서- 김관진 대화 요구했다"... 군사 접촉 진실게임

남북 ‘회담 주체’ 신경전

서울신문 | 입력 2014.10.17 03:27
 
[서울신문]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이 예정된 가운데 앞서 진행된 군사당국자 간 접촉의 '회담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둔 '탐색전'이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며 책임 소재를 놓고 향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는 16일 오전 북한이 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교전 직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명의의 전통문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낼 때 '긴급 단독 접촉을 갖자'는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전통문에 '긴급', '단독'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북한이 '황병서-김관진'의 직통 라인으로 직접 얼굴을 맞대는 회담을 원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오후 이 같은 우리 측 설명에 대한 반론 성격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성사 과정을 밝히는 내용의 '공개보도'를 통해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상호 총격 직후 김관진 실장에게 '각서'를 보내 "이번 사태를 수습할 목적으로 귀하와의 긴급 단독 접촉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북측이 8일 오전 1시 23분과 10일 오전 7시 10분에도 각서를 보냈다"며 "남측에서는 10일 오전 8시 25분에 긴급 접촉 요구에 응하겠다는 회답 전문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이날 당시 남북 간 협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다고 밝히자, 북한이 오히려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황병서-김관진'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는 것은 NLL에서의 남북 함정 교전을 북측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지전 수준의 교전이 자칫 불필요하게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김 실장과 단독 면담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더불어 군사당국자 접촉의 주체와 성격 등을 둘러싼 남북 간 이견이 향후 2차 고위급 접촉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군사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지나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의 의제에 대한 남북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지만 탐색전을 한 차례 마무리한 만큼 2차 접촉에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를 '진행형'의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서로가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는 인정하고 같은 점을 추구한다)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북, 군사당국자 접촉 '전말' 전격 공개
"이달 NLL 충돌 후 만남 촉구... 접촉 공개 요구, 남측이 거부"

경향신문 | 입력 2014.10.16 22:42 | 수정 2014.10.17 00:33 

 

“남, 세번째 만에 제안 수용… 당초 김관진 실장 원했지만 남쪽에서 대표 격 낮춰”
정부 “북한도 비공개 수용” 2차 고위접촉 무산될 수도

북한이 15일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의 전말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이번 접촉이 이뤄지게 된 경위와 경과, 회담 내용 등을 소상히 밝히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남측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번 접촉과 관련해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모두 폭로했다. 북한은 지난 7일 서해북방한계선(NLL) 충돌이 일어난 직후 남측에 긴급 접촉을 갖자고 처음 제안했으나 남측이 거부해 3차례나 '각서'를 보냈으며 결국 9일 만에 남측이 접촉에 응했다고 밝혔다. 또 북측은 당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남측이 격을 낮춰 '결론권도 없는'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대표로 내보내 자신들의 제안에 대해 남측이 아무런 견해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황병서-김관진 단독회담을 제의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다시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통신은 또 이번 접촉을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한 것도 남측이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북한이 원치 않아 공개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이어 "(남측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조건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의 전도가 위태롭게 됐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혀 이번에 논의된 NLL·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에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고위급 접촉이 무산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 김관진 실장에게 3차례 서한

북한은 지난 7일 NLL 충돌이 일어난 직후 김관진 실장에게 '각서'를 보내 긴급접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각서에서 북측 특사와 접촉 날짜, 시간, 장소까지 밝혔으나 남측이 이를 무시했으며 이에 8일 새벽 1시23분에 재차 접촉을 촉구하는 각서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10일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 간 총격전이 발생하자 북측은 3번째 각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11일 10시까지 남측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각서내용을 포함하여 전말을 공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1시간 만에 긴급 접촉에 응하겠다는 전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 군사적 충돌 방지방안 제시

통신은 북측이 15일 접촉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서해의 '예민한 수역'을 넘지 않으며, 고의적 적대행위가 아니면 공격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교전수칙을 수정하고 대화와 접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 불법어선 단속을 하는 쌍방 함정들이 약속된 표식을 달아 우발적 충돌을 막도록 하고 대북 전단 살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고 공개했다. 통신은 그러나 남측이 이 같은 제안을 NLL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오판해 제안 토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 남측이 먼저 비공개 요구

통신은 북측이 15일 접촉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남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우리는 공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으나 이에 대해 남측은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다"며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결실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 밑에 우리 측은 그에 동의를 해줬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어 남측이 오후 접촉에서 남측의 태도가 돌변해 "긴급 접촉이 벌써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되었다고 하면서 서해 해상 총격전과 전단 살포 문제를 취급하였다는 것을 보도하자고 하였다"고 밝혔다.

 

■ 정부, "고위급접촉 예정대로"

정부는 이에 대해 "15일 '비공개 군사당국자접촉'을 개최할 것을 제의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서 회담이 성사됐다"면서 "북측도 14일 대표단 명단 통보시 '비공개접촉'임을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또 양측 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당초 북측이 7일 통지문을 통해 김영철이 특사로 나올 것이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의 판문점 접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제2차 남북고위급접촉이 예정대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신모·이지선·황경상 기자 simon@kyunghyang.com>


北 계산된 몽니 + 南 전략부재... 군사접촉은 예고된 파탄
정부 시종일관 오락가락… 불신 키워

세계일보 | 입력 2014.10.17 21:17 | 수정 2014.10.17 23:44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이 파탄에 이른 데는 북측의 계산된 몽니 전략 외에 우리 정부의 전략 부재와 무능도 한몫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은 북한의 의도를 오판하고 남북협상을 밀실 뒤에서 요리하려다가 북한의 '전말 공개'라는 기습을 당했다. 북측은 비공개 약속을 지키려 한 NSC를 농락했다. 애당초 정부가 비공개 군사당국자 접촉 형식을 원했던 것은 NSC의 패착이었다는 지적이다.

 

 

◆ 비공개 약속 고수하다 뒤통수 맞은 정부
정부는 군사당국자 접촉의 언론 공개 여부와 회담 당사자에 대해 시종일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이번 회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민구 국방장관까지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정부는 군사당국자 접촉 당일인 15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군사회담 개최 사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 국방부 직원들은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우리 측 대표로 참석했다는 보도에 대해 "언론이 허위보도까지 한다"며 은폐에 나섰다. 이 시점에 한 장관은 국회 국방위 위원에게 군사당국자 접촉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군사당국자 접촉 성사 과정의 전말을 공개하면서 성과도 없이 끝난 접촉은 남북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비화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남북 간에 비밀리에 군사회담을 해서 성공한 걸 보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다.

 


[사진]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이 지난 4일 인천시 남동구 한 식당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대표와 오찬 회담을 갖기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남북회담 프로토콜 무시한 청와대 NSC
국방부와 통일부는 15일 군사당국자 접촉이 비공개로 이뤄진 경위와 관련, "북한의 비공개회담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접촉 성사 전말을 공개하자 국방부는 우리 측이 비공개 군사당국자 접촉을 먼저 제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말을 바꿨다. 남북회담 경험이 풍부한 북한 전문가는 "정부가 군사회담을 비밀접촉과 혼동한 것 같다"며 "접촉과 관련한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는 비밀접촉과 달리 군사회담의 경우 남북 당국 간 공식 회담이므로 회담 내용은 비공개로 하더라도 개최 사실은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판문점에서 열리는 군사회담을 비공개로 제의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 개최된 남북 군사회담 전례에도 이런 촌극이 빚어진 것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인적 구성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5년 만에 NSC가 부활했으나 대부분 외교부와 국방부 출신 인사로 채워져 남북회담의 기본적인 프로토콜조차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는 "다른 부처는 몰라도 통일부는 당연히 북한과 어떻게 회담을 준비하고 북한 주장이 어떤 의도인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통일부의 기능과 역할이 NSC에 녹아들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5·24 문제도 대화로 풀자고 언급한 상황에서 NSC가 북한의 NLL 도발 의도를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보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NSC마저 대통령 입만 쳐다보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외교안보 부실(不實)타워'로 전락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 정부, 뒤늦은 북한의 천안함 입장 공개
국방부는 17일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에서 북한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과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측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달라진 것이 없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은 귀(북)측에 책임이 있다'고 분명하게 전달했으나 (북측은) 전혀 입장 변화가 없었고 그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회담 직후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함구로 일관, 북측의 태도가 완화됐을 것이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정부가 오는 30일로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접촉 결과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민서 기자]

 

정부 對北협상, 戰略 없이 임기응변式...

투명성 원칙도 실종

조선일보 | 황대진 기자  | 입력 2014.10.18 03:01 

 

정부가 지난 4일 인천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과 15일 군사회담 과정에서 협상 원칙이나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남북 간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채 삐걱거리는 것은 북한의 잇단 도발적 공세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 말 바꾸기로 불신 자초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측이 비공개를 요구해 남북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이 16일 전통문을 공개하며 이를 반박하자, 국방부 당국자는 17일 "우리가 비공개로 하자고 했고 북에서 동의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대북 대화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점을 원칙으로 내세워 왔는데 이 같은 원칙이 이번에 흔들리게 된 셈이다.

 

정부가 북한의 긴급 군사회담 제의를 수용하게 된 경위도 논란이 됐다. 서해교전이 발생한 지난 7일 북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 간의 긴급 단독접촉을 제안하자 정부는 "NLL을 준수하면 된다. 향후 적절한 계기에 얘기하자"며 거절했다. 그러나 북이 10일 '최후통첩'이라면서 "그동안 보낸 전통문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자 1시간여 만에 "회담을 하자"는 답신을 보냈다. 북의 협박에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다만 국방부 당국자는 "1시간 만에 입장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이미 그런 내용으로 (전통문을) 보내려고 준비했는데 북이 전통문을 보내오니 그 김에 보낸 것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했다.

 

◇ 부처 간 의사소통 혼선

남북 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군사회담 창구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북측이 지난 7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명의로 우리 측 김관진 안보실장과의 단독접촉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기자들이 "황병서와 김관진 둘이서 만나자고 한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잠시 후 "긴급 단독접촉은 황병서·김관진 간 접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 수·발신 명의에 대한 표현이었다"며 "북측은 전통문에 황병서가 아니라 김영철을 특사로 명시했다"고 정정했다.

 

임 대변인은 17일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임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2차 고위급 접촉 시기에 대해 "우리 측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날인 13일 북측에 오는 30일 만나자고 제안한 상태였다. 일각에선 대북 협상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부분 군인·외교관 출신으로 채워지는 바람에 통일부나 국정원 등의 남북회담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부처 간 혼선이 잦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 조급한 대응이 대국 그르쳐

지난 4일 고위급 회담 이후 정부가 남북회담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당시 정부는 황병서 등에게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제의했지만 북측이 '정중히 거절했다'고 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좀 서둔다는 느낌"이라며 "감정적으로 속내를 다 드러내면서 접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우리가 대화에 목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 장기 전략도 부재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 접근을 한다고 했는데, 최근 남북회담을 보면 우리 정부가 일관된 전략이나 원칙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임기응변식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도 "북한은 우리 측과 만날 때 '5·24 조치와 금강산을 푼다. 핵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는 명확한 전략이 있는데, 우리는 회담의 목표와 전략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며 "회담 때마다 북한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다.

 

"천안함 북 책임"에 김영철 등 "우리도 할 말 많다" 반발
중앙일보 | 정용수  | 입력 2014.10.18 01:30 | 수정 2014.10.18 06:57  

 

정부 당국자가 밝힌 남북접촉 전말
"답신 준비 중 北 협박성 전통문우리가 접촉 거부했다는 건 거짓"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자 간 접촉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우리 정부가 반격에 나섰다. 당시 회담에 참석했던 정부 당국자가 17일 비공개 브리핑을 했다. 공방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먼저 정부 당국자는 "우리 측은 15일 기조발언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귀측(북)의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회담 내용을 밝히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면서도 "북한은 기존과 전혀 달라진 게 없이 원칙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우리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고 공개했다. 천안함 사건의 주역이라고 우리 정부가 지목하고 있는 김영철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나왔지만 사과 또는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남북 군사 당국자 간 접촉이 성사되기 전 북한이 황병서 총정치국장 명의로 모두 네 차례의 전화통지문을 보냈고, 우리 측은 두 차례 전통문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수석대표로 선정된 데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국방부 정책실장이 김영철 북한 측 대표(정찰총국장)의 상대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영철 총국장을 특사로 보내면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단독접촉(일대일 만남)을 요구했지만 격(格)을 맞췄다는 뜻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에서 "국방부 정책실장을 내보낸 것 자체가 북남대화에 대한 일종의 우롱이고 모독"이라고 비판했었다. 군사 당국자 간 접촉에 통일부의 '넘버 3'인 김기웅 정책실장이 참석한 데 대한 의문도 풀렸다. 정부 당국자는 "군사회담이지만 남북관계 전반, 안보 전반을 다뤄야 한다. 그만큼 중대한 회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 왜곡이라고 반박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전통문을 통해) 비공개를 제안했고, 북측도 이에 동의했다"며 "북측이 보낸 전통문에도 '비공개접촉 참가자 명단'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접촉이 비공개가 된 건 "북한이 단독 접촉을 요구한 데다 서해교전과 같은 엄중한 사안이 논의될 수밖에 없었고,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둔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긴급접촉 제안을 무턱대고 거부했다" "전통문 내용을 공개하겠다(10일 전통문)고 최후통첩을 하자 1시간 만에 긴급 접촉에 응하겠다며 황급히 회답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은 지난 7일 발생한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의 교전과 관련해 긴급히 논의하자는 것이었다"며 "북한이 두 차례나 정중히 제안한다고 해 관련 부처와 협의한 뒤 회담에 응하겠다는 답신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협박성) 전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1시간 만에 협의를 마치고 전문을 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했다. 접촉에 참여한 당국자를 내세워 해명을 할 만큼 10·15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은 만나기 전보다 만난 뒤의 모양새가 사납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의 끈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긴장 완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합의한 대로 예정대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