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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복지

[70대의 사부곡]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평생 처음 쓴 사랑편지

잠용(潛蓉) 2014. 12. 2. 19:12

'먼저 가신 당신… 사랑합니다, 당신의 할망구가'

SNS 울린 '까막눈' 할머니의 노란 편지,
[부산일보] 2014-12-02 10:55 수정 2014-12-02 11:32: 
 

        
▲ 이금옥 할머니의 노란 편지.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할머니가 쓴 '노란 편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울려 퍼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50여 년을 함께 하고 먼저 떠난 남편에 띄운 편지엔 어떤 기교도 없고, 맞춤법이 틀린 구절도 있다. 하지만 담담하게 써 내려간 짧은 편지에 짙은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70대 할머니 사부곡 구구절절… 늦게 배운 한글로 첫 편지 
페이스북 "짠하다" 잇단 댓글

지난달 중순 어느 새벽 남구 우암동에 사는 이금옥(71) 할머니는 잠을 깼다. 늘 옆자리에 있던 남편의 공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편은 두달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허전함에 한참을 울던 할머니는 펜을 들었다. 산골 출신인 이금옥 할머니는 사실 '까막눈'이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을 몰랐지만 사는 게 바빠 글을 배우겠다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남편의 권유로 무료 한글 교실에 다니고 있다. 이금옥 할머니는 노란 편지지에 '먼저 가진 영감님에게 첫 편지'라는 제목부터 적었다. 이 글은 할머니가 글을 배우고 처음 쓰는 편지이기도 했다.

 

"당신이 가신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 … 21살에 당신을 만나 53년 만에 당신을 보내고 나니 너무너무 허전합니다. 나는 항상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먼저 가신 것이 정말 믿을 수 없군요. 내 마음 같으면 당신 있는데 날마다 가고 싶은데. … 다음에 만날 때까지 편히 쉬세요. 평소에 못한 말 지금 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당신의 할망구 이금옥."

 

이 편지는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는 지역 사회복지 시설 '양달 마을 행복센터'에 전시됐다. 순찰 중 이곳에 들른 한 경찰관이 전시된 글의 사진을 찍었고, 부산지방경찰청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페이스북의 편지 사진엔 1만 4천여 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20대 전후의 젊은 페이스북 이용자들도 "눈물이 난다", "짠하다 T.T" 같은 댓글을 달았다. 

 

어떤 누리꾼은 "부부싸움을 했는데 아내한테 미안해진다. 오늘 사랑한다고 말하겠다"고 했고, 다른 이는 "먼저 아버지를 보낸 우리 어머니가 생각난다. 말은 안 하셔도 얼마나 그리우실까"라고 답했다. SNS에서 '할머니의 노란 편지'가 회자되자 이금옥 할머니는 "둘이 덤덤하게 살았는데 보내고 나니까 너무 허전하고, 더 잘해 줄 걸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부끄러워 못했는데 우리 '할배'한테 사랑한다는 말은 남겨야 되겠다 싶어서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순찰 경찰 울린 까막눈 할머니의 첫 편지
[국민일보] 2014-11-28 02:57 

 

“평소에 못했던 말 지금 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친절한 쿡기자] 한 장의 편지(사진)가 인터넷을 울렸습니다. 글 솜씨가 화려하지도 내용이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또박또박 적힌 글씨에 글쓴이의 진심이 가득 담겼을 뿐입니다. 이 편지는 부산경찰이 2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것입니다. 27일 다시 편지가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지며 화제가 됐습니다. 부산경찰이 올린 사진에는 ‘까막눈 할머니가 한글을 배워 처음 쓴 편지’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우암동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이 양달마을 행복센터에 전시된 편지를 보고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는군요.

 

편지를 쓴 주인공은 이금옥(72) 할머니입니다. 이 할머니는 한 달 전 사별한 남편을 생각하며 노란 도화지에 서툰 글씨로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 스물한 살에 만나 오십삼년 만에 당신을 보내고 나니 너무 허전하네요.’

 

편지에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먼저 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당신 있는 곳에 매일 가고 싶지만 혼자 갈 수 없어 일주일마다 자식들 오길 기다린다”고 적었습니다. 끝에는 평소 잘 하지 못했던 말도 덧붙였네요. “여보 사랑합니다.”

 

편지는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습니다. “편지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한 줄 한 줄이 감동”이라는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할머니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글을 모른 채 평생을 살았어요. 행복센터에 한글교실이 생겼다고 해서 참여했죠”라면서 “내 이름도 쓰지 못해 병원이나 은행갈 때 불편한 게 많았어요. 이제 긴 편지까지 쓸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주 네 번 수업을 듣는데 몇 년을 배워도 아직 글자를 확실하게는 몰라요”라고 겸손해 했습니다.

 

편지는 최근 생각나는 걸 적어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따라 써 본 것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울적한 마음을 글로 옮기신 거죠. 자식들이 출가하고 두 분이 지내셨는데 이제 홀로 남았습니다. 행여나 할머니가 울적해하실까 걱정됐지만 괜한 생각이었습니다. 센터에는 이금옥 할머니처럼 글을 배우는 분들이 30명 정도 더 계시는데 할머니는 평소 그 분들과 즐겁게 지내신다고 하네요. 실제로 할머니와 통화하는 사이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왔습니다. 50여년을 묵힌 시심(詩心)으로 인터넷을 감동시킨 할머니에게 항상 행복한 일만 생기길 기원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Passacaglia' - Secret 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