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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지혜

[상식] 왕따와 치매 부르는 TV

잠용(潛蓉) 2015. 7. 23. 09:28

왕따·치매 부르는 TV
국민일보 | 성기철 논설위원  | 입력 2015.07.23. 00:10 | 수정 2015.07.23. 00:11 

 

 

나는 TV 보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결혼할 때 처가에서 장만해주는 혼수품에서 TV수상기를 제외했을 정도다. 지금도 소문난 드라마나 시사교양프로 한두 개를 빼면 관심 밖이다. 특히 습관적으로 틀어놓는 걸 딱 싫어한다. 그런데 최근 지인 4명과의 식사자리에서 3명이 집에 TV가 없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보다 TV를 더 멀리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지?’

 

TV는 보도, 교육, 오락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현대문명의 이기(利器)임에 틀림없다. 설거지를 마무리한 주부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아침 드라마를 즐기는 행복감, 학원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고교생이 오락프로에 빠지는 편안함은 TV만이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다. 하지만 TV 시청에 따른 폐해 또한 작지 않다. 소통, 독서, 운동을 결정적으로 방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년째 TV를 보지 않는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TV를 끄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라. 가족과 식사할 때는 대화에 방해되므로 TV를 끄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TV가 대화단절의 주범임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평일 1시간53분, 공휴일 2시간51분이다. 이에 비해 10분 이상 독서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단다. 독서시간을 빼앗는 주범 또한 TV라 해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과도한 TV 시청은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특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시력 저하는 기본이고, 유방암 자궁암 골수암 발생 빈도를 높인다. 거기다 엊그제는 영·유아 때 TV를 많이 보면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왕따’ 당할 가능성이 있다(미국 소아과학회), 젊은 시절 TV를 너무 많이 시청하면 치매 가능성이 높아진다(노던캘리포니아 교육연구소)는 연구결과가 공표됐다. 이래도 TV 앞에 넋 놓고 앉아 있을 것인가?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