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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어머니 영상시] '어머니가 앉은 세상에 내가 서 있다' - 임채화 작

잠용(潛蓉) 2015. 9. 4. 08:20

 

'어머니가 앉은 세상에 내가 서 있다'

임채화 작 / 낭송 서수옥

 

아침 햇살에

선잠 깬 겨울 바람의 맛은
낯익은 냉장고에

버티고 서 있다.

부엌은

허리 펼 날 없이 분주하고
입 벌린 일손이 침을 삼킬 때 쯤
엄마 손은

허기진 속을 채워준다.

삼시 새끼

매일 조금씩 다른
낡은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의 모습
그녀는

까스불에 고독의 불을 켰다.

매일 딸에 이름을 부르며
어린시절 어머니가 부르던

그녀를 만나듯
티없이 순한 눈빛
어린아이처럼

여린 감수성을 지닌 엄마였다.

지금도

그녀 몸에 기댄 사랑스런 딸들
엄마 허리 끌어안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세월
그녀의 부엌도 함께

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