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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어머니 영상시] '어머니의 가방' - 김부조 작

잠용(潛蓉) 2015. 9. 4. 06:32

 


'어머니의 가방'

(김부조 작 / 낭송 서수옥)

 

그날,

낡은 무릎을 달래가며 어머니가

노인정을 다녀오셨다.

 

연한 갈색 지팡이와 이웃한

작은 꽃무늬 가방 속에

고단한 생각들을 잘게 접어넣은 채

가벼운 얼굴로 다녀오셨다.

 

자잘한 삶의 숙제를 꼼꼼히 풀어가듯

읽고 또 읽어

마침내 신문지가 된 신문과

날마다 어머니가 편들어 우쭐해진

아들의 시집 몇 권

그리고 이제는 날짜마져 희미해진 일기장...

 

그 인연들과의 버릴 수 없는 무게가

그날도 가방 속에서 연신

어머니를 담금질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거운 얼굴의 나는

어머니의 그 가방에 낯뜨거울 만큼

너무 오래 텅 빈 가방으로만 떠돌고 있어

 

그날,

어머니가 가벼운 얼굴로

다녀오시던 그날...

 

무거운 얼굴을 버리지 못한 나는

그 가방 앞에서 서둘러

종아리를 걷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