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가방'
(김부조 작 / 낭송 서수옥)
그날,
낡은 무릎을 달래가며 어머니가
노인정을 다녀오셨다.
연한 갈색 지팡이와 이웃한
작은 꽃무늬 가방 속에
고단한 생각들을 잘게 접어넣은 채
가벼운 얼굴로 다녀오셨다.
자잘한 삶의 숙제를 꼼꼼히 풀어가듯
읽고 또 읽어
마침내 신문지가 된 신문과
날마다 어머니가 편들어 우쭐해진
아들의 시집 몇 권
그리고 이제는 날짜마져 희미해진 일기장...
그 인연들과의 버릴 수 없는 무게가
그날도 가방 속에서 연신
어머니를 담금질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거운 얼굴의 나는
어머니의 그 가방에 낯뜨거울 만큼
너무 오래 텅 빈 가방으로만 떠돌고 있어
그날,
어머니가 가벼운 얼굴로
다녀오시던 그날...
무거운 얼굴을 버리지 못한 나는
그 가방 앞에서 서둘러
종아리를 걷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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