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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어머니 영상시] '어머니의 뒷모습' - 김부조 작

잠용(潛蓉) 2015. 9. 4. 07:41

 

'어머니의 뒷모습'

(김부조 작 / 서수옥 낭송)

 

어머니의 뒷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뒷 모습은
치열한 삶 속에
은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뒷 모습을

나는 보려 한 적이 없다
어머니의 뒷 모습은
고단한 삶의
일기장이었기 때문인다.
 
치열했던 삶도
고단했던 삶도
두터운 위장막(僞裝幕)이 걷히고
어머니는 숨죽이며
줄어든 뒷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의 뒷 모습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억울한 뒷 모습은
빛바랜 세월의 몫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2011년 이른 봄날에 첫 시집을 낸 뒤로 침묵에 감사하며 살았다. 열린 세상을 향해 닫혔던 귀를 열었으니 오로지 듣는 일에 충실하면 되었다. 나의 내면을 첫 시집으로 들키고만 수치스러움도 한 겹 더 거들고 나섰다. 겁 없는 항해는 그만 지양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하나의 계절이 더 지워질 무렵, 세상의 육중한 문은 닫히고 나의 얇은 귀도 더 이상 열려 있지 않으려 했다. 말끔하리라 여겼던 나의 밑바닥에선 어느새 새로운 이끼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외면할 수 없는 축축함과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건조를 위한 몸부림이었으리라.


이제, 그리움의 다른 이름으로만 자리매김하셨던 어머니와의 해후, 볕이 좋은 날과 서먹한 날의 마중, 오래된 안경점 앞에서의 막연한 기다림, 그리고 땅거미 지는 백사마을에서의 허전함까지 버무려 두 번째 고백을 자청하게 되었다.  나의 침묵에 버금가는 침묵으로 눈감아 준 고요의 숲과, 바람 없이도 날아오르던 새들, 그리고 곡선의 비밀을 누설해 준 강물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첫 시집에 이어 소중한 발문(跋文)을 기꺼이 주신 함홍근 은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권기만 시인이 던진 가슴 뜨끔한 메시지를 다시 꺼내 읽어 본다.


‘함부로 시인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다가 안 되면 결국 가짜 시인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비 시인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래서 참다운 상상력을 만나는 일이 쉽지가 않다. 혼선이고 뒤죽박죽이고 지루하고 무겁다. 유명하다는 시인들이 더 시대정신이 없다. 더 시대를 앓지 않는다.

 

<김부조 제 2시집 '어머니의 뒷모습' 서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