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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통일 세미나] 한반도 통일 비용보다 '분단 비용'이 훨씬 커

잠용(潛蓉) 2015. 11. 4. 18:38

美 LA서 '한반도 통일 세미나'... "분단 비용이 훨씬 커"
연합뉴스 | 입력 2015.11.04. 15:00

 

통일방안·통일비용·주변국 역할 등 심도있는 토론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한·미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의 랜드연구소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학술 세미나'에서 남북한 통일과 통일비용, 주변국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미국 측에서 랜드연구소·헤리티지 재단·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한국학연구소 한반도 정책 전문가와 선임연구원들이, 한국 측에서는 통일부·세종연구소·아산정책연구원 관계자들이 각각 패널로 참석했다.

 



전날 비공개 세미나에 이어 이날 공개 세미나에서는 한반도 통일방안과 한국의 역할, 통일비용, 북한 엘리트 집단 포용 등 다양한 주제가 심도있게 다뤄졌다.

 

◇ 한반도 통일방안과 통일비용 =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며 "통일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지만, 독일 사례에서 보듯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통일 후)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베넷 연구원은 "한국 국민이 통일비용을 걱정하고 있지만, 분단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통일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돼야 한다"면서 "통일이 이뤄지면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필요하며, 수십 년간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에는 소프트 랜딩과 하드 랜딩이 있는데, 소프트 랜딩은 점진적 화해와 개혁을 통한 통합"이라며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의 호전성으로 미뤄볼 때 소프트 랜딩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따라서 한반도 통일은 하드 랜딩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정권의 붕괴 등 극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부연했다.

 

데이비드 강 USC 교수는 "한반도 통일과 독일 통일을 비교하는 접근은 당연한 것이지만, 바람직한 사례는 아니다"면서 "동서독 통일과 남북한 통일은 실제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일에 앞서 전환기적 정의 실현과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통일 과정에서 난민캠프 설립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 '통일의 변수' 북한 엘리트 집단 =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사회를 이끌고 있는 엘리트층이 통일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북한 엘리트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최 부원장은 "북한 엘리트층에 통일이 되면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점과 통일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 엘리트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엘리트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충성하는 매파인 당 간부와 기능적 사고를 하는 테크노크라트, 군부 등 세 부류로 나누면서 "군부가 구 소련의 사례에서 보듯 개혁 집단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양은철 세종연구소 부소장도 "북한 정권의 불확실성은 엘리트 그룹의 배신에서 비롯된다"면서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한 고위 관료들의 상당수는 배경이나 집안이 좋은 엘리트층"이라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면서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기아 문제가 개선된 데다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전력사정이 나아졌으며, 장마당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라고 밝혔다. 양 부소장은 "북한의 경제가 발전하다면 그것은 한국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북한 경제가 성장한다면 통일 비용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한반도 주변국들의 역할과 입장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통일에서 일본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본 역할론'을 역설했다. 그는 "일본은 한반도 통일에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미국은 일본없이 한반도를 방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집단 자위권이 일본의 군국주의를 부추긴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한반도 안정과 통일을 원한다면 일본과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게 국익의 관점에서 옳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과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특별한 통일 시나리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진핑 주석의 입장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명시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통일 후 중국의 변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복잡한 계산과 레드 라인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코벨 연구원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거나 북한내 정변이 일어난다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북한 정책을 둘러싸고 전임자들과는 약간 시각이 다르다"면서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6차례 만났지만 아직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서 질적인 차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질적 차원으로 도약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일은 점진적, 단계적, 평화적으로 추구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국제적 차원에서는 통일 한국이 되더라도 동북아시아에서 여전히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통일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