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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남북 당국회담] '민족 통일방안은 없었고 정권유지 대결만 있었다'

잠용(潛蓉) 2015. 12. 13. 10:10

南北 차관급 회담, 2007년 '장관급 회담' 판박이?
뉴스1 | 서재준 기자  | 입력 2015.12.11. 17:57


두 차례 모두 南 '답설야중' 한시 인용,
北도 "겨울이 없는 북남관계" 화답
남북관계 어려움 속 정례 채널 복구 타이밍이라는 점도 비슷

(개성 공동취재단=뉴스1) 서재준 기자 = 11일 개성공단에서 진행되는 1차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은 지난 2007년 열린 제20차 남북 장관급 회담과 여러면에서 '판박이'라는 흥미로운 평가가 나온다. 이날 회담에 우리측 수석대표로 임한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오전 첫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진 '답설야중(踏雪野中)'이라는 제목의 한시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답설야중'의 내용은 '첫 눈이 내린 들길을 갈 때 뒷사람이 이정표를 삼을 수 있게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대표 전종수 조국 평화통일 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왼쪽)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5.12.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황 차관은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말했다. 이 시는 지난 2007년 2월27일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이 인용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와의 첫 환담에서 이 시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의 언급은 2006년 7월 19차 장관급 회담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 등으로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어렵게 재개된 남북대화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 전 장관이 당시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남북대화를 정상화시키고 이를 정례화·제도화하는 것이 1차적 목표였다"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당시 남북관계와 현재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상황과 평가는 상당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례적 채널을 복구하는 타이밍이라는 것은 당시와 지금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날 황 차관의 발언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기록하고 있는 '남북회담 주요 발언집'에 이 전 장관의 '답설야중'도 기록돼있다는 점에서 황 차관이 일부러 이 시를 골라 회담에 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측 수석대표의 발언 내용도 당시와 지금이 닮았다는 점 역시 재밌는 부분이다. 당시 권호웅 참사는 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자연의 해빙기가 북남관계의 해빙기와 절묘하게도 이번 회담과 일치되는 계절에 진행된다"며 "계절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의미가 깊은 회담"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권 참사는 또 "유감스럽게도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이 북남관계에 존재했다"면서 "북남관계사업 하는 쌍방 대표들이 민족 앞에 면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북측 단장으로 회담에 나선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국장도 모두발언에서 "겨울이니까 날씨는 찬데 바깥날씨가 어떻든 북남이 만나서 오래간만에 풀어가자"며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전 부국장은 이어 "본격적인 북남관계를 푸는 회담은 이제 시작"이라며 "그간 불신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장벽은 더 높아졌는데 우리가 장벽을 잘 허물어서 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남북은 제20차 장관급 회담 당시 공동보도문을 통해 Δ제5차 이산가족 화상상봉 Δ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재개 Δ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대북 쌀지원 및 비료지원 재개에 대한 원론적 합의도 달성하는 등 당시 제20차 장관급 회담은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seojiba@]

 

남북 차관급 회담 결렬... '금강산 관광'에 발목 (종합)

이데일리 | 장영은  | 입력 2015.12.13. 02:13 | 수정 2015.12.13. 02:14 
 

우리측 4가지 의제 제시..北, 금강산관광 재개 집중적으로 제기

南 금강산 관광 따로 논의하자 제안했으나 北 "금강산 문제 선결해야"

北 "금강산 관광 재개하면 이산상봉 가능하다" 제안

첫번째 당국회담 의제 설정조차 못하고 공전만 거듭

[개성 공동 취재단=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박2일 동안 진통을 겪은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금강산 관광에 발목이 잡혀 결렬됐다. 양측이 제시한 의제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남북 모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의제 설정 단계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12일 회담이 열린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11일부터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를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동취재단] 11일부터 1박2일간 개성공단에서 진행된 1차 남북 당국회담에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여한 황부기(오른쪽)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단장.
 

◇ ‘금강산 관광 재개 선결’에 막혀 공전한 회담

황 차관은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은 금강산관광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주장했다”며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를 우선적으로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황 차관은 “우리측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그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이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했다.

 

우리측은 북측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따로 떼어 후속 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 북측이 금강산 재개 문제에 대한 합의 없이는 다른 협상도 없다는 ‘벼랑 끝 전술’로 나오자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개별 회담 시간이 짧았던 점도 이를 증명한다. 이틀 동안 남북은 전체회의 한번, 수석대표 접촉 5번 등 총 여섯차례 머리를 맞댔다. 회담 시간은 11일 오후에 진행된 첫번째 수석대표 접촉(오후 6시3분~오후 7시15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분 안팎이었고, 북측이 회담 결렬을 통보한 마지막 수석대표 접촉은 5분에 불과했다.

 

황 차관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선 북측이 관광객 신병안전과 재발방지, 재산권 회복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먼저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해 먼저 이러한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등 다른 사안도 논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일체 협의에 호응해 오지 않았다”고 했다.

 

◇ 시작 전부터 예고됐던 ‘진통’… 차기 회담 일정도 못 잡아

이에따라 양측은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하고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 종료를 선언했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시할 것이라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태도면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강경했다. 북측은 회담 내내 합의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우선 합의해야 우리측이 제시한 4가지 의제는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조건인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 사업자 재산권 보호 등을 다루는 추후 협의에 임하겠다는 이야기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을 3~4월에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서는 그동안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서로 교환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물러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월요일에 다시 회담을 지속하자는 제안을 북측에 건넸으나 북측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더 이상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덧붙였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남북 당국회담, 시작은 '화기애애'... 평행선 대치끝에 결렬
연합뉴스 | 입력 2015.12.12. 23:10 | 수정 2015.12.12. 23:18  
 

개성서 1박2일 이례적 '숙박회담'…대화 모멘텀 이어가려는 의지

(개성=연합뉴스) 공동취재단 황철환 기자 = 11~12일 개성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양측 대표단은 현지에서 숙박까지 해가며 합의점을 모색했으나 결국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번 회담은 보기 드물 정도로 처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11일 오전 9시 53분(평양시간 오전 9시 23분)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 회담 결렬 소식 전하는 황부기 수석대표 (개성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남북당국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12일 오후 북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회담 결렬 소식을 브리핑하고 있다. 2015.12.12 photo@yna.co.kr

 

 

↑ 악수하는 남북당국회담 대표들 (개성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1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악수하고 있다. 2015.12.11 xyz@yna.co.kr

 

미리 나와 있던 북측 대표단은 "반갑습니다"라며 남측 대표단과 악수를 했고, 양측은 각자 대기실로 발길을 옮겼다. 북측 대표 중 한 명인 황철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연락관 2명과 함께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우리 대표단을 맞으러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전 10시 40분께 시작된 첫 전체회의에서도 양측 수석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 "좋습니다.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 곬(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갑시다"라며 밝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양측 수석대표의 기조발언과 함께 회담이 본론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남측은 전면 생사확인·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등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선 핵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북측은 "핵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대화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남측이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역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였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등 다른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며 일절 협의에 호응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황 차관은 12일 회담 종료 직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이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문을 먼저 넣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양측은 첫 전체회의후 7시간이 넘도록 전략회의 등을 가진 뒤 11일 저녁 두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애초 하루였던 일정을 1박 2일로 연장했다. 밤샘 회담이나 출퇴근 대신 현지에서 숙박하며 회담을 이어가는 것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양측 모두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양측 수석대표는 12일 오전 10시 40분과 오후 3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접촉을 갖고도 끝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북측은 결국 이날 오후 6시 20분께 수석대표 접촉을 요구한 뒤 "남측이 금강산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더 이상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측 대표단은 오후 8시 전후 우리 측보다 먼저 회담장이 있는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