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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협상

[위안부 협상] 피해자가 받을 건 '보상' 이 아니라 '법적 배상'

잠용(潛蓉) 2015. 12. 29. 20:26

[유레카] “배상은 아니다” / 정남구
한겨레 ㅣ 2015-12-29 18:52

 

보상과 배상은 뜻이 다르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따라 재산권에 부과된 특별한 손실에 대하여는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했고, 제29조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요약하면 적법한 행위를 하면서 입힌 ‘손실’에는 ‘보상’을, 위법·불법 행위로 입힌 ‘손해’에는 ‘배상’을 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보상과 배상을 우리처럼 구별해 쓴다. 그런데 ‘갚을 상(償)’ 자를 쓰는 ‘쓰구나이’란 단어는 두 가지 뜻으로 다 쓰인다. 일본은 199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쓰구나이킨(金)’을 피해자들에게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피해자 할머니는 대다수가 거절했다. 일본 정부도 돈을 보탰으나, 기금은 어디까지나 민간이 모은 돈이었다.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판단에서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위안부’ 문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이 써오던 ‘도의적 책임’에서 ‘도의적’이란 표현을 뺐다. 그렇다고 법적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기시다 외상은 일본 정부 예산에서 재단에 내기로 한 10억엔에 대해 일본 기자들에게 “배상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조직적인 ‘위안부’ 동원이 전쟁범죄였음을 분명히 하지도 않았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했지만, 기시다 외상은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미래의 아이들이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제 다 사죄했고 용서도 받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피해 당사자가 하지 않은 용서를 누가 했다는 말일까? 한국 정부가?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