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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념

[황우여] '(모든) 교과서는 헌법가치를 지켜야'(?)… 그러나 국정화 그 자체가 '자유와 다양성'의 민주헌법 가치 침해

잠용(潛蓉) 2016. 1. 12. 18:58

황우여

"교과서에 헌법가치 훼손 불순한 동기 용납 안돼"
연합뉴스 | 2016/01/12 16:20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연합뉴스DB)


1년5개월 교육부장관 퇴임… ' 교육 출발선상 평등' 강조
(세종=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2일 이임식을 끝으로 1년 5개월간의 교육부 생활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갔다. 황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 내내 재임 중 성과를 강조하기보다는 교육현안들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현안을 차질없이 해결할 것을 교육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우선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헌법 가치의 절대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불순한 동기도 용납돼서는 안 되며 이는 특히 교과서를 만들 때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이유로 교과서 발행 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키로 결정한 데 대한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부총리는 "교실에 들어서는 자는 모두 기성의 옷을 벗고 오로지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교육에 대한 헌법 가치를 지키겠다는 맹세를 하고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은 오로지 교육을 위해서만 행해져야 하고 교실을 오염시키는 여러 개인적 신조는 오로지 대한민국의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에 의해 걸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문제와 관련해서는 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이른바 '유보통합'을 잘 매듭지어 달라고 당부했다. 황 부총리는 "교육의 '출발선상의 평등'은 그 무엇보다 강조돼야 한다"면서 "출발선상에서 벌어진 작은 각도가 그 끝으로 갈수록 얼마나 크게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개혁에 대해서는 "대학의 개혁은 대학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면서 "자유로운 대학의 토양에서 창의와 변화의 회오리바람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총리는 또 "직업은 단순한 재화의 획득수단이 아니라 생을 구현하는 텃밭인 만큼 교육의 초점은 각자의 텃밭을 갖도록 하는 일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교육구조 개편을 강조했다. 후임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7일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치고 대통령 임명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zitrone@yna.co.kr]


헌법학자들

"국정화로 헌법가치 구현? 국정화 자체가 헌법 위배"
한국일보ㅣ김민정 기자ㅣ2015.10.20 17:39 수정 2015.10.20 22:48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여당의 '국정화 홍보논리' 비판 … 국정화,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나
헌법 명시 교육의 자주성·정치중립성 위배… 법률도 아닌 장관 고시로 흔들어
뉴라이트 사관은 헌법 전문 정신 훼손

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헌법 가치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국내 주요 헌법학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 일”이라며 “헌법이라는 단어를 오 남용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20일 본보와 통화한 한국헌법학회(학회장ㆍ박종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속 헌법전공 교수 5명은 전원이 국정 교과서 도입이 대한민국 헌법 조항 및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응답했다. 한국헌법학회는 헌법 전공교수와 헌재 연구관 등 헌법 관련 실무자 대부분이 회원으로 가입된 헌법관련 국내 최대 연구단체다

 

정부에 따르면 ‘헌법가치’는 새로 쓸 국정 역사교과서의 핵심가치다. 교육부는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국정교과서 홍보광고에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에 충실하게 만들겠다”는 문구를 넣었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헌법가치를 구현하는 올바른 교육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은 헌법상 기본 원리인 ‘자유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는 독재에 반하는 개인의 인권 존중을, ‘민주주의’는 가치관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의미한다”며 “자유 민주주의를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반대된다는 뜻이라는 등 어떤 고정적인 질서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헌법을 완전히 오독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가가 정한 하나의 관점을 강요하는 국정 교과서는 헌법이 정한 자유 민주주의에 대척점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여당은 그간 헌법상 ‘자유 민주주의’정신을 담아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해왔다

 

헌법학자들은 국민의 교육권을 명시한 헌법 조항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방 교수는 “헌법 제 31조 6항에 교육의 자주성ㆍ정치적 중립성 등이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는 내용이 적시 돼 있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규칙보다도 낮은 수준의 장관 고시로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통째로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ㆍ인정을 통과한 다양한 교과서 중 하나를 채택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일부 학자들만 국정교과서를 집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는 뉴라이트 사관은 1919년 수립돼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의 거점이 됐던 상해 임시 정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정신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선택 교수는 “헌법 정신과는 무관하게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역사가 축소되고 건국이후 산업화의 역사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국정화 홍보논리로 ‘헌법가치’를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국 언론인들도 이미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6일 외신 기자를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새로 만들 교과서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토대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 시장경제는 선택의 자유가 핵심인데 정부의 역사 국정화 추진은 오히려 이와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외신 기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