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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수사] 조직적 증거인멸·짜맞추기… 제대로 밝혀낼까?

잠용(潛蓉) 2016. 10. 31. 08:05

영국 거쳐 온 최순실, 공항서 검은 양복 4명에 둘러싸여 잠적
조선일보 | 조백건 기자 | 입력 2016.10.31. 03:08

 

[최순실의 국정 농단]

언론 피하려 일요일 아침 들어와.. 검찰, 13시간 지나서야 "소환"

딸은 獨에 두고 캐리어 하나든채 자동입국 심사대로 은밀히 입국

"하루만 시간 달라" 요청하기도

검찰은 최순실(60)씨가 국내로 들어온 지 13시간여가 흐른 30일 오후 9시쯤 "최씨를 내일(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당초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최씨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소환 조사는 언제 할지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검사장)은 이날 티타임에서 "(귀국하라고 요청하지 않았는데) 최씨가 갑자기 귀국한 것"이라며 "수사 단계를 건너뛰고 최씨부터 소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최씨 쪽 의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들어 '최씨를 당장 체포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정치권도 일제히 같은 요구를 하자 검찰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을 좌지우지한 사람이다. 재단 돈을 불법적으로 유용하거나 해외로 가져 나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압수 수색할 당시 영장에 혐의를 '횡령'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문제보다 더 심각한 최씨의 혐의는 이른바 '국정 농단' 문제다. 최씨 손에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뿐 아니라 현 정부의 인사 자료, 외교 안보 보고서, 개발 자료 등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최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창조 융성 관련 예산을 주물렀다는 의혹과 문화·스포츠계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국정 농단'에 개입한 청와대·정부 인사들을 찾아내고 처벌할 계획이다. 최씨는 청와대의 국정 농단 전모를 규명하는 데 일종의 징검다리인 셈이다.

 

한편 이날 최씨의 귀국 과정을 놓고 법조계에선 "007 작전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최씨는 애초 승마 선수인 딸 정유라(20)씨와 함께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가 비행기를 탄 곳은 바다 건너 영국의 히스로 공항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뮌헨 공항에서는 한국에서 날아간 취재진과 현지 특파원 등이 최씨 모녀와 인터뷰하기 위해 상당 기간 진 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는 엉뚱하게도 영국에 있었던 것이다. 최씨는 전날인 29일 밤 브리티시에어웨이 여객기 편으로 영국을 출발해 11시간 비행 끝에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최씨는 귀국 사실을 사전에 검찰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는 입국 시 통보 대상이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탄 뒤에야 알았다"고 했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 체포영장 등은 청구하지 않은 상태여서 귀국한 최씨가 공항에서 검거되지 않았다.

 

검찰과 인천공항 등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입국할 때 법무부 직원과 대면 접촉하지 않는 자동 입국 심사대를 이용했다.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으로 입국 절차를 밟았다. 그가 들고 온 짐은 기내(機內)에 갖고 탈 수 있는 캐리어 가방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최씨는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검정 양복 차림 남성 4명에게 둘러싸여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때 이들이 검찰 수사관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검찰은 "최씨가 따로 고용한 사설 경호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씨의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가) 너무나 큰 국민적 지탄 대상이 되지 않았나. 불상사가 생길지 몰라서 (귀국을 결정했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영국에서 비행기를 탄 것과 관련해 "본인 말로는 독일 현지에서 언론 추적이 너무 심해 런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최씨가 독일에서 어떤 경로로 영국으로 건너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검찰에 몸을 추스를 여유를 하루만 달라고 했다"며 "최씨는 말하자면 단두대에 올라온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단독] 최순실 귀국 전후 조직적 증거인멸·짜맞추기 흔적
한겨레 | 입력 2016.10.30. 22:16 | 수정 2016.10.31. 00:06


[한겨레] 안종범 ‘대포폰’으로 K재단 비리 입막음 시도
재단 컴퓨터 교체·블루K 이메일 계정 폐쇄
해외도피 최순실·차은택 입맞춘듯 속속 귀국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포폰’을 써가면서까지 검찰 출석을 앞둔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회유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케이스포츠재단의 컴퓨터가 모두 교체되고 최순실씨 소유 회사의 이메일 계정도 전면 폐쇄됐다. 이런 증인 회유와 증거인멸 시도는 최씨의 귀국을 앞두고 전면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 전 사무총장은 30일 <한겨레> 취재진을 만나 “안 수석이 지난 26일 ‘대포폰’으로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왔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안 수석은 이 문자메시지에서 “사모님. 저는 경찰도 검찰 쪽도 기자도 아닙니다. 제가 정 총장님 도와드릴 수 있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남겼다. 발신번호는 ‘010-○○○○-3482’로 안 수석이 미리 ‘안전한 번호’라고 알려준 번호였다.

 

이에 앞서 24일 오후 케이스포츠 경영지원본부장 장아무개 대리는 정 전 사무총장 부인한테 “안녕하세요 사모님. 총장님께 안 수석이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요. 메모 전달드립니다. 010-○○○○-3482로 연락 원하셨습니다. 안전한 번호라고도 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다. 장 대리가 여러 차례 이런 문자를 보냈는데도 통화가 되지 않자, 안 수석은 26일 직접 문자를 보냈고 전화까지 한 것이다. 이날은 정 전 사무총장이 검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이다.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던 시도로 보인다.

 

 

안종범 수석이 대포폰으로 K스포츠 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 부인에게 접촉 시도한 문자내역


최순실씨가 재단에 관여한 흔적을 지우기 위한 증거인멸도 속속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나가 보니 재단의 모든 컴퓨터가 싹 다 바뀌어 있어 증거가 될 만한 게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씨의 심복으로 재단 설립 과정 등에 깊숙이 개입한 김필승 이사의 가방엔 ‘언론대응 매뉴얼’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소유의 더블루케이에서는 회사에서 쓰던 메일 계정도 폐쇄됐다. 회사 관계자는 “더블루케이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어 ‘후이즈’(whois) 메일 계정을 써왔고 최씨의 아이디(ID)는 ‘tbk@thebluek.co.kr’이었다”며 “최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어서 메일에 접속하려 했는데 계정이 폐쇄됐다는 안내가 떴다”고 말했다.

 

이런 증거인멸과 안 수석의 ‘입맞추기’ 시도는 그동안 잠적해왔던 최순실씨 등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이 거의 동시에 입국해 검찰에 자진출석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청와대의 총지휘 아래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씨는 지난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사흘 만인 30일 돌연 영국 런던을 출발해 국내로 귀국했다. 앞서 타이 방콕으로 몸을 숨겼던 최씨의 측근 고영태씨도 27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다른 측근으로 두 달 가까이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은택 감독도 조만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들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태도를 바꾼 데는 청와대의 ‘지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30일 이틀째 압수수색을 위한 검찰의 강제진입도 거부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된 안 수석, 정호성 비서관 등과 관련된 물증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안종범·우병우 수석 등 주요 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비서관들의 사표를 30일 전격 수리했다. 청와대가 핵심 의혹은 철저히 보호하면서 ‘꼬리’는 잘라내 사태를 수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류이근 방준호 기자 ryuyigeun@hani.co.kr]

 

'말바꾸기' '모르쇠' 최순실 믿을 수 있을까?
노컷뉴스 |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 입력 2016.10.31. 05:02 | 수정 2016.10.31. 07:13


오늘 오후 검찰 출두... '제3의 조율자' 의혹 갈수록 증폭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30일(한국시간) 귀국불가 입장을 뒤집고 갑작스레 국내에 들어오면서 그 배경과 검찰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소환통보 이전에 자진 귀국한 모양새지만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청와대 비서관 교체 요구 등 민심이반 현상이 거세진 가운데 "귀국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몰래 귀국'한 것이서 '청검최'(靑檢崔 청와대·검찰·최순실) 사전 교감설마저 불거지는 상황이다.

 

 

◇ "귀국하지 않겠다"→"검찰과 소환날짜 조율중"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가 26일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황진환기자대통령 연설문과 민감한 외교문서를 사전에 전달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다음날인 지난 26일 독일 현지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최씨는 당시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좋아 병원진료를 받고 있어 귀국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딸아이(정유연)도 심경 변화를 보이고 있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귀국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최씨는 인터뷰 나흘 뒤인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히드로(Heathrow) 공항에서 홀로 한국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인터뷰를 했다던 독일에서 귀국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이동한 것까지 감안하면 빠른 심정변화를 보였거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조율자'가 가담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최씨는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씨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며 대국민사과를 한 다음날 세계일보와 전격 인터뷰했다.

 

박 대통령은 "좀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씨가 청와대를 등에 업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하거나 정부의 인사·외교·대북·경제 정책에도 간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최씨 역시 대통령 대국민사과 바로 다음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지켰다. 최씨는 "박 대통령 당선 초기에 이메일을 받아본 것 같다"고 답했지만 청와대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인사개입설이나 일각에서 제기된 '팔선녀' 비선모임의 존재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독일 잠적 중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직후 급작스레 인터뷰에 응했고, 인터뷰 내용도 박 대통령이 인정한 부분만 받아들인 셈이어서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설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 "안종범 수석 김종 차관 모른다" "차은택은 한번 봤다"

최순실씨는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사이"라며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 '문화계 황태자'로 미르 재단쪽을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 CF 감독에 대해서도 "차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에 한번 인연이 있다. 왜 나하고 연관시키는 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순실씨가 '안종범 수석에게 인사를 하라'고 지시했다"(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는 등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형수 연세대 교수 역시 차은택 감독의 추천으로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이미 제기된 상태다. 차 감독을 최씨에게 소개한 인물은 최씨의 최측근이자 최씨가 설립한 더블루K 이사였던 고영태씨라는 증언도 나왔다. 최씨는 독일 현지에서 딸 유라씨의 승마관련 업무를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 노숭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에 대해서도 "이름은 들어서 안다. 본적은 있다" 며 사실상 측근임을 부인하는 등 전부 모르쇠로만 일관했다.

 

이런 와중에 30일 오전 귀국한 최씨는 "심정적으로 지쳤다"며 서울 모처에서 은신중이다. 입국 통보조치를 취한 검찰은 귀국 즉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1일 오후 3시에 소환을 통보하면서 결과적으로 최씨에게 하루 반나절의 준비시간을 준 셈이 됐다. 검찰 조사를 이미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과 입을 맞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 朴대통령 사과→고영태 검찰출석→차은택 귀국표명→조인근 기자회견→최순실 실제 귀국

최순실씨 귀국 직전 급박하게 돌아가던 국내 정치적 상황도 '보이지 않는 조율자'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최씨가 귀국불가 방침을 밝힌 직후인 27일에는 최씨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중국에서 행적이 묘연했던 차은택 감독 역시 28일 돌연 귀국 의사를 밝혔다. 같은날 청와대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가 작성했던) 연설문이 이상해져서 돌아왔다고 제가 얘기한 걸로 보도가 되는데 전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밤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를 지시하기도 했다.

 

최씨 사건을 수임한 이경재 변호사가 "(최씨가) 독일에서 이틀 전 급박하게 귀국행 항공기를 알아봤다"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결국 고영태 검찰 출석·차은택 귀국표명·조인근 기자회견·청와대 참모진 사표 지시 등 일련의 과정과 최씨의 급작스런 귀국 결심이 무관치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관련 당사자들이 입도 맞추고 행동도 맞춰서 뭔가 정해져 있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여가고 있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violet199575@gmail.com

 

갑자기 일사불란.. '최순실 게이트' 수습 각본 있나?
한국일보 | 김청환 | 입력 2016.10.31. 04:42

 

 

고영태ㆍ최순실 등 잇달아 모습 드러내

의혹 부인하며 ‘꼬리 자르기’ 양상

야권 “누군가의 기획대로 움직이는 듯”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60)씨,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에 연루된 차은택(47) 광고감독 등은 검찰수사 직전 한꺼번에 해외로 출국했으나,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귀국하고 있다. 정치권은 우연이기보다 누군가의 기획에 따라 이들이 행동하고 발언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기점이었다. 이전까지 해외로 잠적했거나 입을 닫고 있던 사건 관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뒤인 26일 최씨가 2개월 가량 잠적을 끝내고 독일에서 세계일보와 첫 인터뷰를 했다. 다음날에는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40) 더블루K 이사가 잠적을 마치고 태국에서 급거 귀국해 검찰에 자진출두 했다.

 

28일에는 최씨 사건과 관련해 꽉 막혀있던 상황이 한꺼번에 뚫리기 시작한다. 종적을 감췄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나타나 ‘최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또 “신경쇠약으로 귀국이 어렵다”던 최씨는 차씨와 동시에 변호인을 통해 귀국 의사를 밝혔다. 최씨 사건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검찰에 자진출석 해 조사를 받았고, 청와대는 이날 밤 늦게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 기록이 담긴 태플릿PC의 소유자로 알려진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이 29일 검찰에 스스로 나가 조사 받은 데 이어, 30일에는 최씨가 몰래 귀국을 한 뒤 국내에서 잠적했다.

 

지난달 국내외로 잠적했던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봇물 터지듯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의혹이 부풀려졌다며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도 공통된다. 최씨가 인터뷰에서 청와대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부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최씨가 9월 초부터 거주해온 독일이 아닌 영국의 히드로공항을 경유해 브리티시항공 편으로 귀국, 언론을 피한 것도 기획입국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이처럼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여러 정황에 대해 누군가가 막후에서 사건 수습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예결위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하루 진행된 일을 보면 뭔가 거대한 회로가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뒤에서 큰 손이 작동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근 2, 3일의 흐름을 보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고,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들이 갑자기 눈부실 정도로 일사불란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누군가의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각본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의해 작성됐고, 지금 일련의 진전은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건 전모를 사전 파악했을 우 수석이 이날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또는 제3의 기관이나 실력자가 막후에서 입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이 사건에 소극적이던 검찰이 이날 귀국한 최씨를 긴급체포 하지 않아 말 맞추기 할 시간을 제공한 것도 이런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검사 앞에 앉는 '비선 실세' 최순실... 검찰, 뭘 물어볼까?
중앙일보 | 김백기 | 입력 2016.10.31. 09:14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1일 오후 3시 검찰에 출석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4일만이다. 검찰이 최씨를 상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재단 관련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 크게 두 가지다. 최씨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출연금을 모금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 재단은 대기업 16곳에서 486억원을, K스포츠재단은 19개 대기업으로부터 288억원을 출연받아 설립됐다.

 

이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승철(57)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통해 기업들에게 ‘강제 모금’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재단 설립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자금 모금 과정에 관여했는지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태블릿 PC 등 이미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안 전 수석 등과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최씨가 재단 자금을 유용했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최씨가 재단 자금을 ‘더블루K’ 등 자신이 설립한 회사로 빼돌려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이 재단 관계자와 ‘더블루K’ 이사를 지낸 고영태씨를 잇따라 소환해 조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검찰은 최씨의 측근인 고씨를 ‘키맨’으로 지목해 관련 진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7일 고씨를 소환해 2박3일간 조사한 검찰이 30일 오후 다시 불러 조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30일 오전 귀국한 최씨와 고씨가 접촉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씨가 재단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다음 단계는 자금 ‘사용처’ 조사다. 검찰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돈을 빼돌려 딸 정유라씨의 승마 관련 용도로 썼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독일 등으로 외화를 밀반출한 점이 드러날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기물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는데 관여했는지도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태블릿 PC를 사용하게 된 경위와 기밀 문서를 받게 된 과정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최씨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태블릿 PC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통해 태블릿 PC를 최씨가 사용했다고 잠정 결론내린 상태다. 최씨에 대한 긴급체포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이 신병확보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검찰 수사팀 내부에선 최씨에 대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감안하면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중 긴급체포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최씨는 구금된 상태에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반면 한 두 차례 추가 조사를 거친 후 신병처리 문제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의혹을 ‘혐의’로 바꾸면 최씨에게 적용될 죄명이 10개도 넘을 것”이라며 최씨를 상대로 한 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