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ㆍ탄핵 방법은 달라도…
“朴에 국정 맡길 수 없다” 준엄한 경고
한국일보ㅣ2016.11.18 20:00 수정 2016.11.18 20:00
일시적 국정 혼란 감수하더라도 자격 없는 대통령 퇴진 시급 판단
하야 주장자들 검찰 불신 깔려 78%는 ‘질서 있는 퇴진’ 원해
탄핵 선택한 이유 36%가 “합법 절차” 꼽아 여론 힘 받을 듯
검찰ㆍ국회 각성 촉구 목소리도 朴 버티기 땐 탄핵 여론 커질 듯
2,000명이 참여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다수(88.5%)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중 ‘탄핵’(19.8%)보다 ‘하야’(73.1%) 의견이 높았던 것은 언뜻 보기에 강제로 물러나게 하기보다 대통령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야를 선택한 이유로 “탄핵보다 빨리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고, 탄핵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하야할 뜻이 없어서”라는 설문 결과는 그 이상을 뜻하고 있다. 퇴진의 방식이 어떻든 하루라도 더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인 것이다.
“더 이상 시간 없다”… 국민 다수 朴 ‘하야’ 원해
박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한 1,294명 중 그 이유로 ‘탄핵 절차에 비해 빠른 사태 해결’을 꼽은 이는 59.7%나 됐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김용길(39)씨는 “하야 이후 발생할 국정 난맥상은 일단 제쳐두고 대통령 자격을 잃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법기관에 정치적 판단을 맡기고 싶지 않아서(16.5%)’를 이유로 제시한 응답자가 적지 않은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게 옳다는 의미와 함께, 탄핵을 위해서는 위법 사실이 있어야 하는 만큼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에 대한 불신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나머지 응답자들도 대부분 탄핵절차의 문제점 때문에 하야를 지지한다는 쪽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가능성이 낮아서(10.3%)’ ‘여당 비협조로 탄핵 소추가 힘들 것 같아서(8.5%)’ 등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탄핵은 국회에서 소추를 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고 최종 결정을 하는 헌재가 내년이면 재판부 구성이 바뀌어 불확정성이 크다”며 “대통령 스스로 거취를 밝히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알아서 퇴진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등 탄핵과 결부되지 않은 기타 의견은 5.0%에 머물렀다.
다만 즉각 퇴진할 경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등 혼선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하야의 선행 과제를 묻는 질문에 ‘여야 합의로 새 국무총리 임명 후 단계적 하야(674명ㆍ52.1%)’ ‘범국민기구 주도 하에 단계적 하야’(339명ㆍ26.2%)’를 포함한 ‘질서 있는 퇴진’(78.3%)이 ‘조건 없는 즉각 하야(20.5%)를 선택한 응답을 압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바로 사퇴하면 60일 내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 국무총리가 국정운영을 이어 받게 돼 하야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다.
朴 계속 버티면 탄핵 여론 확산 가능성
탄핵을 바람직한 퇴진 방식으로 택한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면 탄핵 요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지지한 350명 중 55.1%가 “박 대통령이 하야 의사가 없어 탄핵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두번째로 비중이 높은 ‘범죄혐의를 토대로 한 합법절차이기 때문(36.0%)’이란 답변은 탄핵이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한 퇴진방식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탄핵 여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해볼 수 있다. 내주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가 예고된데다 17일 국정농락 의혹을 규명할 특검법도 국회에서 통과돼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여건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
국민들은 탄핵 시간표가 순풍을 타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법부와 국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검찰 수사를 통한 범죄혐의 입증(28.9%)’ ‘국회 차원의 별도 조사위원회 또는 특검 설치(26.0%)’ ‘탄핵 소추에 관한 여야 합의(25.4%)’ 등 답변이 고루 나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해지면 여론도 탄핵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 10명 중 9명이 원했다
한국일보ㅣ김현빈ㅣ2016.11.18 20:02 수정 2016.11.18 21:17
광화문광장을 밝힌 100만 시민의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거대한 민심을 드러냈다. 퇴진이 옳다는 응답자(1,770명) 중 대다수는 바람직한 퇴진 방식으로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1,294명ㆍ73.1%)를 꼽았다.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한 여론이 구체화하면서 질서있는 퇴진 등 하야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과, 박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할 경우 탄핵절차를 밟는 방안 등에 대한 정치권 논의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으로 시간 지체 안돼”
73%가 하야 방식 원해
광화문광장을 밝힌 100만 시민의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거대한 민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버티기에 돌입했고, 야권은 퇴진운동을 벌인다면서도 방식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일보가 국민 2,000명에게 직접 물었다. 17, 18일 10대부터 6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대다수(88.5%)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퇴진 방식으로는 탄핵(19.8%)보다 하야(73.1%)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18일 한국일보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방식’ 여론조사 분석 결과 박 대통령에게 임기를 유지하도록 하자는 응답은 2,000명 중 230명(11.5%)에 불과했다. 촛불집회의 민심이 그저 구호만은 아니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퇴진이 옳다는 응답자(1,770명) 중 대다수는 바람직한 퇴진 방식으로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1,294명ㆍ73.1%)를 꼽았다. 법적 절차에 따른 ‘탄핵’을 지지한 응답자는 350명(19.8%)에 불과했다. 야권에서 2선 퇴진을 요구하다 퇴진운동으로 강경해지고, 최근 탄핵절차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분위기와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하야와 탄핵을 지지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민심은 훨씬 준엄하다. 하야를 지지한 이유로 가장 많은 59.7%가 “탄핵 절차에 비해 빠른 사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야는 언제든지 가능한 반면 대통령의 위법 사실을 근거로 국회의 탄핵소추, 헌법재판소 의결을 거쳐야 하는 탄핵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고 국회, 헌재 등 각 단계에서 가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탄핵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하야할 의사가 없기 때문”(55.1%)이었다. 박 대통령이 버티기 때문에 강제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결국 방식과는 상관 없이 하루 빨리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으로 수렴되고 있다.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한 여론이 구체화하면서 질서있는 퇴진 등 하야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과, 박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할 경우 탄핵절차를 밟는 방안 등에 대한 정치권 논의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퇴진의 여러 방식이 이미 소개돼 있지만 각각의 과정이 모두 만만치 않아 논의가 교착 상태다”며 “이제는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퇴진 방식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朴 퇴진 구호만으론 한계” 시민사회도 ‘포스트 촛불’ 고민
한국일보ㅣ2016.11.18 20:00 수정 2016.11.18 20:00
시민 80%가 “집회 방식 바꿔야” 휴학ㆍ파업 등 비폭력 저항 제안
“국면 장기화 대비해야” 목소리 시민평의회 등 전략 전환 채비
시민사회도 ‘포스트 촛불’ 전략을 고민 중이다. 11ㆍ12 촛불항쟁을 통해 정권 퇴진을 바라는 민심이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실질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17,18일 한국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촛불집회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1,770명의 응답자 중 약 80%가 현행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처럼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막연히 퇴진 구호만 외치는 행사로는 박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19일 4차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국면 장기화에 대비해 비폭력에 기반한 적극적 저항으로 투쟁 방식 전환을 꾀하고 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평화집회를 이어가되 총파업이나 동맹휴학 등 국민 저항을 확대해 박 대통령이 더 이상 버티면 나라가 마비된다는 점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동맹 휴학, 파업 등 비폭력 저항’을 대안으로 꼽은 응답자(23.6%)가 적지 않았다.
이미 구체적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는 박 대통령 퇴진 방식을 논의할 ‘시민평의회’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승훈 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현재까지 촛불집회의 주된 목표가 성난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분노 이후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100만이란 숫자가 상징하는 분노의 최대치를 보여준 점을 감안해 참여규모 확대에 골몰하기보다 촛불집회의 직접 민주주의적 특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민토론장 마련(28.3%)’을 가장 바람직한 대응 전략으로 꼽았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촛불집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시민 개개인의 열망을 묻고 들어야 누구나 공감하는 정치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보수기독교계의 대통령 감싸기 왜?
노컷뉴스ㅣ2016.11.18 22:13 댓글 3050개
민심과 동떨어진 시국인식..."이념 틀 못벗은 보수 기독교인들"
[앵커] 대통령 스스로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국정농단 사건.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촛불집회로, 또 국정 지지율 등 여론조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여전히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수연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천 기자,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뜻은 이미 명확하게 드러난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 주 토요일에 열렀던 촛불집회를 떠올리면 그렇게 애기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주최측은 100만, 경찰은 26만명이라고 밝혔는데요 서울시가 그날 지하철 이용승객에 대한 통계를 내보니 100만 명이 아니라 132만 명 정도가 참여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야권이 이 날 이후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방향을 확정한 것도 이같은 민심을 분명히 읽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통령 국정지지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5%에 머물렀고, 특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자진사퇴와 탄핵 의견이 각각 53%와 20%로 나왔습니다. 이정도면 민심, 국민의 뜻은 드러났다고 봐야겠죠.
[앵커] 그런데 말이죠.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아직 일반 국민들과 같은 정서를 갖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두둔하는 집회와 발언이 이어지고 있네요?
[기자] 보수 교계에서도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보수 교계도 돌아섰다 이런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아직도 국정농단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는 문제인식을 갖지 못한 보수 기독인들이 있고, 교계 안에서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100만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친 지난 12일 국가기도연합 등 극우 성향의 보수 교계 단체들은 시민들과는 반대로 대통령을 두둔하는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예장통합 총회에서도 엇박이 났습니다. 12일 예장통합 소속의 목회자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대통령 스스로 책임있는 자세로 퇴진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이틀 뒤인 14일 열린 통합총회 차원의 기도회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에게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보다는 대통령을 오히려 국정농단의 피해자처럼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박순태 장로/예장통합 전국장로회전국연합회- "관련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통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주시옵소서.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실망감과 배신감을 씻어주옵소서.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사리사욕을 탐한 무리들을 물리쳐 주시옵소서." 예장통합총회 산하 신학교인 장신대에서는 한 신학교수가 학교 홈페이지에 '최순실을 보기 드문 기독교인'이라고 언급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현 시국과 동떨어진 사태 인식으로 학내에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보수적 원로목회자들도 지난 15일 구국기도회를 열어 역대 대통령의 비리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이 없는 것이라는 둥 시종일관 대통령을 옹호했습니다.
[녹취] 이태희 목사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사실 김대중씨나 노무현씨, 그 어떤 사람 박근혜씨보다 경하다고 할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앵커] 대다수 국민들과는 달리 보수 교계가 이렇게 대통령을 감싸고 도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대놓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보수 교계의 주장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좌익 세력들의 체제 전복 시도로 매도하거나 집회의 배후에 북한 군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녹취] 이태희 목사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 "나는 여러분 이렇게 우리나라를 송두리째 뒤엎으려고 하는 이 세력이 누구인지는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같은 보수 목회자들의 행태는 기독교적 가치를 따르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경적 가치보다는 과거의 이념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양희송 대표 / 청어람 아카데미- "지금 이분들이 그렇게 다른 분들에게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놓고 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동안 달려온 국가주의적 주장, 그리고 굉장히 극우적인 주장들의 관성 속에서 이 이야기(대통령 옹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이념논리의 틀에 갖혀서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예언자적 비판의 역할은 전혀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시대정신과 시대정의를 기독교 안에서 읽어내는 교계 지도자들의 분별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동시대를 살아가며 사회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하는 목회자들이 이렇게 시국 인식이 안된다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촛불 정국이 당분간 계속 될텐데요. 다시 한번 꼼꼼하게 시국을 살펴볼 수 있길 바랍니다.
[CBS노컷뉴스 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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