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분통 터트린 세 장면
중앙일보ㅣ2016.12.17 01:55 수정 2016.12.17 07:16 댓글 1377개
[장면1] 정우택, 비박 나경원 꺾고 원내뎌표 피선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 민심’에 의해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간 상태지만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웃은 건 친박계였다. 친박계 4선 정우택 의원은 62표를 얻어 55표에 그친 비주류 4선 나경원 의원에 승리했다. 오전 11시45분쯤 승리를 확정한 정 의원은 “ 중도 화합의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촛불 정국에서 시종 친박계 핵심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10일 보수단체들이 촛불집회에 맞서 개최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도 했다. 그동안 비주류의 사퇴 요구에 꿈쩍도 않던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오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전원 사퇴했다. 이제 신임 정 원내대표는 ‘대표 권한대행’ 역할까지 맡는다. 새누리당은 분당선(分黨線)에 올라탈 위기에 놓였다. 비주류 핵심 관계자는 “친박계가 비대위원장까지 욕심내면 비박계의 탈당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장면2] 대리인단 “헌법 위배 아니다”
“탄핵은 이유가 없으며 (국회의 탄핵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탄핵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 사유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서다. 대리인단에 속한 이중환(57) 변호사는 “헌법 위배는 인정되기 어렵고 법률 위배 부분은 증거가 없다. 사실 관계와 법률 관계를 모두 다투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 대통령의 직접 책임이 아니며,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을 직접 침해한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 농단을 방치하고 세월호 참사 때 부적절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하고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헌재가 박영수(64) 특별검사팀과 검찰에 수사기록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라며 이의신청서를 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장면3] 특위, 경내 현장조사 좌절
16일 오후 3시14분 청와대 춘추관(기자실) 춘추문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이날 청와대 경호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청와대 경호실은 초입에 있는 춘추문 통과마저 특위위원만 허용하곤 취재진은 가로막았다. 그러자 일부 특위위원과 경호원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특위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온 국민이 보고 있다. 경호에 아무 문제없다. 언론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으면 나도 안 들어가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경호실은 끝내 취재진의 춘추문 통과를 막았다. 특위위원들은 춘추문에서 좀 더 들어간 연풍문에 마련된 임시 회의실에서 박흥렬 경호실장을 만났다. 그러나 두 시간 만인 오후 5시14분 현장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경호실은 청와대 경내가 아닌 면회실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고 전했다. [위문희 기자 사진=김성룡·김현동·강정현 기자]
[단독] "새누리 의원, 박헌영에게 태블릿PC 위증하라 지시"
중앙일보ㅣ김포그니ㅣ입력 2016.12.17 02:30 수정 2016.12.17 07:16 댓글 685개
청문회 전 질문 미리 알려주며 고영태가 들고 다닌 걸로 입맞춰
최순실 '쟤는 그냥 잘라' 수시 돌변 민정수석실 수사 서류도 갖고 있어
차은택, 포럼 열어 중간에 해먹어 김종, 최씨 앞에서 '네네네네네~'
우리끼린 그를 '벨'이라 불러
“최순실, 박 대통령과 통화서 서청원 밀어야 한다 말해”
최순실씨의 동업자였던 고영태(40)씨가 월간중앙과 11시간에 걸쳐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씨가 새누리당 대표 선출 과정(2014년 7월 전당대회)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언급했다. 그는 전당대회 전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서청원을 밀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당시 전당대회에는 서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가 출마했다. 고씨는 “최씨가 존댓말을 썼지만 내용은 지시에 가까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예컨대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라는 최씨의 말이 지시의 뉘앙스였다는 것이다. 고영태씨는 현 정권 ‘비선 실세’로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최순실씨와 관련된 회사 ‘더블루K’ 이사로 활동했다. 2008년 가방 제조 회사 ‘빌로밀로(Villo Millo)’를 운영했다. 2011년 무렵 손님으로 찾아왔던 최씨를 처음 만나 대통령의 가방과 옷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들고 나와 화제가 됐던 ‘회색 가죽가방’이 그의 회사 제품이었다.
Q : 최씨는 어떤 성격의 인물이었나?
A : “사람을 믿지 못한다. 신뢰가 생기기 전에는 발신번호 제한 표시로 전화를 건다. 평소 행동도 특이했는데 부하 직원 사이를 이간질하는 방식으로 각 직원을 정신적으로 고립시키고 자신에게만 충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종일관 변덕스러워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입버릇처럼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직원 한 명을 가리켜 갑자기 이유 없이 ‘쟤는 그냥 잘라’ 이런 식이다. ”
Q : 왜 그렇게 생각됐나?
A : “국가 예산을 온당하게 집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차씨가 쓸데없이 포럼·세미나를 열어 중간에 ‘해먹는’ 거라든지…. 내 세금이 새는 것 같아 기분 안 좋았다. 김종 전 차관을 우리는 ‘벨(bell)’이라 불렀다. 최씨 앞에서 ‘네네네네네~’ 하며 비위를 잘 맞춰서. 청와대 직원(이영선 행정관)이 이 아줌마의 개인 비서 노릇을 하는 걸 지켜볼 때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청와대 비서실에 있다면 굉장히 영예로운 엘리트인데 최씨의 휴대전화 액정을 자신의 옷으로 닦아 주는 등 잡일을 해야 한다니.”
Q :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과는 자주 만났나?
A : “최씨의 서류를 전달하려고 경복궁역 토속촌 근처 골목에서 자주 만났다. 이 행정관을 뵐 때마다 ‘많이 힘드시죠?’ 하고 물으면 씁쓸한 미소를 보이곤 했다.”
Q : 최씨가 청와대의 어떤 서류를 갖고 있었나?
A: “주로 인선 관련 서류가 많았다. 민정수석실에서 수사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외비라고 적혀 있으면 청와대 서류였다. 교문수석실에서 나온 것도 있었고 문체부·청와대 현안보고와 앞으로 국정과제 자료도 있었다. 이런 문서를 놓고 K스포츠재단과 회의를 했다.”
Q : 최씨가 그런 국정 문서 내용을 이해할 지식을 갖췄다고 보나?
A: “이해할 턱이 없다. 김 전 차관이 엉뚱하게 밀고 들어와 최씨한테 ‘이런 건 구도에 맞지 않습니다. 말이 안 돼요’ 조언하는 일이 많았다.”
Q : 최씨는 평소 누구와 자주 통화하는 편이었나?
A : “최씨는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물론 누구한테 연락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유일하게 자주 통화하는 사람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VIP(박 대통령)’, 이 둘밖에 없다. 2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는데 각각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전용이었다.”
박헌영 "보도된 태블릿PC, 고영태가 사용하는 걸 봤다" / YTN
지난 13일 통화 당시 고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씨가 아닌) 고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 게 고씨의 주장이었다. 이틀 후인 15일 청문회에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박 전 과장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씨가 사전에 예고한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재연됐다. 이 의원의 질문에 박 전 과장은 “태블릿을 고영태씨가 들고 다녔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 오라고 시켰다”고 답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김영재 원장 알리바이 무너지나?... 달라진 반응
SBSㅣ남주현 기자ㅣ입력 2016.12.16 20:45 수정 2016.12.16 22:00 댓글 1130개
<앵커> 남주현 기자,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김영재 원장의 본인이 주장했던 알리바이도 무너지게 됐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영재 원장은 세월호 당일 오전 9시 10분쯤에 장모를 진료한 뒤에, 9시 40분쯤 골프장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날 다른 예약은 없었는데, 장모가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해서 출근을 했다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장모의 의료 기록이 만약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면, 골프장에 갔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아침 시간이 비는 겁니다.물론 실제로 장모를 진료하고, 사후에 서명을 조작했을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했다면 굳이 서명까지 조작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런 의문이 남거든요. 그래서 혹시 김영재 원장이 이른 아침에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진료한 뒤에 골프장에 간 것은 아닌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겁니다.
<앵커> 예, 뭐 좀 당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 원장이 청문회 때는 비교적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했거든요. 그런데 오늘(16일)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면서요?
<기자> 네, 오늘 굉장히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요, 우선, 의무 기록을 열람할 때 기자들의 출입을 완전히 원천 봉쇄했고요, 또 국회의원들과도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명 조작 의혹이 나오면서, 의원들이 특검 수사관들을 요청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김 씨도 돌연 변호사를 부르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 당일 의무 기록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일단은 특검에서 해당 기록을 확보했으니,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남주현 기자, 잘 들었습니다.[남주현 기자burnett@sbs.co.kr]
[단독] "부총리실과 다 조율" 최경환 보좌관 음성파일 입수
JTBCㅣ최규진ㅣ입력 2016.12.16 20:40 댓글 464개
[앵커]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보좌관이 구속됐습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간 중소기업진흥공단 간부에게 위증을 하게 한 혐의인데요. 그런데 이 보좌관이 지난해 검찰 소환조사 전에도 해당 간부에게 허위진술을 시켰다는 통화 녹음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최규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수원지검은 중소기업진흥공단 간부 전모 씨를 2주 전 구속했습니다. 전 씨는 2013년 1월 최경환 의원실을 찾아가 보좌진으로부터 인턴 황모 씨에 대한 중진공 채용 청탁을 직접 들은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검찰은 보좌관 정모 씨가 전씨에게 "최 의원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을 하게 한 정황을 잡고 정씨도 오늘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정 씨가 지난해 검찰 수사 때도 전 씨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한 정황이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전모 씨/지난해 11월 26일 : 정00 비서관이 (검찰)가서 절대로 채널을 지역구로만 옮기십시오. 이쪽도 다 그렇게 얘기가 됐습니다. (라고…)]
이번 사건에 최 의원의 서울 사무실은 연루되지 않았고, 지역구 차원의 일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전모 씨/지난해 11월 26일 : 내가 어제 들어가기 전에 부총리실하고 사전에 다 조율하고 들어갔거든… 반나절 이상 조율하고 들어갔어.] 검찰은 보좌관 정씨를 상대로 보강수사를 벌인 뒤 최 의원 소환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설] 민심 역행 親朴과 웰빙 非朴의 공생, 새누리당
조선일보ㅣ2016.12.17 03:09
16일 오전 새누리당 의총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책위의장으로 뽑힌 이현재 의원도 친박계다. 친박계가 똘똘 뭉쳐 이들을 당선시켰다. 국민은 최순실 국정 농락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개탄하고 분노하는데 새누리당은 친박 색채가 더 진해졌다. 민심 역행도 이 정도면 시쳇말로 '역대급'이다. 민주당이 "(정 원내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을 지나치다고만 할 수가 없다.
이날 오후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했다. 그렇게 버티던 친박 지도부가 갑자기 물러난 것은 친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니 '걱정'이 없어진 때문이다. '걱정'이란 당 권력을 놓치고 밀려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구성을 책임지게 된다. 친박계의 당권 재접수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신임 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친박 핵심들에게 2선(線) 후퇴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도 중도 또는 비주류 추천 인사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모두가 친박의 작전으로 비칠 뿐이다. 지지율 15%짜리 당, 대선 주자 한 명 없는 당의 권력이라도 놓지 않겠다는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당의 얼굴이 이 친박에서 저 친박으로 바뀐다고 감동할 국민은 거의 없다. 답답함이 절망으로, 혐오로 바뀔 뿐이다.
정 원내대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화합을 호소했다.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미 당내 친박 모임은 창립 선언문에서 '배신의 정치 타파'를 내세웠다. 이들에겐 박 대통령을 맹종하지 않으면 다 배신자다. 이런 패권적 행태가 말 몇 마디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결국은 분당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박은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친박과 방향이 다를 뿐 대의(大義)가 아니라 소리(小利)를 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적 모험을 해 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한마디로 '웰빙 정치인'들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과 웰빙 비박이 기이하게 공생하고 있는 정당이다. 여기서 또 무슨 국민 정 떨어지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사설] 국정원은 정치 흥신소로 간판 바꿔 달아야
조선일보ㅣ2016.12.17 03:07
지난 15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전 세계일보 사장이 공개한 이른바 '대법원장 사찰 문건' 등의 출처가 국가정보원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 용지가 복사될 경우 나타나는 보안 마크 '차'라는 글자가 문서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게 결정적 증거다. 세계일보도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라고 확인했다. 국정원은 "확인 중에 있다"고만 할 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법은 국내 정보 수집 대상을 대공(對共)·방첩·대테러로 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상시적으로 사법부를 상대로 이런 문건을 만들었다면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다. 특검이 밝혀야 한다.
그런데 문건 내용을 보면 한심하고 답답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 내용은 '양승태 대법원장 등산 일정 논란' '최성준 춘천지법원장(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대법관 진출 운동'이 전부다. 국정원이 이런 가십거리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고, 그게 '정윤회 비선 개입 문건' 등과 함께 언론에 유출된 것이다. 국정원이 해온 나쁜 일, 바보 같은 일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1970년대식 잡동사니 정보 보고를 하고 있다. 청와대 언론 공작의 손발 노릇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작 북한 정보에 대해선 깜깜하다. 올 초엔 리영길 전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처형됐다고 했는데 석 달 뒤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 핵실험, 북 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탄 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지뢰 도발 등 사전에 탐지한 북 도발은 거의 없다. 국정원의 무능으로 잃은 우리 국민 목숨과 국익이 얼마나 되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국민이 매년 1조원 이상의 혈세를 들여 이 엉터리 정보기관을 먹여 살리고 있다. 지금 국정원은 국가 안보의 첨병이 아니라 3류 정치 흥신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물상] '청와대 리모델링'
조선일보ㅣ2016.12.17 03:05
미국 MIT의 토머스 앨런 교수는 '건축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2007년 사람들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5m 떨어진 거리에 같이 있을 경우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확률은 약 25%였다. 하지만 80m 밖에 있을 경우엔 5%로 대폭 줄었다. 물리적 거리와 커뮤니케이션 확률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앨런 교수 이론은 15m 안쪽에 있어야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다고 해서 '15m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 1991년 완공된 지금의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근무하는 본관과 비서실이 있는 위민관은 500m 떨어져 있다.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대면 보고하려면 차를 불러 타야 한다. 아니면 10분 가까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커다란 본관엔 사실상 대통령 혼자 있다.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면 문에서 책상까지 15m 거리다. 2008년 첫 출근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테니스 쳐도 되겠구먼."
[만물상] 청와대 리모델링
▶ 이번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5명 중 가장 실세였다는 김기춘씨는 1주일에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을 못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자전거를 타고 가 보고서를 전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금의 청와대 구조가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지적은 수없이 제기됐다. 그래서 지난해 국회가 청와대 재배치 예산을 배정하려 했다. 그걸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 딱 잘라 거절했다. "소통에 문제가 없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그제 "대통령이 된다면 청와대를 없애고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구중궁궐 같은 곳에 있으니 민심도 못 듣고 문고리 권력이 생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구중궁궐이란 아홉 번 거듭 쌓은 담 안에 대궐이 있다는 뜻이다. 2012년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 2007년엔 정동영 당시 대선 후보도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었다.
▶ 청와대를 어떻게 하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같은 건물에 있도록 하는 것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청와대 비서실 규모 역시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장관 위에 청와대 비서관이 있고, 그 위에 수석 있고, 다시 그 위에 비서실장이 있는 식이다. 멀리 동떨어진 곳에 있는 대통령, 비대하고 막강한 비서실이 지금 우리 청와대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계 원로는 "극단적으로 하면 정치·경제특보와 총무비서관, 대변인만 있어도 된다"고 했다. 세계 역사에서 비서들의 힘이 커서 잘 된 조직은 없었다. [하원 논설위원]
김무성 “친박 남아있으면 대선 못이겨… 신당창당 고민”
동아일보ㅣ2016-12-16 21:57:00 수정 2016-12-16 21:58:43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16일 치러진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승리하며 제기되는 탈당·신당창당과 관련해 "친박들이 당에 남으면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탈당·신당창당을 수일 간 신중히 고민한 후 결단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이 끝난 뒤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로 내려가 핵심 당원들과 송년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오로지 좌파에 정권을 뺏기지 않고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라고 당원들에게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친박 핵심 의원들을 거론하면서 "공당이 박근혜 사당이 돼버린 데 대해 부끄러운줄 모르고 국민들을 더 화나게 했고, 그래서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다"며 "그 사람들이 당에 남으면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친박계에서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의사 타진이 왔었지만 친박계와 한 당에 있는 한 완전한 개혁을 통한 정권 재창출이 요원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비대위가 친박 핵심 의원들을 인적청산하고 당 이름도 바꿔야하는데 당헌당규상 국회의원 출당은 의원총회를 거쳐야하고, 당 해체는 전당대회에서 추인돼야한다"며 "그런데 수적으로 친박이 더 많은데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친박계가 2선후퇴, 계파청산을 공언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안에서 같이 잘해보자면서 2선후퇴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다음 대선은 안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그래서 제가 썩은 보수를 도려내고 건전한 보수당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라며 "그 당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여권 대선주자들이 경쟁해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조기 대선에서 해볼만 하다. 정권은 뺏길 수 없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김 전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탈당·신당 합류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20명이 넘지만 의원들이 여러 현실적 이유로 탈당 결심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 역시 "당대표까지 지낸 제가 탈당을 하는 게 쉬운 일이겠느냐. 정말 어느 것이 옳은지 큰 고민이라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탈당과 관련한 여론을 두루 수렴하고 있다면서 "좀 더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신중을 기하겠다"면서 "일주일여 더 고민을 하고 최종 결심을 하겠다"고 했다.
백악관의 '소통'과 청와대의 '위세'
경향신문ㅣ2016.12.16 22:02:00 수정 2016.12.16 22:19:07
4개의 문과 통하는 오벌오피스, 지척의 참모들 수시로 들락
중압감 주는 거대한 대통령 집무실, 참모들과 500m 떨어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 연결된 비서의 방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하는 사진(왼쪽)은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지난해 9월 청와대 집무실에서 결재서류에 사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참모진이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사진과 크게 대비된다. 지난 8월 백악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진 속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벌오피스(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딸린 비서의 사무실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망중한을 즐겼다. 양복 저고리를 의자에 걸어둔 채 익살맞은 제스처도 취했다. 비서는 대통령이 그러거나 말거나 책상 위 컴퓨터 화면에 집중했다. 열린 문 틈으로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의자와 그 뒤의 성조기가 흐릿하게 비쳤다.
사진은 백악관의 공간 구성과 미국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오벌오피스는 4개의 문으로 사방에 열려 있다. 대통령은 언제든 지척에 있는 참모들 사무실을 찾아 국정을 의논한다. 집무실 바로 앞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에선 종종 피자 파티를 곁들인 즉석 회의가 열린다. 백악관은 유럽 귀족의 저택을 본뜬 호화로운 겉모습이지만 그 속은 민주적 소통을 위한 실용적 공간으로 꾸며졌다. 전통건축 양식을 취한 것은 청와대도 비슷하다. 본관 건물은 전통 목구조에 팔작지붕을 올리는 등 궁궐 건축양식을 따랐다. 그런데 규모가 너무 커 나무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지었다. 건축가 승효상씨는 청와대를 “전형적인 봉건왕조 건축의 짝퉁”이라고 말한다. 청와대처럼 형태만 전통양식을 빌린 권위주의 정권의 공공건축물을 1970년대 건축계에선 ‘박조건축’(박정희와 조선시대 건축을 합친 말)이라고 조롱했다는 게 승씨의 증언이다.
건물 내부는 더 문제다. 업무 공간이 지나치게 커 사람을 압도한다는 지적이 많다. 본관 2층 대통령 집무실은 운동장만 한 크기에 책상과 회의용 탁자가 집기의 전부다. 구조 자체가 사람을 주눅들게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간 고위관료가 뒷걸음질쳐 나오다 넘어졌다거나 너무 긴장해 오줌을 쌌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대통령이 수시로 조언을 구하고 지시를 해야 할 비서실 직원들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근무하는 불통과 비효율 문제도 계속 지적돼왔다. 청와대 비서실 건물인 위민관에서 500여m 떨어진 본관의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러 가려면 아직도 두 개의 경비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무실을 광화문 앞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결국 경호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관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비서진 집무실을 끌어오려 했다. 당시 유행한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에 나오는 것처럼 참모들과 격의없는 토론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꾸미길 원했다. 장소가 비좁다는 의견에 본관 2층을 복층으로 만드는 구상까지 했다. 그러나 본관 건물 자체가 전통양식으로 완결된 구조여서 개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노 전 대통령은 위민관에 대통령 집무실을 따로 만들고 연설비서관실을 본관으로 가져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승효상씨는 “청와대가 일상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심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풍경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시내로 나오고 청와대는 박물관으로 바꾸든지 해서 시민들이 그 좋은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게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을까요.”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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