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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국민혁명

[박근혜 트라우마] '소통 부재'가 자초한 운명적 결과

잠용(潛蓉) 2017. 3. 12. 10:38

"박 전대통령, 여권과 측근보고와 달리 8대 0 나오자 더 충격"
JTBCㅣ이성대ㅣ입력 2017.03.11 21:57 수정 2017.03.11 23:45 댓글 3909개


(안개속의 구중궁궐)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이렇게 청와대에 머물면서 어떻게 된 일인가 여러 가지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정치부 이성대 기자와 함께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 전후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속 머무는 건, 삼성동 사저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인용이 아닌 기각 쪽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겠죠?

[기자] 인용 결정을 예상치 못한 데다, 특히 8 대 0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이 나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취재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재판관 2명 중 최소 1명이 기각 결정을 냈다고 여권관계자가 보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결과는 사실과 달랐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어제 인용 결정 이후 참모진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4 대 4나 5 대 3으로 기각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기대했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래서 어제 관저에서 TV로 탄핵 인용 결정을 지켜본 이후 한광옥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제 참모진들과의 회의가 1시간 넘게 이뤄졌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 외에 별다른 입장이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앵커] 여론조사를 보면 계속해서 80% 가까이가 탄핵 찬성을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고, 물론 여론조사와 헌재의 선고는 전혀 다른 얘기지만, 기존의 변론 과정만 지켜봐도 기각은 좀 어려운 게 아니냐는 예상을 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기자] 그래서 일반인들의 여론과 청와대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여론과 동떨어진 모습이 또 하나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 보시는 게 청와대 홈페이지입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확인한 건데요.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여전히 프로필이 떠 있고요, 초기 화면에 회의 장면들이 있고, 심지어 지난해 11월이었죠, 국회 탄핵 표결을 앞두고 맞대응하기 위해 개설했던 '이것이 팩트다'도 여전히 떠있는 상황입니다. 청와대가 인용 결정을 예상치 못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반이 지나도록 공식 홈페이지에도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건, 단순 실수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인데요. 참고로 대통령의 상징이라고 불리죠, 봉황기의 경우 어제 탄핵 인용 결정이 난 이후 바로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앵커] 지금까지도 내려져 있다는 얘기고요. 공식 홈페이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보는 건데, 법적으로 대통령이 아닌 상태인데 그대로 있다는 게 이해가 좀 안 가고요. 헌재 얘기를 좀 해볼까요? 어제 오전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이 머리에 '헤어롤'이라고 하나요? 그걸 꽂고 나와서 얘기가 많았죠?

[기자] 네,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이 장면이 이번 탄핵심판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면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선고당일 이렇게 급하게 모여서 이정미 권한대행 등을 포함해서 아침식사를 겸한 마지막 평의를 열었고요. 또 10시 반, 그러니까 탄핵 선고 30분 전에 다시 최종평결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탄핵 인용과 기각 두 가지 결정문을 놓고 최종 표결에 들어갔는데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맨 먼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임용 순서가 늦은 순서대로 이야기를 한 이후에 이정미 권한대행이 마지막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전원일치 의견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당일 오전에 나왔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 때문에 의견을 모았다, 이건 불가능하다는 게 그 과정만 봐도 알 수 있겠고요. 이렇게 해서 이정미 재판관이 결국은 선고를 가다듬어서 낭독을 했다고 봐야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선고 요지문 낭독도 이정미 권한대행이 끝까지 수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언론에 동시 배포된 이후에도 이정미 권한대행이 읽은 부분을 수정해서 다시 배포되기도 했습니다. 잠깐 보시면 실제로 배포된 것에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미 대행이 읽은 장면에 보시면 '국민들께서도 저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라는 표현이 더 들어가 있습니다. 다시 얘기해서 헌재의 선고가 치열한 과정을 통해서 나온 만큼 공정하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끝까지 저렇게 수정을 했다는 거고, 뭐 이거 결론 때문에 언론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는데, 주문 낭독 때는, 11시 21분 전에는 언론도 전혀 몰랐던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참고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에는 미리 보도자료가 작성되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결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조차도 막겠다고 해서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던 건데, 그래서 방청객들의 관심도 컸는데요. 특히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이 일반 방청석에서 참관을 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정치부 이성대 기자였습니다.


재판관 2인이 작심 비판한 '박 전 대통령의 무능력'
한국일보ㅣ김민정ㅣ입력 2017.03.12 04:42 댓글 2172개


김이수ㆍ이진성 재판관 보충의견 통해
세월호 대응 17쪽에 걸쳐 적나라한 질타
‘세월호 7시간’ 소명도 당일 대응만큼 부실
침묵과 무책임 따른 갈등 법으로 어루만져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전문이 낭독되던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무거운 정적이 깔린 가운데 가장 큰 탄식이 터져 나온 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세월호 사건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선언했을 때다.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성실한 직책수행 여부는 판단 대상 자체가 안 된다”며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다음 쟁점으로 넘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꼈다. 304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소모적 논쟁으로 사회 전체에 큰 생채기를 남긴 대통령의 당일 행적에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많은 이들이 주목했기 때문이다.


김이수ㆍ이진성 두 재판관이 17쪽 보충의견을 낸 이유까지 소상하게 적은 까닭 역시 아직 아물지 않은 사회적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불성실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므로 우리는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의견 개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왕태석 기자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825톤급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뱃머리만 남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세월호는 단순 사고 아닌 ‘국가위기’상황

두 재판관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건 다수의견과 같았다. 그러나 두 재판관은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는 규범적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봤다.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대통령에게는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해 국민을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두 재판관은 “세월호 사건은 총 476명의 탑승객을 태운 배가 침몰해 304명이 사망한 대규모 재난이자 참사”라고 못 박았다. “선체가 물에 완전히 잠긴 후에도 세월호의 크기와 구조를 고려할 때 탑승자들이 한동안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가해지거나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위기 상황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간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운이 없어 교통사고 당한 것과 뭐가 다르냐. 유난 떨지 말라’는 일각의 비난으로 수없이 상처를 받았다. 두 재판관은 2014년 4월 16일 그 날은 분명한 국가적 재난이자 위기상황이었으며, 지도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면 더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선언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끌어안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전남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와 관련한 상황 보고를 듣고 있다. ·


불성실, 책임회피, 거짓말 엄중히 꾸짖어

두 재판관은 세월호 당일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뒤 반박할 수 없는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무태도를 준열하게 꾸짖었다. 당시 국가안보실이 오전 9시20분쯤 해경에 세월호 사고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청와대에 알렸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오전9시에 집무실에 출근해 정상 근무했다면 청와대 주요 직위자에게 전파된 사고내용을 당연히 보고 받았을 것이므로 최소한 오전9시24분에는 상황을 인식했을 것이란 일갈이다. “당일 오전 집무실로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면서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함에 따라, 구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에 30분 이상 발생사실을 늦게 인식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가 이미 오전9시40분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는데도 박 전 대통령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사실도 엄중하게 봤다. 심각 단계는 대규모 선박사고가 났을 때 해양수산부가 대통령실(위기관리센터) 및 안전행정부와 협의해 발령하는 최상위단계 위기 경보다. 집무실에 출근해 상황실을 찾았다면 아무리 늦어도 오전9시40분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지 않았겠냐고 재차 일갈했다.


언론의 오보와 국가안보실의 잘못된 보고 때문에 오후3시가 돼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대통령 측의 변명은 일축했다. “청와대는 오전 10시30분 이미 세월호가 배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기울었고, 오전 10시52분 세월호는 전복돼 선수만 보이고 탑승객들은 대부분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지했으므로 일부 낙관적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국가안보실 등이 보도를 그대로 보고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의 무책임한 상황인식도 호되게 질책했다. 그는 당일 오후 1시13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190명이 추가 구조돼 총 370명이 구조됐다’는 보고를 받아 상황이 종료된 걸로 판단했다고 재판부에 주장했었다. 두 재판관은 “총 407명 중 370명이 구조됐으면 104명이 아직 구조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370명 구조를 이유로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위기상황에서 피청구인의 불성실함을 드러내는 징표”라며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국가안보실장과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샅샅이 뒤져서 철저히 구조해라’,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두 재판관은 ‘거짓말’이라고 봤다. 다른 부처와 통화한 기록은 있다고 하면서 유독 국가안보실장 및 해경청장과 통화한 기록만은 제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엄중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초기 이진성 재판관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세세하게 밝히라”는 석명 요구를 무시한 바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2014년 4월 17일 세월호 사고현장인 전남 진도 해상에서 해경 등이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벌이는 현장을 박 전 대통령이 방문하고 있다. /진도 =청와대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인용이 발표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 모인 세월호 유가족들이 방송을 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그나마 내린 지시는 원론적 내용에 불과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여객선 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해 누락 인원이 없도록 할 것”. 이는 박 전 대통령이 그간 자신이 최선을 다해 지시를 내렸다고 강변할 때 근거로 삼았던 지시 내용이다. 두 재판관은 그러나 이를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으로 봤다. “급박한 위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어떠한 지도적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이 지시에는 현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관한 인식이 없고 어느 해법을 강구할지에 관해 어떠한 고민도 담겨 있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관저에 계속 머물면서 상황에 맞지 않아 부적절한 전화 지시를 했을 뿐”이라며 “400명이 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순간에 대통령은 8시간 동안이나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두 재판관은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국가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위기가 발생해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라며 “세월호 참사가 바로 이런 날에 해당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지도력이라도 발휘해 국가와 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던 전국민적 염원을 저버렸다”는 게 재판부가 보충의견 말미에 지적한 내용이다.


김이수ㆍ이진성 두 재판관은 이 같은 직책 성실수행 의무위반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 사항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감추려고 했던 세월호 당일 행적의 사실관계를 시간대별로 조목조목 매섭게 따지면서 침묵과 무책임으로 일관했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갈등을 법의 이름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