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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국민혁명

[촛불의 주역들] "탄핵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

잠용(潛蓉) 2017. 3. 13. 10:23

촛불혁명 4인의 숨은 주역들 "탄핵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
매일경제ㅣ입력 2017.03.12 15:48 수정 2017.03.12 20:02 댓글 641개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총 20차례에 걸쳐 연인원 1500만명이 참가해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번 촛불집회에선 청소년 청년층에서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각계각층이 모여 힘을 보탰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지난 11일 촛불혁명을 이끈 주역 4인은 "헌재 판결 결과는 당연하다" 면서도 "탄핵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장 나온 10대들···

최준호 중고생혁명 前대표


교복부대 이끈 최준호 중고생혁명 대표


'정유라 교육농단' 사태는 10대의 분노를 자아내며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았다. 서로를 모르는 중·고생들이 단체를 만들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특별한 움직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최준호 '중고생혁명' 전 대표(19)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은 주역 중 하나였다. SNS로 전국의 중고생에게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수백 명의 10대들과 함께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그는 헌재의 탄핵 인용에 대해 "모두가 분노한 사건이었고 너무나 많은 잘못이 드러났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개혁'의 시작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많은 중고생이 거리로 나섰던 것은 '국정농단' 뿐 아니라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과열된 입시경쟁' '학생인권'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대학생 깃발부대···

안드레 대학생시국회의 대표


'청년 촛불' 안드레 대학생시국회의 대표


지독한 취업경쟁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팍팍한 삶을 말그대로 '버텨온' 다수의 청년들은 앞다퉈 깃발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경제·사회적 환경 탓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에서 '삼포 세대'로까지 불리는 대학생들은 촛불 대열의 선두에 서서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최순실 사태 이후 41개 대학 총학생회를 비롯해 70여개 대학생 단체가 참여하는 전국단위 조직을 이끌어온 안드레 대학생시국회의 대표는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정권에 대한 촛불의 심판이 현실로 이뤄진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9차례 촛불집회를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한 그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광장으로 나온 이유로 '노력하면 된다'는 최소한의 희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촛불든 노인들···

조성훈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처장


'촛불을 든 노인' 조성훈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처장


이번 촛불·태극기 정국은 세대간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촛불집회에도 노인들은 비교적 적었다. 이같은 '젊은' 촛불집회에 조성훈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처장(63)은 단 한 차례도 주말 광장 출석을 빼먹지 않는 '개근'을 달성했다. 촛불을 든 장년층은 대통령 퇴진 운동에 대해 '세대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사무처장이 이끄는 60대 이상의 노후희망유니온 회원들은 매 주말 집회 때마다 30~40명씩 광장을 채우며 상대적으로 젊은 촛불집회의 연령대를 다양화 하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조 사무처장은 "노인들이 수십명씩 몰려다니니깐 젊은 친구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고, 시위용 깃발을 대신 들어주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조 사무처장은 이번 탄핵정국에서 보인 극렬한 세력(태극기·촛불)간 반목이 세대간 갈등으로 비춰진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도 우리의 형제이자 친구"라며 "나부터라도 상대방을 포용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과 융화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번 탄핵정국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광장 텐트'친 블랙리스트 ···

극단 '고래' 이해성 대표


블랙리스트 저항 극단 '고래' 대표


지난 1월 7일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에 검은 천막형 극장이 설치됐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문화 예술인들이 공연을 위한 '텐트'를 친 것이다. 문화 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블랙리리스트를 작성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 임시 공공극장은 촛불집회를 하나의 '축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주도한 극장장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천만이 넘는 촛불시민들이 탄핵 인용을 바라는 마음으로 토요일마다 일상을 포기하고 나왔다"며 "(인용 결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10월부터 이어진 촛불집회는 무엇보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평화 집회로 그 의미를 더했다. 이 대표는 "시민들의 평화에 대한 정신, 폭력을 서로 자발적으로 제지해 나가면서 이뤄낸 수평적인 운동이 촛불의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라고 전했다. 탄핵 이후 과제에 대해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서 사회 전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경유착 등 지금까지 이뤄졌던 잘못된 관행들을 바꿔나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민주주의를 봤다" 촛불 앞에 선 사람들
노컷뉴스ㅣ전북CBS 임상훈 기자ㅣ입력 2017.03.13 06:25 댓글 31개


[전북의 촛불①] 전북비상시국회의 주축 조혜진, 박우성 활동가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박근혜 정권 4년의 막을 내리게 한 건 4개월에 걸쳐 타오른 촛불이었다. 위대한 '촛불혁명'을 이끈 건 연인원 16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촛불은 없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촛불의 한 가운데로 좀 더 접근한 이들도 있다. 전북CBS는 집회의 새 역사와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연 촛불 시민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전북의 촛불을 만난다. [편집자 주]


전북비상시국회의 조직 담당 조혜진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 (사진=임상훈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북비상시국회의'는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전북의 촛불집회를 준비하면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촛불의 한 가운데 섰던 조혜진(40) 씨는 시국에서 조직을 담당했고,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을 맡고 있다. "촛불집회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사실 피똥을 싼 날들도 있었어요." 촛불행진의 선두에서 앙칼진 목소리로 구호를 외친 조 씨는 항상 힘든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촛불 광장에만 나서면 거짓말인 듯 기운이 솟았다고 한다.


4개월 촛불 장정 중 조 씨의 뇌리에 아직까지 박혀 있는 것은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어린 학생들이었다. 조 씨는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촛불집회를 열었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우리 생각 이상으로 참여하고 분노하며 발언하는 학생들을 보며 뿌듯했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전국에서 모이는 촛불을 보며 사는 동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했다"며 "제 평생소원 중 하나가 이뤄져 다행이다. 이제 제대로 된 나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전북비상시국회의 언론 담당 박우성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투명사회국장. (사진=임상훈 기자)


시국회의 언론 담당을 맡은 박우성(43) 씨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투명사회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 사건을 거치며 무력감과 패배감에 빠지기도 했던 날들을 날린 건 시민들이 만들어 낸 촛불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의 기억 속 촛불집회 최고의 장면은 첫 서울 집중 집회가 열린 2016년 11월 12일이다.

당시 전북비상시국회의는 큰 기대 없이 상징적 의미로 전주풍남문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열었고 예상과 달리 1500여 명의 시민이 몰리면서 광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걷잡을 수 없는 파도와 같은 시민의 요구와 힘이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이끌어 대통령 탄핵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 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우리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싸운 것이었다"며 "노동과 농업, 탈핵 등 그간 남의 문제라 생각한 것들이 촛불광장에서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조 씨와 박 씨는 시민혁명을 이끈 촛불집회가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연 놀라운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CBS 임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