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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명시감상] "산" (山 1923) - 김소월 작

잠용(潛蓉) 2018. 3. 20. 19:55

 

山" / 金素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히네
오늘도 하룻길
七八十里
돌아서서 六十里는 가기도 했소.

不歸, 不歸, 다시 不歸
山水甲山에 다시 不歸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十五年 情分을 못잊겠네

山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山水甲山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개벽 40호> , 1923.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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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 山水甲山은 한번 갇히면 다시는 못 나오는 폐쇄적 공간으로써, 이별과 죽음같은 일상적 삶이 지니는 고통의 절정이나 의식 속에서 설정된 공간이다. 그러나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잊겠네’에서처럼, 두고 온 정분을 잊지 못하는 화자는 스스로 선택한 ‘산수갑산 가는 길’과 갈등을 일으킨다. ‘가다 ↔ 돌아서다’의 행위, ‘잊다 ↔ 못잊다’의 사념(思念), ‘오는 눈 ↔ 녹는 눈’의 사물의 대립적 용법이 이를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산새는 장애물(嶺) 때문에 산을 넘지 못하고 울고 있다. 이때, 1연의 ‘-도’는 화자와의 동일화를 의미하므로, 화자도 산새처럼 영과 고개를 넘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행위를 저지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감정 이입). 2연과 4연의 눈은 사나이의 ‘십오년 정분’과 연관을 갖게 된다. ‘오다’는 정분의 주체인 두 남녀의 ‘만다다’와 일치되고, ‘덮이다’는 정분이 ‘쌓이다’와, 그리고 ‘녹다’는 정분이 ‘없어지다’와 일치되어 눈과 정분을 유기적 관계로 묶는다. ‘덮인 눈’, ‘먼 길’, ‘고개’는 사나이의 나아감을 방해하는 이미지를 가지며, 산에 오는 눈과 들에 녹는 눈의 대칭은 행위의 나아감과 멈춤이라는 동시적 상황에 대한 화자의 내면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귀(不歸)는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한 번 가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거나, 한번 와서 돌아가지 아니함의 이중적 의미를 포괄한다. 3연에서 불귀를 네 번이나 사용하여 산수갑산에 들어가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불귀’는 이러한 의미에 새의 울음소리를 결합한 표현이다. 7⋅5를 기본 율조로 하고, 자음 ‘ㅅ’과 모음 ‘ㅗ/ㅜ’를 많이 사용하였다. 산수갑산이라는 어휘가 갖고 있는 ‘ㅅ’의 멀고 아득한 느낌을 위해 1연 3행의 두메 대신 ‘시메’를 사용하였고, 밝은 계통의 느낌을 주는 ‘ㅗ’와 어두운 ‘ㅜ’를 적절히 배합하여 이 시에 명암을 부여하고 있다. 주제는 ‘산수갑산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다.

김소월 (金素月 본명 金廷湜)

일제시대 1902년 8월 6일 평북 구성에서 출생했다. 시인. '한 (恨)'을 여성적 감성으로 표현해 낸 서정시를 주로 썼다. 대표작으로 <진달래꽃>, <산유화>가 있다. 본관은 공주 김씨. 본명은 정식(廷湜). 전통적인 한(恨)의 정서를 여성 화자를 통해 보여주었고, 향토적 소재와 설화적 내용을 민요적 기법으로 노래하였다. 아버지 성도(性燾)와 어머니 장경숙(張景淑)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외가에서 태어나 백일이 지난 뒤, 평안북도 정주군 곽산면 남서동 본댁으로 돌아왔다. 2세 때 아버지가 철도를 설치하던 일본인에게 폭행당해 정신이상이 되자 할아버지가 그를 돌보았다. 할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우고, 숙모 계희영에게 〈심청전〉·〈장화홍련전〉등의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1915년 오산학교 중학부에 입학, 1916년에는 홍단실과 결혼했다. 3·1운동 직후 오산학교가 잠시 문을 닫게 되자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해 졸업했다. 그가 오산학교에 다닐 때에는 조만식이 교장, 서춘·이돈화·김억이 교사로 있었는데, 김억에게 시적 재능을 인정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23년 도쿄상과대학[東京商科大學]에 입학했으나, 9월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학교를 그만두고 귀국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할아버지가 경영하는 광산일을 돕다가 1924년 〈진달래 꽃〉의 무대인 영변을 잠깐 다녀왔다. 김동인·김찬영·임장화 등과 〈영대 靈臺〉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나도향과 친하게 지냈다. 광산일이 실패하자 처가가 있는 구성군으로 이사했다. 땅을 팔아 동아일보사 지국을 경영했으나 실패했다. 그뒤 생활이 어려워져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술만 마시다가, 1934년 12월 24일 32세로 고향 평북 곽산에서 음독 자살했다. 1968년 3월 한국일보사에서 남산에 그의 시비를 세웠다. [Daum 백과]

 

멧비둘기의 구슬픈 울음소리 (지집 죽고~ 자식 죽고~)


테너 김금환 & Sop.이수경 / 김소월 詩 / 하대응 曲


산 -김소월 시, 하대응 곡, 임정근 노래 -한국가곡100선


산 (김소월 시 l 하대응 곡) - 바리톤 정재원


산 (김소월 작사 하대응 작곡) 테너 최용호


산 (김소월 작사 하대응 작곡) 바리톤 나건용, 피아노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