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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묘법연화경' (妙法蓮華經) (1)

잠용(潛蓉) 2013. 6. 4. 16:56

묘법연화경 변상도 (돈황 막고굴 유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 1권

후진(後秦) 구자국(龜玆國) 삼장법사(三藏法師)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이운허 국역

 

 

 

1. 서 품 (序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1)의 기사굴산(耆闍崛山)2) 가운데서 큰 비구 대중 1만 2천 인과 함께 계셨다. 이들은 다 아라한(阿羅漢)3)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고 자신의 이로움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有]의 결박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에 자유로움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마하가섭(摩訶迦葉)·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가야가섭(伽耶迦葉)· 나제가섭(那提迦葉)· 사리불(舍利弗)· 대목건련(大目犍連)·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 아로누타(阿로樓馱)· 겁빈나(劫賓那)· 교범바제(憍梵波提)· 리바다(離婆多)· 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 박구라(薄拘羅)· 마하구치라(摩訶俱絺羅)· 난타(難陀)· 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 수보리(須菩提)· 아난(阿難)· 라후라(羅羅) 등이니,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잘 아는 큰 아라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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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어 Rjagha의 음사. 인도 마갈타국의 수도이다.
2) 범어 Gdhraka의 음사. 왕사성 동북쪽에 있는 산 이름. 영취산(靈鷲山)이라고도 한다.
3) 범어 Arhan의 음사이다. 응공(應供)· 살적(殺賊)· 불생(不生)· 이악(離惡)이라 한역하고, 존경받을 만한 성자를 말하며, 대승불교에서는 소승의 성자를 이렇게 부른다. 또 부처님의 열 가지 다른 이름 중의 하나이다.

 

또 아직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이[學無學]4)가 2천 인이나 있었고,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5) 비구니는 그의 권속 6천 인과 함께 있었으며,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수다라(耶輸陀羅) 비구니도 또한 그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6) 8만 인이 있었으니,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7)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으며, 다라니(陀羅尼)8)와 말 잘하는 변재[樂說辯才]를 얻어서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9)을 굴렸으며, 한량없는 백천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여러 부처님 계신 곳에서 모든 덕의 근본을 심었으므로 항상 여러 부처님께서 칭찬하셨으며, 자비로써 몸을 닦아 부처님의 지혜에 잘 들어갔으며, 큰 지혜를 통달하여 피안(彼岸)10)에 이르렀고, 그 이름이 한량없는 세계에 널리 들리어 무수한 백천의 중생을 제도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 관세음(觀世音)보살· 득대세(得大勢)보살· 상정진(常精進)보살· 불휴식(不休息)보살· 보장(寶掌)보살· 약왕(藥王)보살· 용시(勇施)보살· 보월(寶月)보살· 월광(月光)보살· 만월(滿月)보살· 대력(大力)보살· 무량력(無量力)보살· 월삼계(越三界)보살· 발타바라(跋陀婆羅)보살· 미륵(彌勒)보살· 보적(寶積)보살· 도사(導師)보살 등이니, 이러한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 8만 인과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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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직 배우는 이'라는 말은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고, '다 배운 이'라는 말은 더 배울 것이 없는 경지이니, 곧 아라한을 지칭한다.
5) 범어 Mah-prajpati의 음사. 대애도(大愛道)라고 한역한다. 석존의 어머니인 마야부인(摩耶夫人)의 동생인데 언니인 마야부인이 죽은 뒤, 정반왕의 부인이 되어 석존을 양육하였다.
6) 범어 Bhodhisattva-Mahsattva의 음사. 보살과 마하살이 결합된 말로 보살은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각유정(覺有情) 또는 도중생(道衆生)이라 번역하며, 마하살은 위대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대중생(大衆生) 혹은 대유정(大有情)이라 번역한다. 결국 같은 말이지만 보살의 많은 계위(階位) 중 10지(地) 이상의 보살을 표시하기 위해서 다시 마하살이라 한다.
7) 범어 Anuttara-samyak-sabodhi의 음사.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이라 번역한다. 위없이 바른 깨달음, 곧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8) 범어 dhrai의 음사. 총지(總持)라 번역한다. 진언(眞言)이나 주문(呪文)을 말한다. 번역하지 않고 범문(梵文) 그대로 적어서 외우는 것이다.
9) 범어로는 dharmacakra. 전륜성왕(轉輪聖王)이 가진 보배로 된 바퀴[輪寶]가 온갖 것을 다 물리치듯, 부처님의 법은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뜨리므로 이렇게 부른다.
10) 범어로는 pramit. 중생들의 미혹된 세계를 차안(此岸)이라 하는 데 대한 깨달음의 세계를 말한다.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11)은 그의 권속 2만의 천자(天子)12)와 함께하였고, 또 명월천자(名月天子)· 보향(普香)천자· 보광(寶光)천자· 사대천왕(四大天王)13)이 그들의 권속 1만 천자와 함께하였으며, 자재(自在)천자· 대자재(大自在)천자도 그의 권속 3만의 천자와 함께하였고, 사바(娑婆)14)세계의 주인이며 범천왕(梵天王)15)인 시기대범(尸棄大梵)과 광명대범(光明大梵)이 그들의 권속 1만 2천의 천자와 함께하였다. 또 여덟 용왕이 있었으니, 난타용왕(難陀龍王)· 발난타(跋難陀)용왕· 사가라(娑伽羅)용왕· 화수길(和修吉)용왕· 덕차가(德叉迦)용왕· 아나파달다(阿那婆達多)용왕· 마나사(摩那斯)용왕· 우발라(優鉢羅)용왕 등이 각각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또 네 긴나라왕(緊那羅王)16)이 있었으니, 법(法)긴나라왕· 묘법(妙法)긴나라왕· 대법(大法)긴나라왕· 지법(地法)긴나라왕도 각각 백천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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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범어 akra-devn Indra의 음역. 수미산(須彌山)의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忉利天)의 주인인 제석천(帝釋天)을 말한다.
12) 범어로는 sura. 천상계(天上界)에 사는 사람.
13) 사왕천(四王天)의 주신으로 수미산의 4주(洲)를 수호하는 신이다. 동방의 지국천(持國天), 남방의 증장천(增長天), 서방의 광목천(廣目天), 북방의 다문천(多聞天)을 관장하는 네 왕으로 제석천의 명을 받아 불법을 수호한다.
14) 범어 Sabh의 음사. 인토(忍土)· 감인토(堪忍土)라 번역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말한다. 괴로움이 많아 참아야 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15) 범어로는 Brahma. 범왕(梵王)· 대범천왕(大梵天王)이라고도 한다. 색계(色界) 초선천(初禪天)의 주신. 제석천왕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16) 범어 Kinara의 음사. 의인(疑人)· 인비인(人非人)이라 번역한다. 생긴 모양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같이 말한다. 노래를 담당하는 신으로 가신(家臣)· 가악신(歌樂神)· 음악신(音樂神)이라고 한다.

 

또 네 건달바왕(乾闥婆王)17)이 있었으니, 낙(樂)건달바왕· 낙음(樂音)건달바왕· 미(美)건달바왕· 미음(美音)건달바왕이 각각 백천 권속과 함께하였다. 또 네 아수라왕(阿修羅王)18)이 있었으니, 바치(婆稚)아수라왕· 가라건타(佉羅騫馱)아수라왕· 비마질다라(毗摩質多羅)아수라왕· 라후(羅)아수라왕이 각각 백천 권속과 함께하였다. 네 가루라왕(迦樓羅王)19)이 또 있었으니, 대위덕(大威德)가루라왕· 대신(大身)가루라왕· 대만(大滿)가루라왕· 여의(如意)가루라왕이 각각 백천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또한 위제희(韋提希)20)의 아들인 아사세왕(阿闍世王)도 백천 권속들과 함께하였다. 이들은 제각기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이 때 세존(世尊)21)께서는 둘러앉은 사부대중[四衆]22)으로부터 공양과 공경과 존중과 그리고 찬탄을 받으시면서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대승경(大乘經)을 설하셨으니, 그 이름은 『무량의경(無量義經)』이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신 뒤 결가부좌(結跏趺坐)23)하시고 무량의처삼매(無量義處三昧)24)에 드시니, 몸과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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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범어 Gandharva의 음사. 심향(尋香)· 식향(食香)이라 번역한다. 술과 고기는 일체 먹지 않고 향기만 먹고 살므로 이같이 말한다. 제석천을 섬기고 음악을 담당하는 신이다. 언제나 부처님이 설법하는 곳에 나타나 찬탄하고 불법을 수호한다.
18) 범어 Asura의 음사. 비천(非天)· 부단정(不端正)이라 번역한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이다.
19) 범어 Garua의 음사. 독수리같이 사납게 생긴 새로, 용(龍)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금시조(金翅鳥) 또는 묘시조(妙翅鳥)라고 번역한다.
20) 범어 Vaidehi의 음사. 중인도 마갈타국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의 부인이며, 아사세왕(阿闍世王)의 어머니이다.
21) 범어 Bhagavat의 음사. 부처님을 지칭하는 열 가지 이름 중의 하나. 부처님은 세간을 이익되게 하고 세상의 존경을 받으므로 이렇게 부른다.
22) 사부중(四部衆)이라고도 한다. 출가 승려인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와 재가 신자인 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를 말한다.
23) 앉는 법의 한 가지로, 먼저 오른발을 왼편 넓적다리 위에 놓고 왼발을 오른편 넓적다리 위에 놓고 앉는 자세를 말한다. (책상다리)
24) 범어 ananta-nirdea-pratihna-samdhi의 음역. 한량없는 가르침의 실상이라는 이름의 삼매이다.

 

그 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 마하만다라꽃· 만수사꽃· 마하만수사꽃을 내려 부처님 위와 대중들에게 흩으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六種震動]25)하였다. 그때 모인 대중 가운데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優婆塞)26)· 우바이(優婆夷)27)와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摩羅伽)28)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人非人]과 소왕(小王)· 전륜성왕(轉輪聖王)29) 등 모든 대중들이 전에 없던 일을 만나 환희하여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미간의 백호상(白毫相)30)으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1만 8천의 세계를 비추시니,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어 아래로는 아비지옥(阿鼻地獄)31)과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32)에까지 이르렀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들을 다 볼 수 있고, 또 저 세계에 계신 부처님들을 볼 수 있었으며, 여러 부처님들께서 설하시는 경법(經法)33)을 들을 수 있었고, 아울러 그 여러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이 여러 가지 수행으로 도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여러 보살마하살들이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믿음과 가지가지 모습으로 보살의 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여러 부처님들께서 반열반(般涅槃)34)에 드신 뒤에 그 부처님의 사리로 칠보탑(七寶塔)을 일으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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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세간에 상서로운 조짐이 있을 때 대지가 진동하는 여섯 가지 모양. ① 동(動) : 한쪽으로 움직이는 것, ② 기(起) : 아래에서 위로 흔들려 올라오는 것, ③ 용(涌) : 솟아오르고 꺼져 내려가고 하는 것, ④ 진(震) : 은은히 소리나는 것, ⑤ 후(喉) : 꽝 하고 소리를 내는 것, ⑥ 각(覺) 또는 격(擊) : 큰 소리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앞의 세 가지는 모양이 변하는 것이고, 뒤의 세 가지는 소리가 변하는 것이다.
26) 범어 upsaka의 음사. 재가(在家)의 남자 신자이다.
27) 범어 upsik의 음사. 재가의 여자 신도이다.
28) 범어 Mahoraga의 음사. 머리는 뱀 같고 몸은 사람과 같다. 용의 무리에 속한 음악의 신이다.
29) 범어로는 Cakra-varti-rja. 윤왕(輪王) 또는 전륜왕(轉輪王)이라고도 한다. 하늘로부터 받은 전지전능한 보배바퀴[輪寶]를 굴려 수미산의 사주(四洲)를 다스리는 대왕이다.
30) 32상(相)의 하나로 부처님의 두 눈썹 사이에 난 흰 털 덩어리이다. 오른쪽으로 감겨져 있으며, 끊임없이 광명을 발한다고 한다.
31) 범어 avicika의 음사.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도 한다. 팔열지옥 중 가장 밑에 있는 지옥이다.
32) 범어 Akaniha의 음사. 색구경천(色究竟天) 또는 유정천(有頂天)이라고 번역한다. 색계(色界) 18천(天)의 맨 위에 있는 천이다.
33) 경의 가르침,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그 때 미륵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 신기한 모습을 나타내시니, 무슨 인연으로 이런 상서를 일으키시는 것일까? 이제 부처님 세존께서 삼매에 드시니, 이는 부사의하고 희유한 일이다. 마땅히 누구에게 물어야 하며, 또 누가 능히 대답할 것인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문수사리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35)는 일찍이 지난 세상에서 한량 없는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친근하였으므로, 반드시 이렇게 희유한 모습을 보았으리니, 내가 이제 이 일을 물어보리라.'

그 때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여러 하늘· 용· 귀신들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한 모습을 이제 누구에게 마땅히 물어야 할까?'

그 때 미륵보살이 자기 의심도 결단하고, 또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여러 하늘· 용· 귀신들의 마음을 살펴 알고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신통한 모습의 이런 상서가 있으며, 큰 광명을 놓으사 동방으로 1만 8천 세계를 비추어 저 부처님 세계의 장엄을 다 볼 수 있게 합니까?"

미륵보살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偈頌)36)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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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범어 parinirvna의 음사. 입멸(入滅)· 멸도(滅度)· 원적(圓寂)이라 번역한다. 완전한 열반, 부처님의 죽음이다.
35) 문수사리는 범어 Ma juri의 음사로,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다. 법왕자는 법왕, 곧 부처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문수보살을 부처님의 아들에 비유한 것이다.
36) 게(偈)는 범어 gth의 음사인 게타(偈陀)의 준말이고, 송(頌)은 그 번역이다. 경(經)이나 논(論)에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시구(詩句)를 말한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도사께서는 무슨 일로
양 미간의 백호상에 큰 광명을 비추시며

만다라꽃· 만수사꽃 비오듯 내려오고
전단향 맑은 바람 여러 마음 기뻐하니

 

이와 같은 인연으로 땅이 모두 엄정하며
이러한 세계마다 여섯 가지로 진동합니다.

그 때에 사부대중 서로 모두 환희하여
몸과 뜻이 쾌락하니 처음 보는 일입니다.

 

미간으로 놓은 광명 동방으로 멀리 비춰
1만 8천 나라마다 금빛처럼 찬란하니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有頂天)37)까지

그 여러 세계 중에 여섯 갈래 중생[六道衆生]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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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주 32) 참조.

38) 중생들이 지은 업(業)에 따라 윤회하는 여섯 가지 세계로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천상(天上)을 말한다.

 

나고 죽어 가는 곳과 선악의 업과 인연,
곱고 밉게 받는 과보 이 모두를 봅니다.

또 보니 여러 부처님 성주(聖主)이신 사자(師子)들이
연설하는 그 경전은 미묘하기 제일이며

 

그 음성이 청정하여 부드러운 말씀으로
수도 없는 여러 억만 보살들을 교화하며

범음(梵音)39)이 깊고 묘해 듣는 사람 기뻐하고,
각각 여러 세계에서 바른 법을 설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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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범성(梵聲)· 범음성(梵音聲)이라고도 한다. 맑고 깨끗한 소리로, 부처님이 교법을 설하는 소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지가지 인연들과 한량없는 비유로써

불법을 밝게 밝혀 많은 중생 깨우치며

어떤 사람 늙고 들고 죽는 고통 싫어하면
열반법(涅槃)40)을 설하여 그 괴로움 끊게 하고

 

만일 복 있는 이 부처님께 공양하며
수승한 법 구하면 연각법(緣覺法)41)을 설해 주며

만일 어떤 불자 가지가지 행을 닦아
무상(無上) 지혜 구하면 청정한 도 설해 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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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범어 nirva의 음사. 멸(滅)·적멸(寂滅)이라 번역한다.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불생불멸의 법을 체득한 경지를 말한다. 절대적 편안, 깨달음의 경지이다.
41) 범어로는 pratyeka-buddha. 벽지불(辟支佛)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깨달은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독각(獨覺)이라고도 한다.

 

문수사리보살이여, 여기에서 보고 들은
천억 가지 많은 일을 이제 대강 말하겠습니다.

내가 보니 저 세계의 항하 모래와 같은42) 보살

가지가지 인연으로 부처님 도 구하며

 

어떤 이는 베풀되 금과 은과 산호와
진주와 마니보배 차거(車渠)며 마노와

금강석과 여러 보배와 남종과 여종과 수레들과
보배로 된 연[輦]과 가마를 환희하여 보시(布施)43)하며


불도에 회향(廻向)44)하여 삼계(三界)45)에서 제일 가는
대승을 구할 적에 여러 부처님 찬탄 받고

혹은 어떤 보살은 네 말이 끄는 보배 수레
난간과 화개 있게 꾸민 것을 보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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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항하(恒河)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말한다. 무수히 많은 것을 비유할 때 항하사(恒河砂)를 인용한다.

43) 범어로는 dna. 아낌없이 모든 것을 베푸는 것이다. 보시에는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가 있다.
44) 자기가 닦은 선근 공덕을 널리 다른 이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45) 범어로는 trayo-dhtava. 미혹된 세계를 셋으로 나눈 것이다. ① 욕계(欲界) : 음욕· 식욕· 탐욕 등이 치성한 세계, ② 색계(色界) : 욕계와 같이 탐욕은 없으나 미묘한 물질의 세계, ③ 무색계(無色界) : 물질의 세계마저 초월한 미묘한 정신적 세계이다.

 

또 보니 어떤 보살 몸뚱이와 손발과
처자까지 보시하며 위없는 도(道) 구하고

또 어떤 보살들은 머리와 눈, 몸뚱이까지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여 부처님 지혜 구하며

 

문수사리보살이여, 내가 보니 여러 왕들
부처님께 나아가서 위없는 도를 묻고

국토와 좋은 궁전 첩과 신하 다 버리고
출가하여 머리 깎고 법복(法服)46)을 입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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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출가한 승려가 입는 옷으로 법의(法衣)라고도 한다.


혹은 보니 어떤 보살 큰 뜻 품고 비구 되어
고요한 데 있으면서 경전 읽기 즐겨 하고

또 보니 보살들이 용맹하게 정진하며

깊은 산에 들어가서 부처님 도를 생각하며

 

어떤 이는 욕심 떠나 고요한 데 머물면서
깊은 선정(禪定)47) 닦으면서 오신통(五神通)48)을 얻으며

또 보니 보살(菩薩)49)들이 합장(合掌)50)하고 편히 앉아
천만 가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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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범어로는 dhyna. 선(禪)은 범어 선나(禪那)의 준말이고, 정(定)은 그 역어(譯語). 참된 이치를 생각하고, 생각을 안정시켜 산란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48) 다섯 가지 뛰어난 능력을 말한다. ① 천안통(天眼通) :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 ② 천이통(天耳通) : 보통 사람이 못 듣는 것을 듣는 능력, ③ 타심통(他心通) :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 ④ 숙명통(宿命通) : 전생의 일을 환히 아는 능력, ⑤ 신족통(神足通) : 걸림없이 어디든지 오갈 수 있는 능력이다.
49) 범어 bodhisattva의 음사. 각유정(覺有情)· 대사(大士)라고 번역한다.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인간상이며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부처가 되기 이전 단계의 사람을 말한다. 속어로 요즘 불가에서 여자 신도를 이렇게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호칭이다.
50) 범어로는 ajalikarma. 두 손을 합하여 공손히 하는 인사로 불가의 인사법이다.

 

또 어떤 보살들은 지혜 깊고 뜻이 굳어
부처님께 여쭙고 듣는 대로 간직하며

또 어떤 불자들은 선정· 지혜 구족하여

한량 없는 비유로써 대중 위해 법 설하고

 

기쁜 마음으로 설법하여 여러 보살 교화하고
마군들 파한 후에 법고를 둥둥 치며

또 보니 보살들이 묵연히 앉아 있어
하늘·용이 공경해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또 보니 어떤 보살 숲 속에서 광명 놓아
지옥 고통 제도하여 불도에 들게 하며

또 보니 불자들이 잠도 자지 아니하고
숲 속을 거닐면서 불도를 잘 구하며

 

또 보니 계행(戒行)을 구족하고 깨끗한 보옥(寶玉)처럼
위의(威儀)를 갖추어서 부처님 도 구하고

어떤 불자 인욕(忍辱)51)의 힘으로 잘난 체하는 이52)가 헐뜯어도
그 모두를 능히 참아 부처님 도를 구하며

 

또 보니 보살들이 희롱하고 웃는 일과
어리석음 다 여의고 지혜로운 이 친근하며

산란한 맘 가다듬어 산림 속에 고요히 앉아
억천만 년 지내면서 부처님 도 구하며

 

또 보니 어떤 보살 희유한 찬과 음식
여러 가지 탕약으로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고

천냥 만냥 값 나가는 훌륭한 의복이나
값도 모를 좋은 옷을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며

 

천만억 가지가지 전단(栴檀)53)으로 지은 집과

여러 가지 묘한 침구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고

꽃과 열매 무성한 맑고 깨끗한 숲과 동산
흐르는 물 맑은 못을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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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범어로는 knti. 욕된 것을 참는 것이다. 인내를 말한다.

52) 원문은 증상만(增上慢)으로, 훌륭한 교법과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얻었다고 생각하여 잘난 체 거만을 떠는 사람을 말한다.
53) 범어 candana의 음사. 향나무 이름이다. 인도 남부 데칸 고원 지방에서 많이 난다.

 

가지가지 아름다운 이런 것을 보시하되
환희하는 마음으로 위없는 도를 구하고

혹은 어떤 보살 적멸한 법 설하여서
무수한 중생들을 갖가지로 교화하여

 

혹은 보니 여러 보살 법의 성품 허공 같아
두 모양이 없는 줄을 진실하게 관찰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 집착하는 마음 없어
미묘한 지혜로써 위없는 도를 구합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또 어떤 불자들은
부처님 멸도 후에 사리에 공양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들은 항하의 모래 같은
무수한 탑(塔)54)을 세워 나라마다 장엄하니

 

아름다운 그 보배탑 높이가 5천 유순(由旬)55)
너비로나 길이로나 똑같아서 2천 유순

이러한 탑묘마다 당(幢)과 번(幡)56)이 1천이요,
진주로 된 교로만(交露幔)57)에 보배 방울 울려오니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이
향과 꽃과 기악으로 항상 공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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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원문은 탑묘(塔廟). 탑은 범어 stpa의 음사이며, 묘는 그 의역(意譯)이다.
55) 범어 yojana의 음사. 인도의 거리 단위이다. 성왕(聖王)이 하루 동안 가는 거리이며, 40리(혹은 30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56) 불전(佛殿)을 꾸미는 장엄구(莊嚴具)로서, 일종의 기(旗)라 할 수 있다.
57) 보배 구슬로 만든 휘장인데 구슬 빛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므로 이같이 부른다.

 

문수사리보살이여, 그 많은 불자들이
사리 공양 하느라고 모든 탑을 장엄하니

이 국토는 저절로 특수하게 아름다워져서
도리천의 수왕(樹王)58)에 꽃이 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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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도리천(忉利天) 선견성(善見城) 동북쪽에 있다는 나무이다.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라고도 한다.

부처님 놓으신 광명으로 이 세계의 온갖


수승함과 미묘함을 우리들이 봅니다.

여러 부처님 신통한 힘 그 지혜가 희유하여
밝은 광명 놓으시사 무량 세계 비추시니

 

이를 보는 우리들이 미증유의 일이므로
불자이신 문수보살이시여, 의심 풀어 주옵소서.

사부의 여러 대중 나와 당신 우러르니

세존께서 무슨 일로 이 광명을 놓습니까?

 

보살께서 답하시어 의심 풀어 기쁘게 하소서.
무슨 이익 있기에 이런 광명 놓습니까?

부처님 도량에서 얻으신 미묘한 법
말씀하려 합니까? 수기(授記)59) 주려 합니까?


여러 불토마다 보배로써 장엄함과
부처님을 뵙게 되니 작은 인연 아닌가 합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사부대중과 용과 신이
당신만을 우러르니 이 뜻을 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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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범어로는 vykarana.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성불(成佛)하리라고 예언하는 것을 말한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은 미륵보살마하살(彌勒菩薩摩訶薩)60)과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善男子)61)들이여, 내가 생각건대 세존께서 이제 큰 법을 설하시며, 큰 법비[法雨]를 내리시며, 큰 법소라[法螺]를 부시며, 큰 법북[法鼓]을 치시며, 큰 법의 뜻을 연설하실 것입니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과거 여러 부처님들의 이러한 상서를 보았나니, 이 광명을 놓으시고는 큰 법을 곧 설하시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으심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 세간에서 믿기 어려운 법을 듣고 알게 하려고 이런 상서를 나타내신 줄 아십시오. 선남자들이여, 과거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아승기겁(阿僧祇劫)62)에, 그 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일월등명(日月燈明) 여래(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遍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63)이었습니다. 바른 법을 연설하시니, 처음이나 중간, 그리고 맨 나중도 잘 하셨으니, 그 뜻은 매우 깊고 그 말씀은 공교하고도 묘하였으며, 순일하여 섞임이 없었고,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64)의 모습을 구족하였으므로, 성문(聲聞)65)을 구하는 이에게는 사제법(四諦法)66)을 말씀하시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벗어나서 마침내 열반케 하시고, 벽지불(辟支佛)을 구하는 이에게는 12인연법(因緣法)67)을 잘 말씀하시고, 보살을 위해서는 육바라밀(六婆羅蜜)68)을 잘 말씀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일체종지(一切種智)69)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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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범어 Maitreya의 음사. 부처님 입멸 후 56억 7천만 년을 지나서 이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보살이다.
61) 범어로는 kula-putra. 불법을 믿고 신앙이 두터우며 선을 닦는 남자 재가신자(在家信子)를 말한다. 우바새(優婆塞)라고도 한다.

62) 범어로는 asakhya-kalpa.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이다. 겁(劫)은 인간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의 단위를 말한다.
63) 각각 부처님의 열 가지 다른 이름의 하나이다. ① 여래 : 범어로는 Tathgata. 실다운 진리에 수순하여 이 세상에 와서 진리를 보여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② 응공 : 범어로는 Arhat. 마땅히 공양받을 만한 사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③ 정변지 : 범어로는 Samyaksabuddha. 바른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④ 명행족 : 범어로는 Vidycaraa-sapanna. 지혜와 행을 구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⑤ 선서 : 범어로는 Sugata. 부처님은 고해를 건너 저 언덕에 갔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 ⑥ 세간해 : 범어로는 Lokavit. 세간(세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⑦ 무상사 : 범어로는 Anuttara.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⑧ 조어장부 : 범어로는 Puruadamyasrathi. 사람들을 잘 다루어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⑨ 천인사 : 범어로는 Devamanuya. 부처님은 천(天)과 인(人)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⑩ 불세존 : 범어로는 Bhagavat. 불은 깨달은 사람, 세존은 세상에서 존귀한 스승이라는 뜻의 합성어이다.
64) 범어로는 brahmacara. 맑고 깨끗한 행실, 정행(淨行)을 말한다.
65) 범어로는 rvaka. 본래는 부처님의 제자라는 뜻이나, 대승불교에서 자기의 깨달음만 추구하는 소승의 성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닫는 성자를 말한다.

66) 인생의 근본되는 네 가지 진리이다. ① 고제(苦諦) : 모두가 괴로움이라는 진리, ② 집제(集諦) :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에 있다는 진리, ③ 멸제(滅諦) : 괴로움의 원인을 없애는 진리, 즉 집착을 끊는 것이 깨달음의 경지라는 것, ④ 도제(道諦) :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실천의 진리, 곧 8정도(正道)를 말한다.
67) 연기(緣起)의 도리를 열 두 가지로 나눈 것. ① 무명(無明) : 근본적인 무지(無知), ② 행(行) : 의식 작용을 일으키는 동작, ③ 식(識) : 식별 작용, ④ 명색(名色) : 명칭과 형태, 정신과 물질, ⑤ 6처(處) : 마음의 작용이 성립하는 여섯 가지 근본, 곧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6근(根), ⑥ 촉(觸) : 감각 기관과 대상의 접촉, ⑦ 수(受) : 외계로부터 받아들이는 감각, ⑧ 애(愛) : 맹목적인 충동, 고통은 피하고 즐거움만 찾는 망령된 집착, ⑨ 취(取) : 자기가 욕구하는 것을 취함, ⑩ 유(有) : 생존, ⑪ 생(生) : 몸을 받아 태어남, ⑫ 노사(老死) : 늙어서 죽음을 말한다.
68) 범어로는 a-pramit. 보살이 생사의 고해를 건너 열반에 이르기 위해 실천해야 할 여섯 가지 덕목이다. ① 보시(布施) : 널리 베푸는 일, ② 지계(持戒) : 계율을 지키는 일, ③ 인욕(忍辱) : 욕된 것을 참는 일 ④ 정진(精進) : 게으르지 않고 힘써 수행하는 일, ⑤ 선정(禪定) :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혀 일심이 되는 것, ⑥ 반야(般若) : 참된 지혜를 얻는 것이다.
69) 범어로는 sarvaja-jna. 일체 만법(萬法)을 낱낱이 다 아는 지혜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그 다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이 또한 일월등명(日月燈明)이고, 다음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이 또한 일월등명이며, 이렇게 2만의 부처님이 모두 한가지로 일월등명이라 이름하였으며, 성도 똑같아서 모두 파라타(頗羅墮)이었습니다. 미륵보살은 마땅히 아십시오. 첫 부처님이나 나중 부처님께서 모두 한가지로 일월등명(日月燈明)이라 이름하며, 10호(號)70)를 구족하시고 설하신 법문도 처음과 중간, 그리고 나중이 모두 좋으셨습니다. 그 최후의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여덟 왕자가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유의(有意)요, 둘째는 선의(善意)며, 셋째 이름은 무량의(無量意)요, 넷째 이름은 보의(寶意)요, 다섯째 이름은 증의(增意)이며, 여섯째 이름은 제의의(除疑意)요, 일곱째 이름은 향의(響意)요, 여덟째 이름은 법의(法意)였으니, 이 여덟 왕자는 위덕이 모두 자재하여 각각 사천하(四天下)71)를 거느렸습니다. 그러나 이 여러 왕자들이 아버지께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따라서 출가하여 대승의 뜻을 내어 항상 범행을 잘 닦아 법사가 되었으며, 천만억 부처님 계신 데서 이미 여러 가지 선근을 심었습니다.


이 때 일월등명불께서 대승경(大乘經)을 말씀하셨으니, 그 이름이 『무량의경』이었습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시고 생각하시는 바였습니다. 이 경을 다 설하신 뒤에는 곧 많은 대중 가운데서 결가부좌(結跏趺坐)하시고 무량의처(無量義處)삼매에 드시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셨으니, 이 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과 만수사꽃과 마하만수사꽃을 내리어 부처님의 위와 대중들에게 흩뿌리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그 때 그 회중에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과 소왕· 전륜성왕· 모든 대중들이 처음 보는 일이라 환희하여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그 때 여래께서는 미간의 백호상으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1만 8천 세계를 비추시니,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는 것이 지금 보는 여러 부처님의 세계와 같았습니다. 미륵은 아십시오. 그 때 모인 대중 가운데 20억 보살이 법을 들으려 하다가, 이 광명이 넓은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을 보고, 처음 보는 일을 얻었으며, 이 광명이 비치는 인연을 알고자 하였습니다.


그 때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묘광(妙光)으로 8백 제자가 있었습니다. 이 때 일월등명불이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묘광보살을 인연하여 대승경을 설하셨으니, 이름이 『묘법연화경』입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입니다. 60소겁(小劫)72) 동안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시니, 모인 청중도 또한 한 자리에서 60소겁 동안을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앉아 부처님의 말씀 듣기를 밥 먹는 순간처럼 생각하여 그 회중의 한 사람도 몸으로나 마음으로 게으름을 내는 이가 없었습니다. 일월등명불께서 60소겁 동안 이 경전을 설하신 후 범천· 마군·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73)· 천인· 아수라들에게 선언하여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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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부처님의 열 가지 다른 이름. 주 61)에 나오는 이름과 같다.

71) 수미산의 사방에 있는 네 개의 대주(大洲)로, 남쪽 섬부주[南贍部洲], 동쪽 승신주[東勝身洲], 서쪽 우화주[西牛貨洲], 북쪽 구로주[北瞿盧洲]를 말한다.
72) 범어로는 antara-kalpa. 여러 가지 설이 있다. 8만 세에서 100년에 한 살씩 감해 10세에 이르고, 다시 10세에서 100년에 한 살씩 늘어가 8만 세가 되는 기간을 말한다.

73) 인도의 사성(四姓) 계급 중 가장 높은 계급. 힌두교의 제사를 주관한다.

 

'여래가 오늘 밤중에 마땅히 무여열반(無餘涅槃)74)에 들리라.'

이 때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덕장(德藏)이었는데, 일월등명불께서 그에게 수기(授記)를 주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덕장보살이 다음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리니, 그 이름을 정신(淨身)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訶)·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라 하리라.'
이렇게 수기하시고 문득 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시니, 부처님께서 멸도(滅度)75)하신 후에는 묘광보살이 또 『묘법연화경』을 가지고 80소겁이 다 차도록 사람을 위하여 연설하였으니, 일월등명불의 여덟 왕자는 모두 묘광보살을 스승으로 삼았고, 묘광보살은 그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견고하게 하였습니다. 그 여러 왕자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불도를 모두 이루었으니, 맨 나중에 성불한 이의 이름은 연등(燃燈)이었습니다. 8백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은 이름이 구명(求名)이었으니, 이익에 탐착함이 많았으며, 비록 여러 경전을 읽더라도 영리하게 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많으므로 구명이라 이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도 선근을 많이 심은 인연으로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습니다. 지금 이 상서를 보니 그 때의 근본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생각건대 오늘날 여래께서도 마땅히 대승경을 설하시리니, 그 이름이 『묘법연화경』입니다.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는 바일 것입니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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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범어로는 anupadiea-nirvna. 완전한 열반. 깨달은 사람이 죽음으로써 몸마저 없어져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으로 유여열반(有餘涅槃)의 반대이다.
75) 부처님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말한다. 열반이라고 한다.

 

생각하면 지난 세상 한량없는 오랜 겁에
부처님 계셨으니 그 이름이 일월등명

세존께서 법 설하시어 무량 중생 제도하고
수없이 많은 보살을 불지혜에 들게 하며

 

그 부처님 출가 전에 낳으신 여덟 왕자
부왕 출가함을 보고 범행을 따라 닦고

부처님 설하신 경 그 이름이 『무량의경』
여러 대중 가운데 널리 분별했습니다.

 

이 경 다 설하시고 법좌에 가부좌 틀고

깊은 삼매 드시오니 그 이름 무량의처(無量義處)

하늘에선 만다라 꽃비 오고 하늘북 절로 우니
여러 천룡과 귀신들 세존께 공양하고

 

일체의 여러 국토 큰 진동이 일어나고
미간으로 놓은 광명 희유한 일 나타나며

이 광명이 동방으로 1만 8천 불토 비추니
일체 중생 나고 죽는 그 업보를 볼 수 있고

 

그 많은 불토마다 보배로써 장엄하니
유리 빛과 파리 빛을 광명 비춰 보게 되고

혹은 보니 천인들과 용과 신과 야차들과
건달바와 긴나라들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보니 모든 여래 저절로 성불하사
금빛 같은 그 몸이 단정하고 미묘하기

깨끗한 유리병에 참다운 모습 나투신 듯
대중 가운데 계신 세존 깊은 법을 연설하시니

 

하나하나 불세계에 무수한 성문 대중
부처님의 광명으로 그 대중을 모두 보며

혹은 여러 비구들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정진하여 가진 계행 밝은 구슬 보호하듯

 

또 보니 여러 보살 보시하고 인욕하는
그 수가 항하 모래 같음을 부처님 광명으로 보게 되며

여러 보살 또 보니 모든 선정(禪定) 깊이 들어
심신이 부동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며


또 보니 여러 보살 적멸(寂滅)한 법을 알아
그 국토에 설법하여 부처님 도를 구하네.

그 때에 사부대중 일월등명 부처님의
큰 신통의 힘을 보고 그 마음이 환희하여


서로서로 묻는 말이 이런 일은 무슨 인연일까?

천인 공경 받는 세존 삼매에서 일어나서

묘광보살 칭찬하길, 너는 세상 눈[世間眼]76)이 되니
모든 중생 귀의하고 법장(法藏)77)을 받을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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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불· 보살의 존칭. 불· 보살은 세상 사람의 눈 노릇을 하여 바른 길로 인도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77) 범어로는 dharma-koa. 법의 창고,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經典)을 말한다.


내가 말한 온갖 법을 네가 능히 증지(證知)하라.

세존께서 찬탄하시니 묘광보살 기뻐하네.

이 『법화경』 설하시기 60소겁 지나도록
자리에서 뜨지 않고 설하신 미묘한 법


묘광보살법사께서 모두 받아 지니셨네.

이 『법화경』 설하시니 중생들 환희하고

그 날 바로 천인(天人)78)들과 대중에게 선언하되

모든 법의 참다운 뜻 그대들에게 말했으니


나는 이제 오늘 밤에 열반에 들겠노라.

그대들은 일심으로 정진하고 방일 말라.

부처 출현 어려우니 억 겁에나 만나 볼까?

세존의 여러 제자 부처님 열반 소식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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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범어로는 devmanuy. 천신(天神)과 사람을 말한다.

 

슬픈 맘 각각 품어 왜 이리도 빠르신가?

성주(聖主)이신 법왕께서 무량 중생 위로하여

내가 열반하더라도 너희들은 걱정 말라.

여기 덕장보살께서 무루(無漏)의 참다운 상


마음에 통달하여 이 다음에 성불하면

정신(淨身)이라 이름하여 많은 중생 제도하리.

이날 밤에 멸도하시니 섶 다하여 불꺼지듯

많은 사리 나누어다 무량한 탑 일으키는


비구들과 비구니의 그 수도 항하 모래

더욱더 정진하여 위없는 도 구할 적에

묘광법사보살께서 부처님의 법장(法藏) 지녀

80소겁 긴 세월 『법화경』을 설하시니


그 왕자 여덟 사람 묘광법사 교화 받고

무상도에 견고하여 많은 부처님 뵈오면서

여러 부처님 공양하고 큰 도를 따라 닦아

차례대로 성불하며 점차로 수기하니


최후의 천중천(天中天)79)은 그 이름이 연등불(燃燈佛)

여러 신선 도사되어 무량 중생 제도하네.

묘광보살법사에게 한 제자가 있었으니
마음 항상 게으르고 이익에만 탐착하며

 

이름 또한 구하여서 명문 집안 드나들며
하던 공부 내던지고 모두 잊어 불통(不通)일세.

이러한 인연으로 그 이름이 구명(求名)이라.
그도 또한 선업으로 많은 부처님 만나 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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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범어로는 devtideva. 부처님의 존칭이다. 신(神)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신이라는 뜻이다.

 

부처님께 공양하며 큰 도를 따라 닦아
6바라밀 갖추어서 석사자(釋師子)80) 만나 뵙고

이 다음 부처 되어 미륵이라 이름하고
제도하는 많은 중생 그 수가 끝없으리.

 

저 부처님 멸도한 후 게으른 자 네 몸이요,
그 때의 묘광법사 지금의 내 몸이라.

내가 본 등명불의 상서로운 광명이 이러할새.
이 부처님 이런 일도 『법화경』을 설하리라.

 

지금 광명 옛날 상서 여러 부처님 방편이라.
이제 세존 광명 놓아 참다운 뜻 도우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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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부처님을 가리킨다. 부처님을 사자에 비유해서 이같이 말한다.

 

그대들은 바로 알아 일심으로 기다려라.

부처님 법비 내려 구도자를 충족하리.

3승법[三乘]81)을 구하는 이 만일 의심 가지면
부처님께서 그 의심 남김없이 끊어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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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범어로는 tri-yna.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깨달음으로 이끄는 세 가지 가르침. 성문승(聲聞乘)·연각승(緣覺乘)·보살승(菩薩乘)을 말한다.

2. 방편 품(方便品)

 

그 때 세존께서 조용히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부처님의 지혜는 매우 깊어 한량이 없으며, 그 지혜의 문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또 들어가기도 어려워서 일체 성문이나 벽지불은 알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는 일찍부터 백천만억 무수한 부처님을 친근하여 여러 부처님의 한량없는 도법(道法)82)을 행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그 이름이 널리 퍼졌으며, 매우 깊고 일찍이 없던 법을 성취하여 마땅함을 따라 설했으므로 뜻을 알기 어려운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내가 성불한 뒤로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로 널리 가르침을 폈으며, 무수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인도하여 모든 집착을 여의도록 하였으니, 그것은 여래가 방편과 지견으로 바라밀을 이미 다 구족한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지견이 넓고 크며, 깊고 멀어서 사무량(四無量)83)· 사무애변(四無礙辯)84)·십력(十力)85)· 사무소외(四無所畏)86)와 선정과 해탈삼매에 깊이 들어, 온갖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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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깨달음의 길, 수행을 말한다.
83) 네 가지 끝없는 마음, 자(慈)· 비(悲)· 희(喜)· 사(捨)를 말한다.
84) 네 가지 걸림없는 이해와 표현 능력으로, ① 법무애(法無礙) : 가르침에 관해 막힘이 없는 것, ② 의무애(義無礙) : 가르침의 뜻에 대해 막힘이 없는 것, ③ 사무애(辭無礙) : 여러 언어에 통달해 막힘이 없는 것, ④ 요설무애(樂說無礙) : 설법에 막힘이 없는 것을 말한다.
85) 부처님이 지닌 열 가지 지혜의 힘으로, ① 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 : 도리에 맞는 일과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가리는 능력, ② 업이숙지력(業異熟智力) : 하나하나의 업인(業因)과 그 과보와의 관계를 여실히 아는 능력, ③ 정려해탈등지등지지력(靜慮解脫等持等至智力) : 사선(四禪)· 팔해탈(八解脫)· 삼삼매(三三昧)· 팔등지(八等至) 등의 선정을 아는 능력, ④ 근상하지력(根上下智力) : 중생의 근기의 상하· 우열을 아는 지혜, ⑤ 종종승해지력(種種勝解智力) : 중생의 갖가지 소망을 아는 능력, ⑥ 종종계지력(種種界智力) : 중생과 제법(諸法)의 본성을 아는 능력, ⑦ 변취행지력(遍趣行智力) : 중생들이 온갖 곳에 가는 것을 아는 능력, ⑧ 숙주수념지력(宿主隨念智力) : 전생의 일을 생각해 내는 능력, ⑨ 사생지력(死生智力) : 중생이 죽어서 어디에 태어날지를 아는 능력, ⑩ 누진지력(漏盡智力) : 번뇌가 끊어진 상태와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을 여실히 아는 능력을 말한다.
86) 설법함에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네 가지 지혜로, ① 정등각무외(正等覺無畏) : 온갖 현상에 대해 알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는 것에 두려움 없는 것, ② 누영진무외(漏永盡無畏) : 번뇌를 모두 끊었다고 분명히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것, ③ 설장법무외(說障法無畏) : 끊어야 할 번뇌에 대해 남에게 설하는 일에 두려움 없는 것, ④ 설출도무외(說出道無畏) : 번뇌를 끊는 도에 관해 설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것을 말한다.

 

사리불아, 여래는 가지가지로 분별하여 공교롭게 모든 법을 설하니, 말이 부드러워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중요한 것을 들어 말하면, 한량없고 가없는 미증유한 법을 부처는 모두 성취하였느니라. 그만두어라, 사리불아. 다시 말할 것이 없느니라. 왜냐 하면 부처가 성취한 가장 희유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법은, 오직 부처님들만이 모든 실상의 법을 다 아셨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이와 같은 모양[相], 이와 같은 성품[性], 이와 같은 체(體), 이와 같은 힘[力], 이와 같은 작용[作], 이와 같은 원인[因], 이와 같은 인연[緣], 이와 같은 결과[果], 이와 같은 갚음[報], 이와 같은 근본과 끝과 구경[本末究意]87) 등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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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이른바 10여시(如是)를 말하는데, 온갖 법은 다 이 10여시를 갖추었다고 한다.

 

거룩하신 부처님을 측량 못하여 여러 하늘이나 세상의 인간들

여러 가지 중생의 그 누구라도 부처님을 헤아릴 자 없느니라.

부처님의 크신 힘과 두려움 없음 해탈이나 여러 가지 삼매
그리고 부처님의 모든 법 능히 측량할 이도 없으니

 

본래부터 무수한 부처님 따라다니며 구족하게 모든 도를 행하였으며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보기도 어렵지만 알기도 어려워

한량없는 억겁 오랜 세월에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도를 행하고
도량(道場)에서 얻으신 거룩한 결과 내가 이미 그 모두를 보고 아노라.

 

이와 같이 크고 크신 그 과보와 가지가지 성품과 모양의 뜻을
나와 시방세계 부처님만이 이에 능히 이런 일을 알고 있으니

이런 법은 보일 수 없는 것이요, 말로는 더더구나 할 수가 없어
하물며 그 밖의 중생들이야 어찌 능히 알고 이해할 이 있으랴?

 

믿는 힘이 견고하여 흔들림 없는 그러한 보살들은 제외하나니
부처님의 그 많은 제자들이 일찍부터 부처님께 공양하고

온갖 번뇌가 이미 다하여 최후 몸에 머무는 이들
이러한 스승들은 어느 누구도 그 힘으론 이 일을 감당 못하리.

 

세상에 가득 찬 많은 사람들 모두 다 사리불과 같은 이들이
생각을 다하여 함께 헤아린대도 부처님의 지혜는 측량 못하고

시방에 많은 사람 사리불 같고 또한 제자들도 가득하게 차
그들이 합하여 사량(思量)하여도 부처님의 지혜는 알지 못하며

 

영리한 지혜 가진 벽지불이나 무루의 최후신에 머문 이들이
시방의 여러 세계 가득하여서 그 수효 대숲[竹林]과 같으며

그런 이가 한결같이 마음을 합해 무량한 억천만 겁 오랜 세월을
부처님의 참 지혜 생각하여도 그 중의 한 부분도 알지 못하고


처음으로 발심한 보살들이 무수한 부처님께 공양하여
여러 가지 뜻과 이치 요달하고 또한 능히 설법도 잘하는 이

그 수가 시방세계 충만하기를 벼· 삼· 대· 갈대와 같아서
한결같은 지혜로 생각하여도 부처님 그 지혜는 알 수가 없고

 

물러나지 않는 지위의 보살들 항하의 모래만큼 수가 많아서
일심으로 생각하고 찾아보아도 또한 다시 알지를 못하네.

사리불에게 또다시 말하노니, 번뇌가 없고 생각하여 알 수도 없는
지극히 깊고깊은 미묘한 법을 내가 이미 모두 갖추었노라.

 

오직 내가 이 모양을 알고 있으며 시방의 여러 부처님 또한 아시니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 두어라. 부처님의 말씀은 다르지 않나니

부처님 설하신 미묘한 법문 마땅히 크게 믿는 힘을 내어라.
세존의 그 법이 오랜 뒤에야 진실한 법 요긴하게 말하느니라.


성문과 연각법을 구하는 이들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는 고로
고통의 속박에서 아주 벗어나 진실된 법 열반을 얻게 하리니

부처님 여러 가지 방편력으로 삼승(삼승)의 가르침 보이시지만
중생들 간 데마다 집착하므로 인도하여 벗어나게 한 것이니라.

 

그 때 대중 가운데 여러 성문들과 번뇌가 다한 아라한인 아야교진여 등 1천 2백 인과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이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왜 은근하게 방편을 찬탄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부처가 얻은 법은 매우 깊어 이해하기 어렵고 말하는 뜻도 또한 알기 어려워서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미칠 수가 없다)고 하시는가?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한 해탈[一解脫]88)이란 뜻은, 우리들도 그 법을 얻어 열반에 이르렀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전연 알 수가 없구나.'


그 때 사리불이 사부대중의 의심을 알고 또한 자기도 분명히 알지 못하므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여러 부처님들의 제일 방편과 깊고 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법을 찬탄하십니까? 제가 예전에는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은 일이 없습니다. 지금 사부대중이 모두 의심하고 있사오니 바라옵건대 이 일이 무슨 뜻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깊고 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라고 은근하게 찬탄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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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범어로는 ekaiva vimuktih. 오직 하나뿐인 해탈이다. 부처님의 해탈만이 있을 뿐, 성문과 연각의 해탈은 참된 해탈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같이 밝은 지혜 대성존(大聖尊)께서 오랜만에 이런 법 말씀하시네.
이런 힘과 두려움이 없는 일 삼매와 선정과 여러 해탈과

불가사의 큰 법을 얻었지만 찾아와 묻는 이가 하나도 없고
그 뜻이 심히 깊고 어려워서 또한 묻는 이가 하나도 없네.

 

부처님 도 행하여 얻으신 해탈 매우 깊고 미묘한 그 지혜를
여러 부처님들만 얻는 바라고 묻는 이가 없어도 말씀하시매

모든 번뇌 없어진 아라한들과 열반법을 구하는 여러 사람들
지금 모두 의심에 떨어져 있어 무슨 일로 그 말씀 하십니까?

 

연각법을 구하는 비구· 비구니 하늘· 용과 귀신· 건달바까지
서로 보고 그 의심을 풀지 못하여 양족존(兩足尊)89)만 우러러보옵나니

이런 일이 어떠한 까닭인지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해설하소서.

그 여러 성문들의 무리 가운데 제가 제일이라 말씀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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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부처님을 가리킨다. 부처님은 지혜(智慧)와 자비(慈悲) 두 가지를 다 갖추신 분이므로 이같이 부른다.

 

제 지혜로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의혹을 결단하지 못하나니
이것이 저 끝의 구경법(究竟法)인지 우리들이 수행할 도리이온지.

부처님 말씀 듣고 귀의한 불자 합장하고 우러러 기다리니
원하는 미묘하신 음성으로써 사실대로 말씀하여 주소서.

 

여러 하늘과 용과 귀신들 그 수가 항하의 많은 모래요,
보리를 구하는 여러 보살도 8만 명이 넘는 수 엄청나구나.

여러 세계 억만 국토 그 땅에서 모두 함께 모여든 전륜성왕도
합장하여 공경스런 마음으로써 구족하신 말씀을 원합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다시 말할 것이 없느니라. 만일 이 일을 말한다면, 모든 세상의 하늘이나 인간들이 다 놀라고 의심하리라."


사리불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말씀하여 주소서. 왜냐 하면 여기에 모인 무수한 백천만억 아승기 중생들은 일찍부터 여러 부처님들을 친견하고 모든 근[諸根]90)영리하여 지혜가 아주 밝사오니,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 능히 공경하여 믿으오리다."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법왕이신 세존이시여, 염려치 마시고 말씀하소서.
여기 모인 무량한 대중들이 공경하고 믿을 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그런 말 말라고 하셨다.
"사리불아, 만일 이 일을 말한다면 모든 세상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다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뛰어난 체하는 비구들은 장차 큰 구렁91) 속에 떨어지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말하지 말라. 나의 법은 미묘하여 어렵나니
증상만(增上慢)92) 사람들이 이 법 들으면 반드시 믿지 않고 공경 않으리니.

 

그 때 사리불은 또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말씀하여 주십시오. 지금 여기 모인 대중 가운데 저와 같은 백천만억 인들은 세세생생에 이미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왔습니다. 이 사람들은 반드시 공경하고 믿고 긴긴 밤에 편안하여 이익이 많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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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의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을 말한다.
91) 무간지옥(無間地獄)을 가리킨다.
92) 훌륭한 교법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도 얻었다고 생각하여 잘난 체하고 교만한 것이다.

 

그 때 사리불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양족존 세존이시여, 제일가는 그 법을 말씀하소서.
저희들은 부처님의 맏아들이오니 원컨대 분별하여 말씀하소서.

여기에 한량없이 모인 대중들 이 경을 공경하고 믿으오리다.
부처님께서 일찍이 지나간 여러 세상에 이러한 무리들을 교화하시매

 

모두들 일심으로 합장하옵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렵니다.
저희들 1천2백 모든 사람과 그 밖에 불도를 구하는 이들

바라건대 이들을 위하시어 분별하여 말씀해 주시옵소서.
이 사람들 그 법을 듣기만 하면 한없는 환희심을 내오리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은근하게 세 번이나 청하였으니 어찌 말하지 아니하랴?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해서 말하리라."


이런 말씀을 하실 때에 회중에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5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으니, 그 까닭은 이 무리들은 죄업이 무겁고 또 교만하여 얻지 못한 것을 얻은 체하고,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달은 체하는 까닭이었다. 이런 허물이 있으므로 여기에 있지 아니하고 물러갔으나,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리지 아니하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이 대중은 가지나 잎은 하나도 없고 순전히 열매만 남아 있다. 사리불아, 그와 같은 교만한 사람들은 물러가는 것이 오히려 마땅하니라. 너는 이제 잘 들어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자세히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미묘한 법은 부처님 여래께서 때가 되어야 말씀하시는 것이니, 마치 우담바라꽃이 때가 되어야 한 번 피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부처의 말을 반드시 믿을지니 그 말은 허망하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법은 그 뜻이 이해하기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내가 무수한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로 법을 연설하지만, 이 법은 생각이나 분별로는 능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니, 오직 부처님들만이 아시느니라.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다만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93)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어찌하여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다만 일대사인연으로써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말하느냐?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94)을 열어[開] 청정케 하려고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견을 보이려는[示] 연고로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 하려는[悟] 연고로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의 도에 들게 하려는[入] 연고로 세상에 출현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을 부처님들께서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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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범어로는 eka-ktya.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한 지극히 중대한 인연이다.
94) 범어로는 jna-darana. 지혜에 입각한 견해, 지혜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부처님 여래들께서는 다만 보살을 교화하는 법이며, 여러 가지 하는 것도 항상 한 가지 일만을 위하는 것이니,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들에게 보여 깨닫게 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다만 일불승(一佛乘)95)만을 위하여 중생들에게 말하는 것이지, 다른 이승(二乘)이나 삼승은 없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시방세계 여러 부처님들의 법도 역시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과거의 여러 부처님들께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이나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셨으니, 이 법이 다 일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필경에는 모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었느니라. 사리불아, 미래의 여러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시리니, 이 법이 다 일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필경에는 모두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현재의 시방에 한량없는 백천만억 불국토에 부처님 세존들이 이익케 함이 많아서 중생들을 안락케 하나니, 이 부처님들도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시나니, 또한 이 법도 다 일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필경에는 모두들 일체종지를 얻느니라. 사리불아, 이 부처님들이 다만 보살만을 교화하시어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에게 보이려는 까닭이며,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을 깨닫게 하려는 까닭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에 들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사리불아, 나도 그와 같아서 여러 중생들이 가지가지 욕망이 있어 마음에 깊이 집착함을 알므로 그 성품을 따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의 이야기나 방편의 힘으로 법을 설하나니, 사리불아, 시방세계에는 이승도 없거늘 하물며 삼승이 있겠느냐?

 

사리불아, 부처님께서 오탁악세(五濁惡世)96)에 나셨으니, 그것은 겁(劫)이 흐리고, 번뇌가 흐리고, 중생이 흐리고, 소견이 흐리고, 수명이 흐림이니라. 그렇다, 사리불아. 겁이 흐려 어지러울 적에는 중생들이 번뇌가 많고 간탐하고 질투하여 여러 가지 나쁜 근성을 이루므로, 여러 부처님들이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에서 분별하여 삼승을 말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만일 나의 제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아라한이나 벽지불을 얻었노라' 하면서, 부처님 여래들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것을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니, 이들은 부처님의 제자도 아니고, 아라한도 아니며, 벽지불도 아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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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부처님이 되는 오직 하나의 가르침, 불교의 가르침은 오직 하나여서 부처되는 가르침만이 유일한 것이라는 말이다.
96) 범어로는 pca-Kaya. ① 겁탁(劫濁) : 시대적 더러움, 전쟁· 기근· 질병 등이 많은 시대, ② 견탁(見濁) : 그릇된 견해와 사상이 지배하는 것, ③ 번뇌탁(煩惱濁) : 번뇌가 가득하여 악덕이 판을 치는 것, ④ 중생탁(衆生濁) : 인륜 도덕이 타락해 사람의 인성이 저하되는 것, ⑤ 명탁(命濁) : 사람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을 말한다.

 

또 사리불아, 이 비구나 비구니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아라한을 얻어서 맨 나중 몸[最後身]이며 필경의 열반[究境涅槃]이다' 하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두어 구하지 않는다면, 이런 무리는 모두 교만한 사람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비구로서 참으로 아라한을 얻었다면 이 법을 믿지 않을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부처님께서 안 계실 동안은 제외할지니,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이런 경권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그 뜻을 해석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거니와, 만일 다른 부처님[다른 신]을 또 만나게 되면 이 법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게 되리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믿으며 이해하여 받아 지녀라.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허망함이 없나니, 다른 법은 없고 오직 일불승만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런 비구, 비구니들 잘난 체하는 마음을 품었으며
아만(我慢) 많은 우바새와 믿지 않는 우바이들

이와 같은 사부대중 그 수가 5천여 명
제 허물 보지 않고 계행만 깨뜨리며

 

제 잘못 숨겨 두던 이런 작은 지혜를 가진 자는 물러갔으니
대중 속의 등겨와 같아 부처님의 위덕으로 물러갔느니라.

이런 사람 복덕 없어 이 법문 못 듣나니
대중에는 이제 지엽(枝葉)이 없고 알맹이만 남았구나.

 

사리불은 잘 듣거라. 부처가 얻은 법
한량없는 방편의 힘으로 중생 위해 말하노라.

중생들의 여러 생각 갖가지로 행하는 도(道)
그러한 욕망과 성질 지난 세상 선악의 업(業)

 

부처가 모두 알아 모든 인연 여러 비유
이야기와 방편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려고

어떤 때는 수다라(修多羅)97)를 또는 가타(伽陀)98)와 본사(本事)99)
본생(本生)100)이나 미증유(未曾有),101) 인연(因緣)102)을 설해 주며


혹은 비유(譬喩)103)와 기야(祇夜)104) 우바제사(優婆提舍)105)를 말해도
아둔한 이들은 소승법(小乘法)을 즐겨서 생사에만 탐을 내며

한량없는 부처님 만나도 미묘한 도를 행하지 않고
많은 고통에 시달릴새 열반법을 말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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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범어 stra의 음사. 계경(契經)이라 한역한다. 가르침을 설한 산문(散文)이다.
98) 범어 gth의 음사. 풍송(諷誦)이라 한역하며, 독립된 시·운문(韻文)을 말한다.
99) 범어로는 itivttaka. 불제자의 과거의 인연을 설한 부분이다.
100) 범어로는 jtaka.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이다.
101) 범어로는 adbhutadharma. 불가사의한 일을 기록한 부분으로 기적(奇蹟)과 이적(異蹟)을 다룬 것이다.
102) 범어로는 nidna. 경 속에서 갖가지 인연을 설한 부분이다.
103) 범어로는 avadna. 경전 안의 여러 가지 비유이다.
104) 범어 geya의 음사. 응송(應頌)·고기송(孤起頌)이라 한역한다. 산문으로 서술한 것을 다시 시로 나타낸 것이다.
105) 범어 upadea의 음사. 논의(論議)라 한역한다. 교리를 문답을 통해 의논한 것이다.

 

이런 방편 설한 것은, 불지혜에 들게 함이며
너희들도 성불하리라고 진작 말하지 않았으니

그 말 일찍 아니한 것은 때가 아직 이른 까닭이요
지금에야 때가 되니 대승법(大乘法)을 말하노라.

 

내 말한 구부의 법[九部法]106)은 중생의 근기 따름이니
대승 근본 삼으려고 이 9부의 법을 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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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경전을 내용과 형식에 입각해서 아홉 부분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9부경· 9분교라고도 한다. 9부의 내용은 주 97)∼105)에 나온다.

 

깨끗한 마음 가진 불자 부드럽고 총명하며
한량없는 부처님께 미묘한 도를 행했으니

이런 불자들에게는 대승 경전 말해 주며
이런 사람, 오는 세상[來世]에는 부처 되리라 수기(授記)하노라.

 

마음 깊이 염불하고 청정 계율 가졌을새
성불한단 말 들으면 큰 기쁨이 몸에 가득

부처 그 맘 알고 대승법을 말하노니,

성문이나 보살들이 내 설한 법을 듣고

 

한 게송만 기억해도 부처님 되기에 의심이 없네.
시방세계 각국에는 일승법만 있을 뿐

이승, 삼승 없으니 방편 말은 버릴지니
일부러 거짓말로 중생을 인도한 것이라.

 

부처 지혜 말하려고 출현하신 부처님
이 일만이 오직 진실이요, 이승, 삼승은 방편일 뿐

소승으로는 끝내 중생 제도를 못하나니
부처가 대승으로 얻은 바가 그와 같아서

 

선정 지혜 장엄하여 중생을 제도할새
평등하고 위없는 도 대승법을 증득하고

만약 한 사람이라도 소승으로 교화한다면
나는 간탐(心+堅貪)에 떨어지리니 옳지 못한 일이니라.

 

사람들이 믿고 귀의한다면 여래는 속이지 않고
탐욕이나 질투 없어 모든 악을 끊었으매

부처는 시방에서 두려움이 없느니라.
좋은 상호(相好)107)로써 장엄하고 세간마다 광명 비춰

 

중생 존경받는지라 실상인(實相印)108)을 말하노니
사리불아, 내가 본래 서원(誓願)109)을 세운 것은

모든 중생 나와 같이 다름없게 하렸더니
오래전에 품은 소원 이제 만족하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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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범어로는 lakaa-vyajana. 용모· 모습· 형상의 뜻이며, 부처님께서 갖춘 신체의 특징. 32상(相)이 있다.
108) 범어로는 dharma-svabhva-mudr. 제법실상의 도리. 경전에 설해진 제법실상의 도리는 불설(佛說)임을 증명하는 표가 되므로 인(印)이라고 한다.
109) 결정코 목적을 이루리라고 맹세하는 소원을 말한다. 사홍서원(四弘誓願), 법장비구(法藏比丘) 48원(願) 등으로 칭한다.

 

일체 중생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네.
내가 만일 중생 만나  불도를 가르치면

무지한 이 미혹하여 그 가르침 안 받나니
내 알기로 이 중생은 일찍이 선근을 닦지 않고

 

오욕에만 애착하며 어리석고 성 잘 내고
탐욕에만 속박되어 삼악도(三惡道)110)에 떨어지며

여섯 갈래[六趣] 헤매면서 모든 고통 두루 겪고
태 속에서 받은 몸 생사가 끝 없으며

 

덕이 없고 복도 없어 뭇 고통에 시달리며
혹은 있다, 혹은 없다 나쁜 소견의 숲 속에 들어

삿된 견해에 의지하여 육십이견(六十二見)111) 구족하고
허망한 법 고집하여 버릴 줄을 모르나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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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범어로는 durgati. 나쁜 짓을 한 사람이 태어나게 되는 세 가지 악한 세계인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을 말한다.
111) 62가지의 그릇된 견해로 부처님 당시 이교도들의 사상을 종합해서 이르는 말이다.

 


‘Exotic Journey’ (미지의 여행) - Music by Karun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