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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묘법연화경' (妙法蓮華經) (3)

잠용(潛蓉) 2013. 6. 5. 19:09

묘법연화경 변상도 (돈황 막고굴 유물)

 

 

 

이 사람 어찌하여 해탈을 얻었는가?
허망함 여읜 것이 해탈이라 하거니와

실제로는 일체 해탈 얻은 것이 아니므로
부처 하는 말 참 멸도가 못 된다고 하니


이 사람은 위없는 도 아직 얻지 못한 고로
멸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노라.

 

나는 법의 왕이라, 모든 법에 자재하여
중생 안온시키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이니

사리불아, 나의 이 법인(法印)29)
세간 이익케 하려고 설하는 것이니라.

 

가는 곳 어디든지 함부로 선전 말고
만일 듣는 사람 기뻐 받아 지니면

이런 사람 바로 알라.
아비발치(阿鞞跋致)30)니라.


이 경전 받아 지녀 믿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지난 세상 부처님을 찾아뵙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이 법문 들었노라.

 

만일 어떤 사람 너의 말을 믿는다면
이가 곧 나를 보며 또한 너를 보고

비구승과 보살까지 본다고 말하나니

이러한 『법화경』은 깊은 지혜 위함이니


얕은 사람 들으면 미혹하여 모르나니

일체 성문이나 그리고 벽지불도

그 힘이 이 경전에 미칠 수가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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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진리의 도장, 부처님의 가르침의 징표를 말한다.

30) 범어 avinivartanya의 음사. 불퇴전(不退轉)· 불퇴위(不退位)라 한역한다. 보살이 자신의 성불할 것이 결정되어 물러남이 없는 단계이다.

 

사리불도 오히려 이 경에는
신심으로 들어가거늘 하물며 다른 성문이랴?

 

그 다른 성문들은  부처님 말 믿으므로
자신의 지혜가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교만하고 게으르거나
나[我]란 소견 가진 이에겐
이 경전 설하지 말고

 

앎이 얕은 범부들도 5욕에 깊이 묻혀
들어도 모르리니 그에게도 말을 말라.

 

믿지 않는 어떤 사람 이 경전을 훼방하면
일체 세간에서 부처 종자 끊음이니


혹은 얼굴 찌푸리며 의혹을 품으리니

너는 잘 들어라. 이런 사람 죄보를.


부처가 있거나 멸도한 후에라도
이런 경전 비방하고 경전 읽고 쓰는 이를


경멸하고 미워하며 원한까지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도 네가 이제 들으리라.

 

그 사람은 죽은 뒤에 아비지옥 들어가서
일겁을 다 채우고 그리고 다시 나서


이렇게 나고 죽고 수없는 겁 지내리라.

지옥에서 다시 나와 여우나 개의 무리


축생으로 태어나서 그 형상이 수척하고
못 생기고 더러워 살 닿는 것 싫어하며


미움받고 천대받아 언제든지 배가 고파
앙상하게 말라붙고 살아서는 죽을 고생


죽어서는 자갈 무덤 부처 종자 끊은 고로

이런 죄보 받느니라.

 

만일 또 낙타로나 당나귀로 태어나면
무거운 짐 항상 싣고 채찍을 맞으면서


여물만 생각할 뿐 다른 것은 모르나니
이 경전 비방하면 이런 죄보 받느니라.

 

만일 여우로 생겨나면 온몸엔 옴과 버짐
한 눈까지 멀어서 마을에 들어가면


어린애들 매를 맞고 모든 고통 다 받다가
잘못하면 죽게 되고

 

만일 죽게 되면 구렁이 몸 다시 받아
징그럽게 큰 길이가 5백 유순이나 뻗어나고


귀 먹고 발이 없어 구물구물 기어가면

온갖 작은 벌레 비늘 밑을 빨아먹어


밤낮으로 받는 고통 쉴 사이가 없나니
이 경전 비방하면 이런 죄보 받느니라.

 

어쩌다가 사람 되면 모든 감관이 암둔하며
난쟁이·곰배팔이·절름발이 장님· 귀머거리· 곱사등이 되어

 

그 사람 말하는 것 듣는 사람 믿지 않고
입에서는 추한 냄새 귀신들이 따라붙고

 

빈궁하고 천박하여 사람들의 부림 받고
병이 많고 수척하여 의지할 데 전연 없고

 

다른 사람 친하려도 붙여 주는 사람 없고
어떤 소득 있더라도 금방 다시 잃어지며

 

만일 의사 되어 병 치료를 한다 해도
오히려 병만 더해 혹은 도리어 죽게 되며


자신이 병날 때는 구원해 줄 사람 없고
좋은 약을 먹더라도 병세 더욱 악화되며

 

다른 사람 반역죄나 강도질과 절도죄에
이유 없이 말려들어 애매하게 벌 받으니

 

이러한 죄인들은 영영 부처 못 보며
성인 중의 왕이신 부처님 교화해도


이러한 죄인들은 항상 난처(難處)31)에 나서
귀먹고 산란하여 법을 듣지 못하며

 

항상 강변 모래처럼 무수한 오랜 세월
태어나도 불구되어 귀먹고 말 못하리.

 

지옥 중에 항상 있어 공원처럼 생각하고
악도를 드나들기 자기의 안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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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불도를 수행하기 어려운 곳을 말한다.

 

낙타· 나귀· 개· 돼지 그런 것으로 태어남도
이 경전 비방한 탓 죄값이 이렇노라.

 

인간으로 태어나도 눈· 귀 먹고 말 못하고
빈궁하고 못난 꼴로 수종다리 조갈 증세


여러 가지 이런 병을 옷 삼아 입었으며

몸은 항상 추한 냄새 때가 많고 더러우며


나란 소견 집착하여 성내는 일 더욱 많고

음탕한 맘 치성하여 금수도 안 가리니

이 경을 비방하면 이런 죄보 받느니라.

 

사리불에게 고하노니 이 경 비방하는 이
그 죄보 말하려면 겁 다해도 말 못하리.

 

그러한 인연으로 너에게 말하노니
무식한 사람에겐 이 경을 설하지 말라.

 

만일 영리한 이 지혜가 아주 밝고
많이 듣고 잘 알며 부처님 도 구하거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어떤 사람 일찍이 백천억 부처님 뵙고
선한 근본 심었으며 신심이 견고커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어떤 사람 정진하여 자비로운 맘 닦으며

신명 아니 아끼거든
이 경 가히 설해 주며

 

만일 어떤 이가 한결같이 공경하며

어리석은 범부 여의고 산수간에 홀로 있거든
그런 이에게는 설해 주라.

 

또 사리불아, 만일 어떤 사람이
악지식(惡知識)을 버리고 선지식을 친근커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만일 어떤 불자 깨끗한 계율 가지되

밝은 구슬 같아 대승경을 구하는 이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어떤 사람 성냄 없이 마음 곧고 부드러워

일체를 가엾게 여기고 여러 부처님 공양커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또 어떤 불자들이 여러 대중 가운데서
청정한 마음으로 가지가지 인연들과


비유와 언사들로 걸림없이 설법하면
그런 이에게 말해 주며

 

만일 어떤 비구 일체 지혜 위하여서
사방으로 법 구하여 합장하고 받들며

 

대승경을 즐겨 믿고 그 밖의 다른 경전
한 게송도 안 받으면 그와 같은 사람에겐

이 경을 설해 주며

 

뜻과 마음 견고하여 부처님 사리 구하며
이 경전을 구하여 정수리에 받들며

 

그 사람 다시는 다른 경전 구함 없고
외도(外道)32) 경전 안 보거든
그러한 사람에겐 이 경을 설해 주라.

 

사리불아, 말하노니 이러한 모양으로
불도를 구하는 이도 겁 다해도 끝이 없어

 

이와 같은 사람들은 능히 믿고 이해하리니
너는 반드시 그런 이에게 『묘법연화경』을 설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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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범어로는 trthaka. 인도에서 불교 이외의 종교나 사상. 또는 그것를 믿는 무리들을 말한다.

 

4. 신해품(信解品)

 

이 때 혜명(慧命)33)인 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듣지 못하였던 법과,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34)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일심으로 합장한 채,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여쭈었다.


"저희들은 대중의 우두머리로서 나이가 이미 늙었으며, 저희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열반을 얻었노라' 하면서 더 할 일이 없다 하여, 다시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지도 아니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옛날부터 법을 설하신 지 오래이거늘, 저희가 그 때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몸이 게을러서 공하고 모양이 없고[無相] 지을[無作] 것이 없는 것만 생각했을 뿐, 보살의 법과 신통에 즐거워함과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함과, 중생을 성취하는 일에는 마음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도록 하셨으며, 또 저희들이 나이가 늙었사오매,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는 조금도 좋아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함을 얻었습니다. 지금 뜻밖에 희유한 법을 들었으니 매우 기쁘고 다행스러우며, 큰 이익을 얻사오매 구하지 않은 무량한 보물을 저절로 얻은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살기를 10년, 20년, 50년을 지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빈궁하여 사방으로 의식(衣食)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본국을 향하게 되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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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범어로는 yumat. 수행승에 대한 존칭이며 법신(法身)의 지혜를 수명에 비유한 말이다. 또한 구수(具壽)라고도 한다.
34) 경전에 자주 나오는 말로 부처님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예법이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 오랫동안 다녔으나 만나지 못하고, 중도에 어떤 성에 머물러 살게 되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부자가 되어 재물이 한량없었으니, 금· 은· 유리· 산호· 호박· 파리· 진주 같은 보물이 창고마다 가득하였고, 남종· 여종· 상노· 시종· 청지기· 서기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 말· 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으며,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쳐서 장사꾼과 거간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 때 빈궁한 아들[窮子]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전전하다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가 50여 년이 지난 줄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마음 속에 한탄하기를, '이미 늙고 자식이 없으니 이제 죽게 되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 은 등의 재물은 누구에게 전해 줄 것인가?' 하면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 주게 되면, 한없이 쾌락하여 다시 근심이 없으리라' 생각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한편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 앞에 이르러 멀리서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사자좌에 걸터 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여러 바라문과 찰리(刹利)35)와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천 냥, 만 냥이나 되는 진주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불자(拂子)36)를 들고 좌우에서 모셨으며, 보배 안장을 위에 덮고 여러 가지 꽃 번개를 드리우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훌륭한 꽃들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벌려 놓고 내고 들이며 주고받는, 이러한 장엄스런 일들이 특별히 위덕이 있게 보였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그곳에 온 것을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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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범어 katriya의 음사. 인도의 사성(四姓) 계급의 둘째. 왕족·무사 계급이 이에 해당한다. 찰제리(刹帝利)의 준말이다.
36) 흰 털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매단 총채 같은 것. 모기나 파리 등을 쫓는 데 쓰기도 하나, 선가(禪家)에서는 흔히 삿된 소견을 물리치는 비유로 쓰기도 하고, 그냥 말없이 들어 보여 화두(話頭)로 삼기도 한다.

 

'저 사람은 아마 왕이거나 혹은 왕족이리니, 내가 품팔이 할 곳이 아니로다. 다른 가난한 마을에 찾아가서 마음대로 품을 팔고 의식을 구함만 같지 못하리라. 만일 여기 오래 머물렀다가는 혹 붙들어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거기서 빨리 달아났습니다. 이 때 대부호 장자는 사자좌에서 자기 아들을 문득 알아보고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생각하였습니다.
'내 창고마다 가득 찬 재물을 이제 전해 줄 데가 있구나. 내가 항상 이 아들만 생각하였으나 만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스스로 왔으니 나의 소원을 성취함이로다. 내 비록 늙었으나 그래도 아까운 마음이 있었노라.'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하였습니다. 그 때 한 사자가 달려가 그를 붙드니, 그 빈궁한 아들은 놀라 원망스럽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붙들어 갑니까?'
사자는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데려오려 하자,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나는 아무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반드시 죽는 것이로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층 더 놀랍고 무서워 땅에 넘어져 기절해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사자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사람을 억지로 붙들어 올 것은 없다. 그 얼굴에 냉수라도 끼얹고 다시 소생케 하고 더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왜냐 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과 뜻이 하열한 줄을 알며, 한편 자기는 호화롭고 부귀하여 그 아들이 어려워하는 줄로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아들인 줄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아들이란 것을 알리지 않고 사자를 시켜 말하였습니다.
“내가 너를 놓아줄 터이니 네 마음대로 가거라.”


빈궁한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어느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의식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장자는 그 아들을 타일러서 데려오려고 방편을 써서 모양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사람의 사자를 가만히 보내면서 이렇게 일렀습니다.

“너희는 거기에 가서 그 빈궁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품삯은 다른 데보다 배를 준다고 하고, 만약 그가 허락을 하거든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혹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거름을 치우는 일로 우리 두 사람도 그대와 함께 그 일을 한다고 하여라.”


두 사람은 즉시 빈궁한 아들을 찾아가서 그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은 그들을 따라가 선금을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아버지는 그를 볼 때마다 가엾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방 안에서 일하는 아들을 바라보니, 그 몸은 야위어 초췌하였고, 흙과 먼지가 온몸에 가득하여 더럽기가 짝이 없는지라, 아버지는 곧 영락과 좋은 의복과 장식품을 벗어 버리고, 허름하고 때가 묻은 옷으로 바꾸어 입고, 또 먼지를 몸에 바르고 오른손에는 거름 치우는 기구를 들고 나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그러면서 이러한 방편으로 그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는 다른 데로 가지 말고 항상 여기에서 일을 하여라. 그러면 너의 품삯도 올려 줄 것이요, 또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항아리· 쌀· 밀가루· 소금· 장 할 것 없이 무엇이든지 말하여라. 늙은 하인이 있으니 달라는 대로 줄 것이다.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지 않느냐? 그러므로 다시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잘 지내거라. 왜냐 하면 나는 이미 늙었고 너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너는 일할 적에 항상 속이거나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으니, 다른 일꾼들처럼 나쁘지가 않더라. 이제부터는 나의 친자식과 같이 생각하겠노라.”


그러면서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 주고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이런 귀여움을 받는 것이 기뻤으나, 전과 같이 머슴살이 하는 천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였으므로, 20년 동안을 항상 거름만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 뒤 얼마쯤 지나더니 마음을 서로 믿고 통하여 안팎을 무난하게 드나들면서도 거처하기는 그전과 같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장자는 병이 생겨 죽을 때가 멀지 않은 것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에게는 지금 금·은 보배가 많아 창고마다 가득하므로, 그 속에 많고 적은 것이라든지 주고받을 것을 네가 다 알아서 처리하라. 내 뜻이 이러하니 너는 그대로 하여라. 왜냐 하면 지금은 너와 내가 다를 것이 없으니, 마땅히 마음을 잘 써서 허비하지 말고 재산을 잃지 않도록 하라.”


이 때 빈궁한 아들이 명령을 받고 금·은 진보의 여러 재산과 창고를 맡았으면서도 한 가지도 욕심을 내지 않고, 거처하는 곳도 예전 그대로이며, 용렬한 마음 또한 조금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 얼마를 지낸 뒤에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커져서 큰 뜻을 이루고, 예전의 비열했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칠 줄도 알았습니다. 그 아버지가 임종할 때에 이르러, 아들에게 명하여 친족들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다 모인 뒤에는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시라. 그는 나의 아들이오. 내가 그를 낳았으나 어느 성중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50여 년 동안 외롭게 떠돌아다니며 수많은 고생을 했소. 그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였고, 내 이름은 아무개였소. 오래 전부터 무척 걱정하며 찾았더니, 홀연히 여기에서 만났소. 이는 내 진짜 아들이며, 나는 진짜 그의 아비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은 다 이 아들의 것이며, 이미 주고받던 대로 앞으로도 모두 이 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 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 미증유함을 얻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배가 창고에 저절로 이르렀구나’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대부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다 부처님의 아들 같사오니,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 가지의 괴로움[三苦]37)으로 인하여 나고 죽는 가운데 여러 가지 고통을 받으며, 미혹하고 무지하여 소승법에 집착하여 기뻐하였습니다. 오늘날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법의 희롱거리인 거름[諸法戱論糞]38)을 생각하여 버리도록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은 그 속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얻은 열반이란 것이 겨우 하루 품삯만 한데 마음이 크게 환희하고 만족스러워 스스로 생각하기를, '부처님 법에서 부지런히 정진한 연고로 얻은 것이 많다' 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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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① 고고(苦苦) : 달갑지 않은 대상에서 느끼는 괴로움, ② 행고(行苦) : 세상의 변천을 보고 느끼는 괴로움, ③ 괴고(壞苦) : 좋아하는 것이 멸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괴로움.

38) 모든 사물에 대해 아무 쓸모없는 말을 하는 것을 낮추어 부른 말이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변변치 못하여 소승법에 탐착하여 기뻐하는 줄을 아시었으므로 내버려 두시고, '너희들도 마땅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 광의 분[寶藏之分]이 있느니라'고 분별하여 주시지 않고, 세존께서 다만 방편으로써 여래의 지혜를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이 부처님을 따라 열반의 하루 품삯을 겨우 받고는, 소득이 컸다고 만족하여 대승을 구하려는 뜻은 아예 가지지를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로 인하여 모든 보살들에게 열어 보이며 연설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여기에 대하여 원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이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방편으로 우리들에게 설하셨건만, 저희가 부처님의 참 아들인 줄을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이제야 부처님께서 불지혜에 아낌이 없으신 줄을 알았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이 예전부터 부처님의 아들이지만, 다만 소승법을 좋아한 탓이리니, 만일 저희들이 대승을 기뻐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저희들에게 대승법을 설해 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경전 가운데서는 오직 일승만을 설하시고, 예전 보살들 앞에서는 성문들이 소승법을 좋아한다고 나무라셨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대승만으로 교화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본래에는 바라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 법왕(法王)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불자로서 얻을 것을 모두 얻었습니다."

그 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날 저희들이 부처님의 말씀 듣고
환희하고 용약하여 미증유를 얻습니다.

성문들도 성불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시니
위없는 보배더미 안 구해도 절로 얻네.

 

비유컨대 어린아이 유치하고 소견 없어
아비 떠나 도망하여 타관 땅에 멀리 가서

이리저리 떠돌면서 50년을 살았거늘
그 아비 걱정되어 사방으로 찾았더라.

 

찾다가 지친 걸음 한 성중에 머물러서
큰 집을 지어 놓고 5욕락을 즐기나니

그 집이 큰 부자라 많은 금과 은이며
차거· 마노· 진주· 유리 말과 소와 코끼리와

 

양과 연[輦]과 수레들과 논과 밭과 종들이며
거느린 그 하인들 한이 없고 가이없어

주고받는 이익들이 타국까지 미쳤으며
사고 파는 장사꾼들이 그 문전에 줄을 섰네.

 

천만억 사람들이 둘러서서 공경하며
임금이나 왕족들이 항상 공경하는 바요,

여러 신하 명문 호족 한결같이 공경하며
이러한 인연으로 오고 가는 사람 많고

 

부유하기 이와 같고 큰 세력도 가졌지만
습니가 늙어가니 아들 생각 더욱 간절

자나 깨나 생각타가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리석은 그 자식 떠나간 지 50여 년

 

창고마다 가득 찬 금은보화 많은 재산
많은 전답들을 어떻게 한단 말가?

그 때에 궁한 아들 먹고 살 의식 찾아
이 성에서 저 성으로 저 나라와 이 나라를

 

어떤 때는 얻게 되고 어떤 때는 소득 없어
굶주리고 못 먹어서 옴과 버짐 생겼으며

그토록 헤매던 길 아비 사는 성에 닿아
품팔이로 전전타가 아비 집에 이르렀네.

 

그 때 대부 장자 자기 집 문 안에서
보배 휘장 둘러치고 사자좌에 앉았으니

권속들이 둘러앉고 여러 사람 호위하며
그 중 어떤 사람 보물을 계산하고

 

주고받는 많은 재물 출납부에 기록하니
아버지의 준엄한 일 궁한 아들 바라보고

저 이는 국왕이나 혹은 왕족이려니,
여기를 왜 왔던가 스스로 놀라면서

 

또다시 생각하되 내 오래 있다가는
강제로 붙들리어 모진 노동 당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정신없이 도망하여
빈촌으로 찾아 들어 품을 팔아 일하더니

 

이 때에 아비 장자 사자좌에 높이 앉아
멀리서 바라보고 제 아들을 알아보니

사자를 빨리 보내 붙들어 오게 할새,
궁한 아들 크게 놀라 기절하여 엎어지며

 

이 사람이 날 붙드니 나는 정녕 죽었노라.
어찌하여 의식 땜에 이렇게 된단 말가?

그 아들 용렬하여 아비 말 믿지 않고
아비인 줄 모르는 것 장자가 짐작하고

 

방편을 다시 써서 사자들을 보내는데
애꾸눈과 난쟁이인 못난이를 시키면서

‘네가 가서 말하기를, 내게 와서 일을 하면
거름이나 치게 하고 품삯은 곱을 준다 하라.’

 

궁한 아들 그 말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 치는 일도 하고 집 안팎을 청소하네.

장자가 문틈으로 아들을 내다보니
어리석은 저 자식 비천한 일만 하니


가엾게 생각하여 아비인 그 장자
허름한 옷 바꿔 입고 거름 치는 삼태 들고

아들한테 접근할새, 방편으로 하는 말이
‘부지런히 일 잘하면 품삯을 올려 주고


손발에 바를 기름과 먹을 것도 넉넉하고
덮을 것도 따뜻하게 대우 잘 해주리니

부지런히 일을 하라. 너는 나의 아들 같다.’
부드러운 말도 하고 장자가 지혜 있어


안팎을 출입토록 20년을 지내면서
집안 일을 보게 하고 금과 은과 진주· 파려

있는 창고 보여 주고 주고받는 모든 살림
맡아서 보게 하나 대문 밖에 붙어 있는


초막에서 잠을 자며 나는 본래 가난뱅이
가진 물건 하나 없어라.

아버지가 아들 마음 점점 넓어짐을 보고

그 재산 물려주려 친척들과 국왕들과


대신들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아 놓고

대중에게 하는 말 ‘이 사람은 본래 나의 아들인데,

나를 떠나 멀리 가서 50년을 지내더니

우연히 날 찾아와 20년이 또 지났소.


옛날에 한 성에서 이 자식을 내가 잃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이 자식을 찾느라고

무진 애를 쓰던 끝에 여기까지 온 것이오.

이제 내가 소유한 집이나 하인이나


아들한테 전해 주어 제 뜻대로 하게 하리.’

가난하고 궁한 아들 뜻과 마음 용렬타가

이제야 아버지의 큰 재산 받게 되니

많은 집과 많은 재산 한량없는 금은보화


마음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를 얻었더라.

부처님도 우리들이 소승에 집착함을 아시고

‘너도 성불하리라’고 말씀하지 않으시며

여러 가지 무루법(無漏法)39)을 저희들이 얻었다고


소승 이룬 성문이라 항상 말씀하더이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위없는 도 말씀하시며

이 법을 닦는 이는 성불한다 하옵기에

저희들은 말씀대로 모든 인연 비유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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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루(漏)는 번뇌라는 뜻이며, 번뇌가 없이 온전하게 진리를 깨닫는 지혜이다.

 

이야기로 보살들에게 위없는 도 말했더니

그 때 모든 불자들이 저희들의 법문 듣고

밤낮으로 생각하며 부지런히 도 닦았으며

이 때에 여러 부처님들께서 수기하여 하시는 말


‘너희들은 오는 세상 부처가 되리라.’

시방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큰 법장을

보살들만 위하여서 참된 이치 연설하고

저희들을 위하여선 아무 말씀 안 하시니


마치 저 궁한 아들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

모든 보물 맡았으나 가질 생각 전연 없듯

저희들도 부처님의 법보장을 연설하나

구하는 뜻 없는 것은 역시 그러합니다.

 

저희들도 속으로는 번뇌 없어지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여 만족하다 여기옵고

이런 일은 알지마는 다른 일은 없으니

불국토를 청정히 함과 중생들 교화함을


저희들이 듣더라도

즐거운 맘 없었습니다.

그 까닭을 말하오면 이 세간의 온갖 법은

모두가 고요하여 남도 없고 멸도 없고

 

작거나 큰 것 없고 무루며 무위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즐거운 맘 없습니다.

저희들이 오랜 세월 부처님의 큰 지혜엔

탐착하는 일도 없고 원하지도 아니하며

 

저희들 얻은 법이 구경(究竟)이라 여기오며

저희들이 오랫동안 공한 법을 닦아 익혀

욕계· 색계· 무색계의 고통에서 해탈하고

최후 몸의 유여열반(有餘涅槃)40) 얻었노라 생각하며

 

부처님의 교화받아 참된 도를 얻었으니

부처님의 깊은 은혜 갚았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이 불자들에게 보살법을 말하여서

불도 얻게 하면서도 원하는 맘 없사올새,

 

도사(導師)41)께서 버리시고 저희 마음 아시므로
참된 이익 있느니라 권하시지 아니하여

아들 마음 용렬함을 장자가 이미 알듯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 조복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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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불완전한 열반으로 소승의 열반을 말한다.
41) 불(佛)·보살(菩薩)에 대한 경칭이다.

 

많은 재산 물려주듯 부처님도 희유하사
소승에 집착함을 아시고 방편력을 쓰시어서

마음을 조복받고 큰 지혜 가르치니
저희들이 오늘에야 미증유를 얻습니다.

 

바라던 일 아니지만 저절로 얻사오니
한량없는 보배 얻은 궁한 아들 같습니다
.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도와 과보 모두 얻어
무루법 가운데서 청정한 눈 얻은 것은

 

저희들이 오랜 세월 청정 계율 지니다가
오늘에야 처음으로 그 과보를 얻었으며

법왕의 법 가운데 범행을 오래 닦아

무루(無漏)의 큰 과보 얻사오니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된 성문이라,

불도의 소리로써 온갖 것을 듣게 하며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 아라한 되온지라,

모든 세간 하늘이나 사람과 마(魔)와  범천

 

많은 대중 가운데서 공양을 받게 되니

세존의 크신 은혜 희유합니다.

중생을 제도하사 이익 얻게 하시오니
억천 겁에 그 은혜를 누가 능히 갚으리까?

 

수족 되어 받들고 머리 조아려 예경하며

온갖 일로 공양해도 그 은혜 못 갚으며

머리 위에 받들거나 등에라도 업고 다녀

항하사 오랜 세월 마음 다해 공양하고

 

아름다운 음식과 한량없는 의복들과

훌륭한 이부자리 가지가지 탕약이며

우두전단(牛頭栴檀)42) 좋은 향과 여러 가지 보배로써
넓고 높은 탑 세우고 옷을 벗어 땅에 깔고

 

이러한 여러 일로 항하사 오랜 겁에
정성 다해 공양해도 그 은혜는 못 갚으리.

 

희유하신 부처님의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큰 신통과 무루·무위 법왕께서

용렬한 중생 위해 이런 일 참으시고
상(相)도 많은 범부에게 마땅하게 말씀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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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범어로는 goiracandana. 인도 우두산에 나는 향 나무 이름인데, 향기가 진하고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아서 불상 제작 등 불구(佛具)로 많이 사용된다.

 

여러 부처님들 자재한 법 얻으시고
중생들의 모든 욕락 골고루 아시며

또한 그 뜻과 힘에 감당할 바 아시고
무량한 비유로써 미묘한 법 말씀하실새,

 

지난 세상 중생들의 선근을 따르셔서
그 근기 성숙함도 못함도 다 아시어

갖가지로 요량하사 분별하여 아시고는,
일불승을 설하시려 삼승법을 말씀하시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 3권

후진(後秦) 구자국(龜玆國) 삼장법사(三藏法師)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이운허 국역

 

 

5. 약초유품(藥草喩品)

 

그 때 세존께서는 마하가섭과 여러 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가섭아,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네가 잘 말하였느니라. 여래는 또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 공덕이 있나니, 그것을 너희들이 한량없는 억겁 동안에 설한다 할지라도 다 설할 수 없느니라. 가섭아, 마땅히 알아라. 여래는 모든 법의 왕이니 설하는 바가 다 허망치 않느니라. 일체법에 대하여 지혜의 방편으로 연설하였지만, 그 연설한 모든 법은 온갖 것을 아는 일체지지(一切智地)1)에 도달하였느니라. 여래는 일체법이 돌아갈 곳을 관찰하여 알며, 일체 중생이 깊은 마음으로 행하는 바를 알고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며, 또 모든 법의 궁극까지 아주 분명하게 잘 알고, 모든 중생에게 일체 지혜를 보이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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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아는 지위로 곧 부처님의 자리를 말한다.


가섭아, 비유하면 삼천대천세계의 산과 내와 골짜기와 땅 위에 나는 모든 초목이나 숲, 그리고 약초가 많지마는 각각 그 이름과 모양이 다르니라. 먹구름이 가득히 퍼져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고, 일시에 큰비가 고루 내려 흡족하면, 모든 초목이나 숲이나 약초들의 작은 뿌리, 작은 줄기, 작은 가지, 작은 잎과, 중간 뿌리, 중간 줄기, 중간 가지, 중간 잎과, 큰 뿌리,·큰 줄기, 큰 가지, 큰 잎이며 여러 나무의 크고 작은 것들이 상· 중· 하를 따라서 제각기 비를 받느니라. 한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그들의 종류와 성질을 따라서 자라고 크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나니, 비록 한 땅에서 나는 것이며 한 비로 적시는 것이지마는, 여러 가지 풀과 나무가 저마다 차별이 있느니라.


가섭아, 마땅히 알아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세상에 출현함은 큰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큰 음성으로 온 세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에게 두루 들리는 것은, 저 큰 구름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덮이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대중 가운데서 말하였느니라. 나는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니,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며, 이해하지 못한 이를 이해하게 하며, 편안하지 못한 이를 편안하게 하고, 열반하지 못한 이를 열반하게 하느니라. 지금 세상이나 오는 세상을 실답게 아느니, 나는 일체를 아는 사람이며, 일체를 보는 이며, 도를 아는 이며, 도를 열어 보이는 이며, 도를 말하는 이이니, 너희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은 다 여기에 모여 법을 들을지니라.'


그 때 한량없는 천만억 중생들이 부처가 있는 곳에 와서 법을 들었느니라. 여래는 이 때 중생들의 근기가 영리하고 둔함과 정진하고 게으름을 관찰하여 그가 감당할 수 있도록 법을 설하되, 한량없는 이들을 모두 즐겁게 하며, 좋은 이익을 얻게 하였느니라. 중생들이 이 법을 듣고는 현세에는 편안하고 후세에도 좋은 곳에 태어나 도(道)로써 쾌락을 받고 또 법을 듣게 되며, 법을 듣고는 모든 업장[障]과 걸림을 여의고, 모든 법 가운데서 그 힘의 능력을 따라 점점 도에 들어가게 되나니, 마치 저 큰 구름이 모든 것에 비를 내리면 풀과 나무와 숲과 약초들이 그 종류와 성질대로 비를 맞아 제각기 자람과 같으니라.


여래가 설하는 법은 한 모습이며 한 맛이니, 이른바 해탈의 모습과 여의는 모습과 멸하는 모습이니, 필경에는 일체 종지에 이르는 것이니라. 어느 중생이나 여래의 법 듣고 그대로 지니거나 읽거나 외우거나 말한 대로 수행하면 얻은 공덕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할 것이니, 왜냐 하면 여래는 이 중생들의 종류와 모양과 자체와 성품을 알되, 무엇을 염하고 무슨 일을 생각하며 무슨 일을 닦으며, 어떻게 염하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닦고, 무슨 법으로 염하고 무슨 법으로 생각하며 무슨 법으로 닦으며, 무슨 법으로써 어떤 법을 얻는가를 아느니라.


중생이 가지가지 처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오직 여래가 여실하게 보고 분명히 알아 막힘이 없으니, 마치 저 풀· 나무· 숲· 약초들이 스스로 상· 중· 하의 성품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니라. 여래는 이 한 모습이며 한 맛인 법을 아나니, 이른바 해탈의 모습, 여의는 모습, 멸하는 모습, 구경열반의 적멸한 모습이니라. 마침내는 빈[空] 데로 돌아가나니, 부처는 이것을 이미 알고 중생의 욕망을 관찰하고, 잘 보호하여 곧 그들에게 일체를 말하지 아니하였거늘, 가섭아, 너희들은 매우 희유하여 여래가 근기를 따라 법을 설하는 줄을 알고 능히 믿고 받아 가지니, 왜냐 하면 부처가 근기를 따라 설하는 법은 이해하기 어렵고 알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유(有)를 파한 법왕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사
중생들의 욕망 따라 가지가지 설법하되

여래께선 존중하고 그 지혜 심원하여
오래도록 중요한 법 말씀하지 않으시니

 

지혜 있는 이가 들으면 믿고 이해하려니와
무지한 이는 의심하여 영영 잃게 되느니라
.

가섭아, 그러므로 근기 따라 설하여
가지가지 인연으로 바른 견해 들게 하니

 

가섭은 바로 알라. 비유컨대 큰 구름이
세간 위에 일어나 온갖 것을 뒤덮듯이

지혜 구름 비를 품고 번갯불이 번쩍이며
우레 소리 진동하니 중생들 기뻐하고

 

햇빛은 가려지고 지상은 서늘하며
뭉게구름 자욱하여 손끝에 닿을 듯이

고루 넓게 내리는 비 사방의 어디에나
무량하게 퍼부어서 땅마다 흡족할새

 

산과 내와 험한 골짜기 깊은 데 나서 자라는
그 많은 초목과 약초와 크고 작은 나무들과

온갖 곡식의 여러 싹과 감자와 포도들이
단비를 흠뻑 받아 모두 풍성하게 자라고

 

메마른 땅 고루 젖어 약초·나무 무성하니
한 구름에서 내린 비 모든 초목 고루 받아

작은 나무 큰 나무며 큰 풀, 중 풀, 작은 풀이
크고 작은 분수대로 저마다 자라날새

 

뿌리·줄기·가지와 잎 꽃과 열매의 빛과 모양
한 비로 적신 바에 아름답고 윤택하며

체질이나 모양이나 크고 작은 성분 따라
젖기는 같은 빈데, 무성함은 모두 다르니

 

부처님도 그와 같아 세상에 출현하심
비유컨대 큰 구름 모든 세상 덮어 주듯

이 세상에 오신 뒤엔 모든 중생 위하여서
온갖 법의 참된 이치 분별하여 연설하시네
.

 

큰 성인 세존께서 여러 하늘 인간들과
많은 대중 가운데서 선언하여 하신 말씀

나는 곧 여래이니 가장 높은 양족존
세상에 출현함은 큰 구름이 덮이는 듯

 

바짝 마른 일체 중생 흡족하게 비를 주어

괴로움을 다 여의고 안온한 낙을 얻고

세간의 즐거움과 열반락을 얻게 하니
천상 인간 대중들이 일심으로 잘 들으며

 

너도 나도 모여 와서 높은 이를 친견하니
나는 바로 세존이라, 미칠 이가 아주 없다.

중생을 안온케 하려 세상 출현했으므로
대중을 위하여서 감로법(甘露法)을 말하노니

 

그 법은 한 맛으로 해탈이요, 열반이라.
한 가지 묘한 음성 이런 뜻을 연설하며

항상 대승법 위해 인과 연을 짓거니와
모든 것 내가 보니 평등하고 고루하여

 

이것이라 저것이라 곱고 미운 마음 없고
탐착하는 생각이나 걸림 또한 없음이라.

일체 중생 위하여 평등하게 설법하며
한 사람을 위하듯이 여러 중생 마찬가지

 

어느 때나 법을 연설 다른 일 전혀 없고
가고 오며 앉고 서도 피곤한 줄 모르노라.

세간마다 충족하게 단비가 내리듯이
귀천이나 상하나 계(戒) 지닌 이나, 파한 이나

 

위의(威儀)를 구족하였거나 구족하지 않았거나
바른 소견, 삿된 소견 영리하고 둔한 머리

평등하게 법비 내려 게으른 줄 모르나니,
일체의 그 중생들 내 법 한번 듣고 나면

 

힘을 따라 받아 익혀 여러 지위 머물 적에
혹은 천상 혹은 인간 전륜성왕과 제석천왕

범천왕과 같은 이 이를 일러 작은 약초라.

무루법(無漏法)을 알고 열반을 얻고


육신통 일으키고 삼명(三明)까지 얻은 뒤에
산림 속에 홀로 있어 선정을 항상 닦아

연각을 증득하면 이런 이는 중품 약초라.

세존 계신 곳을 찾아 나도 성불하리라고


선정 닦기 정진하면 이네들은 상품 약초라.

또는 여러 불자들이 전심으로 도를 닦아

자비한 맘 항상하여 성불할 줄 제가 알고
의심 다시 없는 이 그런 이는 작은 나무라.

 

신통에 머물러서 불퇴전의 법륜 굴려
한량없는 백천만억 많은 중생 제도하면

이러한 보살들은 큰 나무라 이르느니라.
부처님의 평등한 법 한 맛인 비와 같고

 

중생의 성품 따라 받는 것이 같지 않아
비를 맞는 풀과 나무 다른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 이 비유로 방편 써서 열어 뵈며
가지가지 이야기로 한 법을 연설하나

 

부처님의 지혜에는 큰 바다의 한 물방울
내가 이제 법비 내려 세간 충만시켰으니

한 맛의 그 법에서 힘을 따라 닦는 것이
저 숲 속의 풀과 약초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자기들 분수대로 자라남과 같으니라.
여러 부처님 법 항상 맛이 하나지만

모든 세간 중생들이 골고루 구족하고
점차로 행을 닦아 도의 결과 얻게 하네.

 

성문이나 연각들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최후 몸에 머물러서 법을 듣고 과(果) 얻으니

이런 일은 약초들이 각각 자람 같으니라.
여러 보살들이 지혜가 견고하여

 

삼계를 요달하여 무상의 법 구하면
이런 일은 작은 나무 점점 자람 같으니라.

선정에 머물러서 신통한 힘을 얻고
법의 공함 얻어 듣고 마음 크게 환희하며

 

무수한 광명 놓아 여러 중생 제도하면
이것은 큰 나무가 점점 자람 같으니라.

가섭아, 이와 같이 부처님 설하신 법
비유컨대 큰 구름이 한 맛의 비를 내려

 

꽃과 인간 적시니 열매 맺음과 같으니라.
가섭아, 바로 알라. 여러 가지 인연들과

갖가지 비유로써 부처님 도 열어 뵈니
이는 나의 방편이요, 여러 부처님도 그러하니라.

 

이제 너를 위하여 참다운 일 설하나니
여러 성문 대중들 멸도가 다 아니며

너희 오직 행할 바는 보살도뿐이러니,
점점 닦고 배우면 모두 성불하리로다.


6. 수기품(授記品)

 

그 때 세존께서 이 게송들을 다 마치시고, 여러 대중들에게 이렇게 높이 선언하셨다.
"내 제자인 이 마하가섭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3백만억 여러 부처님들을 친견하고 받들며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며, 널리 여러 부처님들의 한량없는 큰 법을 설하고 최후의 몸으로 성불하리니, 그 이름은 광명(光明)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라 하리라. 그 나라의 이름은 광덕(光德)이요, 겁의 이름은 대장엄(大莊嚴)이며, 부처님의 수명은 12소겁이요, 정법(正法)이 세상에 머물기는 20소겁이며, 상법(像法)도 20소겁을 머무르리라.


그 나라는 장엄하게 꾸며지고 여러 가지 더럽고 악한 것과 기와· 돌· 가시덤불이나 부정한 오물이 없으며, 국토는 평정하여 높고 낮은 곳이나 구릉이나 언덕이 없고 유리로 땅이 되었으며, 길에는 보배 나무가 늘어섰고, 황금으로 줄을 꼬아 경계를 하며,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흩어서 두루 청정하게 하며, 그 나라의 보살은 한량없는 천만억이며, 여러 성문대중도 무수하고 악마를 섬기는 일도 없으며, 만일 악마나 그런 백성이 있다 할지라도 다 부처님의 법을 보호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구들에게 말하노라. 부처의 눈으로써
가섭을 내가 보니 수가 없는[無數] 겁을 지나

앞으로 오는 세상 부처를 이루어서
그 세상에 계신 세존 3백만억 부처님을

 

받들어 공양하고 정성으로 친견하여
부처의 큰 지혜와 범행(梵行)을 잘 닦으며

가장 위가 되신 양족존2)께 공양하고
무상 지혜 닦고 익혀 최후의 몸 성불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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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 중에 가장 존귀한 분, 곧 부처님을 말한다. 지혜(智慧)와 자비(慈悲)를 함께 갖춘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족존(二足尊)이라고도 부른다.

 

그 나라는 청정하여 유리로 땅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 나무 도로마다 즐비하며

황금 줄로 경계하니 보는 사람 환희하고
향기 좋은 여러 꽃을 항상 흩어 뿌리며

 

갖가지 아름다운 그런 걸로 장엄할새,
그 땅은 평정(平正)하여 구릉 언덕 없으며

수를 알 수 없는 많고많은 보살 대중
마음도 부드럽고 큰 신통을 얻으며

 

부처님의 대승경전 받들어서 지니고
성문들 번뇌 없는[無漏] 최후에 받은 몸들

법왕의 아들들도 그 수가 많고많아
천안(天眼)3)으로 볼지라도 능히 세지 못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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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6신통의 하나로 온갖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다.

 

그 부처님 누릴 수명 12소겁 오랜 세월
정법이 머물기는 20소겁이라 하며

상법 또한 마찬가지 그와 같은 세월이니
광명의 그 세존 하시는 일 이렇노라.

 

그 때 대목건련과 수보리와 마하가전연 등이 모두 송구스러워하면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존안을 우러러보며 눈도 깜박이지 않더니, 곧 같은 소리로 게송을 함께 말하였다.

 

장하신 세존은 석(釋)씨 문중 법왕이라,
불쌍한 우리 위해 부처님 말씀 주옵소서.

우리 마음 아시고 수기를 주신다면
감로수로 열을 없애 시원함과 같습니다.

 

주린 배로 헤매다가 대왕 성찬 만났어도
마음이 두려워서 감히 먹지 못하올새,

만일 왕이 먹으라면 그 때에야 감식하듯
우리들도 그와 같아 소승의 허물만 생각하며

 

부처님의 무상 지혜 구할 길도 모르고
‘너희들도 성불한다’ 부처님 음성 들었어도

되려 마음 두려워서 선뜻 먹지 못함이나,
만일 수기 주신다면 이젠 안락하오리다.

 

장하신 세존께서 세상 안락케 하시려니
저희에게 수기 주시면 그 가르침 받으리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큰 제자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보리는 앞으로 오는 세상에 3백만억 나유타(那由他)4) 부처님을 친견하여 받들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며,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 보살의 도를 갖추어 최후의 몸에 성불을 하면, 그 이름은 명상(名相)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며, 겁의 이름은 유보(有寶)요, 나라 이름은 보생(寶生)이리라. 그 국토는 평탄하며 파려로 땅이 되고 보배 나무로 장엄하며, 구릉이나 언덕이나 또 사금파리나 가시덤불이나 대변· 소변 같은 더러운 오물이 없으리라. 보배꽃이 땅을 덮어 두루 청정하며, 그 국토의 인민은 다 보배로운 집이나 진귀하고 아름다운 누각에 살며, 성문 제자는 한량없고 가없어 숫자로나 비유로도 능히 알 수 없으며, 또한 여러 보살들도 무수하여 천만억 나유타이리라. 부처님의 수명은 12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물기는 20소겁이며, 상법도 역시 20소겁이리라. 그 부처님은 항상 허공에 머물러서 중생을 위해 설법하며, 한량없는 보살과 성문들을 제도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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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범어 nayuta의 음사. 인도에서 아주 많은 수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천만 혹은 천억에 해당한다고 한다.

 

여러 비구들아, 내 이제 말하노니
너희들은 일심으로 내 말을 잘 들으라.

나의 큰 제자인 수보리는 오는 세상
부처를 이루리니, 그 이름은 명상이라.

 

한량없는 만억 부처님 찾아뵙고 공양하며
부처님 행을 따라 큰 도를 점점 갖춰

최후에 받은 몸이 미묘한 32상(相)

단정하고 아름답기 보배로운 산과 같고

 

그 부처님 국토는 엄정하기 제일이니
이것을 보는 중생은 모두 다 즐겨 하니

부처님 그 가운데 무량 중생 제도하며
그 부처님 법 안에 많은 보살 있으니

 

모두 다 영리하여 불퇴륜(不退輪)5) 굴리어
항상 저 나라 땅 보살로써 장엄되리.

성문 대중들도 셀 수 없이 많은 수라,
모두 다 삼명을 얻고 육신통을 갖추어

 

팔해탈(八解脫)6)에 머물러서 큰 위덕이 있으니,
그 부처님 설법하사 나타내는 신통변화

한량없고 가이없어 불가사의 일이러니
항하의 모래 같은 여러 천상 사람들이

 

다 같이 합장하고 부처님 말씀 들으리라.
그 부처님 수명은 12소겁이요

정법이 그 세상에 머물기는 20소겁
상법 또한 마찬가지 20소겁 머물리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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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퇴전법륜(不退轉法輪)의 준말. 물러남이 없는 법륜이라는 뜻이다. 법륜은 불·보살의 설법을 말한다.
6) 번뇌의 속박을 벗어나는 여덟 가지 길이다. ① 일념으로 생각하여 색욕(色欲)을 제거하고, ②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여 정신을 통일하고, ③ 탐심이 일어나지 못하게 다스려 냉철함을 유지하고, ④ 심신이 청정한 경지에 이르고, ⑤ 무한한 공간을 생각해 외계의 차별상을 없애고, ⑥ 마음의 작용이나 몸이 함께 무한한 경계에 이르며, ⑦ 공간이나 마음의 경계를 초월한 근원에 이르고, ⑧ 그 근원이 항시 현실에 나타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Exotic Journey’ (미지의 여행) - Music by Karun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