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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옛날동요] '가을' (1931) - 현제명 작곡

잠용(潛蓉) 2013. 8. 27. 13:52

 

 (일러스트: 블루웹)
 
'가을' (1931)
백남석 작사/ 현제명 작곡

< 1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오라 부탁하누나.

< 2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같구나
추운 겨울 지낼 적에 우리 먹이려고
하느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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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은 애국가에 나오고 단군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바로 그 우리의 '하느님'(天帝)이다. 불과 100여년 전
개화기 때 서양 선교사들이 가지고 온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다.


 '세월은 흘러가도 노래는 남는 것...'


[1] 이 동요는 현제명(玄濟明) 작곡으로 1931년에 발표되었다.
원래 가사는 모두 2절로 되어 있으며,그 첫절은 다음과 같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 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오라 부탁하노라.”


원래 8분의 6박자로 된 내림마 장조의 곡으로 보통 빠르기로 부르며 형식은 두도막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현제명의 대표 동요곡 중 하나로 1931년에 나온 첫번째 작곡집에 수록되었으며, 지금도 널리 세대를 초월해서 애창되는 국민동요곡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2] 가을이라 가을바람~
해방이 되던 해의 가을이 생각납니다. 시골에서 국민학교 교사로 3학년 담임이었는데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 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한글을 가르치고 우리말을 자유롭게 하고, 우리말로 노래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던 1945년의 가을, 벌써 65년 전의 추억입니다.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또 하나 있습니다. 6·25 사변이 터지고 임시수도가 되었던 부산에서 진명여자중고등학교의 영어교사가 되어 발랄한 소녀들의 틈에서 아름다운 세월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가을바람이 불던 어느 날 소녀들의 합창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의 시에 김성태가 곡을 붙였습니다. 가을에 부르면, 가을에 들으면, 눈물나는 노래입니다. “한낮이 지나면 밤이 되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3절은 더욱 아련한 느낌을 줍니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그때 그 노래를 부르던 어린 소녀들은 지금쯤은 벌써 70도 더 되어 손자· 손녀들을 거느린 할머니들이 되었겠지요. 인생이란 이렇게 덧없는 것을! (글/ 김동길)

[3]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어딘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달랑 배낭 하나만 메고 산으로 들로 걸어서 아니면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여행
가을이 되어서인가 아님 나이가 들어서인가. 혼자라도, 아니 마음 맞은 사람이면 더 좋겠지... 여행이란 무작정 떠나도 좋은 인생의 꿀맛 같은 것인데 한번 떠나 보자.

맑기만 한 바람 한 줄기와 가슴 속을 투명하게 털어놓은 청명한 가을 하늘
그것을 지켜볼 수 있는 익어버린 누런 대지가 보인다.

자연의 신비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계절, 가을이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천고마비의 계절, 수확의 계절, 독서의 계절, 풍성한 계절이다.

가을은 우리가 더욱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계절이다.
가을은 서글퍼지는 계절이라 했던가? 이는 사람의 심성이 착해진다는 말일 게다.
과일이든 곡식이든 역시 익어 갈수록 머리를 숙이는 것은 같은 모양이다.

우스게 소리로 사람이 제일 무거울 때가 언제인가 하면 철이 들 때라고 말한다.
철은 무거우니까 철이 든다는 것은 어른서러워진다는 말일 것이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면 머리 숙이는 것과 같이 가을은 속이 꽉찬 계절이다.
(임동규의 사진세상/ 2010.9.24 오후에 문지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