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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념일

[한글날] 새누리당 '한글전용'에서 '한자혼용'으로 시대역행 (?)

잠용(潛蓉) 2013. 10. 9. 06:53

“국어사전 70%가 한자어”(?)... 초등생 한자교육 다시 논란
머니투데이 | 황보람 기자 | 입력 2013.10.09 06:11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한글로만 생활하는 국민 대다수가 사실은 문맹이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이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함께 사용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등학교 교과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사진] 1968년 한자를 혼용한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데일리 메일’ 이야기

 /자료 초등한자교육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글학회나 국어단체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단체들은 '한자 숭배자들'이 초등학생들의 어깨에 한자 암기라는 짐을 얹으려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낱말을 한자로 적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고 이미 충분히 한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말에 한자어가 70%? 실질적 사용은 절반도 안돼

한글단체들은 한자 혼용론자들의 주장에는 '잘못된 상식'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속설은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라는 것이다. 한글단체들은 국립국어원이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1만여 개 낱말을 조사한 결과 한자어 비중은 57%였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에도 사전에만 실렸을 뿐 일상생활이나 전문 분야에서도 전혀 사용되지 않는 낱말이 수두룩해 실질적인 비율은 더 낮다는 설명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 2002년 발표한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를 보면 우리말의 낱말 사용 비율은 토박이말이 54%, 한자어 35%, 외래어가 2%였다. 한글단체들은 1920년 조선 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에서 '한자어 70%' 뿌리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침략자들이 사전에 토박이말을 30%만 싣고 나머지는 한자어로 채웠다는 설명이다. 당시 낱말들이 솎아지지 않고 표준국어대사전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반면 한글학회가 1957년 완성한 '큰 사전'에는 토박이말 47%에 한자어는 53%정도다. 이를 다시 '우리말 큰사전'으로 정리하고 있는 한글학자 정재도씨에 따르면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버릴 경우 그 비중은 30%로 줄어든다.

 

신문·교과서 한자 없이도 이해 술술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정부가 인정한 유일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 박사) 2004년 국한문 혼용 문장의 최후 보루였던 서울대학교 '대학국어'가 한글 전용으로 바뀌면서 교재에서도 한자가 사라졌다. 신문 등 매체에서도 한자를 쓰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한자의 벽에 부딪히는 일은 줄어들었다.

 

한글단체들은 낱말의 의미는 맥락에서 이해되기 때문에 '동음이의어'나 '다의어'로 인한 혼동도 거의 없어 한자를 함께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장님이 사기를 당해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와 같이 이미 문장 속에서 낱말의 의미는 부여된다.

 

이들은 또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한자어로 분해해 어원을 밝히는 등 교육 방식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발달심리학자 피아제의 발단 단계에 따르면 이런 방식은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며 중학교 이후에나 급속히 발달하는 영역이다. 또 현재 중학교 95%에서는 한문을 가르치고 있고 2009년 새 교육과정부터는 초등학교 정규 과목인 '창의적 체험활동'에 한자 과목을 추가되면서 이미 절반 이상의 초등학교에서 충분히 한자를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한자 급수 시험을 강요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며 "교과서에 한자를 집어 넣으면 한자 사교육이 요동칠 게 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자를 익히고자 한다면 학생 개인이 꾸준히 암기해도 될 것"이라면서 "굳이 우리의 문자 생활을 과거를 되돌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bridger@]

 

[기고] 한글맞춤법에 '훈민정음' 창제 원리 반영하라
조선일보 | 입력 2013.10.09 03:09 | 수정 2013.10.09 03:21

 

올해부터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로 복원되어 좋다. 한글날 기념식에선 훈민정음해례의 어제 서문을 낭독하는데 "내 이를 어였삐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맹가노니"라는 부분이 나온다. 반면, 식이 끝날 무렵 참석자들이 부르는 한글날 노래 2절 가사에는 '스물넉 자'라고 돼 있다. 이는 1933년 지금의 한글학회 전신인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되면서 ㆍㅿㆁㆆ 넉 자를 제외한 결과다. 이후 1940년 훈민정음해례가 안동에서 발견되어 우리는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자세히 알게 됐다. 그러나 그뿐 훈민정음해례에 나오는 원리를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사진] 변정용 동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컴퓨터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훈민정음 창제 이래 출판된 모든 문서를 컴퓨터로 표현해야 하는 요구가 생기고 있다. 이른바 '옛 한글'을 표현하려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기술표준원에서 만든 'KS X 2016-1:2007 정보기술:국제문자-한글 처리'에는 1992년에 반영된 '옛 한글' 자소를 포함한 240자에 그 후 추가로 발견된 117자를 추가하여 조합하면 약 150만 음절자를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컴퓨터를 이용한 한글 처리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종의 '화장술'을 통한 해결에 불과하다. 한글맞춤법으로 '옛 한글'을 표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한글맞춤법은 생성할 수 있는 음절의 수가 1만1172자인 데 반해 옛 한글은 약 399억 음절이다. 이는 유조선에 실을 수십만 배럴의 기름을 조그만 나룻배에 싣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다. 반면, 훈민정음해례가 정의한 원리를 따르면 지금 같은 혼란 없이 1만1172음절을 비롯해 150만 음절을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1999년 타계한 시카고대학의 매콜리 교수는 매년 한글날을 기념했다. 그가 인정한 것은 한글맞춤법이 아니라 훈민정음해례다. 한글맞춤법으로는 로마자의 R과 L, B와 V, F와 P를 구별할 수 없다. 외국 인명과 지명은 원어 음차를 하는데 한글맞춤법으로는 어려움이 많지만 훈민정음은 모두 가능하다. 훈민정음해례 정인지 서문의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곧 천지자연의 문자가 반드시 있다'도 훈민정음이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문자 생활에서 아직도 1933년 상황에 있다. 1940년 훈민정음해례가 발견된 후 노력하지 않은 결과다. 정인지 선생은 말한다. "(배우기 쉽기로는) 지혜로운 이는 아침 먹기 전에,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깨칠 수 있다." 과학적 원리 없이는 이렇게 쉬울 수 없다. 발성기관 상형설이나 가획 원리도 과학적이지만 훈민정음의 '과학'은 기본 자소만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음절을 생성하는 원리가 핵심이다.

 

기본 28자와 종성부용초성, 합자해에서 연서법, 합용병서법, 부서법, 성음법으로 구성된 훈민정음해례의 과학성이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글맞춤법 대신 훈민정음 맞춤법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1940년 이래 70여년간 방치하고 있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복원해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복원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설] 한글날을 다시 생각한다
국민일보 | 입력 2013.10.08 17:40

 

“국적 불명의 말과 글에서 벗어나자”

567주년 한글날 아침 우리는 어느 때보다 우리말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1991년 이후 23년 만에 법정 공휴일의 지위를 되찾은 것은 그만큼 한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대변해준다. 한글은 남북한, 재외동포 사회는 물론 한류 바람을 타고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우는 국제언어의 위상을 차지해 가고 있다. 자기 문자를 갖고 있는 민족은 2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중 한글은 어느 민족의 언어보다도 과학적이며 창의적이고 다의적이라는 언어학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글날 아침 우리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욕설이 난무하고 은어, 비속어, 범람하는 외국어, 국적불명의 신조어, 무분별한 줄임말 등 한글 훼손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글 경시 풍조도 심각하다. 모양만 한글일 뿐 상호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한글 훼손에는 인터넷, 모바일 SNS, 방송 등이 복합적으로 일조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는 은어와 욕설이 난무하고 예능방송은 국적불명의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완전 ∼하다'면서 '완전'이란 명사가 부사어로 잘못 쓰이고, '개∼'라는 접두사는 일상화되었다. '짱∼' '졸∼'이라는 말도 청소년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접속어가 되어 버렸다. 왜곡된 영어 조기교육 바람도 한글 경시 풍조를 부채질하고 있다. 아이들이 한글을 미처 깨치기도 전에 영어로 읽고 쓰고 노래 부르는 사이 국적불명의 조어들을 먼저 습득하게 되는 것이 요즘 교육 현장이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의 '2013 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59개 공공기관에서 작성한 보도자료 587건 중 불과 12건만이 어문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다고 한다. 공문서의 98%가 어문규정을 위반했거나 맞춤법 오류,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디지털문화 확산과 국제화시대에 다양한 언어 사용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어법이나 어휘에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사이 무의식중에 한글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한글을 지켜가자는 사회적 공감대는 넓지 않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동아리 중심으로 이른바 '우리말 지키기' 운동을 펼쳐가는 수준이다. 작지만 소중한 노력들이다. 국회가 8일 한자로 된 의장 명패를 한글로 교체했다고 한다. 정치권부터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또 아름다운 한글로 아기 이름을 짓는 부모들이 늘어가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제라도 학교 현장과 가정에서부터 한글을 올바로 사용하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한글은 567년의 역사가 담긴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자산이다. 말과 글은 그 민족의 정신이다. 그런 만큼 한글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아름답게 다듬어가야 한다.

 

그녀들도 한글 살렸다, 기녀(妓女)의 ‘러브레터’
뉴시스 | 신동립 | 입력 2013.10.12 08:04

 

[서울=뉴시스] 조선시대 기생의 러브콜 또는 호객기별이 발굴됐다. 바람, 불륜, 축첩 따위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시절의 문건이다.

 

'정 생원 전에 상서하나이다. 때는 봄, 새가 재재거리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피는 봄이외다. 정 생원의 몸 안녕하시옵는지 나날이 뵈옵지 못한 소첩은 멀리 앉아서 동경할 뿐이외다. 그간의 소식 알지 못해 궁금하던차 이곳 소첩은 무엇을 얼마나 화락하며 하리이까. 한갓 일신은 무고하오니 생원님이 이 더러운 소첩을 정신적 사랑의 혜택으로 엎드려 생각할 때 감사한 뜻과 마음은 다 표하지 못하옵니다. 그런데 황공한 말씀 지금에야 고하나이다만, 전번에는 이 더러운 소첩을 생각하시와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시고 옥수로 친히 쓰신 옥서를 받자옵고 당금까지 상서치 못함은 참으로 소첩의 죄 어찌 다 고하오리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소첩을 사랑하신 마음으로 정생원이시여! 실제 그때 답상서를 고하려고 한 마음 태산 같았지만 원수로다 그때야말로 무슨 죄이던가 이 몸이 병에 누워 실상은 붓을 들고 편지를 고할 용기가 생기지 아니하여 죄송스러운 죄를 짓고 말았나이다. 그러니 소첩의 잘못을 널리 용서하시고 허물을 잘 양해하시고 귀보를 뵙기 바라옵나이다. 물론 바쁘신 중 이리 복청하옴은 너무나 소첩의 행동의 무리함을 용서하시고 다만 소첩의 소청에 응하셔서 한 번만 이 땅에 왕림해 주시면 소첩의 한 영광으로 엎드려 생각하고 죄송한 말 다 고하지 못하고 우선 이만으로 끝내 높으신 왕림만 바랄 때 옥안을 엎드려 뵈올 날을 천만번 고대하나이다.

3월 2일 소첩 서금란 상서.' 

서지학자인 김연갑 상임이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1930년대에 활동한 기생 장명주의 시조 30여수 중 '아리랑'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금란의 연애편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기생의 연서 이야기는 많아도 실체는 극히 드물다"는 그는 '정신적 사랑의 혜택', '소첩을 사랑하신 마음'이라는 문구를 특기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다.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아'로 이어지는 '춘향가'와 같은 시기인 조선중기에 쓴 글로 추정된다"면서 "정인을 그리워하는 마음(思)에 '살(生)다'의 어근 '살'과 명사 파생접사 '앙'이 더해져 '사랑'이 됐다"고 풀이한다. (사량(思量)이 어원이라는 견해도 물론 있다)

 

한글을 생활어로 이어 온 중요한 축이 기생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편지의 사료적 가치를 배제하면, 서금란을 황진이 반열에 올릴 이유는 없다. 기생이 모두 황진이 같았던 것이 아니라 황진이가 별났을 뿐이다. 문재를 타고 났거나 3년 된 서당 개처럼 자연스럽게 문리가 트인 기녀는 더러 있을 수밖에 없다. 옛 유명 요정 '대원각'의 여주인 김영한이 최근의 실례다. 1000억원대 땅과 건물을 길상사 회주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여성이며 시인 백석의 애인이기도 하다. 소녀 김영한은 기생이었지만 '삼천리 문학'에 수필을 발표할만큼 글재주가 뛰어났다.

 

이들 몇몇을 거명하며 기생은 예술가라고 강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기녀를 매매춘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는 무망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년 전 폐기한 여성 생식기 표본이 보기다. 일제강점기 '명월관' 기생인 홍련의 성기를 왜경은 연구용으로 도려내 포르말린 용액에 넣었고, 1955년 이후 국과수가 보관했다. 숱한 남자들이 홍련과 성관계 도중 급사했다는 사실에 주목, 일제는 연구가치가 있는 생식기려니 판단했다. 이시이 시로의 731부대와 맞닿은 발상이다.

 

해어화(解語花), 즉 '말을 알아듣는 꽃'은 기생을 존중하는 듯 깔보는 표현이다. 잘난 남자가 애완용 쯤으로 대하는 심리가 감지된다. '어쭈, 시문도 좀 아네…'라며 금상첨화 정도로 여긴다고 보면 옳을 것 같다. [신동립의 '잡기노트' <382>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