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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이석기 7차공판] 변호인단 반대신문, 제보자 진술 '오락가락'

잠용(潛蓉) 2013. 11. 23. 00:06

내란음모 변호인단 "국정원, 진술조서 사전에 작성" (종합 2보)

연합뉴스 | 입력  2013.11.22 21:53

 


97페이지 조서작성에 단 3시간 25분…"5.10 촬영 수사관이 먼저 거론"
제보 신빙성 공격…제보자 주변인과 갈등·경제적 어려움 부각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는 제보자 주장의 모순점을 추궁하기 위한 변호인단의 반격이 시작됐다. 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오후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제보자 이모씨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국정원 수사가 '짜맞추기식'이었다는 점과 제보내용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변호인단 질의사항은 A4용지 80여 페이지, 500여 문항에 달했다.

◇ 국정원 '짜맞추기식' 수사 의혹 = 변호인단은 이씨가 5.10·5.12 모임에 대해 진술한 조서가 사전에 짜맞춰진 각본이라고 지적했다. 증거에 의하면 7월 20일 오후 6시 40분 수원 모 호텔에서 시작된 진술조서 작성은 오후 10시 5분 종료돼 25분간 확인절차를 거쳤다.

이 진술조서는 이씨가 핵심 사건인 5.10·5.12 모임에 대한 녹취내용을 하나하나 듣고 국정원에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3시간 25분 만에 97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조서가 작성되고 25분 만에 사진까지 첨부된 142페이지분량의 조서를 확인한 뒤 서명, 날인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조사받은 내용이 분량만 97페이지에 달하는데 국정원 수사관이 사전에 (조서를) 작성해 왔느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국정원이) 사전에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또 "짧은 시간에 모두 읽어보고 날인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내용 숙지하고 있어 오탈자 정도 확인하는 수준으로 속독하면서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씨는 "5월 10일 문모 수사관으로부터 녹음기와 함께 손목시계형 카메라를 받았다"며 "문씨가 (먼저) 촬영할 수 있겠나고 해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은 그간 국정원이 이씨에게 먼저 녹취나 촬영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대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의 짜맞추기식 수사에 대해 추후 변론에서 강하게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제보내용 신빙성 의혹 = 앞서 변호인단이 "1995년 대학졸업 이후 지역에서 10여년간 시민단체·민주노동당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런 활동이 RO 지시에 의한 것이었나?"고 추궁하자 이씨는 "민노당 권선구위원장(2005년)이 되고부턴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2004년 이라크파병반대 시국농성단 단장, 수원비행장 이전 시민연대 대표 등도 RO 지시였나"고 캐물었고 이씨는 "2004년(RO 가입)까진 RO존재를 몰랐지만 RO 지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은 "2002년 수원시의원 출마는 RO 지휘성원 도모씨가 '권유'했고, 2008년 총선 출마는 도씨가 '지시'했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지시'라고 밝히더냐"고 질문했다. 이씨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실제 언행은 다르지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변호인은 또 이씨 제보가 시민단체·민노당 동료들과 갈등에 따른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논리로 몰아붙였다. 변호인단은 "수원시의원 윤모씨에게 '선배'라고 부르지 않아 갈등을 빚은 적 있었나. 민노당 수원시위원장에 다른 사람이 선출되자 화를 내며 사무실을 뛰쳐나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윤씨와는 호감보단 안좋은 감정 가진 것은 사실이나 호칭 문제로 갈등 빚은 적 없었다. 화를 내고 나간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이씨가 2009년 9월 아파트 분양계약 체결 이후 대출과 아내의 퇴직, 장인의 암투병, 당구장 인수비용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같은 변호인단의 질문은 이씨가 국정원에 제보한 것이 순수하지 않아 제보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녹취파일 '진정성립' 공방 =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2시간 추가된 주신문을 통해 핵심 증거인 녹취파일의 진정성립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미리 이미징 작업(복사)해 온 녹취파일을 이어폰으로 이씨에게 일일이 들려준 뒤 직접 녹취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씨는 "전체 녹취파일 개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1개 파일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가정보원에 제공했고 나머지는 문모 수사관을 통해 통신제한조치 허가서(감청영장)를 받아 녹취해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원본 12개, 사본 35개 등 47개 녹취파일과 3개 동영상 파일에서 산출한 '해시값'(Hash Value·요약함수)을 목록으로 정리한 확인서 36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시값이란 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같은 수치로 일반적으로 수사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지문'으로 통한다. 이씨는 "녹취파일은 모두 내가 (대화에) 참석해서 녹음한 것"이라며 "문 수사관에게 건네기 전 녹음한 파일을 편집한 적 없고, 건넨 후에도 편집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주신문이 마무리되자 변호인단은 "녹취파일 원본이 상당수 삭제돼 사본과의 동일성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며 "증거의 동일성, 무결성이 입증되지 못하는 만큼 증인에게 청취시켜 확인받았다고 해도 진정성립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등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며 "오늘 법정에 가져온 녹취파일은 밀봉해 검찰이 보관했다가 증거능력 부여받으면 증거조사 때 법정에서 열어보겠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전날에 이어 검은 우산 2개로 얼굴을 가린 채 증인석에 앉았으며,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는 가림막 2개가 설치됐다.

이석기 피고인 등은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한편 재판부는 25일까지 변호인단 반대신문을 진행하고, 26일 오후 제보자와 문 수사관을 차례로 불러 추가 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26일 오전에는 예정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 감정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als@yna.co.kr, zba@yna.co.kr]

내란음모 제보자 진술 '오락가락'... 신빙성 의혹제기
연합뉴스 | 입력 2013.11.22 20:18 | 수정 2013.11.22 20:35

 

지인을 RO 지휘성원 지목했다 번복… 가입날과 장소도 기억못해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내란음모 사건의 열쇠를 쥔 제보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변호인단은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 끈질기게 추궁했고 제보자는 시종일관 "기억나지 않는다", "불확실하다"고 얼버무렸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제보자의 진술이 번복된 내용을 먼저 캐물었다.

 

이씨는 RO 예비단계인 학습모임(학모)과 이념써클(이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처음 알려줬다는 채모씨를 국가정보원 조사 당시 RO지휘성원으로 지목했다가 검찰 조사에서 "불분명하다"고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 지휘성원이라고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씨는 "채씨로부터 RO라는 조직명을 처음 들었다"며 "나를 지도했기 때문에 지휘성원이라고 봤는데 불확실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조사에서 5월 모임 때 채씨가 현장에 없는 걸 보고 RO 조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광고기획사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씨는 수사과정에서 "채씨가 2004년 총선 당시 수원 권선구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으나 변호인단이 "지시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지시·지침·제안인지 파악 못했다"고 했다가 "지시보다는 나가는게 좋겠다는 언질로 받아들였다"고 말을 바꿨다.

 

앞서 21일 검찰 신문에서 이씨는 RO가 총선과 지방선거 민노당 출마자를 결정한다고 증언했다. 이씨가 주장한 RO 가입식에 대해서도 신문이 이어졌다. 이씨는 가입식 날짜나 요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가입식이 열린 강원도 원주 치악산 아래 민박집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국정원 진술조서에는 '이씨가 (수사관과 함께 찍어온) 민박집 사진을 한참 동안 살펴보며 기억을 되살리는듯 생각하다가 "(이곳이) 맞습니다"고 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변호인단이 해당 민박집 내부를 찍은 사진을 내밀자 이씨는 "미닫이 문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닫이인 것으로 봐서 아닐 수도 있겠다"고 얼버무렸다.

 

특히 국정원 조사에서 이씨는 '학모, 이끌을 거쳐 '본인 동의'하에 다른 조직원 2명 추천받은 자를 상부에 보고하고 승인이 나면 자기소개서와 결의서를 제출, 상부 최종 승인되면 지도성원이 그 사람과 수련회 가서 의식절차 거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당시 가입식 하는 줄도 모르고 원주 민박집으로 갔다"고 증언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결국 RO 가입과정은 추측 아닌가"라고 추궁했고 이씨는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특히 이씨는 수사과정에서 'RO는 3∼5명으로 이뤄진 세포모임이 점조직으로 돼 있다'고 줄곧 주장해 왔으나 이날 신문에선 "세포모임의 상위 조직으로 추측했던 게 RO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밖에 이씨는 'RO가 북한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한 근거로 "나를 꾸짖던 도모씨가 '네 이름(조직명 남철민·철의 규율로 민중에 복무하라)이 어디서 온 줄 알고 그러느냐'고 말해 북에서 붙여준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한데 대해 변호인단이 "정작 조직명이 어디서 온 지는 못들었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도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에서 이씨 증언 내용이 개인적인 생각 위주라는 점과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goals@yna.co.kr, zorba@yna.co.kr]

 

원, 제보자 '가명 진술서' 제출… 또다른 논란 예고
연합뉴스 | 입력 2013/11/22 15:55 송고

 

 

[사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버스가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DB


변호인단 "명백한 형사소송절차 위반"… 25일 쟁점화 할듯

대법원 '요건 갖추면 증거능력 인정' 판례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 사건 제보자 이모씨의 진술서와 녹취파일 임의제출확인서 일부를 '가명'으로 작성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가명 진술서도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요건이 모두 갖춰졌다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요건을 모두 갖춰야한다'는 단서를 단 바 있어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 검찰은 제보자 이씨에게 "진술서에 기재된 조○○라는 가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씨는 "국정원 수사관에게도 내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 이○○ 등 가명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확인결과 이씨는 국정원 문모 수사관과 작성한 진술서 5건 중 4건에서 조○○이란 가명을 사용했다.

 

또 홍순석·한동근 피고인과 대화나 킨스타워 이석기 지지 결의대회 녹취파일과 관련된 임의제출확인서도 조○○, 이○○ 명의로 각각 1건, 10건 작성했다. 변호인단은 "25일 공판에서 이를 문제삼을 생각"이라며 "명백한 형사소송 절차 위반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건설공사 과정에서 원주민대책조합원들을 협박하고 덤프트럭 운전자들에게 배차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 및 업무방해, 협박 등)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참고인의 가명 진술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을 갖추지 못해 능거능력이 없다'며 공갈 혐의 등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진술자와 피고인의 관계, 범죄의 종류, 진술자 보호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으로 볼 때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진술자의 성명을 가명으로 기재해 조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공판기일 등에 원진술자가 출석해 자신의 진술서임을 확인하는 등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다른 요건이 갖춰진 이상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4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검사 등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 있음이 증명돼야 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해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을 때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고 한정한다.

 

차경환 수원지검 2차장 검사는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진술자(제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을 때 '특정 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에 의거 가명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 절차에 따라 서명은 '가명대로' 쓰고 날인은 당사자 손가락으로 무인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명으로 진술한 뒤 날인은 어떻게 했는지, 어떤 장소에서 누구 입회하에 어떻게 진술서가 작성됐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야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oals@yna.co.kr, zorba@yna.co.kr]

 

변호인단 '맹공'에 제보자 "준비 잘 안하셨냐?"

"녹취파일 복사본"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
[데일리안] 2013-11-22 21:21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첫 재판이 열리는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석기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주체사상에 관한 학습내용을 공개된 카페나, 빵집에서 토론하는 것이 가능하냐?” (변호사)
“(둘이서) 큰소리로 떠들면서 얘길 했겠느냐. 충분히 가능하다.” (제보자)
“(피고인) 이상호가 증인에게 수원시 친환경급식센터장직을 제안한 거 맞느냐?” (변호사)
“(계속)그것을 인정하면서 말하지 않았나. 준비들 잘 안 하셨냐. 참 답답하다.” (제보자)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7차 공판이 2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취록 제보자 이모씨에 대한 변호인단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예상대로 이 씨를 상대로 ‘RO조직의 실체’와 ‘국정원 프락치 매수의혹설’ 등에 관해 매섭게 추궁했다. 그러나 이 씨도 일부 질문에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변호인단의 공격에 조목조목 반박, 심지어 변호인단의 반복되는 질문에는 “답답하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우선, 변호인단 ‘RO모임이 이 씨의 추측에 근거한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는 점을 부각하고자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변호인단은 이 씨가 대학운동 시절부터 10여년 넘게 시민단체 활동 이력을 짚으며 “1995년 대학 졸업 이후 지역에서 10여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런 활동이 RO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씨는 “(2005년) 민주노동당 수원시 권선구위원장을 맡은 이후로 그랬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2004년 이라크 파병 반대 수원 시국농성단장 역할이나 수원 비행장 이전을 바라는 시민연대 대표를 맡은 것은 RO와 관계가 없느냐”고 묻자 이 씨는 “무방했다기 보다는 몰랐다. 2004년이라고 하더라도 RO가 지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라크 파병 반대, 미군 주둔 반대 활동을 했고 당시에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RO가 강력과 규약을 가진 정식 조직이 맞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조직이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씨는 계속해서 변호인 측에서 유사한 질문을 반복하자 변호인의 신문 도중 “내가 그것(해당 사안)에 대해 인정하면서 말하고 있지 않느냐”며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신다. 변호인단 준비 잘 안 하셨냐. 참 답답하다”고 응수하는 모습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변호인단이 이 씨가 국정원 수사 당시 ‘2004년 주체사상에 대한 학습을 주로 카페나 빵집 등에서 했다’고 진술한 것을 지적하며 “주체사상을 토론하는데 공개된 카페나 빵집에서 주체사상 토론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쏘아붙이자 이 씨는 “(2명이서) 큰소리 떠들면서 얘길 했겠냐”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당 장소에서 토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며 “주로 사람이 없는 시간에 가기도 했고, 사람 많은 장소는 피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변호인단은 이 씨가 국정원에 제보한 이유가 당시 시민단체·민노당 동료들과 갈등 혹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논리로 그를 몰아세웠다.

 

변호인단은 “2007년 같은 당 윤모 수원시의원이 외부적으로 증인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았고 존칭도 사용 하지 않아 껄끄럽지 않았느냐”며 “2009년 시당 위원장이 임모씨로 바뀐 뒤 회의석상에서 임씨가 증인을 지적하자 화를 내며 뛰쳐나가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 씨는 “(오래돼)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도 “당시 윤 시의원이 세포모임을 진행하지 않아 안 좋은 감정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하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변호인단은 또 이른바 ‘국정원 프락치 매수의혹’과 관련, “2009년9월 3억5000만원의 아파트 대출을 시작으로 2010년 당구장 개업(2억5000만원), 아내의 직장 퇴사, 장인의 당뇨병 치료 등으로 어렵지 않았느냐”며 “윤 시의원에게도 500만원을 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씨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당구장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윤 의원에게 빌린 돈은 다음 날 곧장 갚았다”는 등 변호인단 질문들에 대부분 막힘없이 대답했다.

 

한편, 이날 변호인단의 증인 신문에 앞서 검찰은 2시간 추가된 주신문을 통해 핵심 증거인 녹취파일의 진정성립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씨가 국정원에 제공한 47개(원본12개, 사본 35개)의 녹취파일과 3개의 동영상 파일을 이어폰으로 이 씨에게 일일이 들려주며 직접 녹취한 것인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녹취파일은 모두 내가 (당시 모임에) 참석해서 녹음한 것”이라며 “(국정원)문 수사관에게 건네기 전 녹음한 파일을 편집한 적 없고, 건넨 후에도 편집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변호인단은 “녹음·영상파일이 저장된 수사 하드디스크나 SD카드 녹음기, 유에스비등 개방된 상태로 보관한 만큼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왔다고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못한다”며 “수사관계자나 제3자가 이 파일들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등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며 “오늘 법정에 가져온 녹취파일은 밀봉해 검찰이 보관했다가 증거능력 부여받으면 증거조사 때 법정에서 열어보겠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정광성 기자]

 

[사설] 재판 진행될수록 허점 드러나는 '내란음모' 수사

경향신문 | 입력 2013.11.24 20:57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도대체 뭘 수사한 건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을 지켜보며 이러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사건의 실체가 분명해지기는커녕 더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쇠를 쥔 제보자의 진술은 오락가락하고, 핵심 증거인 녹취록은 100군데 넘게 수정됐으며, '산악훈련'은 일반적 산행으로 드러났다. 수사와 기소의 목적은 유죄를 받아내 처벌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이 의원을 법정에 세우는 일 자체가 목적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22일 7차 공판에서 제보자 이모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혁명조직(RO)에 가입했다면서도 가입식 날짜와 장소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RO 규약도 직접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 조사에서 지인 채모씨를 RO 지휘성원으로 지목했다가 검찰에선 '불분명하다'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씨는 5월 RO 모임 영상을 촬영한 이유를 묻자 "국정원 문모 수사관이 '촬영할 수 있겠느냐'고 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먼저 촬영을 지시하지 않았다던 국정원 주장을 뒤엎은 것이다. 심지어 이씨의 진술조서를 국정원이 사전에 작성했다는 '짜 맞추기' 의혹까지 일고 있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공판 일정을 변경해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연장키로 했겠는가?

코미디 같은 장면들은 앞서 열린 공판에서도 속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은 '이석기 의원 특수경호팀'의 산악훈련과 관련해 "산행을 목격했지만 훈련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국정원 직원은 증거로 제출한 RO 모임 녹취록에 오류가 있어 112곳을 수정했다고 털어놨다. '선전 수행'을 '성전 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를 '전쟁을 준비하자'로 기록했다가 바로잡았다고 한다. 고의라면 기막히고 실수라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30여년 만에 내란죄를 적용할 만큼 중대한 사건이라면 통상적인 사건보다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수사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수사내용을 보면 엉성하기 그지없다. 국정원은 3년 이상 RO에 대해 내사해왔다는데, 확보한 증거는 제보자의 증언과 녹취록이 사실상 전부이다. 사건을 넘겨받아 보강수사를 한 검찰도 더 이상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일반 사건도 이렇게 수사했다가는 유죄 받아내기 어려울 터이다. 법원은 사실과 증거에 의거해 엄정한 심리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