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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남북2차회담] 합의된 내용과 배경은?

잠용(潛蓉) 2014. 2. 15. 07:51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된 내용과 배경은? (종합)
노컷뉴스 | 입력 2014.02.14 18:18 | 수정 2014.02.14 18:27



"북측도 우리 측 설득에 일단 믿고

한번 해보자는 차원에서 합의"
[CBS노컷뉴스 안윤석 대기자] 남북은 14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고위급 실무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남과 북이 지난 12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접촉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를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군사 훈련 기간에 상봉행사는 개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접촉을 통해 우리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오는 20일-25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남북이 이날 합의한 내용을 보면

▲ 첫째,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 둘째, 남과 북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 셋째, 남과 북은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으며,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접촉을 갖기로 했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남과 북은 이번 고위급접촉을 통해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해, 남북간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측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기본취지와 내용을 북측에 충분하게 설명했으며, 이산가족상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통일부 제공

 

북측도 우리측이 설명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취지에는 이해를 표했지만, 현안문제에 대해 남북 상호간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장시간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당면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규현 1차장은 또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남북고위급접촉을 통해, '신뢰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오늘의 결과를 출발점으로 해서 앞으로 남북 당국이 대화를 통해 신뢰를 계속 쌓아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규현 1차장은 "헤어진 가족들과 만날 날을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리며, 이번 남북고위급접촉 결과를 지켜본 이산가족들에게 예정대로 상봉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1차장은 배경설명에서 "북측은 이날 접촉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이라는 군사적 문제가 서로 연계돼 있는 문제라는 주장했지만,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신뢰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내세웠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측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하고 그 신뢰의 첫걸음이 첫단추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이기 때문에 우선 믿고 행사를 그대로 진행을 시켜야 된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측도 우리 측 설득에 일단 믿고 한번 해보자는 차원에서 합의를 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김규현 1차장은 "이날 발표 내용에 대해 어떠한 조건도 붙어있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는 20일에서 25일 사이에 훈련이 이틀동안 겹치지만 북측이 이의를 제기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남북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 상대방에 대해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고 합의했으며,우리 정부에서 우리 언론에 대해서 통제하거나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김규현 1차장은 "이번 접촉에서 다른 추가적인 문제를 다룬 적은 없으며, 편리한 날짜에 서로 만나서 다음 접촉을 갖기로 했지만, 정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첫 걸음... 남북관계 전기 마련
연합뉴스 | 입력 2014.02.14 19:50 | 수정 2014.02.14 20:16

 

박근혜 정부 원칙 고수에 北 일단 물러서
"南 믿어본다"는 北요구 앞으로 본격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7년 만에 이뤄진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이 14일 3개항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아직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지만 오랜 냉각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우선 나온다. 이번 합의는 박근혜 정부와 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이뤄진 의미 있는 사실상의 첫 합의이기도 하다.

 

 

↑ 악수하는 남북 수석대표 (서울=연합뉴스) 14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2차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악수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특히 이번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서로 대리하는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가 전면에 나서 벌인 '대리 탐색전' 성격이 짙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번 접촉에서 북한이 기존 입장을 후퇴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예정대로 실시'에 합의한 것은 지난해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보여줬던 박근혜 정부의 '원칙'이 이번에도 일단 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교적 포괄적인 내용의 합의가 이번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남북 모두 관계개선의 필요성이 있었던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북한 역시 체제 안정과 경제난 해결 등을 위해 안정적인 대외환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3개항의 합의 중 "남북은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기로 했으며,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는 3항이 주목된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나면 앞으로 남북 간에 본격적인 현안 협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날 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은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후퇴하면서 "남쪽을 믿어보겠다"고 얘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북한이 이번에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요구들을 다음 접촉 때부터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남북이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다시 갖기로 함에 따라 이르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뒤인 내달에는 고위급 접촉이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접촉 결과에 따라 분야별 후속 회담이나 아니면 더욱 높은 급의 당국회담이 이어지며 남북관계가 지금까지와 다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전반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북이 몇 가지 현안에서 신뢰를 구축하면 정상회담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형식상 많이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에는 원하는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남북이 이미 큰 틀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조치 문제에 대해 교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진전의 흐름을 보이면서 정부가 목표한 대로 올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올해 북핵 불용인, 북핵 고도화 차단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속에서도 남북 당국 사이의 대화를 통해 상호 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점진적으로 추구해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려면 남북관계의 상수로 작용해온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따라줘야 한다. 또 앞으로 남북 간 접촉 과정에서 민감성이 강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갈지도 서로에게 어려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cha@yna.co.kr]

 

朴(박근혜)·金(김정은), 1년 탐색전하다 대화 국면...

北, 이번엔 진짜 달라지나?
조선일보 | 황대진 기자 | 입력 2014.02.15 03:02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 무드로 전환하면서 남북 관계에 새로운 전기(轉機)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우리 측 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오늘 결과를 출발점으로 해서 앞으로 남북 당국이 대화를 통해 신뢰를 계속 쌓아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남북 간 합의 내용을 보도하며 "민족적 단합과 평화 번영, 자주 통일의 새 전기를 열어나갈 의지를 확인했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발'과 '대화'가 반복되던 남북 관계가 '안정기'에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일단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 남북 직통 대화 채널 구축
북한은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그동안 요구해온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북한은 12일 첫 번째 접촉 때까지만 해도 한·미 군사훈련 기간(24일~4월 말)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가질 수 없다고 했지만 이날은 한 발 물러섰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간 직통 대화 채널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남북이 '대립'에서 '대화'로 큰 틀을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신호들이다.

 

김 수석대표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신뢰에 기초한 남북 관계 발전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북한 국방위원회가 직접 만남으로써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가 마주 앉아 접촉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북측 대표단을 헌법상 최고 권력 기관인 국방위원회의 대표단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번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한 사전 접촉 때부터 북측은 고위급 접촉의 정례화를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당분간 대화 국면 이어지겠지만…
북한이 이번에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1년간 북한을 둘러싼 내외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작년 말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불안정성이 커지고, 북·중 교역 위축으로 경제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시작된 국제적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6자회담이나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라도 미·중이 요구하는 '남측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주장해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 수석대표는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와 내용을 북측에 충분히 설명했고, 북측도 기본 취지에는 이해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이 잘돼야 국제적 고립을 피하고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결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1년간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줄곧 도발과 대화 사이에서 줄타기와 '탐색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작년 말 장성택 처형 이후 예상 밖 '대화' 국면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이 '편리한 날짜'에 다시 만나기로 합의한 만큼 당분간은 이 라인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은 비방 중단 및 경제적 지원 요구가 기대하는 만큼 관철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일방적으로 창구를 닫아버릴 수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대화와 도발의 패턴을 반복해 왔다.

 

북 "국방위 대표단" 표현... 박 대통령·김정은 합의한 셈
중앙일보 | 정용수 | 입력 2014.02.15 02:31 | 수정 2014.02.15 04:18

 

고위급 회담 75분 만에 타결 북 채널 통전부서 격 높아져
"박 대통령 믿고 통 큰 용단" 청와대·국방위 라인 첫 성과

공동보도문 작성과 종결회의까지 75분. 14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속개된 남북 고위급 2차 접촉은 1차에 비해 속도가 확 붙었다. 오전 전체회의 40분, 점심식사를 생략한 한 차례의 김규현-원동연 수석대표 간 접촉(10분)과 공동보도문을 최종 확인·타결하는 전체회의 25분이 이날 소요된 시간의 전부다. 첫 접촉은 총 223분이 걸렸다. 이에 비하면 2차 접촉은 협의가 일사천리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14일 판문점에서 이틀 만에 다시 만났다. 북측은 국방위 대표단으로 원동연 부부장 일행을 표현했다. 이번 접촉은 양쪽 최고권력기구인 ‘청와대-국방위 라인’이 가동된 셈이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상호 비방과 중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 통일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대리인 격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간의 이틀에 걸친 만남에서 결과물을 도출한 것이다. 북한은 김 차장의 브리핑이 이뤄진 5시에 맞춰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사전 남북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북측은 '국방위 대표단'으로 원동연 부부장 일행을 표현했다. 북한 보도대로라면 양쪽 최고권력기구인 '청와대-국방위 라인'의 첫 가동이 이뤄진 것이 된다. 정부 당국자는 "원동연이 국방위 소속이라는 점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번 회담에 그를 국방위 대표로 내보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규현 1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장시간의 솔직한 대화'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관계 발전의 첫걸음" "신뢰의 출발점" 같은 표현도 썼다. 아직 정례화란 말은 쓰지 않았지만 후속 고위 접촉 개최까지 공감대를 이룬 상태라 향후 '청와대 김규현-국방위 원동연' 채널이 남북관계 진전의 틀을 짜는 중심 축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 1년차까지 6년 동안 경색 국면에 빠져 있던 남북관계에 하나의 돌파구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20~25일)대로 진행키로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걸음이란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12일 접촉 때까지만 해도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왔다. 훈련 기간에 예정된 24일과 25일의 행사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둘째날 접촉에서 우리 측 설득을 받아들이면서 기존 주장을 거둬들였다.

 

김 차장은 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훈련은 별개의 문제라며 북측을 설득했다"며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한다니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15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선발대 15명을 현지로 보낼 계획이다.

 

공동보도문에는 북한 측의 '상호비방 중지' 요구도 반영됐다. 남북이 하나씩 윈-윈한 셈이다. 북측은 회담 기간 내내 상호 비방과 중상을 하지 말자는 요구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김정은 1위원장이 지난달 1일 신년사에서 육성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신발을 신은 채 애육원(육아원) 방안에 들어간 것을 일부 국내 언론이 비판하자 북한은 "최고지도부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접촉에서도 그런 보도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차장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후자를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의 말까지 예로 들어가며 "민간 언론을 정부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득했고, 북측도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진전을 이뤘다.

 

 합의문만으론 2004년 6·4합의 때 남북이 합의한 당국 차원의 상호비방 중단인지 모호하지만 정부의 언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측은 비방 중단이라는 단어를 포함시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우리는 정부 당국 차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양쪽이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문제를 봉합한 셈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공동보도문은 남북 모두 실리와 명분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훈풍이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5·24조치 해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건설, 인적·문화교류 확대 등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첫 단추가 끼워지게 된 만큼 다음 단추를 향한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오늘 NSC회의 개최= 청와대는 15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 회의를 개최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평가하고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北, 南의 원칙론 수용... 대결서 대화로 국면 전환 계기
국민일보 | 입력 2014.02.15 03:04

 

남북이 14일 재개된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에 극적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상호 비방 중상 중지'라는 요구를 서로 주고받는 모양새를 갖췄다. 대결적 구도에서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이에 따라 고위급 접촉을 넘어 장관급회담 등 더 큰 틀의 대화 채널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도 갖추게 됐다.

 


◇ 정부, 원칙론 고수-북측 명분 쌓아=우리 측은 1차 접촉에 이어 2차 접촉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를 북측에 설명했다. 인도주의적 사안과 정치·군사적 문제를 연계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의 확실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연계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우리의 입장이 분명하다는 점에 수긍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관계없이 북한이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원칙론이 북한에 통했다는 의미다. 대신 북한은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발표한 중대제안의 수용을 촉구했다. '최고 존엄 모독' 부분에 대해 상호 비방 중지 요구였다. 결국 우리 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주고받기식 딜을 완성했다.

 

◇ 새로운 남북관계 청신호=우리 측은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뤄져야만 더 큰 교류와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을 북측에 설득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신뢰의 첫걸음이, 첫 단추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이기 때문에 우선 믿고 행사를 그대로 진행시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깐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 해보자"며 우리 측 요구를 수용했다. 북측이 '믿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북측이 받아들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측은 애초 이번 접촉 사실을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구했고,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가 나설 정도로 우리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고위급 접촉에 나선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계라인인 '국방위원회 대표단'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결국 남과 북이 최고위층의 의지를 확인하고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 활발한 남북대화 이뤄질 듯=북측이 '남한을 믿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남북대화가 계속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간 쌓인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측이 1·2차 접촉에서 북측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만큼 비핵화에 대한 대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남북이 상호 편리한 날짜에 다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함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뒤 추가적인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접촉 결과에 따라 분야별 후속 회담이나 더욱 높은 급의 당국회담이 이어지며 남북관계가 지금까지와 다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