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文정부·청와대

[후진제왕국가] '대통령이 호통쳐야 겨우 움직이는 척하는 나라'

잠용(潛蓉) 2014. 4. 19. 06:18

대통령이 호통쳐야 움직여...

사흘 만에야 선체 진입·공기 주입
서울신문 | 입력 2014.04.19 02:32

 

초동 대처 실패한 당국
[서울신문]더디게 진행되던 세월호에 대한 구조 작업이 침몰 3일 만인 18일 오후에야 선체 진입과 공기 주입이 이뤄지는 등 조금씩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 조류, 시계 악화 등 갖가지 이유로 구조를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데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전격 방문해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질책한 뒤에야 각 부처가 뒤늦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시간이 없다… 밤샘 수색작업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잠수 인력이 선체 안 식당까지 진입 통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실시간으로 구조 상황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감돌았다. 비록 몇 시간 뒤 진입선 설치 등 극히 미미한 진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어제와는 사뭇 다른 구조 소식이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일부 언론에서 구조대가 식당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식당 진입이 아니라 공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센 조류와 깊은 수심, 좁은 시야, 궂은 날씨 등 사고 현장의 상황이 어려워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데 난관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부는 선체에 갇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릴 생존자를 위해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꼬박 만 하루를 허비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해경과 해군의 잠수대원들은 사건 초기에 황급히 출동하느라 달랑 개인 산소통만 메고 현장에 왔다. 해난구조대(SSU), 해군특수전부대(UDT), 해경 구조요원들은 사고 해역의 수심이 최고 37m나 되고 조류가 거세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이들은 2인 1조를 이뤄 수십 차례 릴레이 잠수를 시도했으나 초속 1m에 가까운 조류에 떠밀려 선체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수심이 깊어 작업 시간도 20~30분에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았다. 구조함정과 특수부대원을 연결하는 심해산소공급장치가 없어 선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엔 상황이 달랐다. 해경과 해군은 감압장비와 산소공급장치를 갖춘 특수함정이 도착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조명탄을 이용한 야간 구조 작업도 진행됐다. 그나마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선체 진입에 성공하는 등 구조 작업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번 사고는 발생 초기부터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지휘 체계의 혼선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은 상황 보고를 통해 세월호 침몰이 매우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임을 일찍이 인지해야 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이 초동 대처를 소홀히 해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 사고 수습에 신속하게 나서야 할 정부 어느 부처도 선체에 남은 인명에 대한 구조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도리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등 상황을 오판하기까지 했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8분 조난신호를 보낸 뒤 침몰한 10시 31분까지 1시간 33분 동안 바다 위에 떠 있어 충분히 구조 작전을 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경은 선박 주변 인명 구조에 집중한 나머지 선체 내부에 남았던 더 많은 인명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해경은 뒤늦게 "선체로 진입해 승객을 안정시키고 바깥으로 유도하라"고 지시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고도의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춘 해경특공대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특공대 7명은 9시 30분부터 목포항에서 대기했지만 10시 11분에야 이동을 시작해 침몰 이전에 인명 구조 작전을 펴지는 못했다. 정부가 사고 초기에 느슨하게 대처해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로 배가 완전히 전복된 뒤에야 구조장비를 보강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사고 당일 오전에는 해경, 소방방재청 등에서 헬기 16대, 선박 24척이 출동했다가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내려진 뒤에야 황급히 구조장비와 인력을 대폭 늘렸다. 군경은 선체가 이미 물 밑으로 가라앉은 오후 3시에야 사고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헬기 31대, 선박 60여척을 동원했다. 전날까지의 구조 작업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는커녕 신뢰만 떨어뜨린 게 사실이다. [진도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선체진입 성공→실패→성공→철수...

중대본과 해경 발표 '갈팡질팡'
서울신문 | 입력 2014.04.19 02:32

 

탑승자수도 틀리더니… 또 번복
[서울신문] 재난 관리를 총괄, 조정해야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3일째인 18일 선체 진입 여부를 두고 극심한 혼란상만 노출했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해양경찰 상황실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수중 구조 작업에 투입된 잠수 인력이 오전 9시 30분부터 진입을 시도했고 오전 10시 5분 현재 잠수 인력이 선체 안 식당까지 진입 통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10시 50분부터 선체 안으로 공기 주입도 시작했다"고 확인해 실종자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침몰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49시간 만에 진입 통로를 확보했다는 소식은 구조에 대한 희망을 높였지만 곧바로 말이 바뀌었다. 중대본은 오전 11시 30분 "해경에서 선체 진입 성공을 부인했다"며 취재진에게 "선체 진입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전하며 당황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때부터 중대본은 4시간 가까이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선체 진입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선체 진입 여부만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에 대해선 "지금은 말해 주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 사이 실종자 가족들은 진입 시도를 민간 잠수부들의 돌출 행동으로 여겨 현지 구조 인력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중대본은 오후 3시 27분 "선내 진입 성공을 실패로 정정한다"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해해경은 오후 3시 38분 "구조대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2층 화물칸 앞에 진입해 문을 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이 밝힌 내용을 11분 만에 또 뒤집은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에는 정말 잠수부들이 선체로 들어가 화물칸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경은 "화물칸에 진입한 잠수요원들이 화물칸에 쌓인 화물이 너무 많아 밖으로 다시 나왔고 이후 선체 외부와 연결된 가이드라인이 끊어지면서 화물칸 진입에 성공한 지 14분 만에 철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대본은 아무런 설명을 못 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이날의 혼란상에 대해 "당초 해경에서 발표가 나온 뒤 해경에서 파견 나온 연락관을 통해 진입 통로 확보를 확인했다"면서 "진입 통로 확보와 선체 진입 성공을 같은 것으로 볼지 등을 확인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혼선이 계속되자 결국 정부는 이날 밤이 돼서야 브리핑 창구를 단일화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중대본은 사망자 숫자 등을 업데이트한 자료를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명단 확인 창구도 해경으로 단일화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나부터 살고보자' 직무유기 선장 등 승무원 셋 구속
연합뉴스 | 입력 2014.04.19 02:41 | 수정 2014.04.19 04:49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승객을 남겨둔 채 탈출한 선장 등 승무원 3명이 구속됐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장 이모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3등 항해사 박모씨, 조타수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 <여객선침몰> 영장실질 심사 받은 선장, 항해사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과 조타수, 3등 항해사가 1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2014.4.19 youngs@yna.co.kr


이씨에게는 지난해 7월 30일부터 시행된 도주선박 선장 가중처벌 조항이 처음으로 적용된 것을 비롯해 유기치사, 과실 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 등 모두 5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좁은 항로를 운항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무리하게 변침 선회를 하다가 세월호를 매몰하게 하고 대피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승객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라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박씨와 조씨는 과실 선박매몰, 업무상 과실치사,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지시로 조씨가 배를 급선회했고, 이 과정에서 선장은 조타실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sangwon700@yna.co.kr]

 

"가족들은 속 타는데 실수·거짓말... 이게 대한민국 현실"
국민일보 | 입력 2014.04.19 02:06

 

사고수습 과정 '3류 행정'에 실종자 가족들 분노

정부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행정을 보여줬다. 사고 초기 대응은 더디고 혼란스러웠다. 지휘체계가 엇갈리면서 정보의 혼선이 빚어졌고 현장을 장악하지 못해 숱한 오해가 빚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커먼 바다에 잠겨 있는 피붙이 걱정으로 속이 타들어갔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했다.

 

 

① 실종자 가족 분노 키운 브리핑 시스템

18일 오전 11시쯤 여객선 세월호가 뱃머리 부분마저 잠겨 완전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월호는 전날까지만 해도 썰물 기준 선수 부분이 2∼3m 수면에 노출됐고 20∼30m 길이 선체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경이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선체에 최초 공기 주입을 시도한 뒤여서 실종자 가족들은 '에어포켓마저 끝난 것 아니냐'는 걱정을 쏟아냈다.

 

가족들은 "(정부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을 없앴다. 배를 가라앉힌 거다. 살인자들…"이라며 분노했다. 가족들의 속이 다타들어갈 때쯤 해경은 2시간이 지난 오후 1시10분에야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현장사무소에서 "공기를 주입하니까 배가 측면으로 기울었다. 만조와 가까운 상태여서 완전 침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불친절은 사고 초기부터 계속됐다. 현장 상황을 알려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비를 들여 배를 구한 뒤 사고 해역으로 나갔고, 직접 민간인 잠수부를 접촉해 사고 해역 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② 오락가락 사망자 발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새벽 김민지양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 주검을 목포에서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송했다. 소식을 들은 김양의 부모는 부리나케 안산으로 올라갔지만 시신이 김양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목포로 돌아갔다. 중대본은 현재 시신을 신원미상으로 정정하고 유전자(DNA) 검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본은 전날도 사망자 신원을 정정했다. 중대본은 "당초 경기도 안산 단원고 '박영인 학생'으로 알려진 사망자가 같은 학교 '이다운 학생'으로 부모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조팀은 사망 학생 주머니에서 발견된 학생증 이름을 근거로 시신을 '박영인'으로 발표했으나 보호자가 아들 얼굴이 아니라고 확인하자 시신을 다시 살피다 다른 주머니에서 '이다운'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찾았다. 중대본은 '박성빈 학생' 역시 부모 확인을 통해 '신원미상'으로 수정했다.

 

③ 거짓말 논란

해경은 전날 낮 12시30분쯤 "침몰된 여객선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해 실종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은 해경의 발표에 다시 희망을 걸었고 진행상황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준영 해수부 어촌양식국장은 오후 "침몰 여객선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장비들이 오후 5시 도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종자 학부모들은 "어젯밤에도 두 차례 산소 공급이 됐다고 해놓고 이게 다 거짓말이란 말이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발표 현장에서 학부모들과 관계자들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④ 대통령 오고 나서야 움직이는 공무원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전날 오후 9시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팽목항을 처음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과의 대화를 갖는 자리에서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린 직후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김 청장에게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며 "야간인데 현장에서 조명탄을 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김 청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부하에게 전화를 건 뒤 "분명히 조명탄을 쏘라고 지시했는데 왜 안 하느냐, 조명탄을 쏘고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받고 민간 잠수부 투입도 현장에서 직접 지시했다. 이날 밤 조명탄 377발이 발사됐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3시쯤 시신 7구가 팽목항으로 들어오면서 현장이 어수선해지자 자리를 떴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 6시쯤 "분명히 (김 청장이) 하루 종일 같이 있겠다고 말해 놓고 사라졌다. 민간 잠수부 투입 이후 소식이 없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팽목항에 다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전날 박 대통령 지시 이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에 사고 해역 현장 상황을 볼 수 있는 CCTV를 설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상황을 보고 싶다고 사고 첫날부터 상황실에 있던 참모 및 관계자들한테 줄기차게 건의했는데 들은 척도 안 했다"며 "대통령이 한마디 하고 지나가자 바로 설치하는 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⑤ 오락가락 행정 시스템

정부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 수사 상황에 대한 첫 브리핑 계획을 기자단에 알렸다. 첫 브리핑임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 합수본이 있는 목포해양경찰서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 같은 계획을 알지 못했다. 검찰은 본래 목포해경에서 브리핑을 할 계획이었지만 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목포지검으로 브리핑 장소를 옮겼다고 한다.

 

부처간 정보 혼선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계속됐다. 사건 발생 첫날인 지난 16일 정부는 즉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중대본을 가동했다. 중대본은 당일 숱한 오보를 쏟아냈다. 당일 중대본의 첫 발표는 '368명 구조'였다. 가족들이 희망을 품고 생존자 명단을 기다리는 사이 중대본은 구조자가 160여명이라고 뒤집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해경과 중대본 발표를 믿고 '학생 전원 구조' 소식을 학부모에게 알렸다. 중대본은 "민간, 군, 해경 등 여러 구조 주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⑥ 유가족은 안 되고, 국회의원은 되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지난 16일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갔다가 비판을 받았다. 당일 사고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 해역 접근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경은 그러나 당일 밤늦게 도착한 이 의원과 보좌관 3명을 곧바로 경비정에 태워 사고 해역으로 보냈다. 이 의원은 전날 "현장에서 '구조팀이 유류방제 작업만 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있어 구조요원 16명, 학부모 대표 2명과 함께 사고 해역으로 간 것"이라며 "사고 해역에서 나올 때는 학부모 20명과 함께 나왔다"고 해명했다. [진도=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동아광장/정지은]

'침착하게 기다리면 죽는다'... 한국식 재난 대처법
동아일보 | 입력 2014.04.19 03:03 | 수정 2014.04.19 03:20

 

[동아일보] 차라리 천재지변이면 낫겠다. 무심한 하늘이라도 실컷 원망할 수 있게 말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분노가 치민다. 어디를,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르게 화가 나고 뒤숭숭하다. 사고 자체도 비극이지만, 사고 그 이후의 과정은 더욱 심란하다. 첫날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배는 바다에 떠 있었다. 워낙 큰 배이기도 했고, 구조됐다고 하니 별일 아닌 줄 알았다.

 

한밤중도 아니고 환하디환한 대낮이었는데 그동안 대체 뭘 한 걸까? 조난 신호를 보낸 후 선체가 전복되기 전까지 90분 넘게 바다 위에 떠 있었는데도 배를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뉴스를 보면 볼수록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사고 발생부터 탈출, 구조 과정과 이후 수습까지 그야말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사진→] 정지은 사회평론가

 

탑승 인원만 해도 그렇다. 배를 탈 때는 아무리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승선권에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를 적게 되어 있고, 탑승 시 이 승선권과 신분증을 대조, 확인하게 되어 있다. 분명 절차가 있으니 지키기만 했다면 몇 명이 탔는지를 놓고 오락가락할 여지가 전혀 없는 사안이다. 누가 탔는지, 몇 명이 탔는지도 모르는 채 국내에서 가장 큰 여객선이 그 먼 거리를 운항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은 어찌 보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행사 등이 70% 할인된 백령도행 여객선 배표를 조직적으로 싹쓸이해 이를 산 관광객들이 타인 명의로 된 할인 표로 버젓이 배를 타던 게 바로 지난해다. 심지어 선내에 비치된 구명조끼가 승객 수보다 적고, 구명보트도 제대로 펴진 게 없는데도 세월호는 두 달 전 정기 선박 검사를 통과했다.

 

정기 검사를 해야 한다는 절차도 이런 사고 후에 만들어졌으리라.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매뉴얼과 절차가 있어도 지키지 않는 관행이 비단 이 해운업계뿐일까. 사회 곳곳이 이런 지뢰밭으로 가득할지 모른다. '그런 거 다 지켜가면서 살면 못 산다, 적당히 하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따지고 드느냐, 관행이니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한두 번 듣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만약 단체 여행객이 탄 배의 출항이 늦어졌는데 전체 인원 점검을 하려는 선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바쁜데 빨리 가자"부터 "사정 다 알면서 사람이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냐"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특히 업종을 막론하고 안전 관련 업무 종사자는 찬밥 신세다. 그게 뭐 하는 일이 있냐고 대놓고 면박 주는 사람도 있고, 그 업무들조차 외주화된 지 오래다. 규제 완화가 대세인 터에 그나마 있던 안전 관련 규제들도 완화되거나 없어질 판이다. 대형 사고가 터졌으니 한동안 또 특별점검이니 뭐니 난리법석을 떨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전은 또 귀찮고 돈 들어가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되돌아갈 것이다.

 

얼마 전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 잊혀지고 있지 않은가. 학생들이 투신자살한다고 창문을 못 열게 만들고, 건물이 붕괴되니까 대학 오리엔테이션(OT)을 못 가게 하고, 인턴 성추행 사건이 터지니까 여자 인턴을 안 뽑고, 여객선이 침몰하니까 수학여행을 보류한다. 이런 걸 대책이라고 내놓고 우리는 열심히 화내고 욕하다가 또 잊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누가 어떤 말을 하든 본능에 따라 행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다시 한 번 남겼다. 오죽하면 '사고 발생 시 관리자의 지시와 통제를 절대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침착하게 행동해서 때늦을 거라면 혼란이 가중되더라도 더 빨리 움직이는 게 낫다' 등의 내용을 담은 '새 대한민국 재난 응급 대처법'이 나왔을까?

 

위험 대처 시스템이 20년 전과 똑같은 수준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뛰어온 것일까. 생때같은 어린 목숨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뻔히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다시는 누구도 이런 죽음을 맞아서는 안 된다. 세상이 이러면 안 된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지은 사회평론가]

 

국가재난대응 시스템도 '침몰'... 또 우왕좌왕
국민일보 | 입력 2014.04.19 03:31

 

총체적 난국이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 작업의 정부 지휘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현장 상황과 판이한 미확인 사실을 잇따라 발표·번복하며 우왕좌왕해 실종자 가족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에 내려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상주하며 지휘하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3박4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아이들은 여전히 차가운 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오전 11시쯤 해경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내부로 들어가 식당칸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궂은 날씨 탓에 지연돼온 수색·구조 작업을 애타게 기다렸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 발표에 다시 정신을 추스르고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그러나 상황은 불과 1시간여 만에 번복됐다. 정오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해경 관계자는 "식당칸 진입은 사실이 아니며 선체에 공기주입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그제야 "해경이 맞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그러더니 오후 10시에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진도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존에 발표했던 세월호 탑승자 수 475명을 476명으로, 구조자 수 179명을 174명으로 정정했다.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나서다. 해경 관계자는 "승선명부를 작성하지 않은 채 배에 탄 사람도 있고 구조자 중에도 유사한 이름이 많아 혼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대본은 그동안 탑승자·구조자 수와 사망자 인적사항을 잘못 파악해 수차례 정정하며 혼란을 '생산'해왔다. 결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실종자 대표 10명이 이날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을 불러내 "우리 눈앞에서 직접 구조 명령을 내리라"며 함께 배를 타고 구조 현장에 가기까지 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해경·해군·민간 구조대원들이 바닷속 선체 내부에 진입해 생존자 구조를 위한 사투를 벌였다. 오후 2시30분쯤 민간 잠수사 2명이 갑판 외곽 조타실에 접근해 수중 이동을 위해 유도선(가이드라인)을 설치했고, 마침내 오후 3시26분 선체 2층 화물칸에 진입했다. 오후 6시30분쯤부터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 2명이 학생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층 객실 진입을 시도했다. 구조대는 밤새 다각도로 선체 내부를 공략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광주지검 목포지청장)는 선장 이준석(69)씨와 3급 항해사 박모(26·여)씨, 조타수 조모(55)씨 등 승무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부는 이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했다. 지난해 7월 신설돼 처음 적용되는 조항으로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형법상의 유기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합수부는 사고 당시 이씨 대신 선박을 몰았던 항해사 박씨와 조타수 조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구난구호법 위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를 적용했다. 또 청해진해운 인천 본사 및 제주 지사와 선박 검사 업체 등 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진도=김유나 박요진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 진도=김유나 박요진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

 

[사설] 이번에도 '기본' 깔아뭉개는 '不實 사회'가 재앙 불렀다
조선일보 | 입력 2014.04.19 03:01


침몰한 세월호의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 해운사로부터 1994년 건조된 세월호를 들여오면서 여객선 3~5층에 승객을 모두 116명 더 받을 수 있도록 선실을 늘렸다. 이 리모델링으로 승선 정원은 원래의 840명에서 956명으로, 배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늘었다.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한 것이다.

 

사고 당시 세월호엔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157t을 싣고 있었다. 50t 이상 나가는 대형 트레일러도 석 대 실려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 같은 여객선은 선체 위에 빌딩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어 일반 화물선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기 마련이다. 세월호는 선박 구조 변경과 과도한 화물 적재로 무게중심이 더 많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선박이 기울었을 때 배의 균형을 바로잡을 복원력(復元力)도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적재된 컨테이너와 트럭·트레일러 등 화물을 제대로 결박했는지도 의문이다. 승무원·승객들은 세월호가 사고 당시 급히 우회전하는 순간 화물칸의 컨테이너를 묶어 둔 안전장치가 떨어져나가 컨테이너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많은 승객이 들었다는 '쾅' 하는 소리도 이때 났을 것이다. 출항 당시 세월호엔 컨테이너 100여개가 3~4층 높이로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일부 세월호 승무원은 "쇠줄이 아닌 일반 밧줄로 엉성하게 묶어 놓았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선실을 벗어나지 말고 대기하라고 했던 이유도 배의 구조나 화물 적재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승객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엔 수압(水壓)을 받으면 저절로 텐트처럼 펼쳐지는 25인승 고무보트 46개가 장착돼 있었다. 자동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승무원들이 핀을 뽑아 바다 쪽으로 떨어뜨려 펼쳐지게 한다. 그러나 구명보트 가운데 펼쳐진 것은 한 개뿐이었다. 세월호 승무원들은 배가 기울어져 있어 구명보트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여객선 승무원들은 10일마다 구명보트 작동을 포함한 비상 훈련을 하게 법에 규정돼 있다. 규정대로 훈련을 했다면 구명보트 이상(異常)을 미리 알았거나 설혹 배가 기울어져 있었더라도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다.

 

선진국 유람선들은 승객들이 배에 오르면 각기 자기 선실에서 구명조끼를 들고 갑판으로 나오게 한 후 한 시

간가량 안전 교육을 한다. 승객마다 각자 배 안에서 어떤 경로로 빠져나와 어떤 구명정을 타야 하는지, 구명정 내 연막탄·조명탄은 어떻게 터뜨리는 것인지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은 안전 교육은커녕 배가 침수되자 자기들 먼저 배에서 빠져나갔다. 선원법에 '선장은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선 안 되고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인명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건 법 이전에 직업윤리 문제다. 세월호 선장·승무원은 이런 초보적 윤리도 지키지 않았다.

 

국내엔 연안 99개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173척 있다. 이 가운데 5000t 이상 나가는 대형 카페리도 세월호를 포함해 7척이다. 과연 이 여객선들이 불법 개조는 하지 않았는지, 구명정은 손쉽게 풀 수 있게 장착하고 있는지, 승무원 훈련은 꼬박꼬박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 당국은 지금 당장 전국 여객선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기본 규정이나 상식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기본은 건물을 지탱하는 굄돌과 같은 것이다. 굄돌이 흔들거리면 건물은 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 우리가 툭하면 '인재(人災)'라고 한탄하는 대형 재난 사고는 대부분 관련자들이 기본을 무시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기본, 규칙, 기초 규정을 존중하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고 앞뒤가 막힌 사람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있다. 편법에 능해야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맨 밑바닥엔 기본을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가 있다.

 

[사설] 국민이 不信의 낙인을 찍은 '허둥지둥 정부'

조선일보 | 입력 2014.04.19 03:00


17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에게 "우리가 (정부에) 하도 속아서요"라며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건넸던 사람이 있다. 그는 실종된 단원고 문모양의 아버지이다. 문씨가 사고 당일인 16일 현장에 달려왔을 때 그의 딸은 정부가 공개한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문씨는 그런데도 딸을 병원에서 찾을 수 없자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과 주변 해안, 병원 부근 하수구까지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나중에 딸이 구조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가 얼마나 낙담했을지는 짐작도 하기 어렵다. 해경은 17일 새벽 단원고 박모양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 '신원 미상'으로 정정(訂正)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18일엔 안전행정부가 '구조대가 세월호 식당칸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가 5시간 만에 말을 뒤집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허둥댔다. 침몰 초기엔 승객 대부분이 구조될 것으로 오판(誤判)하는 바람에 가라앉는 배 안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구조할 생각을 못 했다. 세월호 탑승자 수는 477→459→462→475명으로 네 번 오락가락했다. 368명이라던 구조자 수는 두 시간 만에 200명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바뀌었다. 안전행정부는 구조자 수 집계 실수가 해경 탓이라고 떠넘기려다 해경이 반발하자 계산 착오라고 둘러댔다.

 

300명 가까운 승객이 여객선과 함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이틀이 넘도록 구조대가 배 안으로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면서 세계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첨단 휴대폰을 만들어 수출하는 그 나라라고 믿겠는가. 국민은 정부 당국이 사고 원인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탑승자나 구조자 숫자, 그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쩔쩔매는 걸 보면서 공무원들의 사고 대처 능력이 얼마나 수준 이하인지 확인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행정안전부'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급기야 실종자 가족들은 18일 '정부 행태가 너무 분해 국민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한다'는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가족들은 "17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구조 작업)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인원 555명, 헬기 121대, 배 69척으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해경은 17일 오전부터 몇 차례 세월호 선내(船內)에 공기를 주입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기 주입은 그로부터 30시간 가깝게 지난 18일 오전 10시 50분에야 시작됐다. 정부는 누구보다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구조 작업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만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 총지휘를 맡은 사령탑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대통령의 분신(分身) 역할을 맡아 현장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잠수부들은 목숨을 걸고 바닷속으로 뛰어드는데 많은 공무원은 대통령 앞에서만 일하는 척하고 있다. 국가건, 조직이건, 사람이건 진짜 능력은 비상시(非常時)에 드러나는 법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확인된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들의 능력에서 국민으로부터 불신(不信)의 낙인은 단단히 찍혔다.

 

"정부책임론 거세질라"... 與 '선거정국 역풍'에 안절부절
세계일보 | 입력 2014.04.18 20:29 | 수정 2014.04.18 23:41

 

후폭풍 우려 속 대응책 부심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여의도 정치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여야는 후폭풍을 경계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특히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정부의 미흡한 안전대책과 후속조치 과정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권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하다간 성난 민심의 불길이 40여일 남은 6·4 지방선거 정국을 덮칠 수 있어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8일 사고대책특위 회의에서 "탑승객들이 포기하더라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자세로 굳은 확신을 갖고 구조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특위에서 실종자 가족에게 매 시간 구조상황을 설명하고 유언비어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를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김상훈·신의진 의원을 위원으로 추가 선임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신 의원은 침몰사고를 당한 단원고 팀장을 맡아 학생과 학부모의 정신과 치료와 면담을 담당할 예정이다.

경기지사 경선후보인 남경필, 정병국 의원은 도내 단원고 학생이 실종자에 대거 포함돼 사고 현장에서 상주하며 가족을 위로하는 한편 '민원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야당 후보 3명과 경쟁하듯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김재원 의원은 사고 시 승객 구조의무를 저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원을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현재 선원법에는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고가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합계에 혼선을 빚는 등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를 지켜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정부·여당 무능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인재(人災)의 정황이 드러날 경우 정부 부처 관계자 문책론과 개각설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실종자 구조와 선체 인양 작업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선거전략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북한 무인기 침투, 국가정보원 개혁, 기초연금법 처리 지연 등 굵직한 현안이 모조리 뒤로 밀려났다. 사고 수습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포함한 '국민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치열한 선거전을 준비했던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선을 비롯한 선거 일정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선거 열기가 주춤해진 만큼 선거운동이 재개되더라도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공세적 선거전이 시급한 후발주자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셈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가 전체가 애도 정국인데 선거 유불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고 손발이 묶인 후보들도 애가 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와 공기업들은 이 와중에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여당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기관장 명의의 축하 화환을 줄줄이 보내 눈총을 샀다. 해당 의원실은 "피감기관에 화환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는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