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살며' (山居)
(1) 흰 구름 첩첩한 속 오두막 세 칸
(2) 본체(本體)는 빈 꽃 같아 찾을 길 없으니 體若空花 無處覓(체약공화 무처멱)
(3) 허공(虛空)을 쳐부수니 안팎이 없고 擊碎虛空 無內外(격쇄허공 무내외) 一塵不立 露堂堂(일진불입 노당당)
(4) 흰 구름 첩첩한 속 오두막 세 칸
'문수사' (文殊寺)
(1) 큰 방은 텅 비어 넓고 넓은데 (一室 何廖廓) 일실 하료곽
(2) 아, 그 누가 저 스님을 따라 (誰從 彼上人) 수종 피상인 (皓月 掛詹楹) 호월 괘첨영
(3) 아. 그 누가 저 스님을 따라
[출처] 문수사(文殊寺)|작성자 장보고 (삽화 불교신문, 원시추가: 잠용)
◇ 고려 말 선승(禪僧) 나옹화상(懶翁和尙, 1320~1378)의 ‘산거(山居)’라는 시다. 스님으로서 산에 사는 즐거움을 노래한 것인데 자연을 보는 안목이 우리네 속인과는 매우 현격한 차이가 있다. 세 칸의 조그마한 집이지만 자연을 품어 안은 느낌이다. 흰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했으니 구름이 집을 안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속뜻은 집이 구름을 끌어안은 것이다. 이 속에서의 하루 생활, 앉고 눕고 거니는 일상생활이 그저 자유롭다. 행주좌와(行住坐臥)가 선(禪)이 아님이 없다는 수선(修禪)의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선정(禪定)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저 흘러내리는 시냇물이지만 단순한 물소리가 아니라 반야(般若)의 지혜로 들리는 스님의 자연 사랑이다. 그렇다면 어찌 시냇물만이 반야의 진리이겠는가?
이 시의 소재로 등장된 흰 구름, 맑은 바람, 밝은 햇살이 모두 반야의 세상이다. 이들은 모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여든 이야기꾼들이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반야지혜의 담론이다. 결론의 주인공의 온몸의 싸늘함(遍身寒)은 무슨 뜻인가, 왜 싸늘함인가. 주변은 풍성한 자연의 넉넉함이지만 주인공의 소유는 하나도 없다. 철저한 가난이다. 그야말로 청한(淸寒)이다. 가지고도 더 가지려는 세속적 가난과는 달리 가질 수 있음에도 갖지 않는 가난이다. [불교신문 2813호/ 5월2일자]
◇ 나옹화상(懶翁和尙)은 고려 말의 스님으로 일찍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스무 살 때 출가해서, 요연(了然)에게 의탁해 득도(得道)하였다. 그 뒤 5년 후 양주 회암사에서 밤낮없이 정진하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1347년에는 중국 원나라로 들어가 연도(燕都)의 법원사(法源寺)에 머물고 있던 인도 출신인 지공(指空)스님을 만나 법을 들은 뒤 다시 정자사(淨慈寺)로 가서 평산 처림(平山處林)의 법을 전해받고 불자(拂子)를 받는다. 1358년에 다시 지공을 만난 뒤 고려로 귀국한다. 1361년에는 공민왕의 부름을 받고 궁중에 들어가 내전에서 왕을 위하여 설법하고 왕과 왕비로부터 가사와 불자를 하사 받고 왕사가 된다. 여주 신륵사에서 우왕 2년_1376에 세수 57세, 법랍 37세로 입적하였다. 보우 선사(普愚禪師)와 함께 조선 시대 불교의 초석을 세운 위대한 고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안스님. 월간반야 2006년 6월 제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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