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 W. B. Yeats
잠용(潛蓉)2014. 12. 19. 09:54
Donovan -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방황하는 잉거스의 노래)
W.B.Yeats 지음
(번역: 정현종/ 낭송: 장인호)
- W. B. Yeats -
I went out to the hazel wood, Because a fire was in my head, And cut and peeled a hazel wand, And hooked a berry to a thread; And when white moths were on the wing, And moth-like stars were flickering out, I dropped the berry in a stream And caught a little silver trout.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머릿속에서 타는 불 있어 나뭇가지 꺾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 바늘에 딸기 꿰고 줄에 매달아, 흰 나방 날고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 냇물에 그 열매를 던져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When I had laid it on the floor I went to blow the fire a-flame, But something rustled on the floor, And some one called me by my name: It had become a glimmering girl With apple blossom in her hair Who called me by my name and ran And faded through the brightening air.
돌아와 그걸 마루 바닥에 놓고 불을 피우러 갔지. 그런데 뭔가 마룻바닥에서 바스락거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렀네: 송어는 사과꽃을 머리에 단 어렴풋이 빛나는 아씨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네.
Though I am old with wandering Through hollow lands and hilly lands, I will find out where she has gone, And kiss her lips and take her hands; And walk among long dappled grass, And pluck till time and times are done The silver apples of the moon, The golden apples of the sun. 우묵한 땅 솟은 땅을 헤매느라고 비록 나 늙었어도, 그녀 간 곳을 찾아내어 입 맞추고 손 잡으리: 그리하여 얼룩덜룩 긴 풀 사이를 걸으며 시간과 세월이 다할 때까지 따리라, 달의 은빛 사과들을, 해의 금빛 사과들을.
* Aengus: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미와 사랑의 신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is reprinted from An Anthology of Modern Verse.
Ed. A. Methuen. London: Methuen & Co., 1921.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감상
대개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은 청소년기에 예이츠의 시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외 엮어 진흙 바른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을 심고, 꿀벌통 하나 두고, 벌들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으리”
이렇게 시작되는 「이니스프리 호도(湖島)」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이니스프리라는 지명도 상큼했고, 지금 여기를 떠나 혼자 어디론가 가리라는 정서도 와 닿았고 리드미컬해서, 내 사춘기 시심(詩心)을 달콤하게 건드렸던 기억이 난다.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이 청년이 됐을 때, 예이츠의 시 「술 노래」 한 구절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가 한 주류회사의 광고 문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이 30대 막바지로 접어들 때, 예이츠 시의 한 조각이 별똥별처럼 떨어졌다. 어떤이는 보고 어떤 이는 못 보았을 것이다. 중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릴 스트립에게 만나기를 청하는 쪽지에 적은 ‘흰 나방 날고/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가 바로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한 구절이다. 흰 나방이 나니 여름이겠지.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이는 여름이라면 오후 여덟 시 쯤?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는 독자를 일상 현실에서 사뿐히 뛰어올라, 몽롱하고 아름다운 신화적(동양으로 치면 도가적?) 세계로 끌려 들어가게 하는 시다. ‘머릿속에 타는 불 있어’, 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열망이겠지. 그 열망으로 헤매는 마음을 달래려고 어두운 밤 홀로 숲 속에 들어가 낚시를 한다. 이태백이 놀만한 유유하고 청정한 환경이다. 그만한 여유가 예이츠의시와 삶에 낭만을 허락했을 것이다. 비의적 에로티즘의 향기가 싱싱한 비린내처럼 피어오르는 시「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를 한번 더 읽어본다. 생각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돌아간다. 나흘간의 사랑 뒤 영영 이별을 한 주인공들의 심경이 이렇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