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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통진당 해산결정] '정당 한계 규정' vs '가짜 민주주의의 폭거'

잠용(潛蓉) 2014. 12. 21. 19:07

법조계 "정당 한계 규정" vs "가짜 민주주의의 폭력"
연합뉴스 | 입력 2014.12.19 10:47 | 수정 2014.12.19 10:50  
 
헌정사상 첫 정당 해산 결정에 엇갈린 반응
(서울=연합뉴스) 안희 임미나 이신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 결정을 내리자 법조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다. 헌재의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법조계는 이번 결정이 향후 헌법의 운용과 정치 활동에 미칠 영향을 두고 평가가 엇갈려 논란을 예고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한 쪽은 헌재의 결정이 정당 활동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발표하는 박한철 헌재소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박한철 헌재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해산 결정의 요지가 담긴 주문을 읽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헌법상 정당해산 조항에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외연 범위,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정당과 정치활동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사상의 다양성,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도 분단 현실의 특수성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처럼 사상의 자유만을 추구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재야 법조계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민변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법치주의를 가장한 정권의 불법 행위와 폭력을 헌재가 방조했다. 가짜 민주주의가 국가의 주인에게 잔혹한 폭력을 행사했다"며 "통한진보당 지지의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해산돼도 똑같은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정당해산 심판제도는 소수정당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는데 오늘 헌재의 판단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87년 헌법의 기본정신이 훼손됐고 헌재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의 사안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법원에서는 이석기 사건의 상고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재가 절차적으로 서두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재경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석기 의원의 형사 사건 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황에서 정당해산 결정을 한 것은 지나치게 서두른 판단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정당해산심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정당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정당해산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1년이란 심리기간이 충분했는지는도 생각해볼 문제다"고 말했다.


노암 촘스키도 나섰지만 '통진당 구하기'엔 역부족
국민일보 | 정현수 기자  | 입력 2014.12.20 02:17

 

국내외 진보 인사들 총동원 헌재 압박했지만 소용없어
통합진보당 해산은 해외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통진당 해산에 반대하는 국내외 진보적 석학·지식인이 목소리를 냈다. 민주주의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잇따라 비판했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 해외 석학 117명은 '박근혜정부의 통진당 탄압에 대한 국제인사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5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날이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가 냉전의 산물인 국가보안법과 분단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유신체제로 회귀하는 모습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명단에는 1967년 미 법무장관을 지냈던 국제인권변호사 램지 클라크 박사, '빈곤의 세계화' 저자 미셸 초스도프스키 오타와대 명예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인권변호사 인데르 코마르는 '국제 법률가들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려고 지난달 직접 방한하기도 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연락관을 지낸 코마르는 "통진당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세계적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높은 수준의 정당해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케이트 웨스트모어랜드 미 변호사 등 해외 법조인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도 진보 인사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전북대 로스쿨 송기춘 교수는 '통진당 강제해산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시국토론회를 열고 "일부 반공주의자의 배타적 태도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전 의원은 재판에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해 "법적 강제해산이 아닌 정치적 공론의 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법무부 논리 그대로 옮긴 헌재
경향신문 | 장은교 기자  | 입력 2014.12.20 06:01

 

‘진보적 민주주의’ 당 강령만으론 위헌성 인정 근거 못 찾아
형사처벌·유권자 판단 대신 ‘극한 결정’…납득할 이유 못 대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내놓은 결정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정당이 왜 반드시 해산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내놓은 답변서다. 그러나 347쪽 분량의 결정문은 법무부의 해산청구서에 담긴 주장을 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헌재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세력이 진보당을 장악했고, 이석기 의원의 내란 사건 등을 통해 실체적 위협이 드러났다"는 법무부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한국이 이 정도의 증거로도 정당을 강제해산시킬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줬다.

 

■ 실체 판단 안 하고도 해산 근거는 RO?
정당해산심판의 핵심 기준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가이다. 헌재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가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어떤 근거로 진보당이 실질적 해악을 끼친다고 판단했을까. 가장 큰 근거는 이석기 의원이 기소된 내란음모 사건이다. 헌재는 "당의 주도세력이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이 의원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의원을 비롯한 회합 참가자들은 전쟁 발발 시 북에 동조해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의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고 단정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의원 사건은 2심에서 내란선동만 유죄판결을 받고,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헌재가 '회합'이라 표현한 RO의 실체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아직 재판 중인 내란 사건에서 어떻게 구체적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판단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헌재는 "내란 사건,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 유사 상황에서 반복될 상황이 크다"고도 표현했지만 왜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헌재 측은 선고 후 "재판이 진행 중인 RO 모임의 실체 여부는 헌재에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재의 주장대로라면 RO가 실재하는지도 판단하지 않고 RO를 정당해산의 근거로 판단했다는 뜻이 된다.

 

진보당 측은 RO 모임은 당의 공식 활동이 아니고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도 당의 강령이나 기본노선과는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이 의원 등이 주도세력이고 이들이 북한을 추종한다는 법무부 측 논리를 채택했다. 헌재는 "진보당의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같거나 유사하다"면서 "이들이 주요 사안을 결정하며 당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도세력의 기준이 무엇인지, 주도세력과 실질적 위협을 끼친 세력은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 정당해산을 민사재판처럼 진행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헌재가 재판 방식을 형사법이 아닌 민사법 재판규칙을 준용하겠다고 결정할 때부터 예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저한 증거주의인 형사법은 "불리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죄의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있는 만큼 증거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당 측은 정당해산심판은 정당과 당원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만큼 민사가 아닌 형사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 9명 중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만 형사재판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정당의 일부 구성원을 형사처벌하거나, 존폐를 유권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을 넘어 해산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헌재는 "형사처벌만으로는 정당 자체의 위헌성이 제거되지 않고 정당해산 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왜, 누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설명 없이 '위험하다' '정말 위험하다'의 동어반복만 계속했다.

 

■ 의원직 박탈 이유도 설명 없어
헌재는 당의 해산에 따라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도 당연히 상실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왜 지역구 의원들까지 의원직을 뺏어야 하는지, 무소속으로 활동하면 왜 안되는지, 이석기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 활동의 위헌성은 어느 정도 검토했는지 등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헌재, RO 실체 판단 없이 '내란회합 위험성' 인정
연합뉴스 | 입력 2014.12.19 18:32 | 수정 2014.12.19 19:16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헌법재판소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 지하혁명조직(RO)의 구체적 실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으면서 내란 관련 회합의 구체적 위험성은 인정했다. 헌재는 347쪽에 달하는 결정문 어디에도 RO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5월 이석기 당시 의원 등이 참석한 내란 관련 회합의 내용과 참석자들의 발언을 20여쪽에 걸쳐 정리한 뒤 그 회합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내렸다.

 

 

↑ 지난 4월 29일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재는 결정문에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은 수장인 이석기의 주도 하에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 내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고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고 판단했다. RO의 실체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내란 관련 회합은 있었고, 이 회합에 참석한 사람들의 '수장'이 이석기 전 의원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민족의 자랑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남측의 지배세력'이라거나 '적'으로 표현하며 적대감을 드러낸 점, 참석자들이 그의 지시에 따라 전쟁 발발에 대비한 조직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 등이 위험성의 근거가 됐다. 이는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이석기를 '정점'으로 하는 특정한 사람들이 회합을 통해 내란을 선동했다는 점을 인정한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서울고법은 지난 8월 내란음모사건 항소심에서 RO실체를 인정하고 내란선동과 내란음모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내란선동 혐의만 유죄로 봤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 결정은 이석기 등의 활동이 진보당 활동으로 귀속될 수 있는지, 그런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 것"이라며 "회합과정에서 이뤄진 활동이 RO라는 단체를 통해 이뤄졌는지는 헌재의 심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RO라는 단체가 있어야만 이석기 등의 활동이 위험하다고 보고 통진당을 해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의 사실상 단초였던 RO의 실체에 대한 판단은 이제 내란음모 사건 상고심 심리가 진행 중인 대법원의 몫이 됐다. [eshiny@yna.co.kr]

 

'헌재 무용론' 또 수면위로... 관습헌법부터 정당해산까지
노컷뉴스 | 입력 2014.12.20 06:03


지난 1988년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바꿀만한 몇 번의 굵직한 결정이 있었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도, 대한민국 수도를 결정하기도 했다. 2014년 끝자락에 헌재가 내린 결정은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이다.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목적으로 해 민주적 헌법 질서를 위배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소속 국회의원 전원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논란이 되는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헌법재판소 무용론'이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8대 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자 일부 헌법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87년 헌법의 기본정신이 훼손됐고 헌재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의 사안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헌재가 정치적,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대표적인 사건은 10년 전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다. 2004년 10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관습헌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이다. 조선의 경국대전을 들어 '서울이 수도'라는 법전에는 없는 '관습헌법'을 내세운 헌재의 판결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됐다.

 

"법 절차를 위배한 것은 인정하지만 법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2009년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인정 판결도 언론 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헌재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발의한 미디어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날치기 등 위법행위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이에 따른 무효확인 청구는 신문법은 6대 3, 방송법은 7대 2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당시 헌재의 판결은 "커닝은 했지만 점수는 인정한다", "돈은 훔쳤지만 소유권은 인정한다" 등의 숱한 패러디를 만들었다. 과정은 잘못됐지만 결과는 인정한다는 법 상식에 다소 반하는 결정에 헌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헌재는 이밖에도 97년 이후 사실상 멈춰진 사형제에 대해 2010년 2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년 가까이 집행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이다. 총 4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이 제기된 간통죄도 모두 다 합헌 결정(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끝난 직후인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에 포함됐다가 곧바로 5.16 군사정변이 일면서 설립이 무산됐다. 이후 1987년 민주화의 열기와 염원에 힘입어 출범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값진 열매로 탄생했지만, 이후 헌재는 구성과 운영 면에서 각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의 경우, 전 세계 유례가 없을 뿐더러 사회적으로는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 안에서는 만장일치에 가깝게 압도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보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재판관 구성에서부터 일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9명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되,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한다.

 

대체로 국회 선출 몫 중 야당 추천 몫을 제외하고는 정권에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자격 기준도 엄격하다. 자격은 ▲ 판사·검사·변호사, ▲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국·공영기업체,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사람으로, 각 항 모두 15년 이상 재직한 40세 이상의 사람에 한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자격 요건 자체가 보수성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중 서강대 법대 교수는 "헌재의 인적 구성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법률가 중심 구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헌재의 결정 자체가 정치적 결정일 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보다 인적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현재 대통령 추천이나 여당, 야당 추천이 나뉘어 있는데 완전히 독일식으로 재판관 전원을 의회(국회)에서 뽑고 검증을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합의하는 사람이 재판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S노컷뉴스 조은정·이지혜 기자 aor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