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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앙

[피도 눈물도 없는 메르스] '가족간 마지막 임종도 막았다'

잠용(潛蓉) 2015. 6. 17. 15:00

메르스 이산가족의 '편지 임종'
[YTN] 2015-06-17 09:12

 

 

■ 방송 : YTN 이슈오늘 (08:00∼10:00)
■ 진행 : 이종구·이광연 앵커
■ 김주환, YTN 정치·안보 전문기자 / 임방글, 변호사 /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앵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서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서 가족들과 접촉을 할 수 없는 분들 또 숨진 분들, 장례식. 이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근에 또 임종과 관련한 편지를 가족들이 남겨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데 한번 이광연 앵커가 소개해 주시죠. 가족이 임종을 지키지 못해서 간호사한테 대신 편지를 읽어주세요라고 부탁한 대목인데요. 저희가 편지를 준비를 했죠. 함께 보시겠습니다. 다 읽어드릴 수는 없을것 같고요. 남편이 누구누구 엄마에게 전합니다. 가슴이 미어진다,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를 지켜봐주세요, 이런 대목도 있었고요. 또 딸도 함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얼굴 한번 보여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아마격리 상태이기 때문에 엄마 얼굴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편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이런 글도 있었고 다음 생애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아마 엄마에게 전달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간호사가 대신 읽어드린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한 병원에서 있었던 일인데 다른 준비를 하셔야 되겠다라고 가족한테 이야기를 했고 격리된 상태니까 간호원한테 대신 읽어달라고 했는데 저 간호원도 편지를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하죠.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앵커] 교수님,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이 메르스에 감염되고 전염이 돼서 임종을 앞두고 있는데 가족들이 어떻게 방호복 같은 걸 입고 임종을 지켜볼 수는 없는 겁니까?

[인터뷰] 지금 상당히 특수한 상황이죠. 메르스에 의한 접촉이 우리가 방호복이나 이런 걸 잘 하면 비교적 안전한 상황이지만 현재 이런 유행성 전염 질환에 대해서는 환자가 임종을 할 당시에도 보호자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임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예외를 둘 수 없는 건가요?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아프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 보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안타깝고 정말 이런 상황이 생겼다는 것에 굉장한 자책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메르스라는 유행성 전염병은 결국 작은 틈새를 타고 들어옵니다. 결국 그런 작은 틈새도 막아버려야지 이 고리를 끊기 때문에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걸 잘 알지만 가족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앵커] 임방글 변호사님, 또 안타까운 것이 확진판정을 받아서 숨진 사망자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는 장례문화도 상당히 중요한데 시신을 5시간 안에 염도 못하고 화장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도 가족 입장에서는 두 번 가슴을 미우게 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인터뷰] 지금 이 가족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안타깝더라고요. 8일날 병원 자체가 격리되고 또 병원에 엄마나 아내를 간호했던 가족들은 집에서 격리가 됐죠. 8일부터 22일까지 격리가 됐는데 그 사이에 아내분, 엄마가 16일날 사망을 했고요. 사망을 했는데 또 사망한 엄마를 보러 갈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 가족들 자체가 22일까지 격리가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안타까운데요. 하지만 이건 가족의 잘못이 아니죠. 이건 메르스 확산 방지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격리조치를 했고 이에 따른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이기 때문에 제가 드릴 말씀은 가족에 대한 심심한 위로 외에는 드릴 말씀이 따로 없을 것 같아요.

 

[앵커] 교수님, 중동지역에서는 이제 곧 라마단 기간이 시작돼서 세계 180곳 넘는 이슬람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위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될까요?

[인터뷰] 좀 특이한 건 하지라고 표현을 하는데 보통 400만명 이상이 모여듭니다. 그런데 400만명 이상이 모여드는 데도 불구하고 메르스의 유행이 그렇게 나타나지 않거나 아주 소규모로만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래서 저희가 메르스가 공기 감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이, 보통 메르스가 중동지역에서는 낙타들이 출산을 하는 주로 시기가 4, 5월입니다.

지금 6월이 되고 그래서 시기적으로 메르스가 발생빈도가 줄어들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아주 큰 걱정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메르스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중동, 또 우리나라까지 포함해서 통계를 했을 때 말씀하신 낙타가 출산하는 4, 5월에 주로 발병을 한다, 그런 통계가 있나보죠?

[인터뷰] 그 출산 시기에 아무래도 출산을 돕거나 관찰하는 가운데서 접촉을 하기 때문에 감염이 증가하지 않나 이렇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혹시나 중동을 방문해야 되는 사람들이 그 시기를 피해서, 예를 들어서 겨울에 방문했다 이러면 메르스 전염이나 감염에 대해서 특별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인터뷰] 실제로 중동 지역에서 지금까지 통계를 보면 1년에 300명에서 400명 발생을 하는데 그중의 상당 부분은 의료기관,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중동지역에서도 낙타와의 접촉을 피해야 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이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앵커] 사우디 얘기 나온 김에 사우디하고 비교해서 우리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잘 하고 있는 건지, 왜냐하면 사우디 같은 경우 성지순례 이야기했는데 그때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인터뷰] 아주 병원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굉장히 많은 감염자가 나타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좀 많이 모이더라도 개방된 공간에서는 전파력이 약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사실 사우디에서 지금은 병원 내에서의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한 게 주방역대책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병원 내에서의 전파, 병원간 전파를 막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르스 이산가족의 ‘편지 임종’
[중앙일보] 입력 2015.06.17 03:00 / 수정 2015.06.17 13:53

 

 

[사진] 지난 8일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환자와 의료진의 출입이 봉쇄되는 것)’ 조치가 내려진 대전 을지대병원의 중환자실. 16일 오전 그 안에서 간호사들이 뇌경색 환자 A씨에게 가족들의 ‘고별 편지’를 낭독했다. 격리 대상자라 병원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그의 남편과 아들·딸이 부탁한 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간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사진 대전 을지대병원]

 

격리된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 위독한 60대 여성 환자
간병해오다 집에 격리된 남편·아들·딸의 마지막 인사

간호사는 더 읽지 못했다 … 세 명의 간호사 거쳐 대독 끝나
중환자실 모두가 울었다  5시간 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아내에게 이 편지를 읽어주세요"
"고생하다 이제 살만한데..."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대전 을지대병원 4층 중환자실이 16일 울음바다가 됐다. 한 환자와 그의 가족이 겪은 ‘메르스의 비극’ 때문이다. 병원 측이 전한 사연은 이렇다.

 

이날 오전 7시, 지난 4일 뇌경색 증상으로 입원한 A씨(65)의 남편(63)이 중환자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내에게 쓴 가족들의 편지를 간호사께서 대신 읽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목소리에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남편은 전날 병원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기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갈 수 없었다. 아들(37)과 딸(33)도 마찬가지였다. 이 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지난 8일 오후부터 2주간 면회인 출입이 금지됐다. 환자 20여 명과 의료진 50여 명이 ‘코호트 격리(의료진과 환자를 함께 병동에 격리하는 것)’된 상태다. 8일까지 A씨를 간병해 온 3명의 가족은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랐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됐다. 그 뒤 A씨의 상태가 악화돼 12일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승에서 다시는 아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은 간호사를 통해 아내에게 가족의 편지를 들려주기로 했다. 희미한 의식에 가족들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남편이 읽어 주는 편지글은 간호사실 막내 박진경 간호사가 받아 적었다. 오전 10시, 5명의 중환자실 간호사가 A씨 곁에 섰다. 김용숙 간호사가 남편의 편지를 낭독했다.

 

“남편이 OO 엄마에게 전합니다. OO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김 간호사는 목이 메어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이송희 간호사가 대신 나섰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다음은 아들의 편지가 이어졌다.

“엄마의 숨이 붙어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딸의 편지를 읽으려는 순간 다섯 간호사가 동시에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조미연 주임 간호사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낭독을 시작했다.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이렇게 간호사 셋이 7분간 편지를 읽었다. 간호사들에 따르면 A씨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가족의 이별사(離別辭)를 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17분에 숨을 거뒀다. ‘임종 편지’가 낭독된 지 약 5시간 뒤였다. 병원 측은 가족에게 “간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통보했다. 메르스는 끝내 남편의, 그리고 자식의 임종을 가로막았다.

 

장례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의 가족들이 메르스 격리 대상자라 정상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격리는 22일에 풀린다. 이 비극을 지켜본 홍민정 내과계 중환자실 파트장은 “간호사 생활 14년 동안 숱하게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목도했지만 오늘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메르스 항체’ 제공한 공군 원사,

“필요하면 언제든 내피를 뽑아라”
[중앙일보] 입력 2015.06.17 02:26 / 수정 2015.06.17 02:44

 

 

"환자에게 희망 준다면 뭐든 할 것”
지난 12일 어둠이 짙어지는 가운데 천안 단국대병원에는 구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다리에 깁스를 한 군인 한 명이 내렸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그는 병원 수술실로 들어갔다. 마스크를 한 의료진은 그의 왼팔에 바늘을 꽂고 기계를 작동시켰다. “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혈액이 빠져나갔다. 잠시 뒤 기계 옆에 걸어놓은 튜브에 담황색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원심분리를 이용해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제외한 혈장만을 추출하는 과정이었다. 혈장을 제외한 혈액 성분들은 다시 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날 시술을 받은 사람은 이번에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고 사흘 전(9일) 퇴원한 공군 원사 김모(44·사진)씨였다. 메르스를 이겨낸 사람에게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분리해 확진환자에게 수혈하기 위한 조치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16일 “혈장 주입치료는 마지막 수단 중 하나”라며 “항체가 형성된 혈장을 메르스 환자에게 주입해 바이러스로부터 저항력을 갖도록 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여에 걸쳐 채집된 김 원사의 혈장은 400㏄나 됐다. 메르스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피를 제공한 김 원사와 16일 전화 통화를 했다.

-혈장 제공 시술은 어땠나?

“조금 피곤했지만 몸에는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혈장 채취에 응하게 된 동기는?

“메르스에서 완치된 뒤 국군수도병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한 마음도 있었고, 군인으로서 국가 비상사태에 뭐든 하고 싶었다. 병원에서 혈장을 제공해줄 용의가 있는지 물어서 단번에 응했다.”

-앞으로도 혈장 치료를 도울 생각이 있나?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할 거다.”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시술했는데 망설여지지 않던가?

“면역체계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서 불안감은 없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완치됐는데...

“평택 병원에선 감염 사실을 전혀 몰랐다. 국군수도병원 입원 이틀째부터 2~3일 동안 약간의 열이 났고, 어깨와 팔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뻐근한 느낌이 있었다. 잠을 못 자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증상이 약하다는 얘기를 의사들이 했다. 군인이다 보니 평소 체력관리를 한 것도 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은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달 초 부대에서 축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메르스 1호 환자가 발생했던 평택 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김 원사는 “환자분들이 빨리 완치돼 평소대로 활동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에선 김 원사를 포함해 2명의 완치자로부터 혈장을 제공받아 2명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메르스 의료진 자녀들, '메르스 왕따' 낙인
[YTN] 2015-06-17 01:45

 


 

[기자] 부산에 사는 A 씨의 아내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방균복을 입고 환자를 돌본다지만, A 씨는 아내가 감염되지 않을까 늘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 씨의 4살짜리 아들이 갑자기 열이 나고 손과 발에 물집이 돋았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들은 진료를 거부당했습니다. 아이가 메르스 보균자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메르스' 관련 진료 거부 피해자] "저희가 확진 환자 가족들도 아니고, 단순히 (병원) 직원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괄시를 당하니까 정말 많이 화가 나고…"
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한 뒤 14일 동안 격리됐던 한 병원장도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아들을 학교에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겁니다.

[해당 병원장] "제가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의학적으로 설명해 드렸는데도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어서 굉장히 억울한 심정입니다."


이처럼 최전선에서 메르스와 불철주야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의 자녀가 학교나 병원에서 잠재적 감염자 취급을 받고 진료가 거부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메르스 의료진과 그 자녀가 차별대우 받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협의가)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부처 간 협의나 이런 것에 관해서 얘기하거나..."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주민들의 이기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실제 의료진과 가족들이 받는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메르스 환자의 격리 거부, 책임·배려 없는 우리사회 문제 드러내
[중앙일보] 입력 2015.06.17 00:50 / 수정 2015.06.17 00:56

 

문학평론가 정과리
1년 전 낸 『감염병과 인문학』 에서 지금의 사회적 혼란 정확히 짚어
“질병 자체보다 사람의 문제” 인식 … 망상·배척 등 인문학적으로 고찰
 

 

16일 오후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정과리 교수. 그는 감염병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감염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등 본능적 차원의 반응을 일으킨다…. 감염병은, 궁극적으로 ‘더불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발가벗겨진 한국 사회를 아프게 찌르는 말 같다. 남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가 격리를 거부한 채 돌아다니고,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메르스 전쟁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가족을 주변에서 따돌리는 모습. 이는 분명 ‘더불어 사는 삶’은 아니다. 앞에 인용한 문장은 1년 전 나온 책의 일부다. 감염병과 ‘더불어 사는 삶’의 관계를 주목한 이는 저명한 문학평론가 정과리(본명 정명교·57) 연세대 국문과 교수. 지식과 논리, 강렬한 문장으로 한국 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온 그는 계간 ‘문학과지성’을 이은 계간 ‘문학과사회’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그가 지난해 5월 이일학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와 함께 펴낸 『감염병과 인문학』이란 책이 메르스 사태를 맞아 다시 화제다. 의사, 인문학자, 소설가 등 13명이 감염병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정 교수는 “세계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질병 현상에 감염되어 강박증이 되고 그게 격화되면 질병을 (인간) 주체 자신이 야기한다는 착각으로 나타난다. (그런 착각이) 더 이상 사유의 진행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도 지적했다. 16일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감염병을 인문학으로 볼 생각을 어떻게 했나?

“이미 한국 사회에선 에이즈, 사스, 신종 플루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었고, 그때마다 큰 곤란을 겪었다. 그래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문학의 목표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그런데 감염병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유해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그것도 종종 지나치게 잘 작동하는 현상을 대표하는 예다. 그래서 감염병은 질병 중에서 특별히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인문학으로 볼 때 어떤 의의가 있나?

“의사들은 당장 질병을 치유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질병 자체만 중시하면 ‘사람’ 은 놓치는 경우가 있다. 질병의 숙주인 사람의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 의학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려는 의사들이 있어왔다. 시인이자 의사인 마종기 선생이 회장인 ‘문학의학학회’도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어떻게 봤나?

“정보의 투명한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심각하다. 또 (메르스 환자가 격리를 거부하는 건) 개인의 자유는 커졌는데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작년 끔찍한 사건(세월호 침몰)도 그렇지만 기본 원칙과 사회적 책임,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다.”

-감염병을 다룬 인문학 작품들이 많은데...

“까뮈의 『페스트』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칠 수 있는데, 헛된 희망, 망상, 환상, 미신에 기대기보다 정직하게 대면하고 스스로 해결할 길을 찾아야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감염병의 일종인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에 격리시키는데 결국 함께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어떻게 구속하느냐의 문제다. 다른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조치가 환자를 다른 별종으로 만들고 비인간적인 대우와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결국 감염병은 모든 개인이 갖고 있는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때 생기는 사회적 책임과도 관련된다.”

 

정 교수는 “감염병은 인간이 인간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인간을 끔찍한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예전에 16세기 위대한 사상가 몽테뉴가 죽음을 배워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처럼 우리가 병을 끊임없이 배워야한다. 과거 감염병은 바깥에서 느닷없이 닥치는 재앙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일상화됐잖나. 그건 여러 문학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사진=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