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혈액 주입…아토피 치료 새 길 열리나?
KBS 2015.08.04 (21:23) | 수정 2015.08.05 (15:02) 뉴스 9
<앵커 멘트> 아토피 피부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한해 백만 명이 넘습니다. 치료가 쉽지 않은 데다 고통도 심한데요. 난치성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물질을 뽑아 다시 주입했더니, 가려움증이 사라지는 등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에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입니다.
<리포트> 백일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 온 30대 남성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오래 사용해 비만 체형으로 바뀌었고 눈에는 녹내장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뷰> 어운선(아토피피부염 환자) : "부작용으로 녹내장 수술을 지금 2번 받은 상태인데요." 기존 치료가 한계에 부딪히자 아주대병원 연구팀은 환자 혈액에서 분리한 면역물질을 근육에 주입하는 '자가면역 글로불린 주사치료'를 한 달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등 아토피 중증도 점수가 83%나 감소했습니다.
<인터뷰> "치료받고 땀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이게 한 1년 가까이 유지가 됐거든요." 이 치료법을 난치성 아토피 환자 20명에게 적용한 결과 16명이 3개월 이상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 혈액에서 뽑아낸 면역물질을 혈관이 아닌 엉덩이 근육에 주사한 게 아토피 치료 효과를 높인 겁니다.
<인터뷰> 남동호(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 "(면역글로불린을) 순수하게 분리해서 근육주사로 엉덩이에 넣었을 때 그것을 면역전달 세포가 다른 세포에 작용을 하게 됩니다. 알레르기를 교정하고 면역 이상을 호전시키는..." 자신의 혈액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상 반응 위험은 낮지만, 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토피 환자 피 뽑아 다시 주입했더니... 완치법 될까?
KBS | 박광식 | 입력 2015.08.06. 14:55 | 수정 2015.08.06. 14:55
난치성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만난 30대 환자는 생후 백일 때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았는데요. 너무 가렵고 괴로워서 잠을 설치는 날이 수두룩했습니다. 환자의 어머니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들이 밤새도록 가려우니까 아예 새벽에 집을 나가더라고 말합니다. 또 피부를 계속 긁고 나면 진물은 물론 피까지 나는데 흰색 면 옷에 묻은 진물과 핏자국은 빨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죽하면 긁는 병이 아픈 병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까요?
■ 아토피,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때문에 부작용 위험도
이 환자는 아토피 때문에 보습제를 2~3가지씩 사용하고 전신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먹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비만 체형으로 바뀌는 '쿠싱'신드롬'이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스테로이드 때문에 눈에 녹내장까지 왔습니다. 아토피를 잘 본다는 병원도 여러 군데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고 말합니다. 아토피에 대한 완치법이 없는 지금, 수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명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토피피부염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은 한해 백만 명이 넘을 정돕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는 높지 않습니다. 환자들은 완치를 원하는데 현대의학은 증상을 조절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 난치성 아토피, ‘자가 면역글로불린 주사치료’ 효과 있나?
그런데 귀가 솔깃한 치료법이 들려왔습니다. 아주대병원 연구팀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를 뽑아 다시 주입했더니, 아토피가 좋아졌다는 겁니다. '자가 면역글로불린 주사치료'라고 불리는데요. 연구팀이 고안한 주사치료 방법은 난치성 아토피 환자의 혈관에서 혈액을 채취한 뒤 면역글로불린이란 면역물질을 따로 분리하는 겁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데 혈관주사가 아닌 엉덩이 근육에 주사를 놓는 방식입니다.
연구팀이 난치성 아토피 환자 20명에게 이 방식으로 일주일에 2차례씩 한 달간 치료했더니, 16명이 치료 효과를 본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치료 효과란 가려움증이나 피부건조증 등 아토피 증상이 3개월 이상 호전된 경우입니다. 여기서 치료 효과가 가장 좋았던 한 명은 치료 후 땀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각질이 덜 일어났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런 상태로 1년 가까이 유지됐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기존 약물치료법과 달리 장기간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혈액 성분을 다시 주입하는 거라 주사를 맞을 때 아픈 것 빼고는 부작용 위험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 순수하게 분리한 면역물질, 근육주사가 핵심!
자신의 혈액을 뺐다가 다시 넣어주기만 했는데 어떻게 효과가 있는 걸까요? 말로만 들어선 이해가 되질 않더군요. 취재 결과, 요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이상 반응을 조절하는 면역글로불린만 순수하게 분리했다는 것, 두 번째는 혈관주사가 아닌 근육주사를 놓았다는 점입니다. 아토피를 개선하는 면역물질을 따로 추출해도 다시 혈관으로 돌려보내면, 다시 혈액에 희석돼서 분리하나 마나일 텐데요. 연구팀은 혈관 대신 근육에 주사해서 건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했습니다. 알레르기를 교정하고 면역 이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겁니다. 실제로 혈액 속 알레르기 지표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자가 면역글로불린 주사치료’, 좀 더 기다려봐야!
그렇다면 정말 '자가 면역글로불린 주사치료'는 아토피 치료의 '완결판'일까 하는 점입니다. 우선 이 치료를 받은 사람의 숫자가 매우 적습니다. 그리고 20명 중 4명은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16명도 치료 효과가 길 뿐이지 이 방법도 완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난치성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아토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더 확실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혈액에서 면역물질을 분리하는 방법도 좀 더 단순화해서 자동화하는 기술도 개발돼야 합니다. 특히 환자한테 치료를 목적으로 주사를 놓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없이 안전한 상태로 분리할 수 있어야겠죠. 이번 연구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분명하지만, 검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관기사]☞ [뉴스9] 자기 혈액 주입…아토피 치료 새 길 열리나? [박광식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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