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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념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7년' 누구 맘대로?

잠용(潛蓉) 2015. 8. 17. 10:53

건국 67년? 누구 맘대로…
헌법전문 임시정부 법통 무시한 朴대통령의 망언

미디어오늘ㅣ2015-08-17  08:28:53  노출 : 2015.08.17  09:00:06  
 
대통령 경축사, 엇갈리는 평가… 일왕 ‘깊은 반성’ 첫 언급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아침신문 1면을 장식했다. 광복·분단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 등 의미와 상징성이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이다. 경축사는 대일 메시지, 대북 메시지, 국내 현안 등으로 구성됐는데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일부 신문들은 '미래'를 향한 메시지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모호한 미래'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한 신문도 있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칭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은 사설과 기사에서 "임시정부의 법통과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축소하고, 이승만 독재를 미화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정부수립일을 건국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차 세계대전에 대해 추도식에서는 처음으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왕이 추도식에서 전쟁에 대해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들은 아베 신조의 담화와 이를 비교하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일본의 진보세력 사이에서는 일왕이 평화주의자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음은 17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신문 <비판ㆍ대화 뒤섞인 해법 없는 경축사>
국민일보 <朴 "미래로"… 北ㆍ日에 손내밀다>
동아일보 <예산-인허가권 남용 民 울리는 '官의 甲질'>
서울신문 <北엔 대립<대화 日엔 과거<미래>
세계일보 <北ㆍ日 향해 미래 지향 강조… 꼬인 외교 풀기>
조선일보 <訪中때 韓中日 정상회의 제안 추진>
중앙일보 <경제 기적 70년, 다시 제조업이다>
한겨레 <박대통령, 아베 비판 자제…대일외교 '방향' 트나>
한국일보 <"복잡해진 외교셈법… 원칙론 매몰 땐 활로 한계">

 

▲ 국민일보 1면 기사
 

비판과 대화의지가 섞인 경축사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신문들은 비판과 대화 필요성을 함께 언급했다고 전했다. 먼저 대일 메시지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에 동참해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체제를 "북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현안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미래 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주자"고 한 것이 그 내용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번 경축사에는 경제(24회)’ 단어를 비롯해 ‘북한’(21) ‘국민’(20) ‘문화’(19) ‘역사’(17) ‘대한민국’(15) ‘통일’(12) 등을 주로 언급됐다.

 

▲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대통령 경축사 비판

경축사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국민일보는 "북한과 일본에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보다는 앞으로 ‘협력과 관계개선’을 이루자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원칙을 지키면서도 한층 유연해진 대응으로 대외 관계에 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신문 역시 "박 대통령은 경색된 한·일 관계나 악화된 남북 관계에 따른 일본과 북한의 책임을 짚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부디 일본 정부든, 북한 당국이든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민 손길을 맞잡기를 바란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국내현안에 관련해서는 "그러나 이번에도 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우선 대통령과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며 비판했고 대일, 대북 메시지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우리들만의 독백(獨白)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많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 의지를 결여한 공허한 말의 성찬이 결코 희망이 될 수는 없다"며 "(대북 메시지 역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내보인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 경향신문 3면 기사
 

정부수립 대신 '건국' 언급, 속내는?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칭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정부 수립 67주년’을 ‘건국 67주년’으로 갈음하는 방식으로 ‘건국’에 의미를 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의 ‘건국’ 언급은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라며 "여권과 뉴라이트 진영에서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환치하려는 움직임과 맥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앞서 2013·2014년 광복절 경축사에선 ‘정부 수립 65주년·66주년’으로 표현했다.

제헌헌법은 전문(前文)에서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명시했다. 대한민국이 1919년 ‘건립(건국)’되고 1948년 ‘재건’되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시작을 1919년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그럼에도 끊임없이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속내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국제 4면 기사
 

일왕, 처음으로 '깊은 반성' 언급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과거를 돌아보고 앞선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전 국민과 함께 싸움터에서 죽고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추도의 뜻을 표명하며 세계의 평화와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것.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이 추도식에서 전쟁에 관해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1989년 즉위 이후 줄곧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을 망각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해온 아키히토 일왕은 특히 아베 총리가 취임한 2012년 12월 이후부터는 발언 강도가 더 잦아지고 세졌다.

 

동아일보는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 우익들과는 판연히 다른 역사 인식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 체험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며 "패전 후 피란지에서 돌아온 그는 도쿄 아키하바라 역에서 불에 탄 폐허들을 돌아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일본의 진보세력 사이에서는 일왕이 '평화주의자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을 정도라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 서울신문 6면 기사
 

문재인, 이례적 광복절 기자회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광복 70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문들에 따르면 야당 대표가 광복절 등을 맞아 별도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맞서는 대선후보급 ‘비전’ 제시로 문 대표의 본격적인 대선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20분가량 진행된 문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의 키워드는 ‘경제’와 ‘통일’이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특히 기자회견문에 ‘경제’는 31번이나 등장했다. “남북이 (당장) 통일이 안 되더라도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우리 기업의 북한 진출로 단숨에 8000만 명 시장에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경제 규모가 커진다" 등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당장 정치적 통일을 목표로 삼기보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해나가는 한편, 경제 분야의 상호 의존성을 높여 정치적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평화 경제’ 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며 "북한을 압박하기보단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한걸음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사설] 과거사보다 미래 지향한 박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서울신문ㅣ2015-08-17 31면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8·15 경축사를 발표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문구를 다듬었다는 소식이다. 광복 및 분단 70주년이라는 역사적 무게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일 과거사를 정시(正視)하지 못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담화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이라는 악재가 불거진 탓이었다. 박 대통령은 경색된 한·일 관계나 악화된 남북 관계에 따른 일본과 북한의 책임을 짚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부디 일본 정부든, 북한 당국이든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민 손길을 맞잡기를 바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어조차 불분명한 아베 총리의 ‘과거형 사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주목한다”며 과거에 얽매여 관계 개선의 출구를 닫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북한의 DMZ 도발에 대해서도 “남북 간 불가침 조약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고 비판하긴 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오면 민생 향상과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 남북 협력 방안을 권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내 현안인 4대 개혁의 당위성을 “미래세대에 희망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데서도 확인되듯 경축사는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우리는 아베 정부나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이런 충정을 곡해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를 함께 열어 가겠다는 판단이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행보에 면죄부를 주거나, 북한의 지뢰 도발과 같은 행위를 용인한다는 뜻이 아님은 불문가지다. 아베 내각은 앞으로 ‘행동으로 뒷받침’해 신뢰를 얻으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될 것이다. 일본 경제나 한국 경제나 근년 들어 고도성장 뒤의 병목현상을 맞고 있다.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면 성장 잠재력을 키울 여지는 많다. 이런 마당에 아베 내각이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 등의 과거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소아병적인 자세를 고집해서야 되겠는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이제 통 큰 자세로 대국을 봐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과 외세의 개입에 의한 분단 등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은 결국 민족 내부 분열에서 그 싹이 텄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지도부도 남북이 손을 맞잡으면 공동 번영의 신천지가 펼쳐질 수 있음을 인식할 때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금강산 면회소를 통한 이산가족 수시 상봉을 북측에 제안했다. 혈육 간 생이별의 한을 품고 살아온 남북 이산가족들은 언제 유명을 달리할지 모르는 고령자들이라 인도적 견지에서도 한시바삐 상봉의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난을 더는 데 도움이 될 금강산 관광 문제가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뢰 매설이나 표준시 변경 등 일방통행으로 북한이 얻을 게 대체 무엇인가. 북한 당국도 불끈 쥔 주먹이 아니라 활짝 편 손을 내밀 때 북한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