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는 그립습니다'
최명운 작 / 낭송 고은하
속담에 장마철엔 돌도 큰다는 속담이 있네요
그렇듯 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이겠지요.
그리움 쌓일 때가 평생 얼마나 될까요?
애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엔 정말 그리움이 쌓입니다.
비밀스럽게 지나간 옛 시절이 그립고
꽃샘추위 여우바람 극성부리던
이른 봄 눈발 날릴 때
지게 지고 나무하던 시절도
나무하다 숲에서 후다닥 토끼가 달아나면
잡지 못하는 걸 뻔히 알면서 뒤쫓았을 때도 그립고
개울가에서 모래무지 붕어 쏘가리 잡아
매운탕 끓여 먹던 때도 그립습니다.
한밤중 십 리길 극장에 가서
몰래 성인들만이 보는 영화 보던 시절도 그립고
어두컴컴한 극장 안
설렘으로 두근두근 가슴이 쿵쿵 틔지만
남이 볼세라 손을 살짝 잡았던
그 시절도 그립습니다.
내 마음은 열려 있다고
나만의 착각 속에 사는 중년의 지금...
빛바랜 추억은 그저 간간이
바람결에 스쳐 지나갑니다.
바람도
구름도
비도
산새도
햇살도 쉬어가는 산천 같은 마음입니다.
하루 단 한 번만이라도 들렀다가 가시지 않겠습니까?
안개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보이는 현실일지라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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