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과학·생태·건강

[세기의 대결] 이세돌 3연패… 초반 승부 펼쳤지만 완패

잠용(潛蓉) 2016. 3. 12. 17:44

이세돌 3연패... 알파고, '세기의 대국' 우승
ZDNet Koreaㅣ2016.03.12.17:14 수정 2016.03.12.17:14



초반 승부 펼쳤지만 완패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도 역부족이었다. 또 다시 돌을 던지며 3번 연속 불계패를 당했다. 흔들림 없는 알파고의 공세를 방어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2국에 이어 3국에서도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세번째 대국에서도 불계패했다. 이에 따라 5번 대국에서 3번 이기면 되는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최종 승리는 알파고에게 돌아갔다. 당초 이세돌 9단의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


12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3국에서 흑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우상귀 화점과 소목으로 포석을 놨다. 백돌을 쥔 알파고는 양화점을 포석 단계에서 선택했다. 이번 대국에 앞서 이세돌 9단은 초반에 승부를 보려는 전략으로 맞섰다. 중반으로 넘어가면 판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초반 판세는 팽행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에서 가장 이세돌 답다는 스타일로 대국에 임했고 알파고도 1, 2국에 이어 3국에서도 프로 기사들의 세계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변칙수를 자주 놓으며 경기를 중계하는 프로기사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2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풍을 구사했다.


경기 시작 후 1시간 정도가 지나면서 이세돌 9단에 불리한 국면이 조성됐다. 좌변 싸움에서 우세를 점한 알파고는 우변 싸움에서도 이세돌을 압박했다. 이세돌도 맞불을 들고 나왔다. 이세돌과 알파고간 우변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러나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판세는 알파고쪽으로 기울었다. 이세돌 9단이 착각한 듯한 수까지 나오면서 알파고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이세돌 9단은 위축되지 않고 계속해서 승부수를 던지며 알파고를 밀어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아래쪽 하변을 둘러싼 알파고와 이세돌 간 승부가 치열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이 9단이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대국장에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직접 찾아와 경기를 관전했다. 알파고는 이미 이번 대국을 우승한 것과는 상관없이 4국과 5국도 예정대로 펼칠 예정이다. 4국은 13일 오후 1시, 마지막 5국은 15일 같은 시간에 열릴 예정이다. [황치규 기자]


이세돌, 인공지능 ‘알파고’에 충격의 3연패
한국기원ㅣ2016.03.12


▲ 이세돌 9단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 시작 장면. 심판인 한종진 9단이 대국 개시를 알리고 있다.


종합전적 3패로 알파고 우승 확정, 4국은 13일 열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12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호텔 서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에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17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9일과 10일 열린 1, 2국에서 불계패했던 이세돌 9단은 3국에서도 반격에 실패하며 1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은 ‘알파고’에게 돌아갔다. 이세돌 9단이 1승을 거둘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4국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국을 마치고 동료 기사인 박정상ㆍ홍민표 9단 등과 밤을 새우며 ‘알파고’를 분석했던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전투적으로 ‘알파고’를 밀어붙였다. 이세돌 9단의 바둑을 현장에서 공개 해설한 이현욱 8단은 “이9단이 초중반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로 전투적으로 임했지만 때 이르게 불리해졌다”면서 “후반 백진에 침투해 수를 내는데까지 성공했지만 팻감 부족으로 역전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8단은 “수가 나지 않는 자리에서 수가 난 것이 미스터리지만 ‘알파고’는 패싸움도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동등한 조건일 경우 누가 둬도 50%의 승률을 올리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의 제한시간이 주어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중국룰을 채택해 덤 3 3/4자(7집반)가 주어졌다. 모든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으며 바둑TV와 사이버오로에서도 생중계했다. 특히 바둑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인공지능이 연거푸 승리하자 언론의 관심도 엄청나, KBS와 TV조선, JTBC3는 대국 생중계를, YTN 등에서는 실시간으로 바둑 소식을 전하며 현장의 열기를 속보로 전달했고 광화문 프레스센터의 옥외 모니터에서는 바둑TV가 중계하는 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또한 CCTV, NHK 등 외신들도 실시간으로 대국 결과를 본국에 전하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사적인 대결에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 광화문 프레스센터 옥외 모니터에서 바둑TV가 중계하는 화면을 받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을 생중계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3국 직전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오른쪽)과 함께 했다.


‘알파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대회의 우승상금은 100만 달러(환율 고정 11억원)다. 구글은 이번 우승상금을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ㆍ기술ㆍ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세돌 9단에게는 다섯 판의 대국료 15만 달러(1억 6500만원)가 주어지며 판당 승리 수당 2만 달러는 별도로 책정돼 있다.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 기업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는 지난 1월 28일 과학 기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최초로 프로바둑 선수와의 대국에서 호선에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최초로 공개했다. ‘알파고’는 최첨단 트리 탐색과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결합해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둑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경기 후 프레스 브리핑입니다.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

구글 창업 동기에게 바둑을 많이 둬서 창업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을 들었지만 바둑을 잘 못 둬 다행이었다. 바둑은 미학적인 게임이다. 체스보다 인간의 삶을 배우게 하는 게임이어서 최고의 기사가 두는 바둑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바둑의 아름다움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오늘 최고의 기사와 구글 딥마인드 팀원과 같이 있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다시 한번 이세돌에게 감사하며 한국기원에도 감사한다. 솔직히 저희도 할 말을 잃을 만큼 놀랐다. 하변의 큰 영토에서 패를 활용한 전투가 진행됐다. 알파고는 초당 수 만개의 경우의 수를 연산했지만 이세돌은 혼자 두뇌의 힘으로 세 차례 모두 접전을 펼쳤다. 알파고 딥마인드 팀의 노고와 천재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직 두 번의 대국이 남았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감회를 밝히고 싶다. 우리는 더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지켜봐 달라.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창의력과 천재성을 배우고 싶어 이번 경기를 펼쳤다. 알파고 개발은 범용적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기술적으로 풀어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알파고의 단점이 있느냐는 질문에)기보를 분석할 시간이 없었고 진행에 집중해 알파고의 단점은 이 경기가 모두 끝나고 돌아가서 분석할 것이다. 2국을 봐서는 확실히 단점이 있는 것 같다.


마이클 레드먼드 9단:

알파고의 초반에 의구심을 가졌던 분들도 3국이 끝나고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3국은 이세돌 9단의 기풍대로 진행됐고 알파고도 패를 쓸 줄 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바둑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이론과 역사가 이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알파고는 혁신적인 수를 뒀다. 새로운 수, 새로운 포석으로 바둑의 ‘3차 혁명’을 만들어 낸 알파고 개발팀에 찬사를 보낸다.


이세돌 9단:

내용과 결과 모두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 결과적으로 1국은 승리하기 어려웠다. 알파고의 능력을 오판했다. 승부는 2국에서 난 것 같다. 초반 의도대로 흘렀지만 기회를 많이 놓쳤다. 3국은 바둑적 경험이 많은 저도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이겨내기엔 능력이 부쳤다. 세 판을 졌기 때문에 승패는 갈렸지만 심리적인 부분을 던 만큼 4, 5국이 더 정확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바둑을 둬서 압박감을 느낀 것은 없다. 한국이라 오히려 더 편했다.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라면 2-0으로 밀린다 해도 스트레스를 안 받겠지만 알파고는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허무하게 마지막을 내주지 않았나 싶다.

[인간 대 AI] 구글은 왜 이세돌을 선택했나?
뉴시스 | 장윤희  | 입력 2016.03.13. 05:32


프로경력 20년 웃돌아 바둑 데이터도 많아
숱한 기보를 바탕으로 공략 방안 심층 연구
이세돌, '컴퓨터 마니아'로 흔쾌히 도전 수락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구글은 왜 이세돌 9단에게 알파고와의 대결을 제안했을까?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 상대로 현역 최고수를 선택하려고 했다면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1997년생·19세)나 세계 랭킹 2위이자 한국 1위인 박정환 9단(1993년·23세)에게 먼저 대결을 신청하는 게 맞다. 이 9단을 도전 상대로 선택한 것은 정보가 훨씬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세돌 9단(1983년생·33세)은 프로 경력만 20년이 넘어 누적된 대국 데이터가 상당하다. 컴퓨터를 즐기고 호기심 많은 그의 성격은 알파고 최적의 상대였다. 그는 '바둑을 안했으면 컴퓨터로 벤처를 했을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알파고의 첫 무대는 2015년 10월 중국 판후이(1981년생·35세) 프로2단과의 대국이었다. 알파고는 5전5승을 거뒀다. 판후이 2단은 첫 대국에서 패배한 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연거푸 패배했다. 약 3개월 뒤 알파고는 한국의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냈다. 구글 딥마인드는 판후이 프로2단에 완승을 거둔 뒤 알파고에 더 많은 기보(棋譜)를 학습시키며 도전 상대를 물색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 9단이 세계대회 18회 우승, 통산 47회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 현역 최고수란 점에서 대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세계 최상위권은 틀림없지만 랭킹으로만 보면 현역 최고수는 아니다. 올 3월 현재 세계 랭킹 1위는 중국 커제 9단이며, 2위는 한국의 박정환 9단이다. 3위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1989년생·27세) 9단, 4위가 이세돌 9단이다. 바둑은 일반 스포츠 종목처럼 20대 때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이세돌 9단에 알파고와의 대국을 신청한 것은 랭킹뿐 아니라 누적 데이터와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세돌 9단의 기보는 많이 노출돼있기 때문에 알파고가 참고할만한 데이터가 풍부하다. 이세돌 9단은 1995년 12살 나이에 프로에 입단해 20년가량의 기력(棋歷)을 쌓았다. 커제 9단보다 경력이 훨씬 더 많다. 이세돌 9단의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성격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프로 기사들이 인공지능에 거부감을 표시하지만 이세돌 9단은 흔쾌히 도전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이세돌 9단은 구글의 대국 제의를 3분만에 수락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대국 전 열린 간담회에서 "구글의 제의에 3분정도 생각하고 바로 승락했다. 인공지능의 바둑 실력에 호기심이 많았는데 궁금증을 직접 해결하려면 내가 대국하는게 최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세돌 9단은 컴퓨터 마니아다. 2001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2번 연속 이긴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새벽 2~3시까지 컴퓨터로 게임과 채팅을 할 때가 많다"며 "바둑을 안 했으면 컴퓨터로 벤처를 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 개회식에서 "컴퓨터 전반에 관심이 많고, 하루 컴퓨터 사용량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go@newsis.com]


'인간' 이세돌, 그가 짊어진 부담감과 세계에 전한 메시지
OSEN | 입력 2016.03.13 06:50



[OSEN=강필주 기자]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이 전 세계에 던진 잊지 못할 말 속에서 인간다운 고뇌가 진하게 느껴졌다. 가슴에 와닿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세돌 9단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알파고와의 제 3국에서 176수만에 돌을 거뒀다. 이로써 3연속 불계패를 당한 이세돌은 '인공지능' 알파고에 우승을 내주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이 9단은 이날 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용이나 승패도 그랬다. 좋은 모습 기대하셨을텐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이 9단은 "여러 가지로 알파고 능력을 오판한 것이 많았다"면서 "바둑적으로 여러 가지 경험은 있었으나 이렇게 (웃음)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역시 그걸 이겨내는데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냥 축제 분위기였다. 우려가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 즐기는 분위기였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나다지만 아직 바둑은 인간만이 향유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는 이 9단도 마찬가지였다. 구글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 9단은 쏟아지는 관심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 대국들을 통해 대중들이 바둑의 인기를 다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겼다. 알파고 자체에 흥미도 느꼈지만 알파고의 학습능력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이 9단의 어깨에는 '인류 대표'라는 거대한 짊이 지워졌다. 상대가 형체가 없는 '인공지능'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세돌은 더 이상 바둑 안에 머문 프로기사가 아니었다. 바둑을 넘어 전 세계인의 시선을 받는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 9단은 세계적인 프로기사답게 이런 분위기에도 의연한 듯 보였다. 항상 상대에 대한 예의를 차리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떤 질문에도 솔직했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제 1국 바로 전날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변화가 생겼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소개하자 이를 들은 이 9단은 "조금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면서 "5-0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판을 지느냐 마느냐 정도가 될 것 같다"던 종전 자신감과 비교하면 한 발 물러선 느낌이었다. 압박과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관심처럼 뜨겁게 고조된 분위기도 이 9단으로서는 다소 생소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이자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이 직접 참관했고 300여명이 넘는 국내외 취재진들이 모였다. 그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관심을 가졌다.


대국장 역시 이 9단으로서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가상훈련을 했다지만 막상 형체도 표정도 볼 수 없는 알파고의 대결은 역시 어색했다. 게다가 전에 보지 못한 생소한 알파고의 바둑은 이 9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상대의 실체가 없는 만큼 카메라는 사실상 이 9단에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이 9단의 조그만 행동, 스치는 표정까지 고스란히 TV 화면으로 전송돼 화제가 됐다. 그것만으로도 형세가 짐작될 정도였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자신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다.


결국 인간이 가진 당연한 한계를 지닌 이 9단으로서는 그런 한계가 없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 9단은 3국까지 패하며 3연패로 우승을 넘겨준 뒤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한 것이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의 패배를 자신에 국한시킴으로써 인간의 위대함과 희망을 강조했다. 또 자신보다 더 뛰어난 프로기사들이 많은 만큼 스스로를 낮췄다. 결국 인공지능보다는 인간의 두뇌가 더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말이다. 비록 패했지만 기계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역사적인 명언이었다. 바둑, 즉 인간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전 세계인이 공감하게 해 준 말이었다.


거꾸로 따지면 이 9단은 그런 엄청난 압박감과 부담감 속에서도 인공지능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과학자들의 온갖 지식이 총망라돼 있고 수천만 데이터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 집합체가 집적돼 있는 알파고를 쏟아지는 주위의 관심과 시선 속에서도 고스란히 받아냈으니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세돌, 그런 그가 아니라면 누가 진정한 인류를 대표할 것인가. 졌지만 감동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인류 대표가 대한민국에 있어줘서 오히려 고마웠다. [letmeout@osen.co.kr]


■ 이세돌 vs 알파고(인공지능) – 앞으로 대국 일정



※ 3월 11일, 14일은 휴식일


■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 기보


▶ 1국 기보

▶ 2국 기보

▶ 3국 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