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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이세돌, 4국에서 '알파고'에 첫 승리

잠용(潛蓉) 2016. 3. 13. 19:21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세돌, 인공지능 ‘알파고’에 첫승 성공

한국기원ㅣ2016.03.13


종합전적 1승 3패, 최종국은 15일 열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불계로 꺾고 첫승을 신고했다. 3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호텔 서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에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1∼3국에서 불계패했던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승리하며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최종국 전망도 밝게 했다.


이세돌 9단의 바둑을 현장에서 공개 해설한 송태곤 9단은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이 평소답지 않게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중반부터 기세싸움이 볼 만했다”면서 “알파고가 자기 진영을 키워갔을 때 삭감갔던 수(백70)가 실수였지만 이후 알파고가 버그라고 할 정도의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수(흑87ㆍ흑97)로 이9단이 앞서나간 후 종반 끝내기 실수를 딛고 신승했다”고 말했다.


▲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에서 첫수를 착점하는 장면


▲ 대국장에 입장하기 전 이세돌 9단이 고뇌하고 있다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의 제한시간이 주어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중국룰을 채택해 덤 3 3/4자(7집반)가 주어진다. 모든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으며 바둑TV와 사이버오로에서도 생중계했다. 알파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세돌 9단의 첫승을 보도하기 위해 3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공개해설장을 가득 메워 이 대회에 쏠린 관심을 입증했다. 구글은 이번 우승상금을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ㆍ기술ㆍ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세돌 9단에게는 다섯 판의 대국료 15만 달러(1억 6500만원)가 주어지며 판당 승리 수당 2만 달러는 별도로 책정돼 있다.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 기업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는 지난 1월 28일 과학 기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최초로 프로바둑 선수와의 대국에서 호선에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최초로 공개했다. ‘알파고’는 최첨단 트리 탐색과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결합해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둑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대가로 내놓은 테스트… 이세돌은 멋진 프로였다

머니투데이| 2016.03.13 06:24   


3국 현장 관전평… "프로라면 두지 않는 돌로 알파고의 '패'실력을 끄집어 내다"
“예, 테스트였습니다. 해볼 건 다 해 봤고, 이제 대략 테스트는 끝났다고 봅니다.” 12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치 매치’ 제3국이 열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6층 복도. 현장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이 보인다. 시간이 없다며 이동하려는 그를 붙잡고 딱 한 가지만 답해달라 했다. “마지막에요, '수가 없는 상황에서 수를 만들었다'고 하셨어요. 이세돌 9단은 진 게임인 거 알았지만, 알파고의 패싸움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수라는 말이죠? 경기중, 알파고를 대놓고 테스트한 거라고 봐도 되나요?”


오후 4시경, 바둑판 아래쪽은 그야말로 백 세력이 어마어마했다. “설마, 여기에 들어가는 건….” “프로 선수 경기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깨끗하게 승복하고 말죠.” 해설자도, 진행자도 이렇게 ‘설마’ 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그곳에 착수했다. 백 98에 아래로 딱 붙인 115수, 그리고 125수. 불계패인 결과만 놓고 보면 그 수는 의미 없다. 하지만 다르게 볼 이유는 있다. ‘알파고는 패를 할 줄 모르는 것 아니냐’, ‘패를 싫어하는 듯하다’는 인간의 추측을 실제 파악할 수 있도록 알파고를 끌어내는 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프로라면 절대 놓지 않는 곳, 그 '어이없는' 돌을 착수한 후 그는 머리를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이현욱 8단은 "시쳇말로 ‘창피한’, 일반 경기라면 절대 두지 않는 그런 착수를 한 찹찹한 심정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해설했다. 그 돌 하나는 이세돌 9단을 승리로는 이끌지는 못했지만 알파고를 ‘피곤하게(?)’ 했다. 끝내 알파고는 더는 회피하지 못하고, 이세돌 9단이 만든 패에 응수할 수밖에 없었다. ‘패 실력조차 훌륭하다는 점’이 만천하에 공개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세돌 9단이 도모하지 않았으면 결코 확인할 수 없는 결과였다.


알파고는 열 집을 내주고도 열두 집을 얻으면 그만이다. 구태여 모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 형태가 나올법한 곳은 아예 패를 없앴다. 경기중 ‘맛’을 남겨두지 않고 끝내기 수순에 해당하는 돌을 놓아 맥을 빠지게 했다. 이런 조건에서 이세돌 9단은 결국 패를 만들고 좌하귀까지 이어지는 대마 싸움 형국을 만들어 알파고가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알파고의 승률 계산상 그곳을 내주고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결과는 176수 만에 알파고의 불계승이었지만, 이현욱 8단은 “4, 5국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말이 4국, 5국의 승리를 자신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해볼 만 하다는 의미는 담겨 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표정이 좀더 편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3국이 앞 전 대국과 달리 받아들여지고, 이세돌 9단이 진정한 프로라는 여운을 남긴 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초반 ‘공격형 바둑’(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십 대 때 주로 뒀던 기풍이라고 말했다.)도 좋았지만, 패색이 짙어진 후에도 알파고에 대한 테스트를 멈추지 않았다. 표정도 눈빛도 확인할 수 없는 흔들리지 않는 벽이었지만 이세돌 9단의 주특기인 '흔들기'를 구사했고, 프로기사의 경기라면 절대 두지 않는 창피한 수조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알파고의 기풍이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경기에 응했다면 이세돌 9단의 선택은 필연 아닐까. 비록 늦었지만, 그 수준에서라도 알파고를 최대한 파악하기. 적을 알기 위한 노력에 혼신을 다하며 가장 겸손한 자세로 경기에 임한 셈이다. 이세돌 9단의 3국을 보고 비록 패했지만 "1, 2국 때와 다르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세돌 9단의 그 승부기질과 자세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기계처럼 싸울 수 없다. 바둑계 최고의 강심장이라는 이세돌 9단도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기계를 이기기 위해서 기계처럼 사고하면서 기계의 방식을 이해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응수는 가장 이세돌다울 수밖에 없다. 1200여대 서버에 담겨있는 기보로도 해석하기 어려운 '신의 한 수'를 기대하는 대신, 3국에서 보여준 포기하지 않는 이세돌의 도전 정신을 4국과 5국에서도 만나기를 기대한다. [신혜선 문화부장] 
 

이세돌 "알파고에 대해 오판… 다시 돌아가도 승리 어렵다"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입력 : 2016.03.12 18:31



↑ 이세돌 9단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두번째 대국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국 때 기회 있는데 놓쳐… 무력한 모습 보여 죄송"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로 주목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의 승리가 확정됐다. '인류 대표'로 경기에 임한 이세돌 9단이 "승부는 이미 2국에서 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 9단은 12일 제3국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에 대해 오판한 게 많은 것 같다"며 "다시 돌아가도 승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 9단은 "2국에선 초반에 제 의도대로 흘러갔고 여러 가지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이 놓쳤다"며 "이렇게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그걸 이겨내는 제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러 가지 기대를 많이 하셨을 거 같은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 너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알파고 드디어 돌 던졌다"… 이세돌, 여기가 '신의 한수'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입력 : 2016.03.13 17:50  



↑ 알파고에 첫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사진=이기범 기자


이세돌의 판 어지럽히기에 알파고 '의문의 수' 퍼레이드

부담감을 버린 이세돌 9단이 드디어 알파고를 꺾었다. 시종일관 알파고의 다음 수를 예측해 먼저 대응한 이 9단은 판 자체를 복잡하게 끌고가며 알파고의 실수를 노렸다. 알파고가 유리한 상황으로 접어든 경기 종반, 이해할 수 없는 알파고의 대응이 이어졌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실수 이후 유리해진 바둑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첫 승리를 따냈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장서 이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4국이 열렸다. 이 9단은 180수 끝에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 3국에서 알파고를 무력화하기 위해 강력한 창을 썼던 이 9단은 상대의 공격을 관측하며, 안정적인 운영레이스를 펼쳤다. 대국 초반 알파고는 흑23으로 도발을 시도했다. 이 9단이 구축한 좌변 백집에 '의문의 한 수'를 붙여넣어 몸싸움을 벌였다. 이 9단이 백24로 받아치자 알파고는 손을 빼고 좌변 공격으로 돌아섰다.


현장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학생이 뒀으면 혼날 수"라며 "초반에 (이곳에) 두는 수는 금기시돼있는 수"이라고 해설했다. 좌변으로 치고 들어온 알파고에 맞서 이 9단은 단단한 집을 만들었다. 알파고는 이 9단의 좌변 집 위에 단단한 벽을 올려 중앙 세력 형성에 집중했다. 이 9단이 상변에 침투해 알파고의 집을 깨부수려 하자 알파고가 우변의 이 9단을 공격해왔다. 이 9단은 간결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쓰지 않고 최대한 복잡하게 바둑을 만들었다.


기보=사이버오로, 한국기원


특히 백54(그림)에 대해 바둑TV 해설가로 나선 홍 9단은 "이 9단이 너무 참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그러나 백56으로 흑을 끊어가자 "알파고가 호구를 치는 것을 막기위해 일부러 백54로 둔 것 같다. 이 9단이 알파고의 수를 미리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변 전투가 정리되자 상변에 알파고의 거대한 집이 형성됐다. 결과적으로 알파고를 의식한 이 9단의 대응이 먹혀들지 않은 것. 이현욱 8단은 "이 9단이 알파고의 기세에 밀려 바둑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알파고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파고는 상변의 흑 집에 단단한 벽을 만들며 대국을 사실상 끝내고자 했다. 이 9단으로서는 어떻게든 상변의 흑 집을 부숴야 하는 상황. 이 9단은 백70으로 집 삭감을 하려 했지만 알파고가 흑71로 받아내며 공략이 어려워졌다.


기보=사이버오로, 한국기원


여기서 이 9단의 '신의 한수'가 나왔다. 백78이 어려운 수였다. 홍 9단은 "백78이 맛이 나쁜 수(알파고의 약점을 파헤칠 수 있는 수)"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이 9단이 불리한 상황에서 알파고가 의문을 수를 연달아 뒀다. 흑83과 흑87은 프로 바둑기사도 예상하지 못한 이상한 수. 흑93 역시 굳이 둘 필요가 없는 수였다. 아울러 흑97은 전투가 이뤄지고 있는 지점에서 동떨어진 곳에 갑자기 둔 수일뿐 아니라 자체로도 2~3집 가량 손해를 보는 수였다. 흑103까지 알파고는 지속적으로 알 수 없는 수로 일관하며 흑 집으로 침투한 백돌을 모조리 살려주고 말았다.


기보=사이버오로, 한국기원


흑의 거대한 집을 깨부순 이 9단은 안정적으로 대국을 마지막까지 끌고 나갔다. 덤 7.5집을 받지 않아도 흑과 백의 집이 비슷할 정도로 차이를 벌렸다. 이후 알파고가 집 차이를 줄이는 듯 했으나 또 다시 실수가 나오며 이 9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세기의 대국> 손 없는 알파고, 불계패 선언 어떻게?
연합뉴스 | 2016/03/13 19:44페이스북
 

컴퓨터 화면에 '알파고 기권(AlphaGo resigns)' 팝업창 떠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는 13일 이세돌 9단과의 제4국에서 불계패를 선언했다. 불계패는 승패가 이미 상대방 쪽으로 기울어 승리할 가능성이 없을 때 억지로 경기를 이어가지 않고 돌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앞선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불계패를 선언할 때 바둑판 위에 있는 자신의 돌을 거둬들였다. 알파고는 형체가 없는 인공지능이어서 당연히 손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을 거두고 패배를 선언했을까?


[사진] 알파고의 사석(기권) 팝업창


이날 대국 장면을 보면 알파고가 대리인인 아자 황에게 수를 놓을 위치를 알려주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하나의 팝업창이 뜬다. 이 팝업창에는 『알파고 기권. "백돌의 불계승(W+Resign)"이라는 결과가 게임 정보에 추가됐다』(AlphaGo resigns.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of information)는 글귀가 적혀 있다. 아자 황이 이 화면을 보고 알파고가 불계패를 선언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바둑판에서 돌을 거둬들이면서 이세돌 9단의 첫승이 확정됐다. 알파고 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이날 대국 종료 후 미디어 브리핑에서 "알파고는 승률값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수에 대한 경우의 수와 확률을 계산한다. 이렇게 여러 수를 놓다가 기준값 밑으로 승률값이 떨어지면 화면에 불계패 표시를 하고, 아자 황은 그것을 보고 불계패를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bryoon@yna.co.kr]


<세기의 대국> 중앙 흑돌에 끼운 78수가 '신의 한 수'
연합뉴스 | 2016/03/13 18:39


알파고, 악수 남발하며 승률 50% 이하로 떨어져
승기 잡고 화장실… 쎈돌, 알사범 이긴 순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패색이 드리운 듯했던 이세돌 9단의 흰돌 진영이 희망의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흑돌로 큰 집을 만들어 놓았던 인공지능 알파고가 신도 인간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로 자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이 열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쎈돌' 이세돌 9단이 최신 인공지능 알파고를 순수 인간의 힘으로 무너뜨린 역사적 현장이다. 알파고는 분명 앞서가고 있었다. 이세돌 9단은 70수 삭감에서 실수해 알파고가 큰 진영을 만드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다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써도 좀처럼 수를 찾지 못해 판을 비틀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세돌은 78수로 중앙 흑돌에 끼우는 '신의 한 수'를 발견했다. 알파고는 79수로 늘어 두었으나 정확한 응수가 아니었다.



이후 알파고는 의문수를 남발했다. 85·87·89수로 이세돌 9단에 큰 집을 만들어주고 자신의 집을 깨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놓는 딥마인드의 아자황 박사가 이런 수를 놓자 이세돌 9단은 황당한 듯 '피식' 웃기도 했다. 현장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 하호정 4단은 "진짜 에러(오류)가 났다. 한국인 누군가가 (알파고에 오류를 일으키러) 간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함께 해설자로 나선 송태곤 9단도 "이 게 알파고의 '신의 한 수'라 하더라도 너무 이상한 수"라며 의아해했다. 송 9단은 "알파고가 자멸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헷갈리게 수순을 비틀기는 했다. 알파고가 일명 '떡수', 이상한 수를 계속 놓는다. 접전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두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하다.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방심하지 않았다. 끝까지 신중한 표정을 유지했다. 역시 알파고는 103수부터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이 또박또박 끝내기를 해나가며 이세돌 9단과의 격차를 좁혀나갔다. 이세돌 9단은 '볼일'을 보고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 심판과 알파고 측에 말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 초읽기 1분을 멈춰놓고 안전하게 화장실에 다녀왔다. 송 9단은 "유리하다는 것, 이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프로가 바둑을 이긴다고 생각할 때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세수하러 갔다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다시 착석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추격을 차단했다. 중간에 아쉬운 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침내 알파고가 항복을 선언했다. "알파고는 불계패 개념을 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알파고가 불계패를 인정하는 모습은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알파고는 모니터에 불계패를 선언하는 창을 띄웠다. 아자황은 바둑판 위 돌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세돌 9단은 이미 1∼3국에서 알파고에 내리 패했다. 3연패로 이번 5번기의 우승을 알파고에 내준 상태였다. 알파고는 완벽한 수 읽기로 '알 10단', '알 사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인간의 자존심을 걸고 한 판이라도 이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 승리' 후 미디어 브리핑장에 들어선 이세돌 9단은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abbie@yna.co.kr



구글측 "李9단 덕에 알파고 한계 알게 돼"
동아일보 | 입력 2016.03.14. 03:04 | 수정 2016.03.14. 05:18 


[동아일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패배(Resign)’ 메시지를 모니터에 띄우자 구글은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인간 승리’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를 던졌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이 시작되기 직전인 13일 오후 1시쯤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이번 경기에서는 천재 이세돌을 응원 중이다”라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가 여유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알파고가 1국부터 3국까지 전승을 거둠으로써 이번 매치의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4국 대국이 끝난 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대국을 지켜본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오후 3시 30분경, 허사비스 CEO는 한국 기자들이 모여 있는 기자실을 조용히 찾아 팔짱을 낀 채 경기를 관람했다. 국내 취재진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싶은 듯한 모습이었다. 외신 기자들이 모여 있는 프레스룸은 1∼3국과 비교했을 때 한산했다. 허사비스 CEO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국내 취재진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자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먼저 건넬 정도로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구글의 여유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알파고의 실수가 나온 오후 4시 40분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79번째 수에서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지금 문제가 생겼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또 “87번째쯤 수에서 ‘자각’이 돌아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사비스는 CEO는 “오늘 알파고에 이세돌은 버거운 상대였다”며 “초반에는 알파고가 스스로 우세라는 측정값을 냈다”면서도 “이렇게 진행하다가 이세돌의 묘수에 알파고가 실수하면서 (지게 됐다)”라고 총평했다.


알파고 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드 실버 교수는 “알파고는 반복해서 게임을 하며 지식을 축적하는데 이렇게 축적한 지식은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바둑 기사가 아니어서 허점을 파악할 수 없는데 이세돌처럼 세계 최강 기사가 알파고의 한계를 실험하고 파악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도 “이세돌 덕분에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예고 없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오늘 흥미진진한 대국이 치러져서 너무 기쁘다. 이세돌 9단을 만나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면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마지막 대국을 꼭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fighter@donga.com·서동일 기자]


■ 이세돌 vs 알파고(인공지능) – 대국 일정



※ 3월 11일, 14일은 휴식일


■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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