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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치매] 술만 먹으면 악마로 변해 10대 남매 흉기로 폭행

잠용(潛蓉) 2016. 4. 28. 08:22

술만 먹으면 악마로 변하는 아빠...

10대 남매 흉기로 폭행하고 "알코올성 치매라 기억이 안나" 강변
국민일보 | 황인호 기자 | 입력 2015.05.04. 17:35

 

술만 먹으면 악마로 변했다. 툭하면 때리고 흉기마저 휘둘렀다. 차라리 예전처럼 할머니 집에 있는 편이 나았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인 A군(13)에게 아버지(50)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두 살 위 누나(15)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매는 '언제쯤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이삿짐 사다리차로 개인 용달업을 하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박에 빠지면서 한순간에 가족도 재산도 잃었다. 2002년 이혼했고, 남매는 아버지에게 남겨졌다. 한 살도 채 안된 A군은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재기는 힘들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이 다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을 때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 술 마시는 횟수가 늘면서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집안에 있는 물건을 던지는 건 약과였다. 주먹과 손바닥으로 때리기를 반복했다. 흉기로 위협하거나 A군을 향해 흉기를 던지기까지 했다.

 

 

지난달 20일도 그랬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에 6개월가량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열흘 만이었다. 귀가가 늦었던 A군에게 "집에 들어오면 칼로 찔러버리겠다"며 우산으로 때렸다. 신고를 받고 충돌한 경찰에 붙잡힌 그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어 술 먹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상습적으로 자녀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A군 아버지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적발된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만취 상태로 A군에게 흉기를 던졌다가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는 특성상 외부에서 제지하지 않으면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며 "주로 친아버지에 의해 폭력이 자행되는 만큼 주변 이웃의 관심과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수감생활을 하는 수형자 65명과 일반 부모 200명을 비교분석한 결과 아동학대를 저지른 수형자의 55.4%가 이혼 등으로 가정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단순 동거상태가 2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혼·별거(21.5%) 미혼(4.6%) 사별(3.1%) 등이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A군 부자처럼 친아버지가 자녀를 대한 경우는 전체 아동학대 사건 6796건 중 41.1%인 2790건에 달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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