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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념

[국정화] 1년 전 '청와대 전략' 문건 입수

잠용(潛蓉) 2016. 11. 25. 08:19

[단독] '국정화' 1년 전에 '청와대 전략'..내부 문건 입수
 JTBC 이가혁 입력 2016.11.24 21:28 수정 2016.11.24 23:58 댓글 914개

 

 

[앵커] 정부가 다음 주 월요일에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을 처음 공개합니다. 뇌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누가 썼는지조차 아무도 모릅니다. 또 실제 교육 현장에 이런 상태에서 투입하기 직전 단계까지 온 건데요. 집필 기준마저 알려지지 않아서 오늘(24일) 법원이 국민 알 권리를 근거로 "집필 기준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기억하시는 것처럼 지난해 10월 12일,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확정하기까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뉴스룸이 입수한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니 국정화 확정 1년여 전에, 청와대가 이미 국정화 방침을 정해놓고 구체적인 실현 전략까지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놓고도 계속 정해진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가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국정 국사교과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거 검토'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입니다. A4 용지 10쪽 분량의 이 문건이 작성된 건 2014년 9월 17일.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확정 발표하기 1년 1개월 전입니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는 물론 교육부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면서 공개 토론회를 열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이미 "전교조 중심 좌파 역사관이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면서 교과서 국정화를 대전제로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던 겁니다.

 

특히 청와대가 검토한 전략 중에는 '기존 검정 교과서 체제 하에선 여러 교과서를 공부해야 해 학생들 부담이 늘어난다'거나, '사교육비가 증가할 우려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들어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에 대한 불안을 국정화 관철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겁니다. 청와대의 이런 논리는 여권에서 비슷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은희 당시 새누리당 의원/교육부 국감 (2015년 9월 10일) : (학생들이) 안 그래도 많은 학습량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과연 (현행 검인정) 8종 교과서가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했던 것을 그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를 드리는 것입니다.] 결국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도 청와대가 이미 답을 정해놓은 뒤 '일방 통행'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단독]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실상 철회
뉴시스ㅣ임대환 기자ㅣ2016.11.25 11:30 수정 2016.11.25 11:55

 

 

↑ ‘STOP’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행복교육 박람회 전시관을 돌아보며 이준식(오른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여론 악화… 강행땐 교육현장 혼란 우려

일선 학교에 국·검정 자율 선택권 부여 추진

李부총리, 대통령에 건의… 거부땐 사퇴 검토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있는 교육부가 사실상 ‘국정화’를 철회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국민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강행할 경우 교육현장의 감정적 반발을 불러일으켜 ‘역사교과서 바로 잡기’라는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와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를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국·검정 혼용 방안을 대안으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가 강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 같은 교육부의 방침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지지가 20%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일정대로 강행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교육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정화 강행이 아닌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대안은 국·검정 혼용 방안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발행하되,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도 유지하면서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질(質)’로써 승부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균형적인 서술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교과서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또 “28일 현장 검토본은 예정대로 공개하되, 국민 여론을 수렴해 향후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견해를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신학기 수업부터 무조건 국정 역사교과서를 적용한다는 기존의 일정을 고집하지 않고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지켜본 뒤 국정화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국정화 방안을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 시점을 ‘2015 교육과정’에 따른 모든 과목에 새 교과서가 적용되는 2018년 3월로 늦추고, 남은 기간 국민 여론을 수렴해 가는 방안도 또다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화 철회를 포함해 정책 방향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25일 중으로 청와대에 건의할 예정이지만 박 대통령이 교육부 건의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경우, 이 부총리의 사퇴와 함께 청와대·교육부 간 정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대환·정유진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