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촛불국민혁명

[최순실 청문회] 전경련 해체 추궁에… 삼성 '탈퇴', SK·CJ도 '동의'

잠용(潛蓉) 2016. 12. 6. 21:13

전경련 존폐 위기... 삼성 손떼고 SK·CJ도 "해체 동의"

매일경제ㅣ정욱,문지웅ㅣ입력 2016.12.06 17:45 수정 2016.12.06 20:42

 

崔 게이트 재계 청문회

구본무 "美 헤리티지재단처럼 바꿔야"

허창수 "제 마음대로 혼자 결정 못해"
4대 그룹이 빠지면 와해 불가피할듯

국정조사에 참석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탈퇴를 선언하면서 창립 55주년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6일 국정조사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정조사위 의원들의 질의가 반복되면서 전경련과 관련된 발언 수위도 "회의 불참→ 기부하지 않겠다→ 탈퇴하겠다"로 높였다.

 

 

이날 "전경련 해체에 동의하느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전경련에 대한 기부금 출연 중지 요청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하 의원이 다시 질문하자 "제 입장에서 해체라는 말을 꺼낼 자격이 없고, 저희는 탈퇴하겠다"고 대답했다. 전경련은 1961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세웠다. 창립 55주년을 맞은 올해 창립자의 손자인 이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와 함께 사실상 해체를 주도한 셈이다.

 

이날 "전경련 해체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손을 들어달라"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요청에 이 부회장, 최태원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손을 들지 않았다. 또 전경련 해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구본무 회장 역시 "전경련은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들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발전적 해체에 준하는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참 뒤 하 의원이 재차 총수들에게 탈퇴할 것인지를 묻자 구 회장(LG)과 최 회장(SK)도 "네"라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경련이 현대적으로 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 총수가 발전적 해체 이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유지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오른쪽)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6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르재단 모금 과정과 관련해 답변을 준비하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전경련은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총 600여 개 회원사가 설립한 민간 사단법인이다. 그만큼 전경련 해체를 포함한 역할 재조정은 회원사 간 합의면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다. 대표성뿐만 아니라 전경련 예산의 상당 부분을 4대 그룹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K스포츠재단 출연 비율인 65%가 전경련 회비에서 이들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경제단체 한 임원은 "4대 그룹이 빠지면 전경련은 재계 대표 기관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겠냐"며 "위상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결국 와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전경련 해체론이 부상한 것은 전경련이 오히려 재계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정부, 청와대 요청이 있으면 기업은 거절하기 힘든 게 한국의 현실이고 기업 하는 사람들 입장"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은 전경련 해체에 대해서는 "제 마음대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여기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청와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도 최순실 공소장에서 청와대가 재단 모금을 기획하고 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 주도로 모금이 이뤄진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이 과거와 다른 점은) 세세한 부분까지 청와대에서 많이 관여한 것이라며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재계 총수들의 탈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지면서 전경련 직원들은 사실상 '멘붕'에 빠졌다. 전경련 직원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전경련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재계의 갹출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경련의 역할은 전달자에 불과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국정조사에서도 허창수 회장이 '이승철 부회장이 모금을 주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부회장은) 메신저에 불과했다"고 답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상징처럼 된 상황에서 존속시킬 이유가 있느냐"며 존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모금 및 "차떼기 사건" 당시에도 전경련 회장단이 나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등 역대 정권에서 전경련은 각종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다. 4대 그룹의 한 CEO는 "이제는 전경련의 역할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욱 기자 /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