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손 制覇歌" < 1 > 반도가 낳은 마라손의 두 용사 우승 빛나는 즐거웁다 이 날이여 기쁨으로 맞이하자 그 공적 크도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찬양의 높은 소리 < 2 > 세계서 뽑힌 수십 맹장 하나 둘 다 물리치니 지은 기록 장하도다 월계관 차지한. 손기정과 남승룡은 찬양의 높은 소리 < 3 > 하늘이 주신 팔다리의 굳세인 의지의 결정 노래 맞춰 춤을 추자 그 영예 길도다.
찬양의 높은 소리 <유행가 시대 (31)> - 식민지 조선의 환희와 그늘, '마라손 제패가'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이 우승을 한 것은 식민지 조선의 대중들에게 더없이 큰 감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IMF 상황에서 박세리가 영웅으로 떠오른 것처럼, 손기정은 당시 세계적인 무용가로 활동하고 있던 최승희와 함께 단연 조선의 영웅이었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와 대중적 관심이 집중된 이러한 이슈를 유행가가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마라손제패가'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발표되었다. 반도가 낳은 마라손의 두 용사 우승 빛나는 (후렴)손기정과 남승룡은 찬양의 높은 소리 온 세상을 떨치누나 세계서 뽑힌 수십 맹장 하나 둘 다 물리치니 (후렴) 하늘이 주신 팔다리의 굳센 의지의 결정 (후렴) <마라손 제패가 - 채규엽> [사진] 결승점 테이프를 끊는 순간의 손기정
사실, '마라손제패가'의 작자를 보면, 작사자는 콜롬비아 문예부로 되어 있고 작곡자는 일본 유행가 작곡가인 古關裕而, 즉 고세키 유우지로 나와 있다. 작사는 조선인이, 작곡은 일본인이 했으니 이른바 '내선일체'의 좋은 본보기인 셈이다. 1절 첫머리가 '조선이 낳은'이 아닌 '반도가 낳은'으로 시작하는 것이나, '일본 육상경기연맹 감수'라는 문구가 제목 앞에 달려 있는 것을 봐도, '마라손제패가'의 성격이 순수한 조선 대중의 기쁨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더구나, 손기정이 녹음한 '우승의 감격'에는 '나를 응원해 주는 우리나라 일장기', '우리 일본 국민의 승리'와 같이 노골적으로 친일을 드러내는 구절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물론, 이것을 손기정의 진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음반 자체가 일본 육상경기연맹의 감수, 나아가 일제 식민당국의 검열을 거친 것이기에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마라손제패가'는 손기정의 마라톤 우승이라는 사건이 가지고 있는 양면적 성격, 식민지 대중의 환희라는 밝은 면과 그것을 통해 오히려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식민당국의 의도라는 그늘진 면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모습은 시대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 하는 유행가의 한계이면서, 시대의 아픔을 은근히 드러내는 유행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콜롬비아에서 발매한 '마라손제패가' 말고도 손기정의 우승을 기념하는 유행가가 비슷한 시기에 더 발표되었다. '마라손제패가'보다 약 한 달 정도 앞서 태평레코드에서는 임시발매로 '마라손왕'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환영가'라는 타이틀로 나온 '마라손왕'은 이고범 작사, 이기영 작곡에 이라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복각음반으로 나와 있지는 않아 구체적인 작품 성격은 알 수 없다. 그 무렵 신문 기사에는 손기정이 태평에서 '마라손왕'을 취입했다는 구절이 나오지만, '마라손왕'은 이라가 부른 것이 분명하고, '마라손왕' 뒷면에는 다른 유행가가 수록되어 있는 것이 역시 분명하므로, 콜롬비아에서처럼 손기정이 음반 한 면을 다 사용해 취입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아도, 아마 이라가 '마라손왕'을 부르고, 가운데 간주 대목에서 손기정이 짧은 대사를 넣은 것이 아닌가 추정이 된다. --------------------------------- 글 : 이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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