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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정명훈 사태로 본 예술계 인재상

잠용(潛蓉) 2015. 1. 22. 19:51

[차장칼럼] '서울시향 사태'로 본 인재상  
파이낸셜뉴스 2014.12.09 17:26 | 수정 : 2014.12.09 17:26


 

최진숙 차장

 

폭언·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는 결국 정명훈 예술감독을 이 사건에 끌어들이면서 국면을 전환시켰다. 직원 17명이 작성한 '호소문'이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박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끝난 게 아니었나 싶었지만, 박 대표는 역시 이 난국을 스스로 돌파해냈다. 직원들을 향해 거친 언사를 내뱉은 건 인정하지만, 정명훈의 사조직으로 전락한 시향을 구하고 동시에 주먹구구식 동호회 같은 집단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갈등 정도로 이해해달라는 박 대표 주장의 요지일 것이다.

 

직원들 배후에 정 감독이 있다는 폭로로 시작된 박 대표의 반격은 정 감독 끌어내리기로 옮겨갔다. 외부인들은 알지 못하는 정 감독의 거대한 비리가 시향 내부에 존재했다는 뉘앙스를 흘렸다. 하지만 대표적인 비리사례로 든 게 동석자들 간 말이 다른 '호텔비 해프닝'인 걸 보면 박 대표가 파악한 정 감독 전횡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의문도 남는다.

 

박 대표와 정 감독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지난 8월 런던 BBC 프롬스 연주회 디너파티 때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자리 배치 문제로 감정이 상한 박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두 사람 관계가 확 틀어졌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이 시향에서 전권을 행사하기에 가장 껄끄러운 존재가 자신이었을 것이라며 연말 재계약을 앞둔 정 감독이 그전에 자신을 제거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엔 전권을 휘두르고 싶은 박 대표에게 상대하기 버거운 유일한 인물이 정 감독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17인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호소문'이 정 감독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거나, 17인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식의 후속 발언들은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다. 직원들은 지난해 2월 박 대표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충격과 공포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직원들이 정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자연스러워보인다.

 

한때 클래식계 기획의 달인들이 수두룩했던 조직이 하루아침에 엑셀도 못하는 무능한 집단으로 전락한 것도 안타깝다. 공연 일만 하던 직원이 엑셀 가운데 정렬을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엄청난 결격사유가 됐을까. 물론 박 대표가 주장하는 정 감독의 전횡, 방만경영 여부는 마땅히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비효율적이라고 질타한 조직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도 이 참에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밝혀져야 하는 건 박 대표의 인권유린 혐의 전부일 것이다.

 

학벌, 집안, 인맥을 두루 갖춘 박 대표는 가는 곳마다 유리천장을 뚫은 성공한 여성 리더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그 조직에서 중요하게 봤던 덕목은 무엇이었는지 새삼 묻고 싶어진다. 그의 친정 격인 삼성은 최근 임원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승진자를 배출했지만, 여성에겐 그래도 후한 편이었다. 삼성중공업에선 사상 첫 여성임원도 나왔다. 전체적으론 여성 14명이 임원 자리에 올랐다. 기업의 인재 발탁 기준에 사람됨이 보강됐기를 바라본다. [최진숙 산업부 기자]

 

“막말 주장한 직원들, 실체 불분명… 정명훈 배후 의심”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4.12.05 13:26 

 

 

[사진] '성희롱 막말논란'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 시향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욕설·막말 직원 배후로 정명훈 예술감독 지적… 서울시향 ‘방만 경영’ 지적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자신이 욕설·막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의 실체가 불분명하며 이들에 대한 배후로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5일 서울시향 5층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무국 직원 17명이 (제가) 막말과 욕설, 성희롱 등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17명이 구체적인 실명이 없지 않느냐”며 직원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직원 17명의 실체가 다 드러나 있지 않은데 직원들 말만 믿어주고 제 말은 믿어주지 않는다”며 “연판장을 만들어 시장에게 전달했다는데 여러 정황들이 저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막말과 욕설, 성희롱, 인사전횡 등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대다수 부인했다. 박 대표는 “미니스커트는 짧게 입지 말라고 혼낸 정도였고, (장기를 팔라거나 마담하면 좋겠다는 주장도) 해당 단어를 썼을 수는 있지만 앞뒤 단어를 뭘 썼는지에 대해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막말한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박 대표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서 어떤 부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했었는지 정말 물어보고 싶다”며 “저랑 일했던 다른 많은 직원들도 있는데 제가 그렇게 막 대했다면 이제껏 연락을 하고 지내겠냐”고 반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막말·폭언·성희롱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으나 박 대표는 시종일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비판했다.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한 지는 모르겠지만 배후에 정명훈 감독이 있다고 느낀다”며 “정치적 권력에 희생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고 주장하며 방만한 경영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이 집을 수리할 동안 부인이 머물 호텔비를 회사에게 요구한 적도 있다”며 “이는 시의회에서 지적된 사항이며 시의회에서 회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정 감독이 자신의 지인을 채용 연령제한까지 어기면서 고용하기도 했다”며 “정년제도를 도입한 후 퇴직했는데 정 감독이 올해 6월 다시 데려오라고 했다”고 서울시향의 인사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박 대표는 향후 거취에 대해 감사원 조사를 받은 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시의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 했고 그만두려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마당에서는 다르다”며 “감사원 감사가 끝나고 그 결정에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