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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명시감상] '윤사월' - 박 목월(朴木月) 작시

잠용(潛蓉) 2015. 2. 2. 07:42

 

 
 
 
“閏 사월”
- 박 목 월 -

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閏四月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處女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서정시 '윤사월' 감상

 

7.5조의 민요시 운률을 바탕으로 한 리듬감 있는 2행의 자유시로서 전체 4련의 기승전결(起昇轉結)로 구성되어 있다. 윤사월 초여름 녹음 짙은 깊은 산속, 송화가루 날리는 고갯마루 언저리의 산지기 외딴집에, 혼자서 문설주에 기대 서서 먼 산에서 들려오는 꾀꼬리(뻐꾸기) 소리를 듣고 있는 눈먼 처녀. 향토적이고 약간은 샤머니즘적인 색감까지 벤 토속적 정서와 눈먼 처녀의 애절함이 한가로운 아니, 어쩌면 서럽기도 한 윤사월의 뻐꾸기 소리와 잘 어우러져 있다.

민요풍의 이 서정시는 “외딴 봉우리, 외딴집, 눈먼 처녀” 등 세 개의 비극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눈먼 처녀’는 가난한 산지기의 과년한 맹인 딸로서 설움과 고뇌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데 이 처녀가 하릴없이 문설주에 귀를 대고 뻐꾸기 울음 소리를 엿듣고 있는 모습은 ‘윤사월’과 ‘눈먼 처녀’가 주는 약간은 샤머니즘적인 늬앙스와 함께 한국의 토속적 자연미에 잘 동화되어 있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 시가 크게 성공한 이유는 적막하고도 애절한 이미지들의 조화를 낭만적이며 향토적 정감이 어울린 표현으로 노래한 데 있으며, 읽는 사람의 가슴을 잔잔히 흔드는 원초적 비애를 공감할 수 있도록 연출해낸 시인의 솜씨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시는 단순한 자연미의 예찬이나 서정시적 감각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자연미 속에 융화, 조화된 한국의 토속적 감정을 시각화함으로써 더욱 그 빛을 더하고 있다. 단연 청록파(靑鹿派)시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상아탑 제6호 1946. 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