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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유성기 가요] '타국의 여인숙' - 박향림·남일연·신회춘 노래

잠용(潛蓉) 2016. 6. 27. 20:47


 

'他國의 旅人宿' (1938)

작사 박영호/ 작곡 콜럼비아 문예부/ 노래 박향림, 남일연, 신회춘


< 1 > 합창
부는 바람 우는 물새 모두 낯설어
때 묻은 벼개 맡에 꿈은 바쁘다
너도 나도 나도 너도 흘러가는 몸
人生의 打令이나 하여 봅시다

 

< 2 > 참빗장사 - 박향림
요 내 몸은 흘러가는 참빗 장사요
故鄕은 全羅道 땅 벌써 다섯 해
早失父母 어린 몸을 바람에 부쳐
애송이 울려줄 비 차마 가엽다

 

< 3 > 약장사 - 신회춘
요 내 몸은 흘러가는 新藥 장사요
故鄕은 黃海道 땅 벌써 일곱 해
돈 벌러 간 아들 찾어 이 땅에 왔소
乙丑年 동짓달에 이 땅에 왔소

 

< 4 > 물감장사 - 남일연
요 내 몸은 흘러가는 물감 장사요
故鄕은 咸鏡道 땅 벌써 여덟 해
시집가던 그 當年에 을 맞어
집 떠난 남편 찾아 헤매입니다

 

< 5 > 합창
우습구려 우습구려 요 세상살이
울어도 人生이요 웃어도 人生
빈 손으로 왔다가는 뜬 세상살이
울기는 왜 우나요? 웃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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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 (疎薄) : 남편이 자기 아내나 첩을 박대함.

 

 

 


<他國의 旅人宿>은 1938년 8월에 가수 朴響林, 申懷春, 南一燕님이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발표한 노래입니다. <눈물의 金剛丸; C.40822/ 박향림 노래>과 같이 발매된 이 노래는, 당시 유행하던 일본곡을 문예부에서 편곡하고,극작가 출신의 朴英鎬(필명; 金茶人, 處女林, 不死鳥)님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써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박향림, 남일연님과 신회춘님이 같이 불렀읍니다. 당시 유행가 치고 독특한 형식을 띤 이 노래는, 한 편의 단막극 형태를 띠는 것은, 작사가 박영호님의 영향이 있지 않은가 합니다. 이 노래를 함께 부른 申懷春님은 이 노래 외에, <청춘엽서 1938.9>, <울고 간 용산역 1938.10)>, <바다의 자장가>를 취입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잠시 활동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他國의 旅人宿>은, 1937년 8월 콜럼비아 레코드 일본어 음반에서, 오토마루(音丸), 기리시마 노보루(霧島昇), 후타바 아키코(二葉秋子)님이 노래한 <눈물의 세 나그네(淚の三人旅; 西條八十 作詩/ 江口夜詩 作曲)>를 飜案한 작품입니다. <雲水衲子> 

 

朴響林이 부른 <他國의 旅人宿>는 1938年 8월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發賣, 그 當時(1937年 Columbia) 日本에서 가장 流行했던 日本曲" 淚の三人旅"(눈물의 나그네 3인)를  朴英鎬 作詞, 文藝部 偏曲으로 발표된 것이다. <참빛장사/ 朴響林 노래>, <新藥장사/ 申懷春 노래>, <물감장사/ 南一燕 노래> 등으르 명성을 얻은 박향림, 남일연, 신회춘 3인이 他國에서 身世打令을 표현한 것이다. 1938年 發賣, 日帝下에서 너무나도 서글픈 삶의 現場, 떠돌이의 신세를 표현하였다. 1절 合唱, 2절 박향림, 3절 신회춘, 4절 남일연(울금향), 5절 合唱으로 구성되었다.

 



유행가 시대(34)

'타국의 여인숙'에서 듣는 민초들의 사연

 

 

예나 지금이나 유행가는 아무래도 서정적인 성격이 강하다. SP 음반 시대에는 한 면에 녹음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3분 가량밖에 되지 않았기에 많은 이야기를 담기 어려운 탓도 있었겠고, 더 근본적으로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유행가 본래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개중에는 마치 기록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사실감을 전해 주는 작품도 없지는 않다. 1938년에 발표된 '타국의 여인숙'은 가수 세 명이 5절까지 부르는 매우 독특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향을 등지고 이국에서 떠도는 1930년대 당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다. 유랑이라는 주제는 일제시대 유행가에서 흔히 보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많은 작품이 관념적인 표현에 그치고 있는 데에 반해 '타국의 여인숙' 노랫말에서 묘사하고 있는 유랑은 마치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 만큼 생생하다.

 

부는 바람 우는 물새 모두 낯설어
때 묻은 베개맡에 꿈은 바쁘다
너도 나도 나도 너도 흘러가는 몸
신세의 타령이나 하여 봅시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타국의 허름한 여인숙.아마도 간도나 만주 어디쯤이 아닐까. 때 묻은 베개를 베고 잠을 청해 보지만, 안주하지 못 하고 떠도는 신세는 꿈길에서조차 바쁘기만 하다. 타국의 여인숙에서 맞는 잠 못 이루는 밤, 너나없이 딱한 처지에 신세타령이 절로 나온다.

 

요 내 몸은 흘러가는 참빗 장사요
고향은 전라도 땅 벌써 다섯 해
조실부모 어린 몸을 바람에 부쳐
애송이 열 여덟이 차마 가엾다

 

박향림이 부르는 대목은 부모를 잃고 떠도는 열여덟 아가씨의 사연. 고향 전라도를 떠난 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으니, 열 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랑을 시작한 셈이다. 벌써 여러 해를 흘러다녔다고는 해도 아직은 험난한 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애송이니, 떠돌이 참빗 장사로 근근히 살아 가는 신세다.(사진→ 박향림)

 

요 내 몸은 흘러가는 신약 장사요
고향은 황해도 땅 벌써 일곱 해
돈 벌러 간 아들 찾아 이 땅에 왔소
을축년 동짓달에 이 땅에 왔소

 

신인 가수 신회춘이 부르는 대목은 돈 벌러 떠난 아들을 찾아 헤매는 중년 남자의 사연. 을축년(1925년)에 고향을 떠나 이국 땅에 온지 일곱 해가 되었다 하니,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1932년이 되는 셈이다. 을축년에는 사망자만 전국적으로 600명이 넘었던 사상 최악의 대홍수가 있었으니, 어쩌면 아들을 찾아 다니는 이 남자 역시 수재로 모든 것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신약 장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약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 만무하고, 말하자면 돌팔이 약장수인 셈이다. (사진→ 신회춘)

 

요 내 몸은 흘러가는 물감 장사요
고향은 함경도 땅 벌?여덟 해
시집가던 그 당년에 소박을 맞아
집 떠난 남편 찾아 헤매입니다

 

남일연이 부르는 대목은 소박맞은 이십대 후반 아낙네의 사연. 염색이 아직도 가내수공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던 시절이라 물감을 팔고 다니면서 살아 가고 있다. 시집가자마자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또 그를 찾아 타국에 온지 벌써 8년이나 되었으니, 세 사람 가운데 유랑 경력으로는 가장 고참이다. 고향이 함경도인 것을 보면 이 여인숙이 있는 곳은 간도나 만주 땅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사진→ 남일연)

 

우습구려 우습구려 요 세상살이
울어도 인생이요 웃어도 인생
빈손으로 왔다 가는 뜬세상살이
울기는 왜 우나요 웃고 삽시다

 

부모 잃고, 자식 잃고, 남편 잃고 떠도는 인생. 저 남쪽 전라도부터 북쪽 함경도까지 두고 온 고향이 다양한 만큼, 살아 온 사연도 다양하다. 그래도 타국의 여인숙에서 신세타령를 나누다 보니 서로 통하는 바는 있어, 체념이라 해도 좋고 달관이라 해도 좋고, 뜬세상 웃고 살자는 그 말에 다시 또 눈물이 맺힌다. '타국의 여인숙'은 마치 짤막한 단막극을 보는 것처럼 유행가 치고는 상당히 극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작사자 박영호가 원래 극작가로 활동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작곡자에 대해서는 가사지나 광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고, 다만 음반회사 문예부에서 편곡한 것으로만 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는 외국(아마도 일본) 노래나 구전으로 떠도는 노래를 차용한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내용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글: 이준희 songcing@chollian.net]